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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76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8.10.27 14:44
조회
254
추천
1
글자
11쪽

107.심하 전투(2)-배고픈 행군

DUMMY

[1619년 음력 2월 29일 도원수가 제독 유정을 만나 병사들이 굶어 죽어간다는 말을 전했다. 음력 3월 1일 비로소 군량이 도착해 병사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책중일록-]


“너희들도 곧 있으면 국경을 넘을 것이다. 오랫동안 걷기 전에 서둘러 변소들 다녀오고 필요한 것들 빠짐없이 챙겨라!”


하루와 마루가 있는 부대도 북쪽국경을 넘을 준비를 했다. 한양에는 이미 봄이 와서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북쪽국경은 아직도 무척이나 추웠다. 여기저기 녹지 않은 눈들이 보였고 바람 또한 제법 매서웠다.


“으윽, 평양성에 있었으면 이렇게 춥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빨리 볼일보고 와야지.”

“그래, 나는 아까 봐서 안가도 괜찮아. 여기 있을 테니까 어서 다녀와.”

“그래, 하루야? 근데 뭘 그렇게 열심히 챙기고 있는 거야?”

“이거? 미숫가루! 혹시 모르잖아? 저 국경 넘어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야.”

“참, 꼼꼼해라. 조총이랑 화약도 무거운데 그런 거 까지 챙겨?”

“에이, 그러지 말고 마루 먹을 거까지 챙겨 줄 테니까 빨리 갖다와.”


마루는 서둘러서 소변을 보러 갔고 다른 병사들 무리에 껴서 볼일을 봤다. 하루는 그 사이에 만약을 대비해서 군영과 주변 고을에서 조금씩 얻어 온 미숫가루를 나무통에다가 잘 털어 넣은 다음에 뚜껑을 덮어 미숫가루가 행군 중에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단단히 고정했다.


“다들 잘 챙겼지? 그럼 출발하자!”


창성부사 박난영은 자신이 이끄는 평양 포수 200명을 이끌고 북쪽국경을 넘어갔다. 하루와 마루도 떨리는 발걸음을 옮기며 군영의 성벽대문을 빠져나와 북쪽을 향해 진격했다.


이제는 조선이 아니라 명나라와 여진족사이에 치열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인 것이다.


“이야, 이제 곧 있으면 오랑캐 놈들을 만나게 되는 건가? 다 죽여 버리겠어!”

“너무 기합을 넣지 말라고! 또 저번 울산성 전투에서처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기나긴 행군이 이어졌고 점점 조선에서부터 멀어져서 드넓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서 걸어 나갔다. 하루는 갑자기 품속에 있던 종이뭉치를 꺼냈다.


“하루야? 그건 또 뭐야?”

“아, 이거? 그 때 그 어드 있잖아? 만능통역사의 아들? 걔가 줬던 세계지도를 내가 옮겨 그려놔 봤어. 그래도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는 대강 알아야 될 거 아니야?”

“이야, 너는 참 부지런해. 언제 또 그걸 옮겨 그려 놨어?”

“헤헤, 그냥 밤에 할 일이 없으니까. 심심해서 그려놨지.”


하루와 마루는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확인을 해보면서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갔다. 조선이 얼마나 작은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이 넓은 지구에서 얼마나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지 느꼈다.


“에휴, 이런 느린 속도로 언제 오랑캐가 있는 곳에 간단 말이야? 세상이 이렇게 수십만 리인데?”

“언제 가는 만나게 되겠지. 그래도 우리 평양성에서부터 벌써 천리는 넘게 걸어오지 않았을까?”

“다들 주목!”


하루와 마루가 대화를 하고 있는 동안 앞에 가고 있던 창성부사 박난영은 병사들을 멈춰 세웠다.


“날이 제법 어두워 졌으니 오늘은 여기에서 하루 밤을 보내도록 하겠다. 다들 불을 피우고 간단하게 식사할 준비를 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병사들은 불을 피운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고 군량미를 나눠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군량미가 어느 정도 남았느냐?”

“예, 앞으로 사나흘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다른 군영에서의 연락은?”

“그것이 다른 군영 역시 닷새가 넘는 식량을 가진 곳이 없다고 합니다.”

“아이고. 그러면 앞으로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허나 곧 있으면 조선에서 군영을 보내온다고 하니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야지. 어쩔 수 없지만 약간 줄여서 배급하라.”


박난영은 병사들이 있는 곳을 돌아다니면서 쌀을 나눠주었다.


“에? 어제보다 양이 좀 줄지 않았습니까? 좀 더 주세요.”

“그것이 군량미가 많이 없어서 그렇다.”

“그러면 저희는 다 이곳에서 굶어 죽으란 소립니까? 낮 동안 계속해서 행군을 했는데 말입니다!”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떨 수 없다. 하지만 곧 있으면 조선에서 군량미가 온다고 하니까 며칠만 참아주길 부탁하마.”


박난영은 하나하나 병사들에게 돌아다니며 사과를 했다. 병사들은 곧 쌀이 도착하니까 안심하라는 박난영의 말을 믿고 투정부리는 것을 멈췄다. 그래도 어제 국경을 넘기 전 먹었던 양보다 밥이 줄어들어서 불만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쳇 그래도 이게 뭐야. 고작 이정도 먹고 우리들이 제대로 싸울 수 있겠어?”

“그럼 이거라도 조금 물에 타 먹을까?”

“맞다! 미숫가루를 가져왔었지? 이야, 하루 준비성 하나는 인정해 줘야해!”


밥을 먹었지만 여전히 뱃속이 허전했던 마루는 뭔가 더 먹을거리가 필요했다. 때마침 마루가 조선에서부터 싸들고 온 미숫가루 통이 있다는 것을 보자 금세 화색이 돌면서 하루를 한껏 끌어앉았다.


하지만 이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이 미숫가루밖에 남지 않게 될 것을 몰랐다. 앞으로 그들에게 닥칠 며칠간의 배고픔을 말이다.


그 뒤로 며칠 동안 병사들은 명나라 군영까지 계속해서 이동을 했고 이제 여진족과의 접전을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조선으로부터 오고 있다는 식량은 쌀 한 톨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이게 뭡니까! 밥을 주세요, 밥을!

“지금 며칠째 굶고 있는 줄 압니까?”

“지금 몇몇 병사들이 조선에서 챙겨온 미숫가루로 겨우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는 앞으로 몇 발자국도 걸어가지 못한다고요!”


굶주림에 지친 병사들의 언성은 더욱 높아져만 갔고 조선의 장수들은 서둘러 모여서 비상회의에 들어갔다.


“아니, 지금 조선에서 병사들을 위해 보낸다는 며칠이 지났는데 오지 않고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병사들뿐만 아니라 장수들까지 모두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애초에 사흘 치 식량만 가지고 올라가도 된다고 한 조정 관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일을 이렇게 키운 것입니까?”

“일단 다들 진정해보게. 뭔가 일이 있어서 보급이 늦어지겠지.”

“도원수께서는 지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이러다가 춥고 낯선 땅에서 굶어죽을 판인데 말입니다!”


장수들마저 굶주림에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명나라는 계속 함께 여진족을 협공하자는 서신을 보내왔다.


“명나라에서는 어떤 답신이 왔더냐?”

“그것이 서둘러 명나라 군사들과 합세해서 여진족을 공격하자고 합니다.”

“지금 병사들이 굶주려서 앞으로 한 발자국도 걸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찌 적들과 싸울 수 있단 말이냐?”

“해도, 계속 공격을 하자고 하는데 명나라 제독들이 계속 요청을 하는데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도원수 강홍립은 깊은 생각에 잠겼고 끝내 결단을 한 듯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도원수! 어딜 가시려고 하는 겁니까?”

“명나라 제독들에게 가는 것이다. 우리의 비극적인 상황을 저자들에게 알릴 것이다.”


도원수 강홍립은 조선군영에서 빠져나와 근처에 있는 명나라 군영으로 직접 찾아들어갔다. 명나라 군영에는 10만 대군을 이끄는 수많은 제독과 장수들이 있어야 정상일 텐데 강홍립이 찾아갔을 때 명나라 제독 유정과 몇몇 장수들 밖에 없었다.


『오호! 조선의 도원수대인 아니십니까? 그래, 이제 싸울 준비가 끝난 것인가요?』

“그것이 아니라 긴히 들일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직접 찾아왔습니다.”

『할 말씀이 있다니? 뭡니까?』

“그것이, 지금 조선 병사들이 모두 굶주리고 있습니다. 조선국경을 넘어 이곳으로 오기 직전 우리는 사흘정도의 군량미 밖에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식량으로 지금 열흘을 버티려고 하니 모두가 굶주려서 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어허, 그런일이.』

“비롯 명나라의 여러 장수와 제독들이 이곳 근처로 모두 소집해서 군영을 세우고 기다리고 계신다는 말씀은 들었으나 곁에 있는 조선 군영에서는 지금 병사들이 아무것도 못하는 처지입니다. 부디 우리 조선병사들의 처지를 고려해주셔서 며칠 뒤에 출정할 수 있게 해주십쇼.”


명나라 제독 유정은 조선의 딱한 사정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나도 전쟁터를 여러 번 누렸지만 배고프면 이렇게 춥고 낯선 곳에서 잘 싸울 수가 없지! 하루 이틀정도 시간을 더 줄 터이니 그대들의 군량미가 도착하면 병사들을 배불리 먹이고 그 다음날에 진군하도록 합시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맛습니다. 제독!”

『한 나라의 장수가 다른 나라를 도와주기 위해서 멀리서 찾아왔고 또 그 장수가 진실로 병사들의 난처한 상황을 전해주러 오셨잖습니까. 저는 그 점에 감동해서 강대인의 뜻을 받아준 겁니다.』


강홍립은 명나라 제독 유정에게 이 사실을 전한다음 조선 군영으로 돌아왔다. 다행이도 지금 당장의 공격은 없다하니 문제 하나는 해결한 것이었다.


강홍립이 조선병사들의 사정을 전하고 온 다음날 드디어 그토록 기다리던 군량미가 도착을 했다. 장수들은 병사들에게 쌀을 넉넉하게 나눠주었고 병사들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보자 모두 입이 귀에 걸렸다.


“와! 이게 얼마만의 밥이야!”

“그러게 말이야!”

“우하하하! 아뜨거! 아뜨거뜨거! 우헤헤 맛있다!”


다들 며칠 만에 먹는 제대로 된 밥에 호호 갓지어진 밥을 꿀떡꿀떡 먹었다. 하루와 마루역시 따뜻한 밥을 먹으며 기분 좋게 웃었다.


“도원수영감? 뭐가 그렇게 걱정이십니까.”

“비록 우리가 군량을 겨우 얻었으나 아직도 다른 3영에 보급하기에는 부족하다.”

“그것은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는데 명나라에 우리들의 사정을 전했으나 계속 합공일정을 미루자 명나라에서 우리 조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마치 두려워서 전쟁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어. 좀 더 시간을 끌었다간 큰 일이 우리와 명나라 사이에서 생길거야.”

“허면.”

“우선 내가 이끌 수 있는 밥을 먹은 병사들이라도 훈련을 시켜서 내일 출정하도록 해야겠다.”


도원수 강홍립은 어찌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겨우겨우 3영을 제외한 병사들을 소집했고 야밥에 군사훈련을 지휘했다.


“다들 모였는가?”

“예!”

“밥들은 잘 먹었는가?”

“예, 장군!”

“우리는 내일 명나라와 함께 오랑캐들을 치기 위해서 진군을 할 것이다! 해서 진군하기 전 마지막 훈련을 하고자 한다! 다들 열심히 하고 푹 잘 수 있도록!”


병사들은 두둑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열심히 훈련해 임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푹 잠을 잤다.


“이야, 드디어 오랑캐들을 만나러 가는 건가! 다 쳐부숴주마!”

“이번에도 부디 무사하기를...”


하루와 마루도 다음날 있을 진군에 앞서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작가의말

이제 시험이 하나 남았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 글을 좀 늦게 올리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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