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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님의 서재입니다.

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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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작품등록일 :
2021.12.01 23:58
최근연재일 :
2021.12.25 18:46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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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0
추천수 :
152
글자수 :
106,668

작성
21.12.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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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마나

DUMMY

사각사각사각

쓱쓱쓱

나는 잠시 거실 전등에 손가락 끝을 비춰보았다.


드륵

방문을 열고 민아가 나왔다.

거실에서 신문지를 펴고 집중하고 있는 나에게 민아가 물었다.

“오빠 아침부터 뭐해?”

“어 손톱 손질”

나는 손톱을 가는 쇠줄을 들고 손톱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었다.

“웬 손톱 손질?”

“어 손톱 끝부분만 조금 다듬으려고”

나는 손톱 손질을 하며 거실 등에 손톱을 비춰보았다.

후 후

손톱 끝에 붙은 가루를 불어냈다.

민아는 집중해서 손톱 관리를 하고 있는 나를 유심히 보더니 뭔가 마음에 안 드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 손톱 관리 너무 열심히 하는 남자는 별론데”

민아야. 니가 생각하는 그런 손톱 관리가 아니란다.

이 손톱으로 몬스터 면상을 그을려고 하는 거야.

오크의 초록빛 면상에 죽죽 오선지를 그으려고 하는 거야.

손톱이 뾰족하면 베일 것 같고

손톱이 뭉툭하면 뭐랄까 뭔가 후비적후비적 파내는 듯한 느낌일 것 같아서 그래.

오크 면상을 파내다니 좀 뭐하잖아.

꽁꽁 언 아이스크림 푸는 느낌일 거 아냐.

베는 게 낫지, 파내는 거면 손톱 밑에 오크 껍데기도 좀 낄 것 같아서

그래서 기왕 그을 거면 뾰족한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


나는 어제도 몇 번이나 이 손톱으로 내 팔뚝을 그었는지 모른다.

팔뚝 긋고 급속회복하고 팔뚝 긋고 급속회복하고

그러다가 팔뚝을 그었는데 마침 마나가 떨어져서 급속회복을 못 하고 낑낑거리고 있었다.

피는 나는데 급속회복은 못 하고.

혹시 지금 피 냄새 안 나나?

아무리 창문을 열어두었어도 피 냄새가 폴폴 나는데

아 맞다. 내 코가 개 코지.

뭐 아무튼 손톱 끝이 뾰족하면 조금 더 날카롭게 권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권기를 생각하니 다시 한번 권기를 둘러보고 싶었다.

마나를 일으켜 손을 감싸려 했다.

앗 이런, 권기가 생기지 않는다.


마나 0/20


재미있어서 자꾸 하다 보니 마나가 계속 부족하다.

이래서 마나 마나 하나 보다. 자꾸 써보고 싶은데 마나통이 부족하니 답답하다.

나는 피통이 원체 커서 피통에 대한 아쉬움은 못 느꼈는데 마나통에 대한 아쉬움이 밀려온다.

에이 욕심 많다고 욕먹을라.

마나를 써보는 것은 중독성 있다. 마나포션을 쮸쮸바처럼 빨고 다니면서 마법을 쓰는 족속들이 왜 그런지 이해가 간다.

겨우 주먹에 마나를 감싸는 것 하나만 해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마법사들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마나로 불을 일으키고, 바람을 분다.

소서리스 같은 여성 마법사가 프로즌 오브같은 얼음 마법을 일으켜 온 천지에 얼음덩이를 날린다. 그러면 몬스터들은 죄다 얼어붙겠지. 마법에 대한 로망이다.

물론 그러려면 마나통이 어마어마해야 한다.

짐꾼 일을 할 때 만났던 마법사 아저씨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이 짐꾼 아저씨 마법사면 다 좋아 보이죠?

원래 직속 헌터 아니면 서로서로 아저씨라 부른다.

마법사 아저씨가 말했다.

이거 다 빛 좋은 개살구에요. 불덩이 활활, 얼음덩이 팡팡 쏘아대면 보는 맛이야 있겠지만 그거 다 돈이에요. 마나는 땅바닥에서 퍼다 쓰는 게 아니거든요. 뭐 잘 모르는 사람들은 레벨업 하고 얻은 스텟으로 마나를 올리면 되지 않겠냐고 해요. 그거 다 개소리에요. 생각해보세요. 한 50렙쯤 올렸어요. 스텟이 뭐 대충 250개 나왔어. 그래서 마나에 올인했네. 그러면 아이스 볼트 정도는 줄줄이 뽑아낼 수 있겠죠. 근데 그러다 눈먼 화살이라도 한 대 맞으면? 어? 맞으면? 어? 내 목숨은? 어? 그냥 가는 거예요. 남들이야 뭘 그런 걸 쪼냐, 힐러 뒀다 뭐하냐? 그러는데 한 대도 안 맞고 헌팅이나 레이드 할 자신 있어요? 목숨 걸고?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장비도 차야 하고 그럼 또 힘도 찍어야 하고, 체력도 필요하고 도망가려면 민첩도 필요하고 결국 다 어느 정도는 안 찍을 수가 없는 거예요. 살려면 안 찍을 수가 없다니까요. 그러다 보면 마나포션 빨면서 법사질 하는 거죠. 화려하게 팡팡 쏴 봤자 몸빵이 안되니까 솔로 헌팅 꿈도 못 꾸죠. 물약은 계속 들어가죠. 아 진짜 얼마 전에 마나포션 값 5% 올라가지고 이번에도 잡몹 밖에 못 건지면 적자에요 적자. 마나 회복 속도 올려준다고 대출 끌어다가 샀는데 그거 몇% 올려봤자 늘어나는 건 주름살이라고요.

나도 포션에 맺힌 한이라면 누구 못지않은 사람이라 함께 연금 길드 욕을 해가며 친목을 다졌지.

그 법사 아저씨는 지금 뭐 하고 있으려나.

그래도 짐꾼이라고 함부로 하지 않아 좋았는데.


마나 1/20


오옷 마나가 1 찼다.

검지 손가락에 마나를 흘려보냈다.

손톱 손질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살펴봐야지.

바닥에 있는 신문을 들어 쓱 그어봤다.

샤락 샤락

신문이 잘린다.

아 맞다.

원래 검이 날카로운지 아닌지 확인할 때는 검으로 신문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검을 세워두고 그 위에 종이를 올리더라.

손톱을 수평으로 들고 그 위에 신문지를 올려 보았다.

샤락 신문이 제 무게에 의해 내려가며 반으로 잘린다.

나는 내 검지 손톱을 살펴보며 말했다.

“이것 참 명검일세”



오전 운동 시간이다.

근육맨은 나에게 루틴을 시켰다.

루틴

늘 하던 대로 하란 이야기다.

늘 하던 대로 준비운동을 했다. 예전에는 타이어를 메고 운동장을 도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허리춤에 쇠사슬을 달고 추를 끌고 달린다.

추가 개당 50kg인데 하나, 둘, 셋, 넷...

이걸 매달고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이게 준비운동이란 것이 황당하다. 하지만 이걸 내가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렇게 추를 하나하나 매달다 보면 아, 내가 각성을 한 게 맞긴 맞는다고 하는 생각이 든다.

허리에 매달고 뛰다 보면 허리춤에 묵직함이 느껴진다.

살살 땀도 나는 게 준비운동으로는 딱이다.

운동장을 돌고 나면 근력운동이다.

양쪽에 200kg씩 400kg의 원판에다가 바의 무게를 합하면 400kg을 훌쩍 넘는다.

두 발을 어깨너비보다 조금 넓게 벌리고 선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어깨너비보다 조금 넓게 바를 잡는다.

“으랏챠”

한 번에 훌쩍 들어서 가슴 높이에 얹는다.

그대로 그대로 주저앉는다.

투두둑

허벅지에서 투둑 소리가 난다. 근육맨에게 허벅지에서 소리가 나는데 이거 괜찮은 거냐고 물었더니 근육 찢어지는 소리가 원래 그런 거라고 한다.

혹시나 해서 그래도 되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안 괜찮은데 너라서 괜찮은 거라고 했다.

하긴.

자, 주저앉은 상태에서 일어나며 살짝 점프한다.

“웃짜”


쩌저적

그 무거운 바벨을 들고 살짝 점프했다가 다시 착지하면 묵직한 쿵 하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방금 쩌저적 소리는 내 무릎의 전방 십자인대 끊어지는 소리다.

하도 많이 찢어져서 이제는 소리만 들어도 어떤 인대가 찢어지는지 알 것 같았다.

이번에는 왼쪽이군

400kg이 넘는 바벨을 들고 점핑 스쿼트

내 몸무게에 이 무게면 들기만 해도 일반인 올림픽 금메달일 텐데.

1분쯤 쉬었다.

무릎을 살살 돌려보았다.

됐군. 인대가 다 붙은 느낌이 든다.

다음 코스는 추 매달고 쇠사슬 오르기.

다리 운동을 했으니 이제는 팔운동이다.

중학생 때였나 바닷가로 수학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일반인들은 몬스터 때문에 멀리 여행을 다니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안 갈 수는 없다. 학교 차원에서 헌터를 고용하고 안전한 코스로만 단체 여행을 하곤 했다.

그때 여객선을 처음 타봤다.

그 여객선에는 아주 굵은 쇠사슬이 있었다.

저건 뭐냐고 하니 닻과 연결된 쇠사슬이라고 했다.

그때 보았던 쇠사슬이 여기도 있다. 굵기가 딱 똑같다.

혹시나 해서 바다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맡아보았는데 바다 냄새는 안 났다.

쓰던 건 아니란 소리다.

하긴 명색이 SL인데 신상을 구매했겠지.

사슬을 연결하는 하나하나가 팔뚝 굵기의 쇠로 이루어진 타원형이다.

하긴 이런 쇠사슬이 아니면 온갖 헌터들의 운동을 감당하기 어렵겠지.

다리에 추를 매달고 쇠사슬을 두 팔을 이용해서 기어오른다.

“으랏차”

하나, 둘, 하나, 둘

10m쯤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기분이 좋다.

뭔가 등산한 느낌.

어떤 책에서는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라는데

다른 시각으로 보니 좋다.

10m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며 운동을 했다.

이런 식으로 다리 운동, 팔운동에 이어 복근, 허리, 종아리 등 부위별로 자극이 가는 웨이트를 했다.

체력을 올리기 위한 유산소 운동은 없다.

오직 힘, 그 목적 하나란다.

한 시간쯤 운동하니 슬슬 힘에 부친다.

어디 마나를 한번 돌려볼까?

근육맨 몰래 마나가 얼마나 찼는지 슬쩍 살펴봤다.


마나 15/20


제법 찼다.

살짝, 아주 살짝만 마나를 돌려볼 거다. 굳이 마나를 많이 써서 급속회복을 할 정도로 몸을 다치지도 않았다. 루틴이니까. 크게 다칠 정도면 루틴이 아니다. 한 바퀴는 몸을 덥히는 용도이다. 슬슬 피치를 올리다 보면 뼈에도 손상이 있을 수 있지만 아직은 뭐 1분짜리 파열 수준이다.

살포시 마나를 움직여본다.

둥실. 따뜻한 느낌이 여러 번 느껴도 항상 참 좋다.

이러다 중독될 듯

아니 이미 중독되었나

살포시 내 몸을 흐르는 마나는 혈액순환이라도 하는 마냥 몸 전체를 누비고 다닌다.

그중에서 상당량이 손상된 근육으로 흘러갔다. 전신의 피로가 가뿐하게 사라지고 아까 점핑 스쿼트에 의해 힘겨워하던 허벅지는 금세 안정을 찾았다.

팔로도 마나가 흘렀다. 부들거리던 팔이 안정된다. 따스한 마나가 몸을 훑고 지나가면 떼쓰던 10대 여자아이가 아이돌의 손길을 느낀 것처럼 내 몸의 근육은 순식간에 차분해진다.

그때였다.

근육맨이 다가왔다.

근육맨은 내 몸을 훑어보았다.

“워워 우리 민준씨 잠깐만 스탑.”

다 좋은데 ‘우리’자는 좀 빼주시면 안 될까요?

근육맨은 잠시 내 허벅지를 잡아 꾹꾹 눌러봤다.

그리고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운동할 때 뭐 했어?”

와 이 아저씨 눈치가 좋은데?

“안 했는데요?”

운동할 때는 안 하고 운동한 다음에 했는데?

근육맨이 인상을 더 찌푸린다.

아저씨. 그 몸에 얼굴 그렇게 찌푸리면 사람들 놀래요.

근육맨이 말했다.

“마나 썼어?”

헉. 귀신이다.

“에이. 썼네. 썼구만. 운동하면서 마나 쓰면 근육 안 늘어. 근육을 미세파열시키고 회복하면 근육이 더 크고 질겨지는데 마나를 쓰면 애초에 근육에 미세 손상이 안가잖아. 그래서 운동할 때는 마나를 쓰면 안 돼. 마나를 쓰면 무게를 더 칠 수 있어서 보기에는 좋지 마나 활용 연습을 하려면 따로 시간을 내서 훈련해. 지금은 몸을 만드는 시간이야.”

“네. 운동할 때는 마나 안 쓸게요.”

운동 후에는 쓰지만요.

근육맨이 말했다.

“구라치다 걸리면 손모가지다?”

다시 말하지만 근육맨은 그 몸으로 그런 험한 말을 하면 안 된다니까요.

그리고 근육맨이 그렇게 말하니까 근육맨의 실력에 대한 의심이 든다.

아니 이 근육맨이 내 몸을 관리해 주는 거 아냐? 그런데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아직도 내 몸을 몰라? 손모가지를 자른다는 협박이라니

나 손모가지 잘려도 잠깐 붙이고 있으면 붙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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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첫 사냥 21.12.20 208 6 12쪽
13 첫 사냥 21.12.19 217 8 11쪽
12 헌팅 시작 21.12.17 220 8 12쪽
11 성장 21.12.16 232 7 12쪽
» 마나 21.12.15 229 8 12쪽
9 트롤의 마나 21.12.13 242 9 12쪽
8 각오 21.12.13 234 8 12쪽
7 새로운 집 21.12.12 247 8 12쪽
6 근육운동 21.12.11 253 8 12쪽
5 길드 가입 21.12.04 273 7 12쪽
4 쇼케이스 21.12.03 275 9 11쪽
3 각성 테스트 21.12.02 312 8 12쪽
2 트롤 꿈 21.12.02 331 12 11쪽
1 잡아먹히다 21.12.02 400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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