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오딧세이 - Seasons 2 : 12편 말썽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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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시선이 남자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누군가는 침을 삼키며 긴장된 얼굴을 보였고, 누군가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헛기침을 하자, 이내 그의 입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테란 연합의 아론이다.”
“…”
“…”
그 말 이후로 정적이 이어졌다. 그래도 사람들은 다시 기다렸다. 분명, 그 문장 뒤에 무언가 더 수식어가 필요했다. 이대로 말을 끝내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했다. 하지만, 지루해질 정도로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의 입에서는 더 이상 말이 말이 들려 오지 않았다.
“그게 다요?”
질문을 던진 멘스트소좌가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내 소개는 그것이 제일 정확하고 명확하다. 그 이상의 어떤 단어로도 나를 이것보다 더 명확하게 표현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의 말에 몇몇이 헛웃음을 뱉었다. 허탈하고 황당하기 때문이다.
“아니, 이봐요. 아론씨. 자기 소개는 그렇게 끝나는 게 아니라고요.”
얼마나 답답했는지, 엔나까지 껴들어 그에게 더욱 더 자세한 정보를 요구했다.
“당신에게 발언권을 준 적이 없다. 또한, 이미 이야기 했지만 내 소개는 그것이 제일 명확하다. 그리고 나 뿐만이 아니라 당신, 그리고 당신도 분명 아까 내가 소개를 하고 했을 때 나와 같이 소속과 이름을 말하지 않았나? 무엇이 틀린 건가? 나도 당신들이 했던 것과 동일하게 소속과 이름을 밝혔다.”
그가 황녀와 멘스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동시에 사람들의 눈에 짜증이 쌓였다. 그거랑 이거랑 같은 건가? 그들은 이미 황녀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그리고 누구인지는 상세히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이미 서로 적이고 상황을 다 알고 있었으니, 하지만 눈 앞의 남자는 다르지 않은가.
“하, 정말이지. 말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황녀가 혼잣말처럼 뱉자, 이내 눈 앞의 외계인(?)의 입이 열렸다.
“나는 말 장난을 한 적이 없다. 분명하게 당신들이 요구하는 소개를 했다. 내 대답이 부족했나? 그러면 한번 더 대답을 해주겠다. 질문을 해도 된다.”
그의 말에 적이며 원수였던 프렌행성과 체스키 제국사람들이 동시에 합창하듯 입을 열었다.
“그 테란 연합이 대체 뭐냐니까?!?”
그들은 테란 연합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 최소한 자기소개였다면 그 연합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필요하지 않을까. 그들의 단합된 모습에 묘한 눈길로 사람들을 바라보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내가 소속된 연합이다. 평화를 지향하며 분쟁을 해결하는 집단이다.”
그의 말에 엔나가 이를 악물더니 이내 바락 바락 소리를 질러댄다.
“아아악!! 진짜! 이봐요! 좋아요! 그럼 그렇다고 쳐요!! 그럼 그 테란 연합이라는 게 대체 어디 있는 거에요!?”
엔나가 짜증을 내며 묻자, 잠시 동안 그녀를 바라보던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리드 13121, 위치 H31122에 위치한다.”
“???”
남자의 대답에 사람들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생겨났다. 대체 저 대답이 무어란 말인가?
“위상 거리와 3차원 공간 그리고 시간 축에 대한 정확한 위치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가 이때 가장 어울릴 만 했다. 사람들은 제각각 쌓인 짜증과 분노를 이를 악물거나, 그를 향해 노려보거나 하며 풀어보려 했지만 풀릴 리가 없었다.
분노는 체열을 높여만 갔다. 거대한 회의실이 마치 따끈따끈한 찜질방으로 변해가는 모양이었다. 그들 주변의 공기 온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이것의 원흉이 다 눈 앞의 이방인(?) 때문이었다. 엔나는 외계인라고 생각 했겠지만.
“대답해 주기 싫은 모양이군요.”
황녀는 그의 대답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다. 나는 분명 당신들이 요구했던 질문에 가장 정확한 대답을 했다. 이것이 부족하다고 해도 나는 더 이상 당신들에게 해줄 설명이 없다.”
그의 대답에 황녀의 예쁜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이내,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요. 당신의 소개는 그걸로 됐다고 치죠. 질문 더 해도 되겠죠? 우리는 4명이고 아직 두 명이 남아 있어요.”
말을 마친 황녀가 회의실 테이블 건너편으로 시선을 옮겨갔다. 그러자, 아론의 쇼크 공격에 기절했던 알론중좌가 언제 정신을 차렸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론이라 소개한 이방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질문을 기다렸다.
이내 사람들의 시선이 알론중좌에게 쏠렸다. 그가 질문을 하기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질문이 아닌 몸을 던졌다.
“개자식! 감히 우리를 농락하다니! 죽어라!!”
알론중좌는 쇼크 공격을 받을 때, 온 몸을 비틀며 발버둥을 쳤었다. 온 몸을 태우는 듯한 고통에 그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그게 전화위복이 되었다. 그를 결박하던 끈이 느슨하게 풀어지며 그의 발과 팔목이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
사람들은 경악스런 얼굴로 알론중좌를 바라보았다. 그가 테이블 위로 뛰어 올라 거대한 신장의 이방인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리고 곧 몸을 비틀며 강력한 발차기를 그의 얼굴로 향했다.
최소한 100Kg이상의 무게가 그의 회전과 함께 발에 실렸다. 보통 사람이 그런 발차기에 적중 당하면 열 명중에 7-8명은 최소한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기절하는 것은 당연했다.
“퍼억!!”
회의실을 가득 울리는 둔탁한 울림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이방인이 쓰고 있던 썬글라스가 저 멀리 날아갔지만 그는 각도가 약간 틀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질문을 말 하라고 했을텐데.”
이윽고 그가 일어서자, 거대한 신장에 어울리게 테이블위로 올라선 알런중좌의 시선과 비슷해졌다. 동시에 다시 알런중좌가 주먹을 내질렀으나 곧 그 주먹은 허무하게 잡혔다.
“이이익!!”
그가 다시 오른팔로 이방인을 향해 주먹을 날렸으나, 이번에는 팔목을 붙잡혔다.
“흠, 당신에게는 조금 더 강한 체벌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듣기에도 거북한 ‘뚜두득’거리가 들려왔다. 이방인이 그의 팔목을 부러트린 것이었다.
“아아악!!!”
알런중좌가 팔목 주변을 붙잡고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곧 그가 다시 정신을 잃는 것이 보였다. 고통에 발버둥 치던 알런중좌의 머리통을 한 손으로 감싸듯 쥐어 뇌로 향하던 혈관을 막은 이방인의 행동 때문이었다. 중요한 장기인 뇌로 가는 혈관을 막으면 혈액순환이 단절되어 일시적으로 쇼크상태에 빠져 정신을 잃는 것은 당연했다.
“시끄럽군.”
그의 말에 사람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너무 잔인했다. 또한, 동정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 보였다.
“더 질문 없나?”
그의 말에 마지막 남아 있던 사람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그 사람은 매우 체구가 작은 여자였다. 황녀는 자신의 시녀인 메린을 향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저 여리고 여린 시녀가 무슨 죄라고. 만약 알런중좌처럼 팔이나 다리를 부러트리는 것이 아닐는지 걱정이 생겨왔다.
겁을 잔뜩 집어 먹어 거의 존재감이 느껴지질 않았던 마지막 사람인 시녀가 대답하려는 찰라, 그녀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그녀의 입이 열렸다.
“저어…. 식사는 안되나요?”
그녀의 말에 사람들의 탄식과 감탄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어쩌면 묘안일 수도 있었다. 차라리, 질문을 하여 이방인의 분노를 받는 것보단 밥이라도 먹자고 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질문에 이방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었지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식사는 제공해 주겠다. 그리고 저 사람도 치료를 해주겠다. 다시는 분란을 일으키지 말도록 하는 것이 몸을 지키는 길이다.”
그의 말에 사람들이 눈을 감은 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포자기를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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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어라, 많이 쓴것 같은데... 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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