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48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8.09.20 07:00
조회
307
추천
1
글자
12쪽

91.새로운 임금(4)-성군과 폭군사이

DUMMY

[1609년 광해군 1년 음력 3월 5일 선혜법(훗날 대동법)의 폐지와 관련해서 대신들의 의견을 듣다. 광해군 1년 음력 4월 29일 임해군이 돌아가셨다. -광해군 일기-]


“전하, 선혜법과 관련된 상소들이옵니다.”

“또, 올라왔더냐?”

“예, 그러하옵니다.”


선혜청이 설치되어 이전의 방납의 폐단이 선혜청에서 쌀로 납부하는 형식으로 변화가 되었다. 이러한 혁신적인 개혁에 지난해 동안 한양과 경기도 일대 백성들의 삶은 조금 나아졌다. 가난한 백성들은 이전에 특산물로 공납해야 되었던 것들이 사라졌기 때문에 직접 공물을 준비하기 위한 노력이나 공물을 핑계로 수많은 돈을 뜯어가는 자들의 손에서 자유로워졌다. 또한 땅이 없으면 토지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니 세금에 대한 부담은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과거 공물납부를 위해 특정 상품들을 독점하여 가격을 몇 갑절이나 더 받으며 방납의 폐단을 일삼은 귀족과 양반들 심지어 왕가의 일부까지 이러한 선혜법에 대해서 심하게 반발을 했다. 게다가 보유한 땅까지 많은 귀족이나 관료들은 더더욱 이 새로운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 이렇게나 많은 불만들이 있다니 차라리 선혜청을 설치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하오나 전하. 백성의 민심을 보살피는 것이 전하께서 품고계신 목표가 아니셨사옵니까?”

“허나,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관료와 양반 지주들이 이렇게 반대를 하고 나올 줄 누가 알았겠소? 하나같이 이번 선혜법이 모두 관리와 백성을 불편하게 만드는 제도라고 주장하니 과인의 옳은 제도를 도입한 것인지 의문이 갑니다.”


광해군은 지난 1년 동안 선혜법 시행에 있어서 이런저런 문제점들을 들며 매일같이 빗발치는 상소에 머리가 너무 아팠다. 선혜법에 대한 맹비난 속에서 광해군은 점점 새로운 공납제도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졌고 백성을 위한 정책들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광해군은 머리를 크게 움켜지며 고통 속에 겨우 잠을 청했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에 대한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다음날 선혜법에 대한 조정 대신들과 열띤 강연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하! 이전의 선혜법을 지금 당장 폐지 시키셔야하옵니다!”

“그렇사옵니다! 이전의 공납 제도를 대신해서 새로이 도입시킨 선혜법 때문에 여기저기서 매일같이 올라오는 문제들이 끊임이 없사옵니다!”

“어떤 문제들이 있는데 말이오?”


광해군은 크게 한 숨을 쉰 다음 선혜법을 반대하고 나서는 관료들을 향해 그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전의 방법을 새로운 방법으로 대체를 하자 여러 백성들이 새로운 제도에 적응을 하지 못해서 힘들어하고 있사옵니다.”

“땅이 없는 백성이면 오히려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데 어찌 가난한 대다수의 백성들이 불편해 한단 말이오?”

“그것은 백성들이 이전의 공납제도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렇사옵니다. 하루아침에 제도가 바뀌었으니 이 어찌 불편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옵니까?”

“해도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백성들을 구제할 수 있는 직접적인 방도가 아닙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곳에도 문제들이 더 있사옵니다.”


신하들은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고 광해군은 점점 논박을 하는 것이 지쳐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제도 때문에 한양과 경기도 일대의 관료들도 매우 당황하고 있사옵니다. 갑자기 바뀐 제도로 인해서 특산물 대신 막대한 양의 쌀을 관리하게 되었으니 관료들의 노고가 차마 말할 수가 없사옵니다.”

“허나, 쌀로 통일을 했기에 이런저런 특산물을 종류별로 기입하며 각각에 따라 보관을 달리하는 수고는 사라지지 않았소?”

“그래도 한 순간 많은 양의 쌀을 나르고 모아야 하니 이 일이 쉬운 일이 아니오며 지금 있는 산혜청으로 부족할 경우도 허다하옵니다.”

“그러면 산혜청의 규모와 수를 키우고 수송에 힘을 더 쓰면 될 것 아니더냐?”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옵니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가득 찬 목소리로 새로운 제도에 대한 반대의견들이 쏟아져 나왔고 광해군은 반박에 대한 의욕이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양반과 지주들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사옵니다. 한 순간에 땅이 없는 농민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양반과 지주들이 모든 부담을 지게 되었으니 이들의 반발이 적지 않사옵니다.”

“그렇사옵니다. 이 나라가 누구들이 있기에 유지가 되옵니까? 양반, 관료들이 확고한 신분으로 유지가 되지 않았사옵니까? 헌데 그러한 양반, 관료들에게 세금을 과하게 부담하셔서 이 나라 조선의 신분제도를 요동케 되었으니 속히 선혜법을 폐지하는 것이 옳은 것으로 아옵니다.”

“그렇습니다! 속히 선혜법을 폐지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속히 선혜법을 폐지하여 주시옵소서!”


여러 대신들이 광해군에게 선혜법 폐지를 입을 모아 강력하게 요구했다. 광해군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너무나 머리가 아팠고 속히 대신들에게 비답을 내리지 못했다.


“전하! 속히 선혜법을!”

“그만! 그만 하시오! 내 경들의 뜻을 잘 알았으니 이 일은 나중에 의논토록 합시다. 오늘은 이만 물러들 가세요!”


광해군은 대신들에게 고하여 속히 선혜법에 대한 강연을 끝맺었다. 광해군은 녹초가 되어 비틀거리며 겨우 침소로 돌아왔다. 이러한 광해군의 모습을 바라본 영의정 이원익은 업무가 끝난 뒤 광해군을 만나기를 청했다.


“누구더냐?”

“전하, 영의정 이원익 대감이옵니다.”

“이 시간에? 그래 들라고 하세요.”


이원익은 천천히 들어와서 광해군에게 인사를 올리고 자리에 앉았다.


“영상께서 이렇게 야심한 밤에 과인을 찾아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냥, 요즘 많이 힘들어 보이시는 전하께 힘이 되어드리고자 직접 찾아왔사옵니다. 요즘 선혜법과 관련된 일 때문에 전하의 성심이 많이 상하시지 않으셨겠습니까?”

“그렇군요. 예, 맞습니다. 선혜법에 대해서 많은 의구심이 들더군요. 아니 요즘 제가 하는 모든 일에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전하, 너무 상심하시지 마시옵소서. 전하의 곁에서 항상 제가 선혜법이 잘 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사옵니다. 전하께서 바라셨던 백성을 위한 일이 아니옵니까?”

“그렇지요. 해서 영상께서 새로운 제도에 대해서 많이 연구하시고 선혜청을 세우고 쌀로 세금을 거둬드리는 방식을 완벽하게 만들어주셨죠.”


늦은 밤 광해군과 영의정 이원익 사이의 진솔한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전하, 소신 간곡하게 요청하건데 부디 가난한 백성들의 살림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신과 함께 만든 신혜법을 폐지하지 말아 주시옵소서.”

“허나, 그래도...계속되는 반발이...”

“전하, 전하께서는 백성의 지아비가 아니십니까. 부디 신이 계속해서 요청하고 또 요청하는 것처럼 이번 신혜법만큼은 끝까지 뜻을 잃지 마시고 계속 이어나가 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리옵니다.”

“영상의 오랫동안 일관된 뜻이 그러하다면 내 영상의 뜻에 따라 선혜법을 계속 유지시키겠습니다.”

“전하의 성은에 망극하옵니다.”


선혜법을 유지시켜 준다는 말을 들은 이원익은 공손하게 고개 숙여 인사를 올렸다. 그러나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이원익의 표정은 매섭게 변해있었다.


“소신 전하께 요청드릴 것이 또 있사옵니다.”

“뭔데 말입니까?”

“이전에도 제가 몇 번 상소를 올렸사온데 부디 전하의 형님이신 임해군대감을 죽음에 처하게 만드시지 말아주시옵소서,”

“과인이 언제! 형님을 죽이려 했다는 말입니까! 당치도 않은 소리!”


광해군은 자신의 형인 임해군을 죽이기라도 하려 한다는 느낌이 풍기는 이원익이 말을 듣고 버럭 화를 내었다. 그러나 이원익은 진지하게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헌데, 왜 이리 자주 임해군대감의 유배지를 옮기시는 것이옵니까?”

“그야, 우리 형님이 자꾸 말썽을 부리기 때문 아닙니까!”

“해도 왕족을 그리고 형제를 이렇게 대우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전하!”


광해군은 자신이 그동안 품고 있었던 불안감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벌떡 일어나 영의정 이원익에게 소리쳤다.


“임해군이 잘못한 것을 왜 과인에게 뭐라고 하십니까! 저는 임해군이 잘못대로 형을 집행할 뿐입니다! 나가세요! 당장 나가세요!”

“전하, 부디 신이 오랫동안 염려를 보낸 것처럼 부디 임해군 대감을 처형하시거나 가혹하게 대우하시는 것을 멈춰주시옵소서. 이렇게 고개 숙여 청하옵니다. 그럼 이 못난이는 이만 물러나 보겠사옵니다.”


이원익은 화를 내는 광해군의 기세에 눌리지 않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임해군의 처형을 막기 위한 요청을 올렸다. 이원익이 인사를 드리고 나왔을 때 방안에서는 분노에 소리치는 광해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불안정한 왕권과 형 임해군에 대한 불신 때문에 광해군은 늘 용상에 앉아 있으면서도 불안해했고 임해군을 처형하리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왕이라도 왕족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이원익은 정중하게 죽음으로 죄를 묻지는 말라고 자주 요구했다.


“야야! 마루야! 그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인데 하루야?”

“그게 말이지? 한양과 경기도에서는 땅이 없으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데?”

“에이, 거짓말. 조선에 그런 제도가 어디 있어? 작년에도 멀쩡하게 공납 때문에 돈을 냈는데?”

“맞아. 조선뿐만이 아니라 일본, 명나라 세계 어디에서도 그런 정의로운 제도를 하는 나라는 없을 걸?”

“아니야! 내가 분명히 똑똑히 듣고 보고 왔다니까?”


하루는 한양과 경기도에서 작년에 선혜법이 처음 실시되었다는 사실을 어디에선가 엿듣게 되었고 그 사실을 밭일을 하면서 친구들에게 설명해주었다.


“세상에, 정말 그런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

“그렇다니까? 경기도랑 한양에 있으면 땅이 없는 우리들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 그거 정말 좋겠는데? 군영에서는 전쟁이 끝났으니 따로 부르지 않고 수입이 있는 곳은 소작밖에 없어서 점점 가난해지고 있었는데. 딱 좋은 제도야!”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모두 한양에 가서 사는 것은 어때?”


하루와 친구들은 부당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 수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희망을 갖고 밭일을 이어나갔다.


조선 일부지역들이 선혜법으로 인해서 백성들의 생활이 나아지고 백성들이 작은 희망들이 생겨나 열심히 1년 농사를 짓기 시작하고 몇 주 뒤 임해군에게는 끔직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죄인 임해군대감은 들어라! 그대는 주상전하에 반감을 갖고 불법적인 사병을 기르며 역모를 꾀하고 있다는 정황들이 들어났다! 이에 조정에서는 그대에게 사약을 내려 사형을 할 것임을 명하노라!”

“하? 있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쓰게 해서 나를 죽이려 하는 것이냐?”

“네 이놈! 죄인 주제에 말이 많다!”

“이제는 존칭도 써주지 않는 것이냐? 억울하다! 참으로 억울해!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난 절대로 이 사약을 받을 수 없다! 이런 부당한 죽음을 원치 않는다!”


임해군은 역모 죄로 인해서 사형이 내려졌다. 한 관료와 몇몇 무관들은 유배지에 있던 임해군에게 사약을 내렸고 형을 집행했다. 그러나 임해군은 거세게 저항을 했고 사약을 받으려 하지 않자 한 덩치 큰 무관이 임해군 앞으로 나왔다.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주상전하의 명대로 직접 죽여 드리는 수밖에.”

“뭐라고? 켘!”


그 무관은 밧줄로 임해군의 목을 강하게 조였다. 임해군의 눈은 튀어나올 것 같았으며 그는 숨을 쉬지 못해 얼굴빛이 붉어졌다가 점점 보랏빛으로 변했고 시퍼렇게 어두워져갔다. 임해군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형 집행에 당황을 했고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게 된 것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임해군은 죽기 직전에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네놈들의 죄를 하늘이 기억할 것이다.’라는 입모양을 한 다음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이로써 광해군이 첫 왕족 처형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광해군은 성군이 될까요? 폭군이 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6 116.담배왕 18.12.30 208 1 12쪽
115 115.인조반정(1)-반정모의 18.12.28 178 1 11쪽
114 114.미쳐가는 광해(+마루의 배신감) 18.12.26 189 1 12쪽
113 113화 포로생활(4)-포로청산 18.12.23 178 2 11쪽
112 112.포로생활(3)-도망 18.12.12 179 1 12쪽
111 111.포로생활(2)-쉽지 않은 외교 18.12.09 195 1 11쪽
110 110.포로생활(1)-포로 배정 18.12.07 193 1 12쪽
109 109.심하전투(4)-참혹한 패배 18.12.05 185 1 11쪽
108 108.심하전투(3)-여진족과 접전 18.12.01 188 1 12쪽
107 107.심하 전투(2)-배고픈 행군 18.10.27 254 1 11쪽
106 106.심하 전투(1)-북쪽으로 18.10.20 266 1 12쪽
105 105.새로운 위협 18.10.17 250 1 12쪽
104 104.누르하치의 야망(3) 18.10.14 263 1 12쪽
103 103.정사년 통신사(6)-돌아가는 길 18.10.10 262 1 12쪽
102 102.정사년 통신사(5)-화해 18.10.06 267 1 12쪽
101 101.정사년 통시사(4)-마지막 순간 18.10.03 266 1 11쪽
100 100.정사년 통신사(3)-사랑확인 18.09.29 295 1 12쪽
99 99.정사년 통신사(2)-높은 나리들 18.09.28 267 1 12쪽
98 98.정사년 통신사(1)-갑작스러운 죽음 18.09.27 270 1 12쪽
97 97.급변하는 정세 18.09.26 293 1 13쪽
96 96.오사카 전투와 도요토미 가문의 멸족 18.09.25 288 1 13쪽
95 95.누르하치의 야망(2) 18.09.24 304 1 12쪽
94 94.폭군의 길 18.09.23 312 1 15쪽
93 93.성군의 길 18.09.22 345 1 12쪽
92 92.새해, 새 부모님, 새 궁궐 18.09.21 387 1 12쪽
» 91.새로운 임금(4)-성군과 폭군사이 18.09.20 308 1 12쪽
90 90.새로운 임금(3)-위기 18.09.19 310 1 14쪽
89 89.새로운 임금(2)-광해군 등극 18.09.18 310 2 12쪽
88 88.새로운 임금(1)-휘청거리다 18.09.17 358 1 11쪽
87 87.누르하치의 야망(1) 18.09.16 308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