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시대-0.회색
혜인.
이 모든 예술이 금지된 시대를 사람들은 회색시대라 부른다더라.
히르 아저씨의 마법이 성공하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역사 어느 곳에서 이런 시대를 찾아볼 수 있었을까.
그러나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를 살고 있구나.
혜인.
하얀 종이 위에 눈을 그려본 적이 있니?
그 옛날 아버지께서는 어느날 내게 하얀 종이 위에 눈을 그려보라 하셨어.
난 어린 마음에 잔뜩 울상을 짓다가
아버지께 그냥 하얀 종이를 내밀었지.
이게 전부 눈이에요. 하고 말이야.
아버지는 웃으시며 옅은, 아주 옅은 회색을 꺼내드셨지.
작게, 점점이. 그래서 점을 찍는
흰 종이 위에는 곱디고운 하얀 눈이 쌓인 것 같았어.
혜인.
회색에도 다양함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잊는 것 같아.
눈 처럼 보이는 아주 옅은 회색부터,
저기 보이는 바위의 회색,
너와 함께 걷던 길, 돌담의 회색.
그리고…… 너의 눈동자.
천으로도 만으로도 나눌 수 있는 회색이 있다는 것을 말이야.
단지 색이, 예술이 금지된 세상이라 회색시대라 불린다는 것은.
그 어여쁜 회색들에게 미안한 것 같아.
혜인.
이 시대를 회색시대라 부른다면,
그 회색을 이름지어 주어야 할 것 같아.
메마른, 모든 것이 메마른 그런 회색이라고.
- 작가의말
새글 시작합니다. 좀 정신없는 이야기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공지나 업데이트 소식은 twitter.com/GimGirdap 에서 올라옵니다.
Comment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