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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50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8.09.17 07:00
조회
358
추천
1
글자
11쪽

88.새로운 임금(1)-휘청거리다

DUMMY

[1607년 선조 40년 음력 10월 9일 임금께서 아침에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가시다 쓰러지셨다. -선조실록-]


“전하, 수라이옵니다.”

“들라 하시오.”


오늘따라 선조는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겨우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서 수라상을 들이게 했다. 그러나 영 입에 음식이 들어가질 않았다.


“전하, 용안이 굉장히 좋지 않사옵니다.”

“요즘 내가 이런저런 일들로 머리가 아파서 밤잠을 설쳤더니 그런 것 같소.”

“전하, 힘드시겠지만 죽이라도 좀 드시옵소서.”


선조는 입맛이 하나도 없었지만 겨우 꾸역꾸역 조금의 음식과 찬이라도 입에 넣어서 먹었다. 그리고 난 뒤 겨우 몸을 추슬러서 정무를 보기 위해서 대궐로 이동을 했다.


끼이익!

문이 열렸고 선조는 휘청휘청 거리면서 겨우겨우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세상이 온통 노란빛으로 보였다. 그러던 중


털썩!


“전하! 전하!”

“전하! 정신 좀 차리시옵소서.”

“전하! 신들의 목소리가 들리시옵니까? 전하!”

“으으으... 으윽.”

“전하! 전하아아아!”


선조는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바로 머리가 핑 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그 자리에 바로 쓰러졌다. 모든 내시들과 궁녀들이 갑자기 임금이 맥없이 쓰러지다 무척이나 당황했으며 허준을 비롯한 어의들과 몇몇 신하들이 달려와서 황급하게 임금의 상황을 살폈다.


선조는 재빨리 응급처치가 진행되었고 방안에서 시름시름 앓고 있다가 겨우겨우 눈을 떴다.


“전하? 전하! 전하께서 눈을 뜨셨습니다.”

“어디! 전하 정신이 좀 드시옵니까?”

“어찌된 일입니까? 내가... 왜 여기에..?”

“전하께서 방을 나서시다가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바로 쓰러지셨습니다. 맥이 풀린 상태로 쓰러지신 전하를 이끌고 들어와서 겨우겨우 처치를 했고 다행이도 지금 깨어나신 것입니다.”

“아,,, 그렇소?”

“전하, 옥체는 평안하시옵니까.”

“모르겠소.”

“신이 생각해 보건데, 아무래도 전하께서 오랫동안 앓고 계셨던 편두통이 주된 원인이라고 사료되옵니다. 부디 소신이 지어드리는 탕약을 꼬박꼬박 드시옵소서.”


허준은 선조가 나이가 들어서 편두통이 심하게 온 것이라고 생각을 했으며 기가 떨어지고 극심한 편두통을 앓고 있는 선조를 위해 약을 처방했다.


선조는 장시간 누워 있다가 다행히 눈을 떴고, 주변을 둘러보니 어의와 여러 대신들이 선조를 바라보며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사이에 자신이 싫어했던 세자 광해군 역시 눈물을 훔치며 무릎 꿇고 앉아서 선조에게 멀찌감치 떨어져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광해, 혼(광해군의 이름)아. 혼아 이리로... 와 보거라...”

“예, 아바마마.”

“내 너한테 긴히 부탁해야 될 일이... 생긴 것 같구나...”

“예, 아바마마. 무슨 일이든지 하명하시옵소서.”

“내 너에게... 전위를 하겠노라...네가 왕자들 중에서는... 제일 명철하니...”


깨어난 선조는 광해군을 바라보자마자 충격적인 뜻을 전했다. 그것은 전위 즉 왕위를 후임자에게 물려주겠다는 뜻이다. 평소에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선위(왕이 살아있음에도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것)를 이용해서 광해군과 조정대신들을 혼란하게 만든 적이 있는 선조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선조는 자신의 죽음을 암시했는지 선위가 아니라 진심이 담겨있는 전위를 직접 말한 것이다.


광해군은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당황했다. 아버지가 자신을 인정해 주신것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몇몇 조정대신들은 선조의 말이 탐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선조가 새로이 얻은 정부인 인목왕후에게서 나온 적장자 영창대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목왕후와 영창대군의 편에 서서 새로운 천하를 준비하고 있었던 일부 신하들과 인목왕후에게 있어서는 이러한 선조의 말이 불길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선조가 기력을 차리자 신하들은 여러 가지 상소를 올리며 선조의 심기를 크게 건들이지 않는 선에서 광해군에게 왕권을 전위하는 것을 반대하고 나섰다.


“전하, 요 전날에 여러 가지 상소가 왔습니다.”

“상선이 좀... 읽어주시오.”

“예, 허면 정리해서 읊어드리겠습니다.”


선조를 곁에서 항상 보필하는 상선(종2품 최고 내시)이 여러 가지 상소들을 꺼내들어 읽은 다음 요약해서 선조에게 알려주었다.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몇몇 대신들이 전하께서 광해군에게 전위를 하시는 것에 대해서 반대를 하였사옵니다.”

“뭐라? 어찌..하여말이냐?”

“그것이 광해군은 적장자가 아니고 첫째도 아니라는 것이 반대하는 관료들이 주된 생각으로 사료되옵니다.”

“그게 말이 되느냐...영창대군은 아직 만 2살도 안되었고... 첫째 임해군은 다른 형제들과 매일 소란만 일으키지 않느냐... 조정 관료들이 그리 반대를 한다면 광해군에게 전위가 아니라... 섭정이라도 하게 시켜라.”


선조는 광해군에게 섭정이라도 해서 자신이 병들어 누워있는 동안에 조정을 관리할 것을 요청했다. 며칠 동안 광해군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나라를 이끌었고 그 사이동안 선조의 기력은 많이 회복되었다.


선조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걸어 다니고 정사를 돌보는데 무리가 없어지자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주상 전하! 듭시오!


선조는 정사를 돌보기 위해 거의 1달 만에 대궐로 들어왔다. 조정 대신들은 다시 건강을 회복하고 돌아온 임금을 향해 고개를 숙여 극진하게 인사를 올렸다.


“전하, 그동안 괜찮으셨사옵니까?”

“그렇사옵니다. 부디 만수무강토록 옥체를 보전하시옵소서.”

“하하, 그대들이 이렇게 과인을 걱정해 주니, 내 이렇게 팔팔하게 기력을 회복하고 돌아왔습니다. 해서 과인은 지금당장 세자에게 동궁으로 물러날 것을 명하오.”

“예? 전하, 해도 세자저하께서는 열심히...”

“됐고. 과인이 이제 다시 건강해졌는데 세자가 섭정을 할 연유는 모두 사라졌소. 내 뜻대로 하시오!”

“아바마마의 뜻에 따르겠사옵니다.”


광해군은 의례가 끝난 다음에 몸을 일으켜 동궁으로 물러났다. 세자가 지내는 처소에서 다시금 가쳐버린 듯 한 기분이 들은 광해군은 아바마마에 대한 엄청난 배신감과 분노가 들었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을 했는데! 아바마마께서는 나를 이렇게 못살게 부리시는 것이냐! 필요할 때는 불러서 잔뜩 써먹으시고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곧 바로 내쳐버리시는 구나!”

“저하, 너무 화내지 마시옵소서.”

“모르겠다! 다 모르겠어! 차라리 아바마마가 건강해지지 않으셨던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아바마마의 마음속에는 나는 하나도 없고 저 두 살 난 영창대군밖에 없구나! 어찌하다 이렇게 되었는지! 원통하다! 원통해!”


광해군은 방안에 있던 책들을 모두 집어던지고 상을 어질렀다. 그 다음 바로 요에 머리를 푹 박고 계속해서 끓어오르는 분노와 배신감에 주먹을 꽉 지고 흐느껴 울었다.


이렇게 급변하는 조정의 소식은 당연히 각 고을 지방 관리들에게 긴급하게 보고되었고 임금에 대한 소문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뭣들 하냐! 날도 추워지는데 빨리 담을 쌓지 않으면 눈이 잔뜩 내려서 더 힘들어진다!”

“예, 나리 헌데 손이 꽁꽁 얼어서...”

“잔소리 말고 빨리 일하지 못해!”


하루와 친구들은 관청에 와서 허물어져 있는 담을 새롭게 쌓아올렸다.


“아이고! 도대체 이 나라는 백성들을 왜 이렇게 부려먹는 거야! 오히려 노비일 때 보다 더 일시키네!”

“그래도 별 수가 없잖아. 나라에서 시키면 안 할 수도 없고. 괜히 거절했다가 곤장만 맞을 걸?”

“일본에서는 이렇게 농민들을 가혹하게 부려먹어?”

“뭐,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근데 일본에 있었던 지 하도 오래 되서 기억이 슬슬 가물가물 해지네?”

“켄타! 소우스케! 요즘 일본어도 기억 잘 안 나지?”

“어? 음... 그러게 이제 일본어보다 조선어가 더 자연스럽잖아?”


힘들게 돌덩이를 나르고 단단하게 쌓고 있는 동안 관청 안에서 임금에 대한 이야기. 선조와 광해군 사이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조정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주상전하가 쓰러지셨다가 다시 기력을 회복하셨다는 구나?”

“허면 세자저하께서는 어떻게 되시는 겁니까? 계속 전하와 함께 정사를 돌보시는 건가요?”

“아니, 주상전하께서 세자저하의 섭정을 모두 물리시고 자신이 직접 정사를 다스리시고 계신다고 한다.”

“그럼 세자저하는 다시 씁쓸하게...”

“그래, 세자저하께서는 동궁에서 불길하고 불안전한 자신의 지위를 가지고 홀로 궐에서 지내시겠지.”


마루의 귀에 방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갔고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주상전하와 세자저하라는 말은 똑똑히 들렸으므로 왕가 사이의 불화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으이그, 쓰벌 놈 임금이라는 놈이 아들한테도 못살게 구는구나. 하긴 아들한테도 그렇게 못살게 구는 왕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백성들에게는 오죽하겠어?”

“어허, 마루야 조용히 해!”

“그래, 들렸다가는 바로 끝장이야!”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왕권에 눈이 멀어서 세자저하를 저렇게 불렀다가 내쳤다가 하냐고! 나는 도저히 이해 못해! 차라리 얼른 세자저하께서 새로운 임금이 되시는 것이 백성들이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거라고!”

“글쎄, 그건 모르는 일이지. 자식이 아비를 닮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그래도 전쟁이 났을 때 궁궐을 두고 북쪽 국경까지 피신을 간 그 임금인지 왕인지 하는 놈보다는 차라리 전쟁 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전란 극복에 힘을 써준 세자저하가 났다고!”


마루는 투덜거리면서 돌을 쾅쾅 소리가 나게 쌓아올렸다. 하루와 친구들도 마음속으로는 지금 임금보다는 광해군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일을 계속해 나갔다.



1608년 새해가 밝아왔고 봄이 되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평양성 동네에서 예전에 마루와 같이 지냈던 어르신이 끝내 숨을 거두셨다.


“아이고! 어르신...”

“참 좋으신 분이셨는데... 저 분 없었으면 나는 한양에서 탈출도 못 했을 거야.”

“그래도... 일흔 넘게 사셨으면 굉장히 오래 사신거지.”


동네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그 동네 가장 연장자의 죽음을 눈물로써 애도를 했고 모두들 찾아와서 절을 올리고 마지막 길을 떠나 보내드렸다.


같은 시간 조정에서도 죽음의 기운이 몰려왔다.


선조는 질병이 더욱 악화되어 이불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마지막 유서를 남긴 채 숨을 거뒀다.


“그래, 다들 모였느냐.”

“아바마마.”

“전하.”

“아무래도 나는 여기까지 인 듯싶구나... 내 살아서 임금으로 부임하는 동안... 지은 죄들이 너무 많고... 또 질투를 너무 많이 해서... 선왕들이 받아주실지 모르겠구나... 혼아. 내가 아비를 대신해서... 조선을 이끌어다오...”


선조는 마지막 말을 남긴 다음 영원히 눈을 감았다. 그의 몸에서 마지막 남은 생기가 빠져나갔으며 조선의 궁궐에서는 임금이 흉한 것에 대한 엄청난 슬픔과 함께 혼란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선조가 붕어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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