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55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8.12.12 06:00
조회
179
추천
1
글자
12쪽

112.포로생활(3)-도망

DUMMY

[1619년 7월 조선 장수와 군졸들 중에 도망가는 자들이 생겨났다. 적절한 틈을 봐서 도망갔거나 누르하치가 흥경노성에서 자편성으로 수도를 옮기는 과정에서 도망간 자들이 많았다. 조선에서는 같은 해 말까지 후금과의 관계에 대해 강경론이 우세했다.]


“쳇, 머리가 이게 뭐람. 대부분은 대머리고 뒤에 조그맣게 머리를 꽈?”

“그러게, 일본에서도 이렇게 극단적인 머리를 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말이야.”

〖어떠냐? 조선의 상투보다 우리 민족의 변발이 훨씬 깔끔하고 시원하지?〗

“어이구, 시원하기는 개뿔. 도대체 세상 어느 사람이 이렇게 바보같이 머리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마루는 머리를 박박 깎아준 집주인 아들을 비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습을 본 집주인 아들은 또 변발로 빡빡 머리카락을 밀어준 것이 좋다는 줄 알고 기분좋아했다.


당시 포로로 붙잡힌 조선백성들의 상투를 자르고 여진족처럼 머리를 밀은 다음에 변발을 하도록 만들었다. 하루와 마루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도 집주인과 집주인 아들의 손에 붙잡혀 여름이라고 다시 한 번 머리를 빡빡 밀게 되었다.


“그래도 머리를 완전히 밀어버리니까 상투를 틀을 때 보다는 덜 더운 걸?”

“그럼 뭐해? 봤을 때 거지같이 보이는데? 너는 이런 머리가 마음에 들어?”

“아니, 당연히 바보 같지! 푸하하하! 그나저나 마루 너 변발을 하니까 완전 바보 멍청히 같아!”

“뭐야? 하루 너도 만만치 않게 멍텅구리 같아 보이거든!”


하루와 마루는 변발이 돼서 까끌까끌 해진 머리를 만지면서 서로가 서로를 놀리며 웃었다. 그렇게 변발이 된 채로 마당에서 주인 놈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찰나였다.


〖아이고, 잘 지냈는가? 우리 오랜만에 사냥이나 나가지 않겠나?〗

〖사냥? 그거 좋지. 가는 김에 우리 조선 노예들도 사냥장비를 나르는데 쓰도록 하지. 잠시만 기다려봐 내가 조선 놈들에게 사냥준비를 하라 할 테니 말이야.〗

〖자네 지금 미쳤나? 그 소리 못 들었나? 저번 달에 이응복이라는 조선인이 우리 금나라 여인을 겁탈하고 도망쳤다고 하지 않나? 며칠 전에도 또 다른 조선 놈이 도망을 갔고.〗

〖에이, 걱정하지 마. 저 놈들은 겁쟁이들이라 도망칠 거 생각도 못하니까? 아이 그렇다고 그 무거운 활과 화살 보따리 들을 우리가 다 들고 가나? 저렇게 편한 종들이 있는데?〗

〖만약 저 놈들이 도망가도 나는 책임 못 져?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말라고?〗

〖걱정하지 마. 안 그래도 최근에 폐하께서 자편성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조선 장수들을 다 옮겼고 말 안 듣는 조선포로 50명을 처참하게 죽여서 조선포로 놈들 겁먹어서 더 이상 도망가는 거 꿈도 못 꾸고 있을 테니 말이야.〗


명나라의 영토를 계속 공격하고 점령하고 있던 여진족은 금나라의 수도를 흥경노성에서 저편성으로 옮기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 해 7월 철령을 정복하기 전부터 누르하치는 저편성으로 수도를 옮기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조선포로들 특히 도원수 강홍립을 비롯한 장수들을 저편성으로 함께 옮기고자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도원수와 부원수의 수행원격인 조선포로들이 누르하치에 맘에 들지 않게 행동을 하자 누르하치는 기병을 이용해서 50명의 조선포로들을 잔인하게 줄로 매달고 끌고 다녀서 죽여 버렸다.


누르하치가 조선포로를 잔인하게 죽인 데에는 과거 이응복과 같이 여진족 여인을 겁탈하고 도망한 포로들과 더불어 계속해서 금나라부락에서 빠져나가는 조선포로들 때문에 겁을 주어 경고하기위해서 행했을 지도 모른다.


〖오랜만의 사냥이다! 활과 화살을 챙기고 사냥에 나설 준비를 해라!〗

“예, 알겠습니다.”


하루와 마루가 모시는 여진족 집주인은 오랜만에 동네 친구와 함께 사냥을 나가려 했다. 하루와 마루는 방금 대충 만주어를 해석해서 들어본 결과에 놀라며 소곤소곤 무언가를 의논했다.


“방금 전에 오랑캐 놈들이 했던 말 들었어?”

“응! 분명히 조선포로들이 계속해서 도망치고 있다 그랬지?”

“우리도 이번 기회에 도망가는 게 어떨까? 이렇게 마을을 떠나서 숲속으로 가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잖아?”

“흠, 우리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에이, 당연하지? 나랑 하루가 지금까지 실패했던 작전이 뭐가 있냐? 깊은 숲속에 들어가서 저 집주인 놈이 사냥을 시작하려고 할 때, 저 오랑캐 몸에 화살을 꼽고 멀리 도망치는 거야!”

“쟤들은 말을 타고 있는데 우리가 과연 성공적으로 도망칠 수 있을까?”

“이거 내가 알던 하루가 아닌데? 그럼 곧바로 말의 목에다가도 화살을 꼽으면 되지! 우리 둘이 동시에 오랑캐 놈들을 제압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야!”


하루와 마루는 소곤거리며 서로 탈출할 계획을 꾸몄다.


〖뭐하냐? 우리는 준비 다 끝났는데?〗

“예, 갑니다요.”


사냥을 나설 준비가 끝난 집주인은 하루와 마루에게 사냥준비를 서두르라고 눈초리를 줬다. 하루와 마루는 서둘러 사냥에 필요한 활과 화살이 잔뜩 담긴 화살통 그리고 사냥한 짐승을 잡아올 끈과 보자기를 준비했다.


〖자, 준비 다 끝났네. 그리고 이쪽은 평소에도 얼굴은 봤겠지만 우리 조선 종놈들이지. 내 친구한테 인사드려라!〗

“안녕하세요.”

“만나 뵈서 반갑습니다.”

〖오호, 자네 말이 맞는 거 같군. 이렇게 예의바른 조선포로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 같아.〗

〖내가 뭐라고 했나? 물론 얘들도 처음에는 말 엄청 안 들었는데 날이 갈수록 순진해지고 시키는 일을 곧 잘하더라고?〗

〖아무튼 이제 출발하지. 어디로 갈 텐가? 허투알라(흥경노성) 동쪽으로 가지! 그쪽에 요즘 호랑이가 나타난 다는 소문이 있더군?〗

〖오호! 호랑이 사냥이라! 이거 완전 흥미진진한 사냥이 되겠는 걸?〗


집주인과 집주인의 친구는 서로 말을 타며 흥경노성의 동쪽을 향해 이동을 했다. 활을 들고 말을 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딱 봐도 만주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구불구불 점점 험해지는 길을 따라서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여름이라 그런지 지난번 전투일 때보다 나무들이 우거지게 자라 있었다. 언제 사슴이 튀어나오고 호랑이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대자연의 영역으로 하루와 마루는 집주인과 그의 친구를 따라 들어갔다.


〖이야, 이거 예전에 사냥 나왔을 때보다 숲이 많이 우거졌네.〗

〖오늘 반드시 호랑이를 잡아서 가죽을 벗겨서 멋진 호랑이 옷을 입어보자고!〗

〖이 사람아 호랑이는커녕 까투리 한 마리도 못 잡고 돌아가지나 말게!〗


어느 정도 깊은 숲속에 들어오자 집주인과 그의 친구는 점점 속력을 줄여나가며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사냥감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던 중.

부스럭! 부스럭!


〖사슴이다! 빨리 빨리 화살을 주거라!〗


갑자기 사슴이 나타났고 재빨리 화살을 쏘기 위해 묵직한 화살통을 들고 있는 하루와 마루에게 손짓을 했다. 하루와 마루는 서로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곧바로 방금 전에 얘기한 작전에 돌입했다.


「이야! 이 나쁜 주인 놈아!」

“죽어 이 오랑캐 녀석들아!”

〖크흑! 너희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컥! 커헉... 으어...〗


화살을 건네 달라고 했는데 그 화살이 자신들의 배와 허벅지에 꽂히게 되었다. 마루는 집주인의 옆구리 깊숙이 화살을 꽂았고 아직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있던 하루는 집주인 친구의 오른쪽 허벅지에 손가락 2마디가 넘는 깊이로 화살을 찔러 넣었다.


〖이보게! 정신 차리게! 네 이 조선 놈들을 그냥! 가만두지 않겠다!〗

“하루야 빨리 말에 화살밖아!”

“알았어! 이얍!”


히히히이잉! 키히히이잉!


허벅지에 화살이 박힌 집주인 친구가 금방이라도 죽일 눈빛으로 하루와 마루를 바라보았다. 불긴한 낌새를 느낀 하루와 마루는 그 즉시 화살 두세 개를 집어 들어 말의 목에 꽂아버린 뒤 도망치기 시작했다.


화살이 박힌 말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하루와 마루는 화살통을 들은 채로 재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말은 넘어졌고 그 말 위에 타고 있던 집주인과 그의 친구는 땅에 몸을 찧었다.


〖커헙! 커허어어.〗

〖이! 조선 놈들은 그냥! 끄읍! 끄아아악!〗


옆구리에 화살이 박힌 집주인은 동공이 풀렸고 맥이 점점 빠져나갔다. 친구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난 집주인의 친구는 자신의 무릎에 박힌 화살을 뽑은 다음 도망가는 하루를 향해서 저격을 했다.


강하게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놓았고 저 멀리 도망가고 있는 하루를 향해 쏜살같이 화살이 발사되었다.


피쓔우우우웅! 푸슉!


“으아악!”

“하루야, 너 왼쪽 팔에!”

“윽윽! 괜찮아! 일단 계속 남쪽으로 도망가자!”


번개처럼 빠르게 날아오는 화살은 하루의 왼쪽 팔에 기울어져서 박혔다. 하루는 엄청나게 아팠지만 포로생활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마루를 안심시키고 계속 남쪽으로 도망을 쳤다.


〖이런! 죽일 수 있었는데! 끄아아악! 조선 놈들!〗


화살이 하루의 심장을 뚫고 가지 못해 친구의 원수를 갚지 못한 한 여진족은 메아리가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하루와 마루는 계속 비명을 지르는 그 여진족 중년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남쪽으로 또 남쪽으로 도망을 갔다.



〖뭐야! 또 조선포로가 도망을 갔다고! 게다가 이번에는 우리 금나라 사내를 죽이고 도망을 쳐! 도대체 민가에서는 포로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

〖폐하, 죄송합니다.〗

〖그대들의 백성들은 어찌 강화의 조건을 계속해서 어기고 도망을 치고 있는 겐가! 이래서 조선 놈들은 믿을 수가 없다니까! 며칠 전에도 명나라가 또 다른 조선군이 진을 치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왔는데! 도대체 어찌 된 것이냐!〗

“아뢰옵기 황송합니다만 저희들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물며 조선의 백성들이 타국에 포로로 잡혀있는데 뭐 하러 금나라 임금의 마음을 분노케 해서 조선포로를 힘들게 만들겠습니까?”

〖시끄럽다! 병사를 보내서 확인해보아라! 만약 명나라를 도우러 조선에서 또 다른 원군을 보냈다는 것이 사실라면 지금 당장 도원수 앞에서 남은 조선포로를 하나씩 끔찍하게 죽일 것이야!〗


누르하치는 저편성 목책 속에 갇혀있는 도원수 강홍립을 향해서 맹비난을 했다. 하루와 마루가 여진족을 죽이고 도망간 사실 때문에 화가 났다. 하지만 더 큰 화가 난 까닭은 명나라 포로로부터 조선의 또 다른 원군이 왔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누르하치가 병사를 보내 확인해 본 결과 그 명나라 포로가 거짓을 고한 것이었다. 하지만 계속 탈출하는 조선포로들과 금나라에서 원하는 서신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누르하치는 조선에 대한 믿음이 생기지 않았고 1619년은 조선과 금나라 사이 타협을 하지 못한 채 흘러만 갔다.



“장군! 성벽 밖에서 누군가가 애타게 장군을 부르고 있습니다!”

“뭐라? 이런 날에 누가 나를 부른단 말이더냐?”

“그것이 조선말로 말하고는 있으나 머리가 오랑캐의 변발이어서 선뜻 성문을 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겠구나.”


1619년 가을이 되어 수확을 하기 시작한 날에 느닷없이 조선 북쪽경계에서 김충선 장군을 찾는 수상한 이들이 성 밖에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김충선 장군은 이들이 과연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성벽에 올라가 밖을 내다보았다.


“어! 대장! 김충선 대장! 흐어어엉!”

“저희가 왔습니다! 오랑캐와 싸우다 지고 겨우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아니? 자네들은? 빨리 문을 열게! 내가 아는 병사들이야! 빨리 문을 열게!”


하루는 왼팔에 천을 단단히 감은 채로, 또 마루는 얼굴이 시커먼 때로 가득 찬 상태로 김충선(사야가) 장군이 있는 북쪽 경계로 살아서 돌아온 것이었다.


김충선 장군은 서둘러 성문을 열어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고 낯선 땅에서 수개월간 힘든 생활을 한 하루와 마루는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그렇게 하루와 마루는 겨우 살아서 조선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6 116.담배왕 18.12.30 208 1 12쪽
115 115.인조반정(1)-반정모의 18.12.28 178 1 11쪽
114 114.미쳐가는 광해(+마루의 배신감) 18.12.26 189 1 12쪽
113 113화 포로생활(4)-포로청산 18.12.23 178 2 11쪽
» 112.포로생활(3)-도망 18.12.12 180 1 12쪽
111 111.포로생활(2)-쉽지 않은 외교 18.12.09 195 1 11쪽
110 110.포로생활(1)-포로 배정 18.12.07 193 1 12쪽
109 109.심하전투(4)-참혹한 패배 18.12.05 185 1 11쪽
108 108.심하전투(3)-여진족과 접전 18.12.01 188 1 12쪽
107 107.심하 전투(2)-배고픈 행군 18.10.27 254 1 11쪽
106 106.심하 전투(1)-북쪽으로 18.10.20 267 1 12쪽
105 105.새로운 위협 18.10.17 250 1 12쪽
104 104.누르하치의 야망(3) 18.10.14 263 1 12쪽
103 103.정사년 통신사(6)-돌아가는 길 18.10.10 262 1 12쪽
102 102.정사년 통신사(5)-화해 18.10.06 267 1 12쪽
101 101.정사년 통시사(4)-마지막 순간 18.10.03 266 1 11쪽
100 100.정사년 통신사(3)-사랑확인 18.09.29 295 1 12쪽
99 99.정사년 통신사(2)-높은 나리들 18.09.28 267 1 12쪽
98 98.정사년 통신사(1)-갑작스러운 죽음 18.09.27 270 1 12쪽
97 97.급변하는 정세 18.09.26 293 1 13쪽
96 96.오사카 전투와 도요토미 가문의 멸족 18.09.25 288 1 13쪽
95 95.누르하치의 야망(2) 18.09.24 304 1 12쪽
94 94.폭군의 길 18.09.23 312 1 15쪽
93 93.성군의 길 18.09.22 345 1 12쪽
92 92.새해, 새 부모님, 새 궁궐 18.09.21 387 1 12쪽
91 91.새로운 임금(4)-성군과 폭군사이 18.09.20 308 1 12쪽
90 90.새로운 임금(3)-위기 18.09.19 310 1 14쪽
89 89.새로운 임금(2)-광해군 등극 18.09.18 311 2 12쪽
88 88.새로운 임금(1)-휘청거리다 18.09.17 359 1 11쪽
87 87.누르하치의 야망(1) 18.09.16 308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