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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님의 서재입니다.

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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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작품등록일 :
2021.12.01 23:58
최근연재일 :
2021.12.25 18:46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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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668

작성
21.12.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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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성장

DUMMY

믿음.

나는 믿음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음 깊은 곳의 간절함이 절로 느껴집니다.

믿는다는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내면에서 차오르는 무언가를 느낍니다.

머릿속에서 나의 깊은 신념에 엮이는 무언가를 느낍니다.

묻노니 믿습니까?

대답한다. 믿습니다.

한국대샘

혹여 한국대샘이 나에게 옥매트를 사라고 해도

설마 한국대샘이 다단계라 해도

아가리만 벌리면 구라를 쳐서 아벌구라 불리는 청소년기를 거쳤다 해도

나는 믿습니다.

저 냉장고를 열면 엘릭샤가 있을 것을 저는 믿습니다.


“김민준 헌터님?”

한국대 샘이 삐딱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네 한국대샘”

한국대 샘의 시선이 쭉 내려가서 내가 풀고 있는 문제를 향했다.

“문제 풀라고 준 종이에 왜 편지를 씁니까? 믿음? 편지입니까? 시입니까?”

문제 풀이 종이에는 나의 글귀가 담겨 있었다.

“저는 그저 한국대샘에 대한 저의 마음을 표현하였습니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미간을 찌푸리는 한국대샘에게 깊은 빡침이 느껴진다.

한국대샘은 살짝 내려간 안경을 고쳐 올리며 물었다.

“문제가 어렵습니까?”

나는 먹이를 달라고 발등에 앉아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처럼 최대한 가련한 눈빛으로 말했다.

“쉽지는 않습니다.”

그랬다.

헌팅의 정석

왠지 홍대 강남의 젊은 남녀 사이에서 써 먹을만한 내용의 책 같은 제목이지만 엄연히 헌터들의 기본서로 유명한 책이다. 이 책을 지은 작가는 책 인세만으로도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돈으로 헌터들을 위한 사관학교를 세워 더 유명하기도 했다. 물론 작가 본인이 레이드에서 커맨더로 오랫동안 활약해서 돈 걱정은 원래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본인이 돈이 많아도 후배 헌터들을 위해 지식도 주고 학교도 세워주고 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헌팅의 정석은 크게 네 편으로 나누어진다. 저렙편, 중렙편, 고렙편, 레이드.

저렙편은 기본 편이 있고 실력 편이 있다.

그동안 날밤을 새우며 기본 편을 다 풀었다.

기본 편을 떼었을 때는 자신감이 충만했었다.

그런데 실력 편으로 넘어오니 머리가 뱅뱅 돈다.

내가 말했다.

“기본 정석까지는 시간을 때려 부으면 어찌어찌 풀겠는데 실력 정석은 확실히 어렵습니다.”

“네 헌터님. 어렵게 느껴지시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냉장고에서 보리차 꺼내듯 엘릭샤를 꺼내려면 실력 정석 정도는 푸셔야 합니다. 문무겸전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습니까?”

문무겸전. 삼국지에서 본 적이 있는 말이다.

삼국지에서 여포는 무력 100을 찍어도 이리저리 뜨내기처럼 다니다가 결국 붙잡혀 죽는다. 뭐 요즘은 여포가 계속 환생도 하고 AI도 붙어서 지략도 100을 찍지만, 암튼 원래 여포는 무식하고 싸움만 잘해서 일찍 죽는다.

제갈량은 지략 100을 찍어 천하 삼분으로 유비를 황제에 올리고 죽을 때까지 나라를 이끈다. 아니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죽은 다음까지도 전투에 영향을 끼쳤다.

내가 여포에 가까울까 제갈량에 가까울까를 생각해보면 이 몸뚱이는 아무래도 여포 쪽일 것 같았다.

문무겸전하면 관우, 조운 등이 떠오른다.

그래 이 몸은 여포에 가깝지만 그래도 여포처럼 죽을 수는 없지.

할 수 있다.

공부가 제일 쉬웠다고들 하지 않는가?

요즘 트렌드는 뇌섹남인데 뇌가 섹시해지려면 실력 정석 정도는 풀어야겠지.


하지만 실력 정석은 며칠 밤샌다고 풀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다시 한번 문제를 읽어보았다.


1.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평균렙 30인 5인 기본 조합 파티가 있습니다. 파티는 소환사의 계곡에 있습니다. 적은 드루이드 샤먼으로 소환사입니다. 샤먼은 10분에 한 번씩 소환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소환되는 몬스터는 레벨 40 수준의 흑표범, 황금 원숭이, 재규어입니다. 현재 은빛 늑대 20마리와 샤먼에 포위되어 있습니다.

물음) 샤먼에 대한 공략법을 설명하시오.



후.

호흡을 다듬는다.

이걸 어떻게 풀지?

오전에는 마나로 쉽게 회복하며 운동해서 좋았는데.

그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마나!

마나를 이용하면 어떨까?

마나를 이용하면 공부가 더 쉬워질까?

마나를 움직여 보았다.

둥실

내 몸이라는 우주에서 마나가 떠다닌다.

마나를 머리에 올려 본다.

그리고 아까 본 문제를 함께 떠올려 보았다.


화악

녹음이 짙은 풀숲

군데군데 높은 나무가 있지만, 나무들 사이로는 마차 두 세대는 지날 수 있을 정도로 뚫린 길이 나 있었다.

짙을 풀숲 중간중간에는 머리통만 한 바윗덩어리들이 놓여 있었다.

풀숲 가운데에는 다섯 명의 파티가 서로 등을 댄 채 모여 있었다.

크르르르

그리고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늑대 20마리

늑대 뒤로는 드루이드 샤먼 한 마리가 서 있다.

드루이드는 털이 많은 인간형. 근육질 할아버지 같은 모습에 머리에는 사슴과 같은 뿔이 나 있다.

드루이드는 무언가 소환의식을 벌이고 있었다.

잠시 후

휘이잉

바람이 불고

드루이드의 앞쪽에서 푸른 빛무리가 번쩍였다.

캬아악

40레벨

검은 흑표범 한 마리가 소환되었다.

파티의 멤버들은 긴장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으르렁거리는 늑대와 한껏 긴장하며 대치 중인 파티원들

흑표범이 한 걸음, 한 걸음 파티를 향해 걸어갔다.


파티원 중에서 가장 커다란 덩치와 그 덩치를 거의 다 가릴 정도의 큰 방패를 든 자가 외쳤다.

“명령은!”

붉은 치마를 입고 기다란 지팡이를 든 여성 파티원이 외쳤다.

“빨리! 작전은!”


나? 나 말인가?

이게 뭐지? 나보고 작전을 말하라는 건가?

방금까지 문제로 보고 있던 상황이 눈앞에 생생하게 보였다.

아 나 이거 답 모르는데 어떻게 풀지

에라 모르겠다.

지금 포위를 뚫고 공격을 해야 하나? 아니면 달아나야 하나?

아 어떻게 해야 하지? 아 몰라

“일단 돌격!”

나는 속으로 아 몰라를 외치며 입으로 돌격 명령을 내렸다.


파티원 들의 귓가로 돌격 명령이 내려왔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방패를 든 자였다.

방패를 든 자는 그 커다란 방패를 좌우로 흔들며 늑대 무리를 뚫고 흑표범을 향해 돌진했다. 그 뒤로 네 파티원이 따라붙었다.

“으랏차”


깨깽

휘두른 방패에 늑대 한 마리가 떨어져 나간다.

다른 파티원이 생성한 파이어 볼트에 또 다른 늑대 한 마리가 더 불길에 휩싸인다.

퓩퓩퓩

쏘아지는 화살

크엑!

보랏빛 먹구름에 휩싸여 고통스러워하는 다른 늑대

다섯 파티원 들이 일제히 달려 나가며 늑대들을 공격했다.

퍽 퍽

하지만 늑대들은 아직 그 수가 많았고 40레벨의 흑표범도 있었다.

돌격 명령으로 직선으로 달려오던 방패를 든 헌터를 피해 흑표범이 후미를 향해 달렸다.

이런

퓩퓩퓩

흑표범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흑표범은 화살을 피한 뒤 가장 뒤에 있던 힐러를 덮쳤다.

실...실드

다급하게 실드를 펼쳤지만

흑표범의 앞발 한 방에 쨍그랑 실드가 깨져 버렸다.

안돼!


힐러의 목덜미가 물렸다.

휙휙

흑표범이 두 번 머리를 흔들자 축 늘어져 버리는 힐러.

파티의 힐러가 죽었다.

파티는 고군분투하여 늑대와 흑표범을 상대했다.

어느새 절반의 늑대들을 잡았다.

피를 흘리는 파티원들

정신없이 전투를 벌이고 있던 그때 드루이드가 다시 한번 소환을 일으켰다.


소환되어 나온 것은 고릴라만큼 커다란 크기의 황금색 원숭이

끽끽끼끼끼긱

황금색 원숭이는 끽끽 소리를 내며 파티원에게 다가갔다.

“파이어볼트”

마법사의 파이어볼트가 황금색 원숭이에게 날아갔다.

팍 활활

황금색 원숭이의 팔에 적중한 파이어볼트

파이어볼트는 목표한 바에 적중했지만 큰 데미지를 입히지는 못했다.

40렙 몬스터 두 마리와 샤먼, 몇 마리의 늑대를 상대하기에는 힐러도 없는 30렙 파티원 4명은 너무 지쳤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한 명의 파티원이 더 죽었다.

방패를 든 파티원을 포함한 세 파티원은 피를 흘리며 거칠게 숨을 쉬었다.

그리고 샤먼에 세 번째 소환을 일으켰다.

지친 30렙 헌터 세 명

40렙 몬스터만 세 마리

더 볼 것도 없다.

파티는 전멸했다.


묵묵히 민준을 바라보던 한국대샘이 말했다.

“호오~ 대단한데요”

그제야 나는 정신을 차렸다.

“와 생생하네요”

“벌써 마나를 머리로 보내시고 소질이 있네요. 아주 훌륭합니다.”

나는 이게 뭔지 물었다.

“샘 그런데 이게 뭔가요? 생생하게 눈앞에서 보는 것 같았어요.”

“이게 실력 정석의 특징 중 한 가지입니다. 마나를 활용하면 눈앞에 보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도록 문제를 만들어 놨어요. 민준님은 그동안 마나를 활용하지 못해 그냥 외웠지만 마나를 머리로 보낼 수 있으면 조금 전과 같이 체험하는 듯한 효과를 낼 수 있어요.”

“그렇군요”

한국대 샘은 팔을 걷어붙이고는 다시 이야기했다.

“민준님 마나를 활용하신 것은 훌륭합니다. 하지만 돌격 명령이라니요. 마나를 이용한 시각효과로 보았으니 더 잘 아실 겁니다. 파티는 전멸했어요. 민준님이 명령을 내리는 커맨더의 역할을 담당했다면 방금 다섯 명을 죽인 겁니다.”

그랬다. 흑표범에게 물려 죽은 힐러부터 최후까지 버티다가 목이 달아난 방패 탱커까지 그들의 목숨을 내가 결정 지은 것이다.


“한국대샘. 다시 한번 풀죠.”

“아주 좋은 자세입니다. 안되면 어떻게 한다?”

“될 때까지 한다!”

나는 그렇게 여섯 번, 즉 서른 명의 헌터를 죽였다.


화면이 바뀌자마자 내가 랩처럼 말을 쏟아냈다.

“방패를 든 너는 탱커, 칼을 든 너는 딜러, 화살을 든 너는 궁수, 지팡이든 너는 법사, 후드티는 힐러라 호칭한다. 힐러와 법사를 중심에 두고 탱커가 샤먼 방향으로 선 채로 삼각형 방진을 구축해. 법사는 당장 불의 장막 마법을 뒤쪽에 5m 길이로 펼쳐. 탱커, 딜러, 궁수 수비형으로 버텨.”

화르르

길쭉한 모양으로 불의 장막이 펼쳐졌다.

“불의 장막을 후미로 두고 탱커, 딜러 둘이서 수비해. 법사, 궁수도 2선으로 물러나. 궁수, 법사 함께 한 마리씩 늑대 공격. 지금 딜러 물려는 1시 방향에 늑대 동시 공격해”

딜러를 물려고 달려오는 늑대는 딜러에게 한칼, 화살이 한 발, 파이어 볼트를 한 방을 맞고 죽었다.

“이번엔 탱커 쪽 왼쪽 늑대부터 잡아”

나는 포위를 풀기 위해 한쪽에 불의 장막을 세운 후 늑대를 한 마리씩 차분히 잡아갔다.

다섯 마리의 늑대를 잡자 흑표범이 다가왔다.

“탱커 어그로 스킬 써”

“하앗! 와라”

탱커가 스킬을 사용했다.

탱커가 어그로를 끌자 흑표범이 탱커에게 달려들었다.


흑표범의 공격이 탱커의 방패를 가격했다.

“탱커는 어그로 풀리지 않게 관리하고, 힐러는 탱커 피 안 떨어지게 관리해. 나머지 세 명은 힐러에게 너무 떨어지지 않으면서 늑대 일점사해서 한 마리씩 잡아.”

나는 시간을 쟀다.

“힐러는 탱커 옆에 붙고 전원 흑표범 공격.

궁수 맞았다. 힐러 궁수

딜러 물러나 탱커 전면

6시 늑대

힐러 법사에게 힐

딜러는 흑표범 좌로 돌아 더 돌아 더 더, 찔러!”

흑표범의 배후에서 들어간 찌르기가 흑표범의 갈비뼈를 뚫고 심장에 닿았다.

“힐러 파티원 피통 확인하고 다 모여. 늑대 일점사 3시 늑대부터”

샤먼이 황금 원숭이를 소환했다.

“황금 원숭이 일점사”

황금 원숭이는 소환되자마자 중복되는 공격을 받고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이제 남은 것은 샤먼 한 마리뿐.

샤먼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다.


후. 일곱 번만에 성공했다.

샘이 나를 보며 물었다.

“훌륭합니다. 문제를 풀었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렇게 하면 헌팅의 천재가 될 것만 같았다.

내가 말했다.

“이렇게만 하면 저도 한국대 갈 것 같은데요?”

씨익

한국대 샘이 웃었다.

“지금 푼 것은 실력 정석의 기본유형 문제란 것 아시죠? 이번엔 응용문제도 풀어볼까요?

자. 문제 나갑니다. 가고일에게 한쪽 다리를 물려서 시속 100km로 날아가고 있는데···.”

와 문제 이거 뭐야.


나는 그렇게 오전에는 근육을 찢고, 오후에는 뇌를 절여가며 단련을 했다.

하루

또 하루

한 달

또 한 달

그렇게 3개월이 흘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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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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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트롤킹 21.12.25 141 7 12쪽
19 트롤과 드라마 21.12.24 146 4 11쪽
18 트롤과 방송하기 21.12.23 168 5 12쪽
17 순한 트롤 21.12.22 191 6 12쪽
16 던전 속 트롤 21.12.21 199 7 12쪽
15 솔로잉 21.12.20 208 7 12쪽
14 첫 사냥 21.12.20 208 6 12쪽
13 첫 사냥 21.12.19 217 8 11쪽
12 헌팅 시작 21.12.17 221 8 12쪽
» 성장 21.12.16 233 7 12쪽
10 마나 21.12.15 229 8 12쪽
9 트롤의 마나 21.12.13 242 9 12쪽
8 각오 21.12.13 234 8 12쪽
7 새로운 집 21.12.12 247 8 12쪽
6 근육운동 21.12.11 253 8 12쪽
5 길드 가입 21.12.04 274 7 12쪽
4 쇼케이스 21.12.03 275 9 11쪽
3 각성 테스트 21.12.02 312 8 12쪽
2 트롤 꿈 21.12.02 332 12 11쪽
1 잡아먹히다 21.12.02 400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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