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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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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dap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7
최근연재일 :
2015.02.25 07:03
연재수 :
1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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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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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4
글자수 :
818,771

작성
14.10.17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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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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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7쪽

회색시대-20.아름다운.(6)

DUMMY

“제기랄.”


누군가 욕을 하고 다시 앞으로 나갈 진열을 정비했다. 마탑이 왕세자군과 손을 잡아 마법과 관련된 화력은 거의 그쪽에 몰려있었다. 마탑 소속이 아닌 마법사나, 신앙심이 투철한 마법사 몇이 신군에 참여했지만 별로 쓸모가 없었다.


-질지도 모를 전쟁.


신군 사이에서 은근히 퍼지는 이야기였고, 카르는 그 것에 동감했다. 압도적인 차. 있던 권력을 유지하는 것은 새로운 권력에 도전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나, 아니면 그간 교황청과 국왕은 있던 권력을 잘못 휘둘렀다. 카르는 제 생각에 쓰게 웃었다. 잘못 휘두른 권력이나, 제대로 휘두른 권력이나 상관없다. 자신은 그냥 일개 사냥개일 뿐이다. 전쟁 어느 순간에 죽을지 모르는 일개 사냥개. 그들이 져도, 이 인생은 크게 변할 것이 없었고, 그들이 이기면 어디선가 죽어가겠지. 사람은 태어나면 누구나 죽는다. 그게 조금 이르게 올 뿐.


“죽어!”


누군가 칼을 내리치고 카르는 잽싸게 막았다. 누구나 죽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살아있고 또 살려고 이토록 애쓰느냐. 동생들 때문인가, 아니다. 자신 때문인가, 아니다. 살아서, 살아서 해야 할 일이 있을 텐데. 아마도 그래서 살아있을 텐데.


카르는 눈 앞의 광경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다들 팔이 없거나 다리가 없거나 대가리가 없었다. 몸 안의 피는 애초에 땅을 적시기 위해 생긴 것 같았다. 익숙한 광경이다. 심문소에서 매일 같이 보고 제가 행하던 일이었다. 각목으로 사람을 패고, 고문도구로 손발톱 다 빼내고, 인두로 지지고, 물에 쳐 박고 종국에는 목을 잘라내던 일이었다.


다만 이번에 그렇게 죽어가는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검은 옷을 입은 시체들이 즐비하다. 같이 일하던 자들도 있고, 아닌 자들도 있었다. 그게 늘 겁이 났었지. 저들이 맨주먹으로 바닥의 돌을 주워 던지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총칼을 들고 싸운다면. 분노한 사람들, 살인을 일삼던 개들. 승부는 명확관하지 않느냐.


“심문소의 개다!”


병사 하나가 카르에게 다시 칼을 휘두르고, 카르는 재빨리 다시 그를 막았다. 훈련에서 배운 검격이니 뭐니 하는 것들 다 개소리. 누가 더 빠르고 누가 더 잔인해질 수 있는가의 문제. 그렇게 살아온 삶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흔든 검 끝에 병사는 죽어 자빠졌다.


“항복하라!”


하지만 전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일개 개인의 능력은 전쟁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개는 개일 뿐이니까. 개 목줄을 쥐고 싸움질을 붙인 주인의 능력에 달린 그런 싸움이니까. 혹은 얼마나 강하고 많은 개를 소유했는가의 차이겠지. 전열이 다시 무너지고 밀린다. 카르는 부하들을 챙겨 뒤로 도망치게 하면서 열심히 물러섰다. 그것뿐. 이렇게 살아가는 것뿐.


“으아악! 저, 저거!”


거대한 괴물이 쿵쾅거리며 사람을 짓밟으며 달려온다. 압도적인 힘, 검은 괴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괴물. 압도적인 힘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하는 우리의 작은 존재. 그 힘에 대항하여 대마법탄을 던져보지만 괴물은 그를 피하거나, 사라지더라도 끊임없이 다시 등장했다.


그것이 등장하면 전열은 무너지고 철수가 우선 된다. 어느 미친 상관이 신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덤벼들어 모두가 죽어 나자빠진 전투도 있었지만, 대게는 신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살아남길 바라는 게다. 그리고 말한다. 오, 다음을 생각해야 해. 오, 전투력을 보존해야 해. 오, 신이시여, 우리를 보호하시옵소서.


카르는 도망치며 그 괴물을 곁눈질로 훔쳐보았다. 괴물 손 안에서 대가리는 박살 나고 꾹 쥔 괴물 손 안에서 내장 따위가 흘러나온다. 이미 저 괴물은 전장에서 유명했다. 경계하라! 마법이 낳은 지옥의 자식을! 저러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 그림을 금지시킨 것이다! 신께서 창조하신 생물은 한 없이 아름답지만, 사람이 그 힘으로 낳은 괴물은 잔인하고 끔찍하다. 이러하기에 우리는 신께 복종을 해야 한다!


교황청 사제들이 그리 소리지르지만, 그뿐이었다. 신께 올린 기도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모자란 화력은 괴물을 막지 않는다. 현실, 시위에서 소리 높여 부르짖은 이들에게 현실을 이야기했듯, 이 또한 현실이었다. 우리가 힘을 이야기했듯, 그들도 힘을 이야기했다. 힘이 지배하는 세상. 당연한 세상. 다만 바라건대, 진아. 저 괴물을 움직이는 것이 아저씨도 아니고, 너도 아니길 빈다. 네가 만든 저 생물이 저리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면 착한 너는 마음이 아플테니까, 진아.


다만, 진아, 전쟁에서 너희들이 승리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저 괴물에게 짓밟혀도 좋으니 네가 뜯어갈 살점이 남아있으면-


“너희는 포위되었다. 모두 무기를 내리고 항복하라. 너희의 대장은 죽었다.”


왕세자군의 누군가 신군 3 병단 단장의 목을 쥐고 말 위에서 흔들었다. 괴물은 사라지고 없고 사람들만이 그곳에 있다. 사람일까, 정말 이들이 사람일까. 우리가 사람일까. 사람이지, 사람이기에 잔인하고 잔혹해질 수 있는 것인 것을. 신군들은 하나씩 무기를 버리고 양손을 위로 올렸다. 몇몇은 신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자결하거나 반항했다. 반항하는 이들의 운명은 그들의 기도대로이리니, 오 신이시여, 우리 기도하던 데로, 님의 영광 곁에 자리하리다. 카르는, 누구의 이름도 부르짖지 않고 무기를 내려놓았다.


“포로들 분류해!”


왕세자군은 무기를 내려놓은 이들을 발길로 차며 한군데 모으기 시작했다. 신이시여, 우리를 보호하여 주옵소서.

.

.

.

.

진은 전투가 끝나고 약 하나 챙기고 또다시 그림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늘도 괴물이 사람들을 참 많이 죽였는데. 내가 죽인 건데 말이지. 한숨을 내쉬고 자책하면서도 마음 안에 편편히 물들어가는 색을 느끼며 가만이 누워있었다. 그림이란 참 신기하다, 색이란 참 신기하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저기, 마법사님, 회의가 있답니다.”


소년 병사 하나가 소식을 알리고 진은 일어섰다. 병사는 진의 소문을 들어 알고 무서워하며 슬슬피했지만 진은 더 이상 아무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싸우지 않았다. 그저 회의에 가는 것이 귀찮아 느적느적 일어났다. 어차피 가서 아무 말도 안 하는데 끝내 부르는 것이 고맙다고 해야 하나, 싫다고 해야 하나. 복도에서 군인들이 저들끼리 쑥덕거린다. 진은 그 소리 귀 곁으로 넘기며 가려했지만,


“카르 이리스, 최초의 고발자가 포로가 되었다더군.”


그 소식이 진의 귓가를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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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회색시대-21.메마른.(2) +1 14.10.25 1,613 10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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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회색시대-20.아름다운.(8) +3 14.10.21 923 27 10쪽
165 회색시대-20.아름다운.(7) +2 14.10.19 1,310 48 9쪽
» 회색시대-20.아름다운.(6) +2 14.10.17 790 23 7쪽
163 회색시대-20.아름다운.(5) +1 14.10.15 1,033 25 10쪽
162 회색시대-20.아름다운.(4) +2 14.10.13 809 23 9쪽
161 회색시대-20.아름다운.(3) +1 14.10.11 819 29 9쪽
160 회색시대-20.아름다운.(2) +3 14.10.09 825 35 9쪽
159 회색시대-20.아름다운.(1) +1 14.10.08 1,079 35 9쪽
158 회색시대-19.젖은.(4) +3 14.10.06 1,050 25 9쪽
157 회색시대-19.젖은.(3) +4 14.10.04 881 27 11쪽
156 회색시대-19.젖은.(2) +1 14.09.27 760 34 10쪽
155 회색시대-19.젖은.(1) +2 14.09.21 701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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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회색시대-18.뒤엉킨.(6) +2 14.09.03 922 21 10쪽
151 회색시대-18.뒤엉킨.(5) +2 14.08.31 915 31 11쪽
150 회색시대-18.뒤엉킨.(4) +2 14.08.24 1,114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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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회색시대-18.뒤엉킨.(1) +2 14.08.04 810 2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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