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거네 님의 서재입니다.

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거네
작품등록일 :
2021.12.01 23:58
최근연재일 :
2021.12.25 18:4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728
추천수 :
152
글자수 :
106,668

작성
21.12.20 00:05
조회
207
추천
6
글자
12쪽

첫 사냥

DUMMY

나는 강버스와 한법사를 이끌고 얼마간 이동했다.

조금씩 목적지로 향할수록 몬스터의 향기가 폴폴 피어올랐다.

후각에 집중하니 다른 냄새도 맡아졌다.

물 냄새

물이 있나 보다. 그리고 몬스터도

지금 걷고 있는 곳은 초원에 가까운 형태였지만 이제 머지않아 물과 몬스터가 보이겠지.

나는 그동안 공부했던 물에서 사는 몬스터의 종류를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

뭘까? 리자드맨? 프로그? 아니면 아예 강이나 바다가 나올까?

얼마쯤 이동하는데 강버스가 말했다.

“와 우리 유망주님 말씀이 맞네요. 저기 나가 천지네요. 아주 밭이네요. 밭. 우리 유망주님은 따로 탐지 스킬도 없으시던데 어떻게 저보다 감지 범위가 넓어요? 대단하시네.”

강버스의 칭찬에 내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제가 조금 개 코라서요. 냄새 맡고 찾아가는 중이에요.”

그리고 우리 앞에는 갑작스레 습지가 펼쳐졌다.

물 반 나가 반이다.

한법사가 투덜거렸다.

“아이~ 나 구두 신상이라 물에 젖으면 안 되는데.”


나가

하체는 뱀, 상체는 인간형 몬스터다.

그렇다고 상체가 완전히 인간처럼 생기지는 않았다.

그저 두 팔이 달린 파충류처럼 생겼다.

저 멀리 나가의 모습을 보니 가슴 아래부터 꼬리 끝까지 가로로 줄무늬가 있다.

등 부분과 배 부분의 색이 달랐는데 등 쪽이 더 색이 짙고 질겨 보였다.

팔목 부근에는 뾰족한 돌기가 나 있어서 가까이 가면 긁힐 것 같았다.

얼핏 보아도 여성체와 남성체가 구분이 되었다.

체구가 조금 작아 보이는 것은 암컷

암컷은 머리부터 하체의 중간 정도까지 넓은 갈기가 나 있었다.

손끝은 뾰족하게 할퀴기 좋게 생겼다.

수컷으로 보이는 무리는 암컷보다 상체가 더 발달하였다.

도드라진 가슴근육과 어깨, 광배근

도마뱀 얼굴처럼 생긴 머리에 큰 입.

대부분의 수컷 나가는 입을 벌리고 있는데 뾰족한 이빨이 백여 개는 되어 보였다.



강버스가 말했다.

“우리 유망주님 혼자서는 너무 많아 보이는데 같이 썰죠”

한법사가 말했다.

“그럼 제가 먼저 광역기 날릴 테니 천천히들 잡아보세요.”

한법사가 자세를 잡았다.

한법사는 나직이 속삭였다.

“나를 사랑하고 나의 의지에 이끌린 마나에게 이르나니

그대는 마나의 사역자인 나에게 오라.”


진심 한법사가 노래를 부르는 줄 알았다.

한법사는 살랑살랑한 목소리로 여성 보컬이 나래이션을 하듯 주문을 외웠다.

주문에 맞춰 한법사의 몸 주위로 마나가 휘몰아친다.

“한겨울 시린 동토는 그대의 요람이요

차가운 얼음의 숨결은 그대의 생명”

한법사의 몸 주위를 돌던 마나는 스스로 빛을 내며 다양한 상형 문자를 띤다.

한법사의 몸 주위로 마나가 휘몰아치며 마나에 의한 바람이 팔랑인다.

한법사의 드레스 같은 치마는 마나에 의해 나부끼고 반투명한 망토는 존재감을 내뿜으며 반짝거렸다.

...

긴 주문이 이어진다.

하지만 주문에도 끝이 있는 법

“타오르는 불꽃과 강렬한 열기는 그대의 적

떨리는 마나의 하얀 알갱이여

나는 마나의 이름으로 그대의 시린 영토를 선포하노라.”

순간 반쯤 감겼던 한법사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한법사는 오른발을 살짝 들었다가 큐빅이 알알이 박힌 신상 구두를 땅바닥에 찧으며 외쳤다.


“와이드 아이스 필드”


쩌저저저적

한법사를 중심으로 전방 90도 각도로 얼음 세상이 펼쳐진다.

삽시간에 바뀐 풍경

조금 전까지 땅과 웅덩이가 혼재된 습지의 풍경이 시베리아 동토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래서 다들 마법, 마법 하는구나.

한법사가 말했다.

“훗, 이러면 구두 안 젖겠다.”

나는 마법의 현란함에 취해 멍하니 시베리아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한법사가 이어서 말했다.

“뭣들 하고 있어요? 녹기 전에 뽀개야지.”

나와 강버스가 달려 나갔다.


얼마나 뽀갰을까?

나는 얼음 반 나가 반인 장소에서 나가를 열심히 뽀갰다.

해머질 한 방에 나가 머리통 하나씩 날렸다.

한법사가 고렙인 것이 분명한 게 나가를 너무 단단하지 않게 얼었다.

얼음도 너무 단단하면 부수기 어렵다. 하지만 지나치게 꽝꽝 얼지 않고 부수기 딱 좋은 단단함. 원래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 능력이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렇게 거저먹어도 되나 모르겠다. 내 레벨이 어느 정도 무르익어야 완전체 파티를 이룬다고 하니 줄 때 얼른얼른 받아먹어야겠다. 저들도 내가 성장하길 기다리고 있겠지.

한법사가 얼려주고, 강버스는 나가의 두 팔을 잘라 나에게 토스했다.

나는 꽁꽁 언 참치를 해체하는 요리사가 된 기분으로 정성껏 나가 머리통을 해체해 나갔다.


사냥이라기보다는 해체작업

온종일 나가 머리 분리 작업이 이루어졌다.

하도 많이 분리해서 이제 요령이 붙기 시작했다.

얼음 나가를 세워둔 채 그냥 해머를 휘두르면 머리통이 분리되지 않고 멀리 튕겨 날아가는 경우가 생긴다.

귀찮더라도 나가가 날아가지 않게 바닥에 눕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가 머리통을 적당한 힘으로 통하고 치면

서 있던 나가는 벌러덩 자빠진다.

그러면 그 위로 두 손으로 잡고 내리치는 나의 해머

방패는 등에 묶어두고 안 쓴 지 오래다.


그때 다른 나가보다 두 배는 더 큰 나가가 나왔다.

생긴 모양은 암컷으로 보이는데도 수컷보다 압도적으로 큰 덩치

온몸이 은빛인 나가였다.

은빛 나가는 팔이 네 개 달렸다. 머리에는 뱀이 여러 마리가 살아 움직이는 것이 꼭 메두사 같았다.

그리고 조금은 인간과 비슷한 얼굴

다른 파충류 같은 나가들보다는 인간의 얼굴에 가깝다는 말이다.

은색 얼굴이 살아있는 시체처럼 보였다.

그리고 군데군데 몸을 치장하는 장신구를 걸쳤다.

금속 재질의 장신구가 반짝인다.

강버스가 말했다.

“포이즌 나가네. 저거 힘은 그저 그런데 독이 제법 독해.”

한법사가 말했다.

“어때요? 유망주님. 저거 잡으면 오늘 사냥도 끝날 것 같은데 막판 한 번 붙어 볼래요?”

마다할 필요는 없지.

“안 그래도 두 분 덕분에 이유식 먹는 기분이었는데 오늘 끝나기 전에 매운맛도 한 번 봐야죠.”

나는 등 뒤에서 방패를 꺼내 왼손에 착용했다.

그리고 포이즌 나가에게 달려갔다.

내가 달려들자 나가의 입에서는 모락모락 보라색 연기가 피어났다.

나는 그 연기를 무시하고 나가의 머리를 향해 해머를 휘둘렀다.


나가는 한 손을 들어 해머를 비껴냈다.

나가의 머리에 있던 뱀이 나를 노렸다.

나는 얼른 뒤로 물러났다.


나가의 입에서 보라색 연기가 더욱 진하게 뿜어져 나왔다.

가까이 가면 머리의 뱀이 나를 노리고, 조금 멀어지면 모락모락 보라색 연기가 다가온다.


보라색 연기가 코로 들어온다.

코가 뻥 뚫린다.

초밥 먹을 때 와사비 한 덩이를 씹은 느낌.

매콤하고 알싸하다.

그런데···.

마실만 한데?

나는 이게 독인지 향신료인지 헷갈렸다.

잠깐 고민 후 나는 독을 무시하고 해머질을 했다.


몸통에 적중했다.

이거지


나가 머리의 뱀 한 마리가 내 오른손등을 무는 데 성공했다.

나는 오른손을 뒤로 당겼다.

뱀의 이빨이 뽑혔다.

한 스텝 뒤로 물러났다.

혹시 독이 치명적일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가는 독을 주입하는 데 성공했다는 듯 의기양양했다.

오른 손목을 돌려보았다.

스르륵

뱀 이빨 자국이 사라졌다.

이빨 자국 주변 피부가 보라색으로 1초쯤 머물다가 원래 색을 되찾았다.

내가 손등을 포이즌 나가에게 보여주었다.

당황하는 포이즌 나가

내가 나가를 향해 말했다.

“포이즌 나가에서 포이즌을 빼면 그냥 나가리여”

포이즌 나가는 마치 내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눈동자가 흔들리던 횟수만큼 해머질을 하자 포이즌 나가가 혀를 빼물고 죽었다.

포이즌 나가는 죽고나서 귀환석을 떨구었다.

강버스와 한법사가 다가왔다.

강버스가 말했다.

“여~ 고생했어. 귀환석도 나왔는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한법사가 말했다.

“그래요. 종일 뱀을 잡았더니 피곤하네. 아 맞다 오늘 우리 유망주님께서 쏜다고 하지 않았나요?”

나는 기분 좋게 말했다.

“넵, 모시겠습니다.”

내가 귀환석을 깼다.

귀환 포탈이 생성되었다.


내가 첫 사냥 턱을 낸다고 하자 매니저는 괜찮은 장소가 있다며 차를 몰았다.

던전은 셋이서 돌았지만, 회식 장소에는 여러 명이 갔다.

나만 해도 매니저가 있었고 강버스와 한법사에게는 더 여러 명의 인원이 따라붙었다. 한법사의 경우는 운전 전담인 로드매니저에 스타일리스트가 함께 회식에 참여했다. 원래는 매니저가 따로 있고 메이크업 담당, 헤어 담당에, 스타일리스트는 더 여러 명이라고 한다.

화기애애한 회식 자리

한법사가 말했다.

“민준씨”

“넵”

“우리 딱딱하게 말하지 말고 말 편하게 하면 어떨까?”

“아 말을 놓자는 말씀이시죠?”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아까 사냥할 때 분명히 나보고 오빠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말을 놓자는 건가?

에이 그까짓 것 고렙 여동생이랑 말 좀 놓을 수도 있지.

나는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럼 그러···.”

그때 강버스가 어이 없다는 듯이 한마디 하려했다.

“아니 이게 뭔 개소ㄹ...”

그 순간 한법사가 마법을 썼다.

“비 뮤트”

강버스의 입이 막혔다.

“읍... 읍읍...읍읍읍...읍읍읍읍읍읍”

한법사는 강버스의 입을 막아버리고는 나를 보며 씩 웃었다.

“우리 말 트는 것 괜찮지?”

강버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한법사의 마법으로 말이 안나오자 얼굴이 벌게졌다.

강버스는 안되겠는지 얼굴을 찌푸리더니 단전에서부터 마나를 일으켰다.

어이

이사람들아 여기서 뭐하는거지? 건물 박살낼 일 있나?

내가 서둘러 말했다.

“진정하세요. 아무래도 오늘 처음 사냥했는데 우리 더 친해지면 말 트도록 해요. 한법사님, 강딜러님 그게 좋을 것 같아요.”


마나가 넘치는 회식 자리가 끝났다.

나는 신입답게 강버스님과 한법사님이 차를 타고 가실 때까지 배웅했다.

두 분 팀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와 재훈 매니저만 남았다.

매니저에게 물었다.

“저 내일부터 뭐하죠?”

“4일간 휴식입니다.”

“4일 동안이요?”

“네”

이상했다.

“왜 4일동안 쉬어요?”

“그야 휴식이 필요하니까요. 신체적으로도 휴식이 필요하고 법사계열들은 마나도 회복될 시간이 필요하죠. 마법사님들께서 큰 마법 쓰실 때는 보통 메모라이즈를 해두시는데 그런 스킬들 다 썼으면 그것도 다시 다 채워야 해서 매일 하기는 어려워요. 그리고 민준 헌터님도 오늘 반납한 장비들 보니까 갑옷이 많이 상했어요. 그런 것 교체나 수리할 시간도 필요하죠. 야구선수들을 보아도 투수 같은 경우 하루 던졌으면 4일에서 5일정도는 휴식을 주잖아요.”

그래? 4일을 휴식하는게 국룰이구나.

“헌터님, 게다가 다른 분들도 각자의 스케쥴이 있으십니다. 강준 딜러님께서는 길드에서 부장급 멤버이셔 길드 업무도 해야 하실거에요. 한나리 마법사님께서는 모델 활동도 겸하고 계세요. 패션쪽에서는 나름 인지도가 있으세요. 마법 쓰면서 화보촬영하고 그러시죠. 얼음공주라고 유명합니다. 다들 투잡은 기본이니까요.”

그렇구나.

나만 먹방하느라 투잡인줄 알았는데 다들 바쁘게들 사는구나.

그런데 내가 꼭 휴식이 필요할까?

내가?

회복과 재생이 맥스인 내가?

내가 말했다.

“매니저님 그런데 저는 솔직히 바쁜 일도 없는데 던전 계속 돌면 안될까요? 혼자라서 불안하면 던전 등급을 낮추면 되잖아요.”

내가 눈으로 물었다.

콜?

매니저는 니가 그럼 그렇지 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면 내일 오후부터 하시죠. 길드에 문의해서 솔로 던전 적당한 것좀 알아볼게요. 그리고 솔플은 포션을 넉넉히 챙겨서 해요. 긴급탈출 아이템도 있어야 하구요. 오늘 민준 헌터님 갑옷도 다른 것으로 바꾸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요.”

“그렇군요. 늘 감사해요.”

그리고 매니저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문득 아까 사건이 떠올라 물었다.

“아 맞다. 매니저님 그런데 한나리 마법사님은 몇 살이세요?”

“제가 알고 있기로는 서른 네 살이십니다.”

헐.

당황스럽다.

나 스물 둘인데

띠동갑이었어?

그런데 왜 나한테 말을 놓자고 한 거지? 오빠는 또 뭐고?

차에 에어컨을 틀었나? 얼음공주를 떠올리자 왠지 조금 추워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합니다. +1 22.01.08 116 0 -
20 트롤킹 21.12.25 141 7 12쪽
19 트롤과 드라마 21.12.24 145 4 11쪽
18 트롤과 방송하기 21.12.23 168 5 12쪽
17 순한 트롤 21.12.22 191 6 12쪽
16 던전 속 트롤 21.12.21 198 7 12쪽
15 솔로잉 21.12.20 207 7 12쪽
» 첫 사냥 21.12.20 208 6 12쪽
13 첫 사냥 21.12.19 217 8 11쪽
12 헌팅 시작 21.12.17 220 8 12쪽
11 성장 21.12.16 232 7 12쪽
10 마나 21.12.15 228 8 12쪽
9 트롤의 마나 21.12.13 242 9 12쪽
8 각오 21.12.13 234 8 12쪽
7 새로운 집 21.12.12 247 8 12쪽
6 근육운동 21.12.11 253 8 12쪽
5 길드 가입 21.12.04 273 7 12쪽
4 쇼케이스 21.12.03 275 9 11쪽
3 각성 테스트 21.12.02 312 8 12쪽
2 트롤 꿈 21.12.02 331 12 11쪽
1 잡아먹히다 21.12.02 400 1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