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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님의 서재입니다.

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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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작품등록일 :
2021.12.01 23:58
최근연재일 :
2021.12.25 18:4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698
추천수 :
152
글자수 :
106,668

작성
21.12.1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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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각오

DUMMY

포션에는 여러 등급이 있다.

최하급 포션에서부터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 그리고 포션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아무튼 마시고 질병이 치료되는 종류로는 엘릭샤와 같은 귀물이 있다.

인터넷에는 엘릭샤가 경매로 몇 조에 팔렸다는데 그런 건 뭐 딴 세상 이야기다.

엘릭샤를 마시면 모든 병을 치료하는 것은 기본이요. 잘려서 사라진 팔다리가 회복되기도 한다. 게다가 늙은 육체가 젊음마저 되찾는다고 한다. 어딘가 기름 왕국의 임금님께서 젊음을 되찾으셨겠지. 그래, 나 같아도 100조쯤 있으면 젊어진다는데 몇조가 문제겠나. 오히려 진시황이 그토록 찾던 불로초가 있다는 건데 몇조면 싸다고도 볼 수 있다. 세상에 하나뿐이면 겨우 몇조만 할까? 그래도 어느 정도 수량이 있으니 그나마 몇조인 것이다.

나에게도 몇조쯤 있으면 우리 엄마도 건강하게 살고 계시겠지.

누가 그런 말을 했다.

어떤 일이 잘 진행이 안 되면 돈을 더 부으라고.

돈을 더 부어도 안 되면 그보다 더 부으면 된다고.

그래도 안 되면 네가 가진 돈이 부족한 거라고.

엘릭샤와 같은 넘사벽이 아니더라도 포션은 나의 삶에 아주 큰 의미가 있었다.

하급포션 희석액

짐꾼 시절 하급 포션을 엄마에게 투약하려면 한 달에 천만 원이 들었다.

말이 한 달에 천만 원이지 나는 던전을 드나드는 것 이외에는 한 달에 천만 원을 벌 방법을 찾지 못했다. 헌터들 뒤꽁무니를 쫓아다닌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다. 그리고 결국 트롤킹 뱃속까지 다녀왔다. 지금도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알지 못했다.


상급 포션 투약을 6개월 치 선납했다.

7억 2천만 원이 들었다.

그리고 내 통장에는 3억 언저리의 금액이 남아있다.

통장에 든 돈을 다 부으면 어찌어찌 3개월은 더 상급 포션을 구할 수 있다.

지금 내가 가진 돈으로 엄마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는 기간은 9개월이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본다.

김민준. 너 배가 불렀던 모양이다.

각성자되니까 기분 좋지?

헌터님, 헌터님 하면서 운전까지 해주니까 니가 뭐라도 된 것 같지?

너 인마 지금도 칼끝에 서 있는 거야.

당장 얼마 후부터 엄마는 다시 누워있을 수도 있어.

그때 가서 돈 없다고 징징댈래?

솔직히 니가 언제 저 거대한 근육맨 아저씨에게 1:1 pt를 받아?

모르긴 몰라도 저 정도 몸이면 각성자가 아니더라도 수백만 원을 내야 pt를 받을걸. 게다가 저 아저씨는 각성자잖아.

그리고 니 주변에 한국대 출신 한 명이라도 있어?

없잖아.

니가 언제 한국대 선생님에게 과외를 받겠어.

역기를 드느라 힘들어?

공부하느라 힘들어?

먹방 찍을 때 이런저런 말하기 어색하다고?

트롤킹 상판대기를 다시 봐야 정신 차릴래?


민아와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나를 바라보는 한국대 선생님에게 말했다.

“선생님”

“네.”

“선생님은 한국대니까. 그것도 헌터들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이니까 잘 아시겠죠?”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 꿈이 생겼어요.”

“어떤 꿈이시죠?”

“저희 집 냉장고에 엘릭샤 열 병쯤 쟁여두는 것이요.”

“...!”

“저 진짜 엘릭샤가 너무너무 갖고 싶어요. 선생님 가능할까요?”

한국대 선생님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양팔을 걷어붙였다.

“제가 지금은 길드 소속이지만 많은 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력으로 인해서 지금도 헌터님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꿈이 있는 학생을 가르치는 것만큼 즐거운 수업도 없지요.”

나는 가르침을 경청했다.

“꿈을 이루는 것은 아주 어렵지만 반대로 아주 간단하기도 합니다.”

내가 물었다.

“간단하다고요?”

“네. 보통은 아주 어려우면서 반대로 아주 쉽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강한 의지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소망을 행동으로 옮겨서 현실로 이룹니다. 그리고 그 소망이 무의식에까지 옮겨지면 의지를 돋울 필요가 없습니다. 무의식의 발로로 말미암아 본능적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역시 한국대. 이해가 안 간다.

“쉽게 말해서 헌터님, 헌터님은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의심하지 마십시오. 헌터님은 당연히 집 냉장고에 엘릭샤를 채울 수 있습니다. 그 꿈이 무의식에 자리 잡아야 합니다. 무의식에 자리 잡는다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입니다. 의심이 가장 큰 적입니다. 꿈을 믿으십시오. 그래서 TV에서는 한때 이렇게 말하곤 했었습니다.”

선생님은 머리를 한 번 쓱 뒤로 넘기고 손가락으로 안경을 살짝 잡아 정리하더니 내 눈을 똑바로 보고 이렇게 말했다.

“헌터님,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나는 한국대 선생님에게 ‘믿습니다!’를 열 번 외치고 병원으로 왔다.

세한 요양병원

병실 앞에서 문을 열기 전 발걸음을 멈추었다.

각성을 하고 나니 후각과 청각을 비롯한 기본적인 감각이 예민해졌다.

그래서 저 문 너머의 대화 소리가 절로 들린다.

히히 호호

민아와 엄마의 목소리다.

아 갑자기 울컥해진다.

휴. 잠시 감정을 다스렸다. 괜히 어색하게 눈물을 보일 수는 없지.

음음 아아 좋아 오케이

드륵 문을 열었다.

저 앞에 엄마와 민아가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있다.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가늘고 푸석푸석한 머리카락. 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엄마는 원래 곱슬머리인 줄 알았다. 내가 본 엄마의 머리카락은 늘 곱슬곱슬했으니까. 하지만 그게 다 파마를 해서 그런 거였다. 하지만 지금 엄마의 머리카락은 곱슬곱슬하지 않다. 병원에서 생활하니까 파마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늘고 숱이 적은 생머리.

대부분 자는 얼굴이거나 깨어나더라도 생기 없는 모습에 늘 안타까웠던 엄마는 밝은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두 볼이 전과 달랐다. 핏기가 도는 모습. 예전에 비하면 두 볼이 확연히 붉었다.

색깔. 그래 엄마의 건강이 좋아진 줄은 색깔만 보아도 알 것 같았다.

엄마가 말했다.

“왔니?”

“어”

“밥은?”

“어. 점심을 많이 먹었어.”

“이제 저녁때인데 밥 먹어야지. 민아야. 요 밑에 식당 있는데 오빠랑 밥 먹고 와.”

“아 엄마. 오빠 이제 방금 왔는데 뭔 밥 타령이야. 엄마. 그리고 오빠 각성자라니까. 엄마 진짜야. 얼마 전에는 나한테 길드 가입한 것 자랑하려고 서류도 보여주고 그랬어. 아 맞다. 그때 나한테 서류 주면서 뭐라는 줄 알아? 오다 주웠다. 막 이러는 거야. 아 언제적 유머야. ㅋㅋㅋ”

헐. 요것이 엄마가 있다고 이제 날 씹네.

나는 민아가 내 앞에서 나를 씹는 모습을 오랜만에 봤다.

요망한 것.

하지만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원래 여동생은 엄마 앞에서 오빠를 씹는 것이 정상이다.

오빠만 바라보고, 오빠를 걱정하고, 오빠 말을 잘 듣는 여동생이라니. 달랑 남매 둘이서 의지하며 사는 게 아니라면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나를 씹는 민아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여동생에게 서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뭔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함을 느꼈다.

그래 이게 가족이지.

엄마가 말했다.

“민준아.”

“어”

“상급 포션을 쓴다면서?”

“어 엄마. 나 이제 각성자야. 너무 걱정하지 마.”

“아니 그래도 그게 한 두 푼 하는 게 아닐 텐데 너무 무리하지 말렴.”

나는 고개를 돌려 민아에게 물었다.

“민아야. 오빠 일반인이야 각성자야?”

“각성자”

“오빠 계약금이 얼마라고?”

“십억”

“오빠 믿쉽니까?”

“네. 믿쉽니다!”

“엄마 봤지?”

나는 조금은 허세도 필요할 것 같아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전적으로 나를 믿어봐”

엄마가 말했다.

“그럼. 엄마는 당연히 아들 믿지.”



다음날 오전

근육남은 100kg 바벨을 어깨에 올리고 스쿼트를 하라고 지시했다.


하나, 둘, 셋, 넷...

내가 근육맨에게 말했다.

“실장님. 중량 더 올리죠.”

“헌터님. 그러다 근육 나가요. 제가 보기엔 이 정도가 딱 맞아요.”

“실장님. 저 근육 나가도 됩니다. 아직도 모르세요?”

독기어린 나의 눈빛에 근육남이 당황하는 듯했다. 근육남은 근육에 미세파열이 날 정도의 무게를 들도록 요구했지만 나는 내 육체라면 인대가 파열되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중량을 올렸다.

우두둑 찌직

무릎에서 커다란 소리가 났다.

“악!”

내가 쓰러졌다.

근육맨이 재빨리 다가왔다. 매니저도 놀란 눈치였다.

“이런···. 거봐. 내가 뭐랬어. 이거 무릎 나갔네. 십자인대 나간 것 같은데?”

내 몸의 능력을 초과하는 고중량 스쿼트에 의해 무릎의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휴···. 잠시만요.”

그래봤자 1분.

나는 1분 후 발을 휙휙 흔들어 보았다.

전방 십자인대 따위는 고작 1분 만에 회복되었다. 그리고 들리는 소리

띠링 힘이 1 늘었습니다.

나는 디스플레이를 근육남에게 보여주었다.

그래. 이것이 옳은 방향이다. 나에게 적합한 운동은 일반인같은 근육의 미세 파열 수준이 아니다. 학대에 가까운 운동. 초 고중량으로 인해 인대가 파열되고 근육이 절단 나는 방식이 나에게는 바른 방법이다.

며칠 운동했다고 점점 드물어가던 스텟 상승 알림음은 인대 파열식 운동과 함께 다시 그 주기가 짧아졌다.


점심시간

나는 매니저에게 중국음식점에 가자고 했다.

그리고 매니저에게 라이브를 켜달라고 했다.

SL의 초 유망주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주니의 먹방

너튜브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방이 개설되어 있었다.

주니님이 라이브 방을 오픈하였다.

개설과 동시에 열 명 정도 사람들이 들어왔다.

아직까지 유명하지 않아서 사람이 많지 않았다.

유명한 사람들 같은 경우는 라이브를 켜면 수천, 수만 명이 본다고 한다.

더 분발해야 한다.

내가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중국 음식을 먹을까 합니다. 방제부터 바꾸고 시작합니다. 도전! 자장면 100그릇!”

나는 목소리를 높여 가게 아저씨를 불렀다.

“주인아저씨! 여기 자장면 100그릇이요~ 단무지도 많이요~”

댓글 창에 정말 100그릇이냐는 물음이 줄줄이 달렸다. 100그릇이라는 압도적인 방제에 사람들이 마구 유입되었다.

매니저가 황당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매니저를 보며 눈으로 말했다. 왜 이래? 아마추어처럼.


오후 이론 공부 시간

한국대 선생님이 물었다.

“어제 내준 숙제 다 보고 오셨나요?”

내가 말했다.

“물론입니다.”

나는 어제 3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읽어오라는 숙제를 받았었다.

육상 몬스터 도감.

“오호~ 각오가 단단한 모양입니다. 그래 끝까지 한 번 읽어보니 육상 몬스터에 대한 어떤 관점이 생기십니까?”

내가 말했다.

“선생님. 한 번이라니요? 3번 읽고 왔습니다.”

선생님이 내 눈을 보더니 다시 물었다.

“대충 훑으시면 안 됩니다. 어제 저와 오후 5시에 헤어지시고 오늘 오전에도 운동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3번 읽고 오셨다니요.”

“정말 3번 읽고 왔습니다. 잠을 안 잤거든요.”

그랬다. 이놈의 육체는 하루쯤 잠을 안 자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치열한 하루가 지났다.

그리고 그런 하루가 하루, 이틀 쌓였다.

며칠이 지났을까?

역시 잠을 아예 안 자는 것은 무리였나보다.

나도 모르게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트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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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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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트롤킹 21.12.25 140 7 12쪽
19 트롤과 드라마 21.12.24 145 4 11쪽
18 트롤과 방송하기 21.12.23 167 5 12쪽
17 순한 트롤 21.12.22 190 6 12쪽
16 던전 속 트롤 21.12.21 198 7 12쪽
15 솔로잉 21.12.20 205 7 12쪽
14 첫 사냥 21.12.20 206 6 12쪽
13 첫 사냥 21.12.19 215 8 11쪽
12 헌팅 시작 21.12.17 219 8 12쪽
11 성장 21.12.16 231 7 12쪽
10 마나 21.12.15 227 8 12쪽
9 트롤의 마나 21.12.13 239 9 12쪽
» 각오 21.12.13 232 8 12쪽
7 새로운 집 21.12.12 245 8 12쪽
6 근육운동 21.12.11 250 8 12쪽
5 길드 가입 21.12.04 272 7 12쪽
4 쇼케이스 21.12.03 274 9 11쪽
3 각성 테스트 21.12.02 311 8 12쪽
2 트롤 꿈 21.12.02 329 12 11쪽
1 잡아먹히다 21.12.02 396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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