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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12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8.10.10 16:07
조회
261
추천
1
글자
12쪽

103.정사년 통신사(6)-돌아가는 길

DUMMY

[조선통신사와 대마도주는 일본 측의 답서를 조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제, 일본의 답서까지 받았으니 곧 있으면 조선에 돌아갈 일만 남았군.”

“또다시 그 끔찍한 바닷길을 건널 고생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몸 이곳저곳이 쑤신다네.”

“그래도 집에 돌아가면 반겨주는 가족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 마누라가 해준 밥도 먹고 싶고 자식들 건강하게 있는지 궁금하구나.”

“아무튼 숙소에 가서 답서나 확인해 보자고.”


사자관나리들은 조선 국왕의 서신에 대한 일본의 답서를 받아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원래 국서라는 것이 함부로 확인하는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찝찝한 분위기 때문에 숙소로 돌아온 사자관나리들은 국서를 열어보았다.


“아니? 이게 뭐야?”

“일본 국왕이 아니라 일개 신하 따위가 우리 전하께 답서를 써!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단 빨리 약간 수정을 해보도록 하지. 일본의 관료들에게도 물어보고.”


답서의 내용이 잘못되거나 나쁜 말들이 쓰여 있어서 문제가 된 것이 아니었다. 다름이 아니라 답서를 쓴 사람이 일본 국왕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당시 외교에 있어서 국가 지도자 사이의 서신은 동등한 위치의 사람끼리 주고받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런데 조선 국왕에 서신에 대한 답서를 일본 국왕이 아닌 신하 중 한 사람이 쓴 것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수정을 하는가? 엄연히 나랏일이고 이 서신으로 피해를 보는 건 일본이야!”

“이 사람이! 피해는 일본과 조선사이 분위기가 좀 나빠지는 걸로 끝나지 않아. 저번 회답쇄환사에서도 이런 외교문서의 작은 관례적 오류가 있을 때 어찌 되었는가?”

“해당 관료들이 탄핵을 당했... 탄핵? 파직?”

“그래, 이 사람아. 이 사신단의 외교문서를 총괄하는 우리 사자관이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 그 소릴세.”


이전 통신사에 있어서도 이런 외교 문서의 문제가 있었다. 그 당시에도 관련된 책임자들을 탄핵하는 사건이 일어났었다. 때문에 이런 관례적 오류를 사자관나리들은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내용을 고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답서를 쓴 사람을 일본 국왕으로 고치는 것뿐이야.”

“허허, 나랏일 하는 사람이 그러다 걸리기라도 하면 원래 죄보다 더 큰 죗값을 치러야 될 수도 있어!”

“그래, 그 때 걸리면 걸리는 거지. 하지만 지금 고치지 않으면 일단 우리가 큰일을 당하는 건 확정일세! 제발 이번만큼은 좀 현실을 봐줘. 자네도 부인과 많은 자식과 친척들을 먹여 살리는 처지 아닌가? 지금 우리들이 살길은 이것뿐이네. 나중일은 그 때 생각하고 눈앞의 문제는 피하고 봐야하지 않겠나?”

“휴,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군. 그럼 이번 한번만 그리 하도록 하지.”


이런 문제점을 곧바로 바꾸기 위해서 작은 조작을 했다. 조선과 일본사이 외교문서 조작은 제법 흔한 일이었는데 과거 왜란 전에도 대마도주가 히데요시의 서신을 약간 수정한 적이 있으며 그 뒤에도 대마도주가 자신의 입지를 위해서 내용을 약간 바꾸는 경우가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떠나면서 일본의 답서를 살짝 고치고 조선을 향해 먼 귀가길이 시작되었다. 굽이굽이 길을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을 했다.


이동을 하다 보니 그 갈림길이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고야에 도착했다.


하루는 도착한 다음 숙소에 짐 꾸러미를 풀은 다음에 서둘러 하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누구세요? 어머?」

「하나야!」

「벌써 사신으로 일정이 끝이 난거야?」

「뭐, 그렇게 되었네. 떠나기 전에 만나러 왔어.」


하루는 하나가 있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언제 또 만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래 나 없는 몇 주 동안 잘 지내고 있었어?」

「뭐, 그 동안 사무라이님이랑은 별 다른 큰일 없었어. 그냥 평범하게 혼자서 지냈었지...」

「그랬구나. 다행이네. 지금은 뭐 하고 있었어?」

「지금은 이 샤미센 연주를 하려고 했었어.」

「이야, 샤미센? 한 번 연주해 줄 수 있니? 예전보다 얼마나 잘 하는지 들어보고 싶어!」

「에이, 잘 못하는데...」

「괜찮아. 하나가 해주는 연주 들어보고 싶어서 그래.」


하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옆에 있던 샤미센을 조심스럽게 가지고 왔다. 천천히 자세를 잡은 다음에 줄을 하나씩 튕기기 시작했다. 느린 가락 속에서 정확하고 부드러운 음들이 들려져왔다. 이전에 들었던 사쿠라와 같은 음악인지 싶을 정도로 하나의 샤미센 실력이 많이 늘어있었다.


짝짝짝짝 하루는 하나의 연주에 박수를 쳤다.

「오호! 제법인데! 예전에 들었던 어색했던 사쿠라와는 전혀 다른 음악이 되었는 걸? 연습을 진짜 많이 했구나.」

「정말?」

「그럼! 에도의 연회에서 들었던 샤미센 연주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다른 음악도 연주해 줄 수 있을까?」

「헤헤, 그럼 다음에는 어떤 곡으로 해줄까.」


하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바로 다른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조용히 미소를 보내며 하나의 연주를 천천히 음미해 나갔다. 그렇게 곡 연주와 칭찬과 박수가 오고가며 열 곡가까기 연주가 진행 되었다.


「너무 연주를 잘 하는 걸? 조선에서도 생각 날 정도로 말이야.」

「에이, 그 정도까지야.」

「정말이야!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함께 조선으로 건너가자!」

「뭐, 조선으로?」


하루는 진심으로 얘기를 했고 이 말을 들은 하나는 엄청 겁에 질린 표정을 했다.


「이번 사신에서도 역시 피로인이 된 조선 사람들을 쇄환한단다. 그 쇄환선에 함께 타고 돌아가자!」

「오빠, 아니야. 그렇게는 할 수 없어.」

「왜?」

「아마도 우리 사무라이님이 지구 끝까지라도 나를 찾아올 거야. 그 사람 고집이 보통이 아니야.」

「에이, 그래도...」

「정말이야. 이 전에 한 시녀가 교토 인근지역까지 도망을 갔는데 끝까지 추격해서 그 시녀를 죽였어. 나 역시 도망을 가게 되면 그렇게 될 거야... 아마도 교토? 오사카? 조선의 한양? 어디에 내가 있던지 반드시 따라 와서 나를 끌고 가서 죽일 거야.」

「세상에 그런 놈이라니!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하루는 그렇게 잔인한 모습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하나의 남편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차가워진 분위기를 다시 바꾸기 위해서 하루는 이런저런 말을 해서 하나를 회유했고 가지고 온 작은 선물꾸러미를 꺼내서 열었다.


「이거 봐. 이건 내가 조선에서 가져온 선물들이야.」

「오빠도 힘들 텐데 뭘 이렇게 잔뜩 사가지고 왔어.」

「그 사무라이 놈이 너를 힘들게 할지 모르니까 그렇지. 이 옥팔찌들은 잘 갖고 있다가 만약 큰일이 있으면 시장에 가져다 팔아서 돈을 마련해. 이 옥가락지는 특산품! 최고의 옥이니까 잘 가지고 있고. 그리고 이건 말린 조선홍삼이야. 부모님을 드리고 조금 남겨가지고 왔어. 피곤하거나 힘들 때 먹으면 좋아. 그리고 이건...」


작은 꾸러미 안에서 은근 값진 물건들이 많이 나왔다. 하나는 이렇게 많은 선물을 자기가 받아도 되나 할 정도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고마워 오빠.」

「그리고 이건 편지야. 내가 떠나고 나면 읽어봐.」

「오빠만 이렇게 선물을 준다니 내가 너무 미안한데. 가만 있어봐 나도 작은 선물을 하나 줄 테니까.」


하나는 잠시 서랍을 뒤적거리다가 무언가를 하나 꺼내 와서 하루에게 선물로 주었다.


「아니 그건? 내가 만들어줬던 하네츠키잖아? 아직도 갖고 있었던 거야?」

「맞아 하네츠키야. 이건 예전에 오빠가 만들어줬던 하네츠키고 이건 새 하네츠키지. 자 한 짝씩 가지고가 오빠. 나중에 돌아와서 반드시 나랑 같이 하네츠키 하는 거다?」

「우와, 고마워. 그럼 저기 있는 종이랑? 조개껍질 뭉치들은 뭐야?」

「이건 가루타(일본 귀족들이 했던 글자나 시구를 맞추는 일종의 카드놀이)야. 요즘 열도에서는 가루타를 도박으로 보고 있어서 종종 금지 시 되고 있어.」

「아하, 이게 가루타구나. 나는 처음 보는 걸?」

「이거 가지고 가서 조선에 있는 친구나 가족들이랑 가지고 놀아.」

「오호! 조선에 있는 소우스케랑 켄타가 보면 좋아하겠는 걸! 알았어, 고마워! 나중에 반드시 하네츠키 들고 돌아와서 다시 같이하자!」


하나는 하루에게 일본의 전통 장난감들을 선물로 주었다. 특히 하나는 다시 만나기를 기원하며 수십 년 전 함께 즐겼던 하네츠키를 건네주었다.


둘은 이렇게 선물 교환을 마치고 하루는 슬슬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래, 나 없어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반드시 다음에도 돌아올 테니까!」

「응! 10년이 걸려도 항상 나는 나고야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조심해서 돌아가 하루오빠!」

「그래, 너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렴. 그럼 이만 돌아가 볼게.」


하루가 돌아가려도 집 앞에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일이 터졌다.


「넌 뭔데 우리 하나랑 밖에서 그렇게 대화를 하고 있어?」

「아이고, 사무라이님. 이거 저는 조선에서 온 사신입니다. 복장을 보세요.」


하나와 집 앞에서 대화를 하고 있는 다른 남자를 보고 하나의 남편이 후다닥 달려온 것이었다. 하루는 이전보다 높은 나리들을 모셨기 때문에 조금 더 고급 진 한복을 입고 있었다. 때문에 사무라이는 하루가 제법 높은 지위의 사람인 줄 알고 곧바로 자신을 낮췄다.


「아니, 조선 회답사의 나리께서 왜 성주변의 가옥들을 돌아다니고 계십니까?」

「아하, 원래 제가 어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처음보고 좋은 장소들은 꼼꼼히 돌아다니죠. 아 그러던 중에 방안에서 아름다운 악기 연주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떤 여인이 연주하고 있나 궁금해서 연주를 듣고 난 뒤에 불러서 대화 좀 한 것이었습니다.」

「아하, 그러십니까? 맞니? 하나?」

「네, 맞아요....」

「아, 혹시 부인 되십니까?」

「예, 뭐. 정실은 아니고. 제 측실부인입니다.」

「하하, 이거 오해를 일으킬 뻔 했군요. 그나저나 정말로 부럽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는 부인이 있다니. 부인에게 잘 해주셔야겠어요?」

「네, 뭐.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부인? 연주 잘 들었습니다.」

「조심해서 돌아가시죠.」


하루는 조선식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린 다음 천천히 길을 나섰다. 다행이 위기는 넘긴 듯 보였다.


「희한하다. 뭔가 낯이 익는 얼굴인데?」

「아마도 나고야 성에서 접대하면서 스쳐지나가서 안면이 있으신 걸 거예요. 게다가 일본어를 잘하시는 걸 보니 통역관 신분으로 오신 듯 보이는데.」

「뭐, 아무튼 되었고. 좀 이따가 밥이나 내 오거라. 허튼 짓은 할 생각도 하지 말고!」

「예, 알겠습니다.」


하나의 남편은 예전에 하루를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10년 전에 하루를 만나서 잠깐 웃어넘긴 그 사건으로 하루의 용모와 목소리까지 기억해 낼 만큼 또렷하게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어딜 갔다가 지금 돌아오는 게냐?”

“하하, 죄송합니다. 사자관나리들.”

“쯧쯧, 밥도 안 먹고 돌아다닐 일이 있는 게냐?”

“예, 제가 예전에 나고야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분을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뵙고 오는 길입니다.”

“흠, 그래?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잘 계시더냐?”

“예, 생각보다 잘 지내고 계시더라고요.”

“그거 다행이군. 아무튼! 또 이동을 해야 되니까 밥 든든하게 먹고 푹 자거라! 나랏일 하는 사람이 쓰러져서야 되겠느냐?”

“예! 잘 먹겠습니다!”


하루는 밥을 먹었다. 이번에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서로가 아직도 서로를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느꼈기 때문에 심난한 마음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언젠가는 또 다시 만나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고야에서의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과제가 많아서 늦게 써서 올리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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