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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53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8.10.20 07:00
조회
266
추천
1
글자
12쪽

106.심하 전투(1)-북쪽으로

DUMMY

[1619년 음력 2월 19일 조선군의 좌영과 우영이 압록강을 넘어 후금을 공격하러 북진했다. 곧 이어 도원수 강홍립이 21일에 압록강을 건넜고 22일에는 중영이 강을 건넜다. -책중일록(이민환)-]


“총을 닦고! 화약 집어넣고! 다져주고! 총알 집어넣고! 다져주고! 방아쇠 당기고! 거기 똑바로 안 해? 약지에 화약을 집어넣어주고! 적을 향해서! 조준!”


평양성 내의 군영에서는 명나라에 원군으로 갈 병사들이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었다. 몇몇 병사들은 이전에 조총을 다뤄본 적이 있어서 제법 능숙했으나 총 쏘는 법을 처음 배우는 자들은 아직 장전하고 쏘는 과정이 매우 어색했다.


“자! 이번에는 진짜로 불을 붙여서 발사를 해볼 것이다! 처음부터 동작 시작! 총을 닦고! 화약 집어넣고! 다져...”

“잠깐!”


이번에 평양성에서 포수들을 이끌게 된 창성부사 박난영은 중간 점검을 위해 병사들의 훈련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켄타를 보고 훈련을 잠시 멈췄다.


“너, 한 번 똑바로 서서 걸어 보거라.”

“저, 말입니까?”


켄타는 천천히 앞으로 쩔뚝거리며 걸어 나갔다. 이를 보고 있던 박난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 어째 훈련받는 동안 쭉 지켜봤는데 자세가 영 바르지 않아. 왜 이렇게 다리를 쩔뚝거리는 것이냐?”

“그것이 지난 왜란 울산왜성전투에서 퇴각하는 도중에 골반 쪽에 총알을 맞았습니다.”

“아이고. 참으로 딱하구나. 헌데 그런 몸으로 저 넓은 북쪽 만주지역에서 제대로 걷고 싸울 수 있겠느냐? 내가 봤을 때 너는 그냥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 나을 듯싶다.”

“그러나 나리 저는 총을 잘 쏩니...”

“약간 이국적인 얼굴인데 혹시 네가 평양성에 있는 항왜 중 한 명이더냐?”

“예, 그렇습니다.”

“너는 그냥 조총을 관리하고 화약을 만드는 일이면 족해. 네 마음은 잘 알겠으나 너도 전쟁에 참여해 봐서 알지 않느냐? 전투에 있어서 기동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안타깝지만 너는 이만 훈련을 받지 않아도 괜찮다.”


다리가 불편한 켄타는 병사소집에서 제외되었고 훈련은 계속되었다. 켄타는 아쉬웠지만 자신의 불편한 몸이 평양성 포수들 전체에 폐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화약을 만들어 지원하는 일에 집중을 했다.


그렇게 겨울이 다가오고 병사들이 모두 조총을 잘 다루기 시작할 때 쯤 또 다시 군영에는 소란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그래, 이제 처음 총을 쏴보는 사람들도 모두다 총을 잘 쏘는군. 자 점심밥을 먹은 다음에 계속 연습하도록 하자! 몇 주 안에 우리는 북쪽 국경으로 이동을 할 것이다!”


병사들은 훈련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다들 따뜻한 불 옆에 앉아 언 손바닥과 발바닥을 녹였다. 하루와 친구들도 서로 모여서 몸을 녹이고 주는 점심밥을 먹기 시작했다.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네? 허허허 역시 사내로 태어났으면 병사로 전쟁에 참여해야지!”

“내가 다리만 아프지 않았어도! 이렇게 화약만 만들고 있지는 않을 텐데.”

“그러게 말이야. 아무튼 곧 있으면 북쪽으로 이동을 한다니 마음 준비를 더 단단히 해야 될 것 같아.”


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밖에서 한 여인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니, 갑자기 무슨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저희 남편 좀 제발 이번 전쟁에 나가지 못하게 해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어허, 이제 훈련도 다 끝나가고 곧 있으면 끝나고 북쪽으로 진군을 할 텐데. 병사하나하나가 소중한 판국에 이러시면 곤란하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저희 집에 유일한 남자어른입니다. 막내 아들놈은 이제 돌을 지난 놈이라 혹여 남편을 잃게 되면 저는 어떻게 살아가란 겁니까. 이렇게 부탁드립니다요.”


소우스케는 낯익은 목소리에 이끌려 걸어 나가보았다. 군영 문을 지나가 보니 포졸들 앞에는 소우스케의 아내가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하고 있었다.


“아니, 여보 마누라? 여기에는 어쩐 일로 찾아온 거예요?”

“당신, 이제 바보같은 짓은 그만둬요. 그동안 젊은 시절에는 전쟁이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당신이 아직 건강했으니까. 또 아버지가 살아계셨으니까 그 때야 당신의 출정을 막지 않았어요.”

“이미,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여보 걱정 마요. 이번에도 살아서 돌아 오리이다.”

“당신이야 마음을 굳게 먹었다지만 저랑 우리 자식들은 하나도 준비가 되지 않았아요. 당신이 죽어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 다섯 식구들은 당신 없이 어찌 살아가란 말입니까! 이렇게 부탁 들여요. 여보, 제발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무모한 행동을 하지 마세요. 나리 부디 저희들의 집안 사정을 생각해서라도 하나뿐인 남편이 어리석은 결정을 막아주십쇼.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제발요! 이렇게... 이렇게...”


소우스케의 아내는 소우스케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평소에 아내의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소우스케는 당황을 했다. 한 가족의 유일한 성인남성인 자신이 만약 죽어 없어진다면 남은 자신이 가족들이 어떠한 일을 겪게 될지 생각하니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내가 너무 혼자 생각한 것 같네요. 미안해요 여보. 하지만 너무 늦어버린 것은 아닐지.”

“어허, 아직 늦지 않았네. 자네 정말로 집안에 남자가 자네뿐인가?”

“예, 제가 혼자 농사를 짓거나 군영에서 일하면서 가족들을 십여 년 간 먹여 살렸습니다. 제 작년에 아들이 태어났지만 이제 막 걷기 시작한 갓난애고요.”

“내가 창성부사 박난영나리께 말씀을 잘 드릴 테니 늦지 않았을 때 빨리 가족먼저 생각하게. 자네도 그 켄타라는 친구랑 화약이나 만드는 거 도와줘. 내 그동안 자네가 군영에서 열심히 일해준거 생각해서 이러는 거야. 지킬 수 있는 것부터 지키라고.”


소으스케는 자신이 너무 생각 없이 행동을 했다는 사실에 울고 있는 아내를 위로했다.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가족이 저 멀리 북쪽에 있는 적들과 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소우스케도 조선 원군무리에서 빠져나갔고 이제 평양성 포수무리들 안에서는 하루와 마루만이 남게 되었다.


시간은 흘러서 다음날이면 북쪽으로 행군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루와 마루는 집에서 마지막 저녁을 먹은 다음에 가족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번에도 살아서 돌아오실 수 있으시죠?”

“그럼, 당연하지! 내가 어떤 사람인데! 조선 최고의 총잡이 하면 바로 나 마루라고!”

“우리 멍청한 아들 잘 부탁한다 하루야.”

“예, 알겠어요. 꼭 두 아들 모두 다 잘 돌아오겠습니다.”

“아들! 아람이! 네가 나 없는 동안에는 이 집안에서 제일 나이 많은 남자다! 할머니랑 어머니 말씀 잘 듣고 동생들도 잘 챙겨 주거라. 혹시라도 아빠랑 하루삼촌 없는 동안 밖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네가 가장 앞장서서 가족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 알았지?”

“예! 아버지.”

“너희들도 삼촌이랑 아버지 없는 동안 잘 지내고 있어. 서로들 싸우지 말고.”


뜨끈한 방안에서 꼭 살아서 돌아오겠다는 이야기와 함께 전장에 나가기 전 집에서의 마지막 푹 청했다.


“그럼, 다녀 오리이다. 어머니 건강하시고, 여보도 잘 기다리고 계세요.”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다들 잘 저희들 없는 동안 잘 지내십쇼.”


하루와 마루는 가족들과 따뜻한 포옹을 나눈 다음 계속 손을 흔들면서 군영으로 이동했다. 군영에는 다들 가족과 작별인사를 나눈 뒤 슬픔과 두려움이 섞인 얼굴을 한 사람들이 몇몇 도착해 있었다.


잠시 뒤 평양의 모든 포수들의 군영에 조총을 들고 모였고 창성부사 박난영이 칼을 차고 나와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지난밤 가족들에게 잘 인사들 했는가?”

“예, 나리.”

“우리 평양성 최고의 포수 200명은 저 멀리 북쪽에서 괘씸하게 설치고 있는 여진족 오랑캐들을 격파하러 올라갈 것이다! 우리 조선의 총잡이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오랑캐들에게 똑똑히 알려주자!”

“우와아!”


몇몇 병사들이 함성을 질렀으나 또 다른 병사들은 조용히 손만 흔들었다. 강제로 징집되었거나 원치 않은 출정을 하게 된 자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창성부사 박난영은 평양성에서 선별해낸 총을 잘 다루는 병사 200명을 이끌고 북쪽으로 행군해 나갔다. 날씨가 추웠지만 중간 중간 들르는 고을과 성들에서 따뜻한 식량을 먹고 방에서 뜨뜻하게 잘 수 있었다.


며칠 밤낮을 이동하다보니 압록강 근처에서 1만이 넘는 조선 병사들이 자리 잡고 명령을 기다리게 되었고 추운 날씨 속에서 서로 불 옆에 옹기종기 모여서 입김을 호호 내뿜었다.


조선의 장수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명나라의 양호 경략과 이런저런 작전과 소집장소를 결정하는 의논을 했다. 양호는 이전에 조선 왕을 비난하며 병사 징집과 지원을 강력히 요구했던 장수이다.


“양 경략께서는 잘 지내셨습니까?”『저야 뭐, 장수된 자가 이정도 추위에 겁을 먹어서 되겠습니까? 아무튼 몇 달 안에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1만 3천이라는 적지 않은 병력을 보내주셔서 고맙소.』

“다 명나라의 황은에 보답하는 조선의 작은 마음이지요. 그럼 양 대인 앞으로 어찌 할지 의논을 해봅시다.”

『그럽시다. 강장군.』


명나라 경략 양호와 조선 구원군의 총대장 도원수 강홍립은 서로 언제 어디서 모일지 이야기를 나눴다.


“명나라 병사들이 정말 그곳에서 대기를 하실 수 있습니까?”

『그것이라면 걱정하지 마시오. 얼마 전에 오랑캐 놈들이 겁을 먹고 도망을 갔으니 말이오. 최대한 오랑캐들의 본거지인 홍경노성 근처에 집결해서 공격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명나라의 여러 장수들과 의논했소,』

“허면 우리 조선의 병사들은 압록강을 건넌 다음 어디에 집결하면 되겠습니까?”

『그대들 역시 홍경노성 근처로 이동을 하시오. 자세한 집결 장소와 우리 명나라 군영의 위치는 내 수시로 연락을 드리리다.』

“알겠습니다. 그럼 며칠 이내에 우리 조선도 한 군영씩 압록강을 건너도록 하겠습니다.”


강홍립은 양호 경략에게 인사를 한 다음에 조선의 군영으로 돌아왔다. 그는 군영으로 돌아오면서 곰곰이 광해군이 전달한 내용을 생각했다.


몇 달 전 광해군은 출정을 앞둔 도원수 강홍립을 조용히 불러냈다.


“전하, 부르셨사옵니까.”

“그래, 우리 도원수께 내 긴히 할 말이 있어서 말이오. 야심한 밤에 불러냈소.”

“어떤 연유로 이 소신을 찾으신 것인지 말씀해 주시옵소서.”


광해군은 강홍립에게 가까이 다가와 앉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출정과 관련된 이야기 때문에 불렀소. 내 그대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소.”

“하명 하시옵소서.”

“부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이 추운 날 국경을 넘는 우리 1만 3천의 백성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그대가 잘 이끌어주시오. 명나라의 눈치를 봐서 피할 수 있는 전투라면 피하도록 하시오.”

“소신 전하의 그 마음, 그 뜻에서 나온 명을 반드시 받들어 시행하겠나이다.”


강홍립은 광해군이 했던 말을 계속 되새기며 군영으로 돌아와 조선 병사들에게 명을 내렸다.


“우리는 곳 한 군영씩 압록강을 건널 것이다!”


추운 날씨에 지쳐있는 병사들을 보며 한 마디 말을 더 꺼냈다.


“너무 겁먹고 상실감에 빠지지 마라! 반드시 내가 이번 전투에서 너희들을 모두 집으로 살아 돌아갈 수 있게 할 것이다! 반드시! 단 하나도 죽거나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니라!”


병사들에게 그들의 생존을 약속한 강홍립. 그의 말을 들은 병사들은 조금씩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며칠 뒤 명나라에서 온 서신에 따라 조선의 병사들이 압록강을 넘어 북쪽 여진족을 대항하러진격했다.


처음에는 좌영과 우영이 그 다음에는 강홍립이 건넜고 연이어서 중영이 건넜으며 하루와 마루가 있는 부대도 압록강을 건넜다.


북쪽 국경 넘어에서 하루와 마루는 어떤 일을 겪게 될 것인가?


작가의말

드디어 1619년 후금과의 심하 전투의 시작.

정유재란과 병자호란 이전에 있었던 대규모의 전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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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8.심하전투(3)-여진족과 접전 18.12.01 188 1 12쪽
107 107.심하 전투(2)-배고픈 행군 18.10.27 254 1 11쪽
» 106.심하 전투(1)-북쪽으로 18.10.20 267 1 12쪽
105 105.새로운 위협 18.10.17 250 1 12쪽
104 104.누르하치의 야망(3) 18.10.14 263 1 12쪽
103 103.정사년 통신사(6)-돌아가는 길 18.10.10 262 1 12쪽
102 102.정사년 통신사(5)-화해 18.10.06 267 1 12쪽
101 101.정사년 통시사(4)-마지막 순간 18.10.03 266 1 11쪽
100 100.정사년 통신사(3)-사랑확인 18.09.29 295 1 12쪽
99 99.정사년 통신사(2)-높은 나리들 18.09.28 267 1 12쪽
98 98.정사년 통신사(1)-갑작스러운 죽음 18.09.27 270 1 12쪽
97 97.급변하는 정세 18.09.26 293 1 13쪽
96 96.오사카 전투와 도요토미 가문의 멸족 18.09.25 288 1 13쪽
95 95.누르하치의 야망(2) 18.09.24 304 1 12쪽
94 94.폭군의 길 18.09.23 312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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