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71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8.12.09 07:00
조회
195
추천
1
글자
11쪽

111.포로생활(2)-쉽지 않은 외교

DUMMY

[1619년 음력 3월~8월 조선과 금나라 사이에서는 외교교섭이 이루어졌다. 그 사이에 금나라는 명나라의 여러 지역을 점령했고 민가에 노비로 배정된 조선군 포로들에게는 이런저런 사건이 많이 발생한다.]


〖뭐, 하느냐. 빨리 나르지 않고.〗

〖예, 예 갑니다.〗


아침부터 하루와 마루는 집주인의 심부름을 했다. 밥상을 옮기고 마당을 쓸고 마루를 닦고 장작을 패는 등 가정에 있어서 여러 가지 잡일을 도맡아 했다.


“에이 씨! 저 놈의 주인 녀석은 뭐 이렇게 부려먹는 거야!”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잖아. 며칠 전에 양반출신 수백 명을 죽인 거 못 봤어? 조선의 양반도 그렇게 죽이는데 우리 같은 평범한 백성들은 여진족 주민들이 시키는 대로 살아야지 뭘.”

“그래도 우리가 왜 저런 오랑캐 놈들의 시키는 대로 살아야 되는 거야! 하루 너는 억울하지도 않아!”

“당연히 억울하지. 다른 나라까지 와서 노예생활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아휴! 내 인생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원! 조선에서 어렵게 노비에서 면천을 받아 양인이 되었으면 뭐해! 다른 나라에 와서 이렇게 다시 노비가 되었는데!”

〖거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혹시 우리 욕 하고 있는 거는 아니겠지! 조선 놈들 일 똑바로 안 해!〗

“죄송합니다. 일 합니다. 이렇게 싹싹!”


하루와 마루가 조선말로 대화하고 있는 것이 꼴사나웠는지 여진족 집주인은 큰 목소리로 만주어를 사용해 꾸짖었다. 하루와 마루는 몇 주간 여진족 민가에서 노비생활을 하니 간단한 만주어는 귀에 익어서 대략 어떤 뜻인지 이해했다.


밥 먹어, 일 해, 잠 자, 이리와, 똑바로 안 해, 놀지 마, 죽여 버린다, 등등 간단한 단어들은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하루와 마루가 열심히 일을 하는 까닭은 다름 아니라 언젠가 한 양반으로부터 시작된 사건 때문이다.


이전에 성 밖에 있던 양반 중 오랑캐의 수급을 몰래 보관하고 있어서 후에 공을 차지하고자 하는 자들이 있었는데 그 수급을 여진족에게 빼앗기자 민가의 여진족 여인을 죽였다. 심지어 여진족 여인을 강간한 양반도 있었다.


이런 조선 양반출신의 군졸들에 대해서 심히 분노를 느낀 누르하치는 이 일을 빌미로 모든 조선 사람들을 죽이려고 했지만 그의 차남이 이번에도 사정을 하며 말려서 흥경노성 밖의 400명 정도의 양반출신을 죽인 일이 있었다.


그런 사건을 보고난 다음부터 하루와 마루는 마음속 어딘가에 여진족에 대한 공포심이 생겼는데 때문에 게으름 부리지 않고 여진족 집주인 밑에서 일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에휴. 이곳으로 온지도 벌써 석 달이 지났어. 안 그래 하루야?”

“그러게. 도대체 조선과 금나라 사이의 일처리는 언제 끝나는 걸까?”

“말도 마! 분명 나라님은 우리를 버리셨어. 그러니까 전쟁 중에 군량미 문제부터 지금 빠르게 오랑캐 문제를 처리하고 있지 않으니까 그렇겠지. 우리가 안중에 있으셨다면 과연 수천의 백성들이 낯선 땅, 낯선 사람들에게 노비로 생활하고 있는 데 가만히 있겠어?”

“에이, 그래도 분명 조정에서 우리 문제 때문에 고생하고 계실 거야.”

“몰라! 겨우 양인이 되었더니 이제는 외국 땅에서 다시 노비가 되었다니! 빨리 조선으로 돌아가지 않는 다면 나라님이고 무과시험이고 아무것도 없어!”


조선에서 하루의 도움을 받아 면천을 받고 양인으로의 삶을 살면서 과거 시험, 별시에 통과해 무관이 될 희망을 품으며 수십 년을 살아왔다. 그런 마루가 전공을 세워서 무관이 될 꿈을 갖고 여진공격에 앞장섰는데 오히려 조선은 끔찍한 패배를 당하고 오랑캐의 노비가 되어버렸으니 얼마나 통탄스러울까?


〖뭐, 하냐! 그 쪽일 끝났으면 여기 아들이 하고 있는 일 좀 와서 도와주지 않고?〗

“예, 예 갑니다.”

「바보 같은 개자식들. 모조리 죽어라!」

〖뭐야? 조선말은 아닌 것 같고. 설마 우릴 욕한 거냐?〗

“아닙니다. 조선말을 까먹지 않기 위해서 어려운 단어를 생각해 낸 것뿐입니다.”

“예, 네네. 맞습니다.”

〖이래서 조선 놈들이란. 아버지 제가 얘들 찍소리도 못하게 확실히 관리하고 있을게요.〗


화가 난 마루는 일본어로 욕을 했고 이 소리를 알아들은 하루는 깜짝 놀라서 눈의 확 커졌다.


“저 사람들이 알아들으면 어쩌려고 욕을 해!”

“에이, 걱정 마. 조선 욕이 안되면 이제 하루한테 배운 일본어로 욕하면 되니까.”

“나는 그런 거 너한테 가르쳐 준 적 없거든!”

“에? 그런가? 그러면 이런 말을 누구한테 배웠을까나? 소우스케한테 배웠나? 아니면 켄타? 그것도 아니면 우리 대명제국의 통역관 어드에게서 배웠나?”

“그냥 저 놈들 심기를 건드리는 행동을 하지 마. 너도 뒤끝이 좋지 않을 거 알면서 왜 이렇게 철없이 행동해. 저 놈들 욕은 우리끼리 창고에서 잘 때나 하자고.”

“예, 알겠습니다. 그래도 가끔 이렇게 한마디씩 던져야 속이 후련해지지 않냐?”

“음...그건 그렇지. 하지만 가까이 있을 때는 삼가.”


하루와 마루가 이렇게 금나라에서 노비생활을 하고 있는 동안 조선 조정과 여진족의 흥경노성 사이에서는 긴장감 넘치는 외교가 진행되고 있었다.


조선의 조정에서는


“전하, 오랑캐들이 양반출신 군졸들 수백을 죽인 것에서 모자라 붙잡아간 우리 백성을 각 일터로 내 보내서 노비 생활을 시키고 있다니 이것은 조선왕실 250년 역사상 치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사옵니다.”

“전하, 속히 저들을 진정시킬 서신을 보내시옵소서.”

“금나라와 화친을 맺는다고 하면 그대들이 오랑캐와 손을 어찌 잡느냐고 화를 내는데 어떻게 저들을 진정시키고 포로가 된 도원수 강홍립을 비롯한 조선 백성 4천을 조선으로 불러온단 말이오?”

“그것은 신들이 의논해서 금나라를 자극하지 않고 명나라를 받드는 서신을 쓸 것이니 염려치 마시옵소서.”

“흠... 알겠소. 내 그대들을 한 번 믿어 보리이다. 경들은 들으시오. 금나라에 서둘러 사신과 서신을 보낼 준비를 하시오.”

“전하, 어명을 받들겠나이다.”


조선 조정에서는 금나라에 묶여있는 조선 사람들을 구해내는 일과 금나라를 자극하지 않고 강화를 맺는 일, 그리고 명나라와의 친근한 관계를 무너뜨리지 않는 일 사이에서 어려운 외교를 펼쳐 나가고 있었다.


“아이고! 아이고! 복이 아버지! 조선병사들이 오랑캐들한테 포로로 잡혔다는데 어찌 이렇게 돌아오셨어요.”

“임자, 잘 있었소? 쉿! 조용히 하시오. 조정에서 알면 또 뭐라 난리를 칠 수 있으니. 내 포로로 잡혀가기 전에 전투를 마치고 혼비백산이 된 틈에 몰래 빠져나왔소.”

“아이고, 잘하셨습니다! 잘하셨어요!”

“앞으로 몇 달간은 조용히 지냅시다. 괜히 나라에 들켜서 손해 보는 일 생기지 않게 말이오.”


이 긴박한 과정 속에서 가정으로 돌아온 가장들도 있었다. 어떻게 돌아왔을까? 이들은 바로 몰래 도망치기에 성공한 자들이다. 조선과 여진족 사이가 극도로 혼란스러울 때 빠른 눈치로 군영을 빠져나와 살아남은 자들이다.


이렇게 겨우겨우 탈출해서 조선으로 귀국한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살아남은 조선백성들과 장수들은 모두 여진족의 흥경노성 안팎으로 포로가 된 것이다.


“어머니! 아버지랑 하루삼촌 언제 돌아오세요?”

“곧 돌아오실 거다. 분명히 살아서 나쁜 놈들 물리치고 계실거야.”

“아휴, 못난 아들놈 애미가 그렇게 출병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했는데, 결국에는 여진족 때려잡고 공로를 인정받아 무관이 되겠다고 나서더니. 늙은 어미 몸에 대못을 박는구나.”


평양성에 있는 마루네 집에서는 가족들이 마루와 하루를 기다리면서 마음이 타들어갔다. 주변에서는 여진공격을 위해 출병한 자들이 모조리 죽었다는 흉흉한 소문이 들려왔고 그럴수록 가슴은 점점 검게 물들었다.



금나라의 흥경노성에서는


“분명 조선에서 금나라로 서신이 전달된 지 한참이 되었을 텐데 왜 금나라의 왕께서는 아무런 소식을 전해주지 않는 것이오?”

〖아, 그걸 몰라서 묻습니까. 칸께서는 조선에서 보내온 서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신이 허투알라(흥경노성)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시고 다시 조선으로 돌려보내셨습니다.〗

“뭐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국의 외교서신을 들고 온 사신을 그냥 돌려보낼 수 있단 말이오?”

〖그건 우리 금나라에서도 도원수께 한 소리 하고 싶습니다. 아니 어떻게 금나라와 조선이 친하게 지내자는 말 옆에 함께 명나라를 섬기자는 의미를 이곳저곳에 집어넣을 수가 있습니까? 그러니 명나라를 복속시키려는 폐하께서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대로 조선으로 돌려보낸 것이죠.〗


조선과 금나라 사이의 협의와 조선인 포로소환 등을 비롯한 외교적인 일은 계속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음력 5월에 금나라에 도착한 조선의 서신 때문인데 그 서신의 내용에는 명나라 황제에 대한 존칭이 담겨있고 조선과 금나라는 원래 원한이 없으므로 함께 친하게 지내며 사이좋게 명나라 황제를 모시자는 뉘앙스의 내용의 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조선에서 보내온 서신이 마음에 들지 않은 누르하치는 조선과의 협의를 흐지부지하게 진행하기 시작했고 흥경노성 안팎에서 포로생활을 하고 있는 조선 사람들은 더욱 고통 받고 지쳐가게 되었다.


〖흠...조선과의 협의는 뒤로 미룬다. 어차피 4천이 넘는 병사들이 허투알라에 인질로 잡혀있는 이상 쉽사리 우리를 공격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조선이 아니라 내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욕보인 저 명나라다. 저 드넓은 명나라 땅을 계속 공격하자!〗

〖폐하! 명을 받들겠습니다! 전군 명나라 개원과 철령을 향해서 진군하라!〗

〖우와아아! 칸! 칸! 칸!〗

〖명나라 놈들 완전히 박살을 내버리자!〗


누르하치는 마음에 들지 않는 조선과의 협상보다는 명나라를 정복하는 것에 열을 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 환갑이 지난 늙은 누르하치는 자신이 죽기 전에 명나라를 자신의 발아래 두고 중국을 새롭게 통일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여진족은 심하전투에서 명나라를 상대로 압승을 거둔 뒤였기에 기세를 몰아서 명나라를 더욱 압박하며 공격해 들어갔다.


반면에 명나라는 심하전투에서부터 이미 무너질 조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서로가 자신의 더 큰 공을 세우길 원하면서 다른 군영과의 서신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오고가지 않았고 이에 허술한 지휘체계 속에서 매섭게 진격해오는 여진족 기마병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이러한 동북아시아의 강자 누르하치와 금나라는 1619년 음력 6월에 명나라의 개원을 음력 7월에는 명나라의 철량을 함락하면서 그 세력을 펼쳐나갔다.


〖흐하하하하하! 아버님! 할아버님! 하늘에서 잘 보고 계십니까? 이 누르하치가 두 분의 원한을 풀어들이기 위해서 지금 이렇게 명나라 놈들을 무찌르고 있습니다! 반드시 제가 명나라를 멸망시키고 금나라가 중원을 차지하겠습니다! 반드시!〗


누르하치는 자신의 세력이 점점 확장되고 강성해 지는 것을 보면서 엄청난 야망을 뿜어냈다.


작가의말

지금도 정말 외교하기 힘든 시기 아닙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6 116.담배왕 18.12.30 208 1 12쪽
115 115.인조반정(1)-반정모의 18.12.28 179 1 11쪽
114 114.미쳐가는 광해(+마루의 배신감) 18.12.26 189 1 12쪽
113 113화 포로생활(4)-포로청산 18.12.23 178 2 11쪽
112 112.포로생활(3)-도망 18.12.12 181 1 12쪽
» 111.포로생활(2)-쉽지 않은 외교 18.12.09 195 1 11쪽
110 110.포로생활(1)-포로 배정 18.12.07 193 1 12쪽
109 109.심하전투(4)-참혹한 패배 18.12.05 185 1 11쪽
108 108.심하전투(3)-여진족과 접전 18.12.01 190 1 12쪽
107 107.심하 전투(2)-배고픈 행군 18.10.27 254 1 11쪽
106 106.심하 전투(1)-북쪽으로 18.10.20 267 1 12쪽
105 105.새로운 위협 18.10.17 251 1 12쪽
104 104.누르하치의 야망(3) 18.10.14 263 1 12쪽
103 103.정사년 통신사(6)-돌아가는 길 18.10.10 262 1 12쪽
102 102.정사년 통신사(5)-화해 18.10.06 267 1 12쪽
101 101.정사년 통시사(4)-마지막 순간 18.10.03 266 1 11쪽
100 100.정사년 통신사(3)-사랑확인 18.09.29 295 1 12쪽
99 99.정사년 통신사(2)-높은 나리들 18.09.28 267 1 12쪽
98 98.정사년 통신사(1)-갑작스러운 죽음 18.09.27 270 1 12쪽
97 97.급변하는 정세 18.09.26 293 1 13쪽
96 96.오사카 전투와 도요토미 가문의 멸족 18.09.25 289 1 13쪽
95 95.누르하치의 야망(2) 18.09.24 304 1 12쪽
94 94.폭군의 길 18.09.23 312 1 15쪽
93 93.성군의 길 18.09.22 345 1 12쪽
92 92.새해, 새 부모님, 새 궁궐 18.09.21 387 1 12쪽
91 91.새로운 임금(4)-성군과 폭군사이 18.09.20 308 1 12쪽
90 90.새로운 임금(3)-위기 18.09.19 310 1 14쪽
89 89.새로운 임금(2)-광해군 등극 18.09.18 311 2 12쪽
88 88.새로운 임금(1)-휘청거리다 18.09.17 359 1 11쪽
87 87.누르하치의 야망(1) 18.09.16 309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