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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님의 서재입니다.

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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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네
작품등록일 :
2021.12.01 23:58
최근연재일 :
2021.12.25 18:46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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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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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글자수 :
106,668

작성
21.12.2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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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순한 트롤

DUMMY

오크들을 다 마무리 했다.

이제 던전을 나가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하...

고민이다.

얘를 어떻게 해야 하나?

내 눈앞에 트롤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거리고 있다.

저 파란 피부에 대머리, 내 머리통 정도는 한입에 쏙 들어갈 것 같이 큰 입, 어으 저 이빨 좀 봐 저게 다 몇 개야.

그런데 이렇게 앉아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니 어째 귀여워 보이기도 한다.

트롤이 귀여워 보인다니.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다 이상하다. 익숙해져서 그런가?

그런데 널 어쩌면 좋니?

얠 데리고 나가야 해? 말아야 해?

고민해봐야 답이 없다.

일단 귀환석을 깼다.

콰직

촤앙

일렁거리는 포탈이 생성되었다.

음. 저 머리카락이 하늘거리는 듯한 푸르스름한 테두리는 언제 봐도 신비롭다.

이거 포탈에서 머리만도 나가지나 보자.

머리만 삐죽 포탈 입구에 내밀어 보았다.

되나?

밖이 보인다.

나는 포탈 입구에 머리만 내민 채 매니저를 불러 보았다.

“이재훈 매니저님~~~”

반응이 없어서 성대에 마나를 두르고 불러 보았다.

레이드에서 수백을 지휘하던 커맨더들의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부르는 것처럼 또렷했었는데 그런 목소리가 어떻게 나는 건지 이제 알겠다.

“이재훈 매니저님~~~”

와 맘먹고 소리 지르니 엄청나게 크다.

동네가 떠들썩하다.

이 근처에 있으면 못 들을 수가 없을걸

“네. 갑니다.”

저쪽에서 매니저가 달려왔다.

매니저는 머리만 내밀고 있는 나를 보며 잠시 놀란 듯 보였다.

“아니 헌터님 왜 그러고 계세요?”

나는 자세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 제가 트롤을 잡았거든요.”

“그런데요? 뭐 좋은 게 떨어졌나요?”

내가 트롤을 잡았다고 하자 매니저는 반색했다.

그런데 매니저는 당연히 트롤을 죽였다는 말로 이해한 것 같았다.

“아니요. 매니저님 그러니까 제가 트롤을 생포했어요. 그래서 트롤을 밖으로 데려갈까 해서요.”

매니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이고 안 됩니다. 큰일 나요. 아시다시피 트롤 피가 포션 원료이기 때문에 트롤을 생포해서 사육해보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트롤 사육은 어렵습니다. 몬스터는 통제가 안 돼서 데려오면 보통 스스로 죽거나 죽여요. 정말 죽을 때까지 난리를 치거든요. 아니면 계속 마법 걸어서 통제해야 하는데 트롤은 저항력이 세서 슬립 마법도 잘 안 먹어요. 적어도 100렙 이상 마법사 두 명이 교대로 끼고 있어야 해요. 마정석 감옥에 보관할 수도 있지만 트롤 한 마리 가두자고 마정석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 수지가 안 맞죠. 트롤을 생포하신 건 대단하시지만 그 트롤을 사육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에요.”

트롤을 포획할 수는 있지만 사육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 트롤 피가 비싸지만 사육하는 데는 더 많은 돈이 든다 이건가? 결국 다 돈이군.

매니저가 말했다.

“헌터님께서는 아쉽겠지만 트롤을 데리고 나오는 그것은 무리예요. 지금 당장 트롤을 운반할 수송차량도 없어요. 던전 내에서는 트롤을 사냥하면 좋고 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여기서 놓치기라도 하면 큰일 나요. 뉴스에 날 정도로 큰 사고라고요.”

내가 물었다.

“그럼 트롤이 얌전히만 있으면 괜찮은 거네요?”

매니저가 말했다.

“얌전한 몬스터라니요.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내가 말했다.

“우리 트롤은 순해요.”



결국 나는 트롤이 순하다는 것을 검증하기로 했다.

믿기 어려울 수 있지.

얘를 버리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던전 밖으로 데리고 가면 완전 민폐남 되는 것이겠지.

하기야 아까 내가 작전을 시킨 것도 처음에는 잘하다가도 몇 대 맞으니까 눈 돌아가더라

나한테는 굽신굽신하다가 몰래 일반인이라도 잡아먹으면 어우야. 끔찍하다.

그래도 나는 트롤이 순하다는 것을, 적어도 내 말은 잘 듣는다는 것을 검증하기로 했다.

뭐 정 안되면 목에다가 줄이라도 묶어서 데리고 다니면 안 될까?

일단 집단 지성의 힘을 빌어보기로 했다.

나는 매니저가 또 우리 집단 지성님들을 부르는 동안 던전에 있었다.

음. 어쩐다...

트롤을 잘 보여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저기 하품을 쩍하니 하고 있는 트롤을 보았다.

“동생아”

트롤이 나를 쳐다봤다.

“내가 수신호 몇 가지만 알려줄게.”



얼마쯤 기다리니 세 명이 던전 안으로 들어왔다.

매니저, 한나리 마법사, 한국대샘.

내가 반갑게 인사했다.

“어서 와요. 샘, 한법사님. 저 때문에 오셔서 죄송하고 감사하네요.”

한법사가 말했다.

“호호 여기 뭐 재밌는 것 있다고 해서 와봤어.”

한국대샘이 말했다.

“순한 트롤이 있다고 해서 와봤습니다. 새끼인가요? 저기 저 트롤인가요? 성체로 보이는데 순한가요? 오호. 그러고 보니 저희가 왔는데도 경계를 하지 않고 있군요. 흥미롭네요.”

내가 말했다.

“저 그럼 제가 몇 가지 좀 보여드릴게요”

나는 트롤을 마주 보았다.

트롤을 향해 손바닥을 보이며 말했다.

“앉아”

트롤이 쪼그려 앉았다.

음. 좋아 잘하고 있어.

힐끔

사람들을 보니 흥미가 동한 듯하다.

손을 위로 들었다.

“일어서”

트롤이 일어나서 차렷 자세를 취했다.

손바닥을 엎었다.

“엎드려”

트롤이 엎드렸다.

“일어서”,“앉아”,“일어서”,“엎드려”,“일어서”

나는 손가락으로 총을 만들어 트롤을 향해 쐈다.

“빵야”

트롤이 칵 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가슴에 두 손을 붙이며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한 손을 천천히 나를 향해 뻗으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천천히 옆으로 스르륵 쓰러졌다. 오호 아까보다 더 잘하는데? 물이 올랐어.

짝짝짝

박수가 절로 나왔다.

“브라보. 이건 또 뭐야. 자기야 저 트롤은 뭐야? 나 사실 자기 보러 왔는데 이거 대박이네”

한법사님이 은근슬쩍 나를 자기라 부르며 말했다.

한국대샘이 말했다.

“그러게요. 저희가 전문 탱커냐 아니면 딜탱이냐를 고민했는데 트롤을 부리다니요. 이거 테이머 테크인가요? 탱커 겸 테이머면 탱테? 테탱? 뭐라고 부를까요? 신박한 조합이네요. 어떤 식으로 훈련한 거죠? 테이밍 스킬을 얻으셨나요?”

“아니요. 그냥...”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꿈에서 어학연수를 갔었다고 해야 하나?

자꾸 들으면 귀가 뚫린다고 말해야 할까?

“음 뭐 그냥 대화가 통하던데요. 보세요.”

나는 우리말과 트롤의 언어를 순서대로 말했다.

“이리와봐. 카라락”

트롤이 다가왔다.

“왼손 들어. 카라라각”

트롤이 왼손을 들었다.

“오른손 들어. 콰라라각”

트롤이 오른손을 들었다.

“왼손 들지 말고 오른손 들지 마. 카카라락 콰롸라락”

트롤이 움찔움찔 손을 들려고 하다가 간신히 참았다.

나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보셨죠?”



만장일치로 트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물론 안전을 위해 내가 항상 붙어 있기로 했다.

한국대샘과는 트롤말 사전을 만들기로 했는데 음···. 천천히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트롤이 지낼 곳도 알아봐달라고 했다.

집에서 기를 수도 없고 어디 사육장에 넣으면 다 때려 부수지는 않으려나 모르겠다.

지난번 헌터 협회에서는 몬스터들도 기르던데 협회에 두고 기를까?

아니다. 거기는 연구용으로 기르는 거라고 했다.

연구원들이 달려들어서 매일 가르고 찢을게 눈에 선하다.

생체 실험을 너무 많이 당해 원망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트롤이 떠오른다.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트롤을 차에 욱여넣었다. 시트 젖히고 들어가면 된다. 밴인데

나는 엄마에게 톡을 했다. 아무래도 얠 데리고 집으로 가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엄마 며칠간 못 들어갈 것 같아요.

-바쁜 일 있니?

-네. 일이 좀 있어서 길드에서 숙식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래 고생하네. 밥 잘 먹고 따뜻한 데서 자렴.


트롤은 당분간 길드 훈련장에 두기로 했다.

훈련장은 고렙들의 연습도 버틸 수 있게 공간도 제법 넓고 튼튼히 만들어졌다고 한다.

잠금장치까지 하면 트롤 한 마리가 부수고 나올 수 없을 거라고 한다.

일단 차를 타고 길드 훈련장으로 향했다.

밴을 타고 가던 중 창 밖을 보다가 매니저에게 말했다.

“매니저님”

“네 헌터님”

“아무래도 모르는 사람들이 트롤을 보면 위협감을 느낄 수 있잖아요. 어쩌면 고렙 헌터가 잘 모르고 죽일 수도 있고요”

“물론이죠”

“저기 옷가게들이 몇 군데 보이는데 트롤에게 뭔가 옷을 입히면 어떨까요? 주인이 있는 트롤임을 보여주려면 뭔가 입혀놓으면 확실할 것 같아요.”

매니저는 잠깐 생각하더니 좋다고 했다.

그런데 길가의 옷가게에 들러본 매니저는 트롤 크기에 맞는 옷이 없다고 했다.

그래. 대충 봐도 2m가 훌쩍 넘는다. 우리는 이태원으로 갔다. 옷은 매니저가 사 왔다. 톡으로 매니저가 옷 사진을 찍어 보내면 내가 트롤과 함께 골랐다.

길가에 서 있는 밴에서 트롤과 함께 매니저를 기다렸다.

썬팅이 짙게 된 밴의 창문은 거울처럼 얼굴을 반사한다. 그래서 가끔 자기 얼굴을 비춰보는 사람들이 있다.

힐끔. 저 여자는 자기 얼굴과 옷차림을 확인한 거지만 트롤 입장에서는 눈을 바라보는 것 같다.

안돼. 기다려

청반바지에 노란색 티셔츠

트롤에게 입힌 옷이다.

노란색이 왠지 어린이 느낌을 줘서 귀엽게 잘 봐달라는 의미로 입혔다.

길드 훈련장에 도착했다.

훈련장에 도착하니 몇몇 사람들이 소식을 듣고 구경하러 왔다.

나는 앉아, 일어서, 엎드려, 빵야를 보여주었다.

역시 옷을 입혀놓으니 사람들이 훨씬 친근하게 다가왔다.

역시 트롤도 옷빨이다.

한법사님은 SNS에 올려야 한다면서 커다란 카메라를 멘 사진기사와 함께 다시 오셨고 미녀와 야수 컨셉을 찍기 위해 수백 장의 사진을 찍고 가셨다.

스마트폰으로 한법사님의 SNS에 들어가봤는데 트롤의 야만적인 얼굴과 한법사님의 뭔가 애절한 얼굴이 교차되며 그럴듯하게 나왔다.

얼떨결에 동네 구경거리가 되니 정신적으로 피곤하다.

밥이나 먹어야겠다.

중식을 먹을까? 피자치킨으로 갈까? 아니면 둘 다.

트롤을 보았다.

아 맞다.

내 생각만 했네.

쟨 뭐 먹으려나.

음...

일단 내가 먹을 것 100인분이랑 돼지 반 마리짜리 두 개를 주문했다.

정육점에 바로 전화하니 배달도 된다고 했다.

배달료가 따로 붙기는 하지만 참 편하고 좋다.

얼마간 기다리니 멀리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

일렬로 줄지어 들어오는 오토바이.

저게 다 나와 트롤의 먹을 것을 싣고 오는 거겠지.

자 맛있게 먹자.

아 참.

먹기 전에 캠을 켰다.

밥값은 벌어야지.

방제는 ‘야식’

-준하

-주니하

-오늘 메뉴는 뭔가요?

-반가워요~

많은 사람들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녁이 조금 늦었습니다. 제가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요. 그래서 오늘은 야식이에요. 설명은 여기까지. 일단 먹겠습니다.”

-ㅋㅋㅋ 닥치고 먹기

-이렇게 닥치고 먹는 것 너무 좋아용

-닥먹

-치킨도 있으니까 닭먹

-닭먹을 닥먹

-자자 양손으로 먹어야지 어디 한 손으로만 먹냐

한참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 물었다.

-그런데 저 뒤쪽에는 누구죠?

-그러게 누가 있네. 노랑이

-어? 좀 이상한데?

-뭐지?

-뭐지?

-쟨 뭐에요?

한참 먹느라 바빴는데 채팅창이 물음표로 도배가 되어 있다.

“아 제 동생이에요.”

나는 트롤을 가까이 불렀다.

-꺅 트롤이다

-몬스터다

-준님이 식재료인건가요?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어휴.

오늘 앉아, 일어서를 지겹게 시켰는데 여기서도 또 해야 하는건가?

-트롤헌터님께서 2만 코인을 선물하셨습니다.

-트롤먹방님께서 10만 코인을 선물하셨습니다.

...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얼마나 됐다고 프로정신을 잊은 건가? 고객님들을 앞두고 귀찮아하다니

내가 말했다.

“여러분~ 우리 청기 백기 게임 한 판 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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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킹의 능력을 얻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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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트롤킹 21.12.25 141 7 12쪽
19 트롤과 드라마 21.12.24 145 4 11쪽
18 트롤과 방송하기 21.12.23 167 5 12쪽
» 순한 트롤 21.12.22 191 6 12쪽
16 던전 속 트롤 21.12.21 198 7 12쪽
15 솔로잉 21.12.20 207 7 12쪽
14 첫 사냥 21.12.20 207 6 12쪽
13 첫 사냥 21.12.19 217 8 11쪽
12 헌팅 시작 21.12.17 220 8 12쪽
11 성장 21.12.16 232 7 12쪽
10 마나 21.12.15 228 8 12쪽
9 트롤의 마나 21.12.13 242 9 12쪽
8 각오 21.12.13 234 8 12쪽
7 새로운 집 21.12.12 246 8 12쪽
6 근육운동 21.12.11 253 8 12쪽
5 길드 가입 21.12.04 273 7 12쪽
4 쇼케이스 21.12.03 275 9 11쪽
3 각성 테스트 21.12.02 312 8 12쪽
2 트롤 꿈 21.12.02 331 12 11쪽
1 잡아먹히다 21.12.02 400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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