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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79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8.09.29 11:20
조회
295
추천
1
글자
12쪽

100.정사년 통신사(3)-사랑확인

DUMMY

“우웨엑! 우엑!”

“읍, 읍. 바다가 이렇게. 우읍. 험한 곳이었더냐?”

“예, 우엑! 저도 뱃멀미는 적응이 안 되네요.”

“자네도, 으읍! 안색이 별로 안 좋은데, 누워 좀 있지 그러나.”

“무슨! 뱃멀미 같은 걸 한다. 읍!”

“고집부리지 말고 으읍! 누워 좀 있게 조금 나아질 거야.”

“시끄럽네!”


험한 바닷길을 건너서 일본으로 건너갔다. 대마도를 거쳐서 뱃길로 나서고 육지에서 쉬기를 반복하며 험난한 뱃길을 조선통신사는 이겨냈다.


그렇게 육지에 내려서 10년 전 통신사가 걸어갔던 길을 따라서 그대로 걸어 나갔다. 대부분의 길들은 이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세월에 늙은 모습이나 새롭게 태어난 아이들의 뛰어노는 모습이었다.


“이야! 저게 대판(오사카) 성이냐?”

“예, 저것이 오사카 성입니다. 근데 예전이랑 다르게 혼마루가 불타버렸네요.”

“일본인들이 전쟁이 있었다고 하더구나. 그 전쟁에서 풍신수길의 가문이 멸망하게 되었다고 했단다.”

“흥! 역시 일본 놈들은 싸움질 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오사카 성은 이전의 오사카 전투로 인해서 상층부가 폐허가 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하층부의 모습과 함께 잿더미가 되고 무너져 내려있는 상층부의 모습은 도요토미 가문의 멸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후로도 오사카 성은 도쿠가와 히데타다가 재건 명령을 내릴 때까지 전투의 흔적과 한 가문의 멸망을 품고 있었다.


더욱 서쪽으로 진전하여 교토에 도착을 했고 교토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상가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여러 일본식 기와가옥들이 즐비해 있었다.


조선통신사가 지나가자 일본인들은 이 진귀한 풍경을 지켜보기 위해서 대로로 몰려나왔고 앞으로 통신사 일행이 앞으로 지나가기 힘들 정도였다.


정갈한 관복을 입고 말에 타서 이동하는 사자관 나리들과 뒤따라서 걸어 나가는 하루는 이리 치이고 저이 치이며 천천히 공식일정을 위해 교토의 성들로 걸어갔다.


「시 좀 적어주십쇼!」

「예! 그냥 간단한 문구를 적어주셔도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아이고. 안 그래도 정신없는데 저 사람들이 자꾸 달려들어서 뭐라는 것이냐 하루야?”

“시나 문구 좀 적어달라고 하는 겁니다. 종이랑 붓, 목탄을 들고 온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뭐, 그렇다면야. 빨리 몇 장 써줘야 빨리 지나갈 수 있겠지. 이리 줘보시오.”


여러 일본인들이 조선 관료들에게 달려들어 글을 적어달라고 애원했고 사자관 나리는 어쩔 수 없이 글을 십여 장 적어주며 앞으로 나아갔다.


「저도 좀 적어주십쇼! 부탁드립니다!」

“저리가! 시끄러 이놈들아!”

「그래도 한 문장이라도...」

“저리 꺼져 이 왜놈들아!”


그러나 다른 엄격한 사자관 나리는 다가오는 일본인들을 모두 내쫓으시면서 앞으로 나아가셨다. 일본 사람들은 화를 내며 밀쳤기에 당황했지만 이 모습을 본 다른 사자관 나리가 대신 종이를 받아 글을 적어주셨다.


어렵게, 어렵게 교토에서의 공식 일정이 끝난 다음 나고야로 이동했다.


“저것이 명고옥(나고야)의 성이냐? 대판의 불탄 성보다 훨씬 멋있구나!”

“예, 그런 거 같아요. 예전에는 수십 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는 폐성 이었는데? 누군가가 살고 있나 새로 지어졌네요?”

“뭐! 겉만 화려하고 웅장하지 속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질 않느냐? 일본은 참 겉으로 드러내길 좋아하는 종족이야!”


하루가 보기에도 나고야성은 정말 이전보다 화려하게 바뀌어져 있었다. 후에 나고야 성에 있는 영주의 접견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고야 성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9남 도쿠가와 요시나요의 거성이었다.


나고야성에서의 공식 접견이 끝나자마자 하루는 곧 바로 숙소를 들른 다음에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빠져나왔다. 바로 자신이 만나고자 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분명, 여기 어딘가 있었는데? 어디지?」


하루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뭔가 이끌리는 직감으로 한 집을 선택해서 문을 두드렸고 낯익은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예, 누구시죠?」

「조선으로부터 온 손님입니다.」

「어머나! 세상에!」

「잘 지냈니? 하나야... 오빠가 약속을 지키러 또 방문했단다.」


하나는 마음과 같아서는 너무 반가워서 바로 덜컥 껴안고 싶었지만 혹시 주변에 남편 사무라이님이 계실지 몰라서 선뜻 나서지 못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하나의 손을 겨우 27년 만에 하루는 부드럽게 붙잡아주었다.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이 손 놓지 않을 테니까.」

「오빠... 너무 보고 싶었어. 요즘은 하루별도 지평선 위로 올라오지 않아서. 너무 슬펐어... 일단 잠깐 들어와서 얘기 해.」


하루별과 하나별은 계절 때문인지라 태양과 비슷하게 떠오르고 졌기 때문에 관측하기 힘든 시점이었다. 그렇게 슬픔으로 하루를 기다리고 있던 하나에게 진짜 하루가 찾아왔으니 너무나도 감격해서 눈시울이 곧바로 붉어졌다. 하나는 재빨리 방으로 하루를 안내했고 단 둘만의 시간을 잠깐 가졌다.


「예전에 오빠한테 화내서 정말로 미안해.」

「괜찮아 그건 오빠가 잘못한 일이 맞아. 오빠야 말로 10년이나 지나서 다시 찾아와 미안하다.」

「조선에서 사는 건 힘들지 않아? 거기 있는 사람들은 괜찮고?」

「응. 조선에도 조선인 친구, 일본인 친구, 나이를 잊고 친해진 사람들, 가족들이 있지. 아차,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구나. 그냥 다른 가족이랑 함께 지내고 있다고 말해야 맞겠구나. 혼인은 안했어. 오랫동안 너를 쭉... 생각하면서.」

「그랬구나. 나는 어쩔 수없이... 혼인을 했는데. 나는 그 시간동안 약속을 단 하나도 지키지 못했구나.」


하나와 하루는 10년 만에 만나서 27년 만에 서로 진실한 대화를 나눴다. 서로의 눈시울은 계속해서 붉어지고 가끔씩 굵은 눈방울이 뚝뚝 떨어졌는데 너무나 기적 같은 만남임에도 있었지만 서로 너무나도 늙은 모습 때문일 것이다.


하루는 마흔두 살로 아직도 잘생기고 훈훈한 얼굴이었지만 팔자주름이 선명해지기 시작했고 구레나룻 쪽 머리칼은 절반 넘게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시간의 화살을 맞은 것은 하나도 마찬가지였는데 하나는 서른일곱 살로 아직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를 하고 있었지만 피부는 뽀얗지만 수분이 사라져 많이 거칠어져 있었고 앞머리칼도 약간 가늘어져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이전에 만났을 때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어. 물론 답변하기 힘들 걸 알지만. 물어봐도 괜찮니?」

「그럼. 오랜만에 이렇게 만났는데. 뭔데 오빠?」

「10년 전에 너와 싸웠을 때, 옷자락 사이로 보였던 너의 손목이 온통 멍투성이였어. 그리고 네 남편이신 사무라이님은 잠깐이었지만 널 보자마자 욕하고 윽박지르시며 꾸짖으셨지. 사무라이님께서 널 못살게 만드시니?」


하나는 자신의 슬프고 비참한 현실 때문에 그 질문을 듣고 눈동자가 떨리면서 눈물을 왈칵 쏟았다. 땅에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소리죽여 울고 있는 하나를 보며 자신이 물어보면 안 되는 질문을 했다는 사실에 하루는 등을 쓰다듬어 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괜찮아. 답하기 힘들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단다.」

「아니야 오빠. 진실을 알려줄게.」


하나는 눈물을 닦고 어떻게 된 일인지 모든 사실을 하루에게 하나씩 전달했다.


「실은 내가 그분께 시집온 것은 우연히 나가시노에 왔다가 나와 마주친 사무라이가 한눈에 반하셔서 일어난 일이야. 계속해서 부하를 통해 편지를 보내오면서 제발 나보고 측실부인이 되어달라고 요청했어. 3년 동안이나 말이야. 나는 하루오빠가 있었기에 줄기차게 반대를 했지만 신분상승과 부를 꿈꾸셨기에 거짓 답신을 몇 개 만드셔서 보내셨고 결국 내가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신 사무라이님은 부하들을 보내서 나를 나고야로 데려와 혼인을 했어. 내 의사는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은 강제 혼인이었지.」

「그래서... 원치 않은 결혼을...」

「그러나 내 마음속에는 지우려고 해도 하루오빠가 계속 지워지지 않았어. 때문에 사무라이님과 잠자리를 가질 때마다 강하게 거부했고 나중에는 절대로 사무라이님과 잠자리를 갖지 않을 것이며 사무라이님을 사랑하지도 않고 사무라이님의 자식을 낳지도 않을 것이라 맹세를 했지. 그 말을 전하자 사무라이님은 좋다고 말씀하신 다음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 보겠다며 그 날부터 날 괴롭히기 시작하셨어. 밥만 축 낼 거면 재롱이라도 떨라면서 악기 연주와 춤추는 법 등을 가르치셨고 차나 밥이라도 지으라면서 다도하는 법도 가르치셨지. 그렇게 가르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나를 항상 때리시거나 손으로 조르셨고 항상 공포와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갔어.」

「그럴 수가.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이 모든 게 다 내가 너를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들어서 생긴 일이야. 정말 미안해.」

「아니야, 내가 어머니께 좀 더 완강하게 또 결혼하기 전에 확실하게 거부의사를 전했어야했는데, 나도 정말 잘못했어.」


서로는 안타깝고 비참한 현실에 한없이 울었고 말없이 서로를 껴안고 서로의 등을 오랫동안 토닥여 줬다. 말없이 오랫동안 껴안았다.


그렇게 기적 같은 만남과 서로에 대한 오해가 좀 풀렸을 때 헤어져야 될 시간이 찾아왔다. 하루는 빨리 숙소에 돌아가야만 했고 하나역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못된 사무라이를 위해 차를 준비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럼, 이만 돌아가 볼게. 나중에 조선에 돌아가는 길에 다시 한 번 들렀다 갈게.」

「다치지 않게 잘 다녀와 오빠. 기다리고 있을게.」


하루와 하나는 잠시 동안 다시 헤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몇 달 뒤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서로 간에 희망을 품게 해주었다.


하루는 서둘러 숙소로 돌아갔고 방에 들어와 보니 이미 사자관 나리들께서 식사를 하시고 계셨다.


“어딜 갔다가 이제 돌아오는 게냐! 나랏일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 정신을 따른데다 둬서야 되겠어!”

“이 사람이 너무 야박하게 굴지 말게나. 오랜만에 일본에 돌아와서 여기저기 옛 생각에 돌아다녔을 수도 있지? 그런데 하루야, 어딜 다녀온 것이냐? 상점가? 성들 주변의 가옥들?”

“하하, 여기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그 분 좀 만나 뵙고 왔습니다. 10년 만에 만나보니 그 분도... 많이 늙으셨더라고요.”

“그래? 다행이네 지인을 잘 만나고 자 오늘 나온 산지 음식이 맛있다. 빨리 와서 식사 하여라.”

“예, 알겠습니다. 나리들도 많이들 잡수세요.”

“흥! 나랏일 하는 사람이 아무리 사적으로 하고 싶은 일 있어도 막 돌아다니면 안 되는 거야! 오늘이야 공적인 일이 적어서 그렇다 치마!”

“예, 나리. 명심하겠습니다.”


하루는 10년 만에 다시 하나를 만나서 서로가 아직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서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밥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으니 저렇게 엄격하신 사자관나리께서 잠시 통신사무리에서 벗어나 부모님이 계시는 나가시노에 가는 것을 허락해 주시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연 하루는 나가시노에 가서 늙은 부모님을 찾아뵐 수 있을까?


작가의말

드디어 연참대전 끝!

게다가 100화 달성까지! 짝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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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정사년 통신사(3)-사랑확인 18.09.29 29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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