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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님의 서재입니다.

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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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작품등록일 :
2021.12.01 23:58
최근연재일 :
2021.12.25 18:4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731
추천수 :
152
글자수 :
106,668

작성
21.12.02 00:13
조회
331
추천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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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트롤 꿈

DUMMY

쿵짝 쿵쿵 짝

쿵짝 쿵쿵 짝

손과 발을 이용해 리듬을 맞춘다.

둠칫 둠둠칫

우어 우어

마치 동물이 된 것처럼 괴성을 질러본다.

딱히 다른 음악은 들리지 않지만, 손과 발을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입으로 내는 소리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음악이 된다.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들썩들썩 리듬에 몸을 맡긴다.

음. 이렇게 홀로 춤을 춰본 지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나는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 없는 공간에서 홀로 춤추기

이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러다 문득 앞을 보았다.

넓은 초원과 벌판.

이 초원과 벌판을 보고 있으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마음껏 달리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두 발에 힘을 주어 앞으로 달렸다.


주변 사물이 스쳐 지나간다.

나무가 스쳐 지나가고

바위가 스쳐 지나간다.

나는 바위 하나를 힘껏 밟아 뛰어올랐다.

그리고 적당한 나뭇가지 하나를 이어 밟고 또 다른 나뭇가지를 밟았다.

몇 번을 나뭇가지 위에서 뛰어놀다가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휙휙

공중에서 괜히 두 바퀴 돌았다.

바닥에 닿음과 동시에 다시 두 바퀴를 돌고 다시 앞으로 튀어 나가듯 점프를 했다.


어지간한 파쿠르 선수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이 속도

이 점프력

놀라운 몸이다.

빠르게

자유롭게

얼마쯤 달리다 보니 자주 가던 연못이 나왔다.

춤도 추고 뛰어다니다 보니 목이 말랐다.

연못가로 다가갔다.


물을 마시려고 연못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자 연못물 위로 내 얼굴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히죽

내 얼굴을 보며 웃어 보았다.

찢어진 눈, 들창코, 커다란 입에 삐죽삐죽 튀어나온 이빨, 푸른 피부

트롤이다.




눈을 떴다.

꿈이구나.

나는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았다.

자고 일어나서 부스스한 머리

진한 눈썹과 쌍꺼풀 없는 눈매

오뚝한 코와 굳은 입술

약간은 갸름한 얼굴

거친 짐꾼 일을 하다 보니 검게 그을렸던 피부를 제외하곤 외모에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지금 보니 피부는 언제 검게 그을렸냐는 듯이 하얗고 뽀얗다.

세면대 거울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손가락을 하나씩 살펴보고

괜히 옷을 들쳐 몸의 곳곳을 살펴보았다.

꿈에서의 모습이 너무 생생했다. 트롤이 눈으로 본 장면, 트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치 내 몸 같았다.

그래. 괜한 걱정이다.

트롤이라니

내가 트롤이 된 것 같다니

개꿈이다.

아니 트롤꿈인가

거울을 봐라

이렇게 잘생긴 트롤 봤는가?

그래

단지 꿈일 뿐이다.



친구인 동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네몬-

전화기에 네몬이라고 쓰여 있다.

녀석은 얼굴이 참 네모네모하게 생겼다.

그래서 붙인 별명이 ‘네모난 몬스터’

동현이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

여보세요를 다 말하기도 전에 동현이가 욕을 했다.

“야이 XXX xxxxXx x 나는 니 죽을 줄 알았다. 걱정했다 아이가”

욕을 하든, 걱정을 하든 하나만 해줄래?

이 정도 욕을 먹으면 마음 약한 사람은 죽고 싶을지도 모르거든?

“와 전화 안 받았니?”

사투리를 쓰든가 서울말을 하든가 하나만 해줄래?

동현이가 전화를 했었나? 하긴 내가 일주일간 병원에서 정신을 못 차렸으니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 병원에서 일주일간 정신 못 차리고 있었어”

“와 니 간신히 살았구나. 안 그래도 어제 내가 술 한 잔 묵으면서 니 저세상 편하게 가라고 술 한잔 올렸었구만”

아. 나 벌써 제사를 받았었구나.

“레이드는 나가리 났지 니는 연락도 안돼지 아 XX 친구 하나 XXX XXX XXX 됐는 줄 알았다.”

녀석의 욕은 참 찰지다.

“넴”

네모난 몬스터의 줄임말이다.

“와”

녀석도 자신이 넴이라 불리는지 잘 안다.

“너 나중에 순댓국집 해라. 욕쟁이 할아버지 순댓국 이렇게. 잘 될 것 같아.”

“니미 별 쓰잘데 없는 소릴 한다.”

동현이랑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다. 동현이는 고1 때 전학을 왔는데 아직도 사투리를 쓴다. 자기 정체성이라나? 근데 정체성치고는 서울말도 곧잘 한다. 원래 정체성은 변하는 거라나?

동현이도 나랑 비슷한 업계에서 일한다.

몬스터 부산물 매매.

귀하게는 몬스터의 마정석에서부터 몬스터 가죽, 피, 고기, 뼈, 각종 이종 식물들을 취급한다.

동현이가 주로 취급하는 물품은 몬스터 가죽이다. 그래서 나는 니가 몬스턴데 몬스터 가죽을 팔면 어떡하냐고 놀리곤 한다.

뭐 아무튼 동현이는 헌터들도 많이 알고 업계 돌아가는 상황도 빠삭하다.

“동현아.”

“와?”

“안 그래도 레이드 때문에 뭐 좀 물어보려고. 레이드 어떻게 된 거야? 트롤킹 거의 잡지 않았어? 막판에 어떻게 됐는지 기억이 잘 안 나서”

“아주 그냥 개판이지. 그거 때문에 나가리 된 길드 서넛 된다.”

“나가리?”

“그래 트롤킹을 간신히 잡긴 잡았는데 피해가 너무 커. 300명 들어가서 20명 살아 돌아왔다. 이게 말이 성공이지 나가리 아니고 뭐냐”

“트롤킹을 잡긴 잡았구나”

“SL인가 거기 아니면 아마 실패했을 거야. 돌아가는 폼새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거기서 추가로 지원했잖아. 그거 아니면 아마 완전히 실패했지 싶다.”

“SL...”

“근데 킹을 잡긴 잡았는데 점령은 안 하기로 했단다.”

“왜? 아니 킹을 잡았는데 왜 물러나?”

“지키는 건 뭐 쉽냐? 300명 들어가서 20명 나왔으면 물러나는 것이 맞는가도 싶다. SL에서도 길드 장까지 죽고 난리도 아닌갑다. 그래도 뭐 조만간 뭔가 수를 내지 않겄나.”

그렇군.

내가 짐꾼으로 포함되었던 레이드는 킹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거의 전멸했었나 보다.

여기서 레이드 인원으로 세었던 300명에 나는 끼지도 않는다.

헌터 300명

헌터 300명이면 탱크 300대라고 생각하면 쉽다.

아니 헌터들은 탱커, 법사, 딜러, 힐러 등의 역할을 나누니까

실시간으로 고치면서 싸우는 탱크 100대, 비행기 50대, 대포 100문인가?

아무튼 탱크, 비행기, 대포가 수백 대가 포함되었으면 작은 싸움이 아니다.

전쟁이다.

짐꾼 역할을 했던 나는 탱크 속 병사의 가방 정도라고 할까?

어느 전쟁에서도 가방 개수까지 세진 않는다.

동현이와의 통화를 마치고 생각해 보았다.

일주일 만에 정신을 차렸다는데 정말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구나.

추가 지원대가 없었다면 나도 시체가 되었겠지.



드르륵

민아가 방에서 나왔다.

“어 민아야 밥 먹고 학교 가야지.”

“아냐 오빠 오늘 토요일이야. 학교 안 가.”

그렇구나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집에는 우리 둘만 있다.

원래 가족은 네 명이었다. 아빠, 엄마, 나, 민아

아빠는 헌터였다. 어린 시절 나에게 아빠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슈퍼맨이었다. 아빠는 커다랗고 두꺼운 팔뚝으로 나를 장난감처럼 던져주며 놀곤 했었다. 그런데 10년 전 어느 던전에서 실종되었다고 한다.

던전에서의 실종

이게 말이 실종이지 ‘던전에서 실종되었어요’라고 하면 다들 그냥 죽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가족이라서 혹시 모르니, 정말 정말 실낱같을 가능성을 찾아서

나는 헌터 세계를 기웃거렸다.

내가 짐꾼이 된 데에는 그 이유도 있다.

아빠는 어디 갔을까?

정말 죽었을까? 찾을 수는 없을까?

청소년 시절에 내 머릿속에 꽉 찼던 질문이다.

지금은 나도 포기했다.

벌써 10년이다.

물론 내가 짐꾼이 된 이유가 아빠 때문만은 아니다.

엄마

마나 중독

마나 중독은 마나에 노출된 사람이 겪는 중독 증상이다.

대부분 사람은 마나와 무관하게 살아가지만 일부는 마나를 이용해 각성해 능력자가 된다.

또 일부 사람들은 마나가 몸에 이상 현상을 일으켜 몸이 아프기도 하다.

우리 엄마가 그렇다고 한다.

엄마는 몸이 안 좋아진 지 몇 년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조금 힘들고 말았지만

작년부터는 아예 몸을 못 움직여서 병원에 계속 누워만 있다고 한다.

마나 중독은 꽤 흔한 병이고 이미 널리 알려진 치료법도 있다.

아주 옛날엔 마나 중독은 죽는 병이었지만

이제는 관리하는 병으로 바뀐 지도 꽤 되었다고 한다.

포션

마나 중독의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마나 중독 환자는 주기적으로 포션을 마시면 된다.

단지 포션이 비쌀 뿐이었다.

그래서 엄마는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병을 키웠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며칠에 한두 시간 깨어 있을 뿐이라고 한다.

이틀 전 내가 깨어났을 때 민아가 나에게 말했었다.

“사실 엄마한테 오빠가 사고를 당했다는 말도 하지 못했어. 엄마는 아무것도 몰라. 엄마는 병원에 거의 누워있지. 오빠도 일주일을 정신 못 차리고 누워있지. 내가 속이 어땠겠어.”

그래. 중학교 2학년 여자아이에게는 가혹한 일이라 생각한다.

내가 레이드에서 죽어버렸다면 민아는 어떻게 살아갔을까?

민아는 지난 일주일간 그런 상상을 했겠지.

나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

실종된 아빠

병원에 입원한 엄마

여동생

내가 헌터들 짐꾼 역할을 하는 건 단지 아빠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아니다.

현실이다.

엄마는 포션을 주기적으로 공급받지 못하면 안 된다. 병원비는 비싸다.

그렇다고 병원비 때문에 포기할 순 없다.

민아는 사흘이 멀다고 엄마가 입원한 병원에 간다.

엄마는 누워있기 때문에 몸을 자주 주물러주는 것이 좋다면서 꼬박꼬박 간다.

그러다 가끔 정신을 차린 엄마와 대화를 하고 온 날은 그렇게 기분 좋아할 수가 없다.

나는 명문대를 나오지도 않았고, 특별한 자격증도 없다.

몸뚱어리 하나로 포션값을 대려면 헌터들 짐꾼만 한 일자리가 또 없다.

짐꾼은 레이드를 보조하거나 던전을 함께 돌기도 한다.

경력이 많은 짐꾼은 헌터들도 대접을 해준다.

그래봐야 군인들이 들고 다니다가 집어던지는 낡은 수통 취급에서 상자에 넣고 다니는 나침반 정도로 대우가 높아진다는 것이지만 일반인들 월급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짐꾼을 하면서 인맥을 쌓다 보면 동현이처럼 몬스터 부산물 매매하는 쪽과 거래를 할 수도 있다. 정말 재수가 좋아서 함께 던전을 도는 헌터의 마음에 들면 비서나 매니저 역할을 꿰찰 수도 있다.

짐꾼에서 비서나 매니저가 된 경우를 이쪽 업계에서는 신데렐라라고 부른다.

그래. 사실 나는 그렇게 좋게 풀리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는 것 잘 안다.

그렇게 잘 풀리는 경우보다는 그냥 몬스터 밥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잘 안다.

아니면 그냥 그날따라 별 이유 없이 짜증 난 헌터의 화풀이에 반병신 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 또한 잘 안다.

그래도 입 꽉 깨물고 버텨왔다.

달리 방법이 없지 않은가?

참고 버티는 것 말고 방법이 없지 않은가?

그래

별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저 버텨왔다.

그런데

오늘부터는 조금 다를 것도 같다.

나는 내방 침대에 들어와 혼자 앉았다.

잠시 오른손을 쳐다보다가 오른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손을 내렸다.

털썩

책상 위의 책이 무엇인가에 부딪혀 넘어졌다.

다시 한 번 손을 들었다가 다시 손을 휙 내린다.


나는 내 손을 들여다보았다.

이거... 그거 맞겠지?

울컥

기분이 묘한 것이 괜스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런

괜히 쪽팔리게 울 수는 없지.

아무래도 꿈자리가 요상한 것이 트롤 꿈이 대박 로또였나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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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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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트롤킹 21.12.25 141 7 12쪽
19 트롤과 드라마 21.12.24 146 4 11쪽
18 트롤과 방송하기 21.12.23 168 5 12쪽
17 순한 트롤 21.12.22 191 6 12쪽
16 던전 속 트롤 21.12.21 198 7 12쪽
15 솔로잉 21.12.20 207 7 12쪽
14 첫 사냥 21.12.20 208 6 12쪽
13 첫 사냥 21.12.19 217 8 11쪽
12 헌팅 시작 21.12.17 220 8 12쪽
11 성장 21.12.16 232 7 12쪽
10 마나 21.12.15 229 8 12쪽
9 트롤의 마나 21.12.13 242 9 12쪽
8 각오 21.12.13 234 8 12쪽
7 새로운 집 21.12.12 247 8 12쪽
6 근육운동 21.12.11 253 8 12쪽
5 길드 가입 21.12.04 273 7 12쪽
4 쇼케이스 21.12.03 275 9 11쪽
3 각성 테스트 21.12.02 312 8 12쪽
» 트롤 꿈 21.12.02 332 12 11쪽
1 잡아먹히다 21.12.02 400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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