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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3.10.23 13:25
최근연재일 :
2024.03.04 08:1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4,902
추천수 :
277
글자수 :
784,850

작성
23.12.2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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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살아라

DUMMY

김상욱에 의해 변이가 일어난 저 남자.

그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거인이었고, 괴물이었다.


{그어어어!}


자신이 누구였는지, 오늘은 어디를 가려고 했는지, 내일 저녁은 무엇을 먹을 생각인지.

인간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하찮기 짝이없는 고민과 생각들은, 더 이상 저 거인에게 있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남자는 이미 거인이 되었고, 돌이킬 수는 없었다.


"최대한 막아."


거인이 된 남자가 부상을 입어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나는 유덱스에게 단단히 일렀다.


"사람들을 해치지 못하도록 최대한 막아."

"......알고 있어!"


유덱스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김상욱보다는 좀 더 작은 거인, 즉 분명 인간이었던 남자가 부상입은 사람들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정도 쯤이야 이미 눈치챘다는 듯, 유덱스는 작은 거인을 향해 자연스럽게 몸을 날렸다.


{거어어... 거어어...}


본래 김상욱이었을 큰 거인이 뻥 뚫린 자신의 손바닥을 보며 멍청하게 으르렁거렸다.

그러는 사이, 유덱스의 황금빛 단도가 사람들을 할퀴려는 작은 거인의 손을 막아냈다.


투욱!


작은 거인의 손가락이 잘린 모양이다. 바닥에 징그러운 초록빛 손가락 서너 개가 떨어졌다.


"너도......"


스르릉. 유덱스가 입고 있던 검은 코트의 품 속에서 기다란 황금빛 장검을 꺼내보였다.

디케교 사제들만이 지닐 수 있는 장검. 손잡이 부분에 새겨진 황금색 비둘기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너도 인간이었을 텐데."


작은 거인에게 말을 걸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유덱스의 심정은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만, 이미 상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그어어어!}


잘린 손끝을 멍하니 바라보던 작은 거인이 유덱스를 향해 포효하더니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래. 나한테 오라고. 이 멍청아."


마치 그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유덱스 장검을 들고 중단세 자세를 취하며 씩 웃었다.


"이번에는 손가락만 날아가지 않을 거야......"


유덱스의 검 끝이 작은 거인의 복부를 가르려던 바로 그때였다.


"......뭐야?!"


작은 거인이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사라진 건 아니다.

단지, 유덱스를 향해 달려들었던 작은 거인은 그저 환영에 불과했을 뿐.


{그어어어어어! 그어어!}


어쩌면 실수일지도 모르고, 달리 말하면 멍청했다. 우리 둘 말이다. 왜 진작에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변이체에게는 각각의 특이능력이 존재한다.

어떤 변이체는 은신능력을, 또 어떤 변이체는 화염의 능력을, 얼음의 능력을.


아마 우리가 지금 마주한 변이체의 능력은.


"......분신술?"


유덱스의 말대로, 저 변이체의 능력은 분신술일 것이다.

큰 거인은 아직 이렇다 할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기에 확실하지 않지만, 작은 거인은 확실하다.

놈의 특이능력은 분신술이다.


진작에 알아차렸어야 했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변이체는 특이능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까.

이마에 어떤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적어놓지 않는 한, 각각의 변이체가 가진 능력이 무엇인지 유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변이체의 특이능력 종류만 해도 최소 100가지가 넘으니까.


{그어어어어어!}


작은거인의 분신은 총 3마리.

두 마리는 부상당한 사람들을 향해 이동중이었고, 남은 한 마리는.


"유덱스! 뒤!"

".....젠장할!"


유덱스가 뒤를 돌자마자 빛나는 장검이 포물선을 그렸다.

아무리 특이능력이 있다고 해도, 변이체는 변이체다. 특정 부분에서는 지능이 딸린다.

놈은 유덱스가 뒤를 돌아보지 못할 것이라고 믿은 것인지, 그만 유덱스의 장검에 크게 베이고 말았다.


{그어어! 그어어! 그어어어!}


저것이 본체일까.

아니, 아닌 것 같다.

두 눈을 크게 베인 작은 거인이 초록빛 피를 마구 뿜어대더니 그대로 마치 모래처럼 허공에 흩날렸다. 일단 이 놈은 분신이고.


"엄마! 엄마!!"


젠장, 이미 늦었나.

두 다리를 심하게 다친 엄마 곁에 있던 한 어린 여자아이가 울부짖는다.

본체는 저곳에 있었다. 작은 거인이 아이의 어머니를 공격하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뒈지고 싶어?!"


뒤늦게 발견한 유덱스가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변이를 일으키고 있었다.

잠시 후, 어머니는 사라졌다.

자리에 남은 것은, 자식에 대한 어떠한 감정도 남지 않은 두번째 작은 거인 뿐이었다.


"엄마..... 엄마아......!"

"어째서..."


유덱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작은 거인이 만들었던 분신들은 사라진 뒤였다.

작은 거인은 분노에 휩싸인 사제를 향해 이죽거렸다. 거인의 곁에는 놈이 만들어낸 두번째 작은 거인이 멍청한 얼굴로 코를 후벼파고 있었다.


"어째서...... 너도... 너도 인간이었잖아......"


어머니였던 존재가 자식이었던 존재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자식이었던 어린 아이는 나름의 희망을 담은 눈빛으로 어머니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되돌아온 것은 배고픈 짐승 특유의 으르렁거림 뿐이었다.

배고픈 짐승에게 있어서, 아이의 존재는 그저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런데 왜...... 왜 이렇게......"


절망에 빠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변이된 사람들을 살릴 수는 없다. 내가 매정하고 매몰찬 사제라서가 아니다.

변이된 인간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그것이 법칙이다.

그러나 강제로 변이가 일어난 사람들을 굳이 죽이지 않아도, 그들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유덱스."


내 눈앞에 있는 큰거인, 즉 현 사태의 제 1원인인 김상욱을 죽이면 된다.

그렇게 되면, 변이가 일어난 사람들을 직접 죽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함께 죽게 될 테니까.


"남은 사람들을 지켜."

"......"

"그리고."


나는 절망에 빠져 바닥에 주저앉은 사제로부터 등을 돌렸다.


"너 스스로를 지켜라."


{거어......}


멍청한 눈으로 뻥 뚫린 손바닥을 관찰하던 큰거인이 나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드디어 그 못생긴 손을 구경하는 걸 그만두기로 결정한 모양이지.


"김상욱, 이라고 했던가?"


{거어......?}


'김상욱'이라는 이름에 반응한 것일까.


{거어.......!}


아, 아니었다.

나름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놈은 '김상욱'이라는 이름에 반응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짐승의 단순한 호기심일 뿐이었다.


"......이대로는 재판을 할 수가 없는데. 재판의 방은 인간이 저지른 죄를 심판하는 곳이지, 너 같이 멍청한 괴물을 심판하는 곳은 아니거든."


{거어, 거어, 거어!}


쿵, 쿵. 놈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천천히 뒤로 조금씩 물러났다.


"그거 알고 있나, 김상욱?"


방법.

이 지옥같은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놈을 죽이는 것이다.


사실 저 놈은 마인이 아닌 그저 인간에 불과하기에 죽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특이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신경쓰이긴 하지만, 그건 놈이 어떤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지 모를 때만 해당된다.


지금의 유덱스를 보면 알 수 있다.

저 녀석은 작은 거인을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 그저 죽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거인들은 분명히 인간이었으니까.

인간으로서 살아 숨쉬고, 공포를 느끼고, 괴로워하는 그 모습을 분명히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까.


"마력덩어리에 의해 맨 처음 변이를 일으킨 변이체는, 얼마든지 본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어. 다시 말해서, 너는 인간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말이야."


그러나 맨 처음 변이체가 된 괴물에 의해 변이를 일으킨 다른 이들은 돌아올 수 없다. 억울하고 불공정하지만, 그것이 법칙이다. 이런 곳에서도 1등만을 대우하다니, 참으로 짜증나기 짝이 없다.


"김상욱, 이거 보이나? 내 손에서 나오는 바람 말이야."


{거어! 거어! 거어! 거어!}


놈이 움직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뒤로 갈 공간이 여유롭지 않은데.


"내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널 한 번에 죽여버릴 수도 있어."


{거어! 거어! 거어!}


툭. 내 발꿈치가 벽에 닿았다.

더 이상 뒤로 물러날 곳이 없다.


"하지만 난 그러지 않을 예정이야."


{거어어어어어!}


놈이 나를 향해 잡아먹을 듯 입을 크게 벌린 바로 그 순간.


"이대로 죽이면, 너한테 벌은 어떻게 줘?"


나의 양 손에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황금빛 바람이, 나와 김상욱을 휘감았다. 우린 더 이상 홍대입구역에 있지 않았다. 주변이 온통 금빛 구름이었다.


"......뭐야."


구름 위에 누워있던 김상욱이 입을 열었다.

징그럽게 변이되었던 놈의 모습은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여기가 어디야."

"김상욱."


놈이 벌떡 일어났다. 큰 죄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불안한듯 주변을 살피더니, 나를 향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너, 너 누구야! 여긴 어디야! 씨발, 나, 나 집에서 자고 있었어! 납치? 납치한 거냐?! 뒈지고 싶어?! 우리 아빠가 누군 줄 알아?!"

"자고 있었다라."


그렇다면, 저 녀석.


"네가 뭔 짓을 했는지 기억나나?"

"......뭐?"

"거인이 되어 사람들을 죽이는 꿈. 맞지?"

"......그거, 그건 그저 꿈일 뿐이었어."


김상욱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 나는 누구, 누구 죽인 적, 없어. 그냥, 그냥 꿈이야."

"아니,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니야!!!!"


털썩. 고함을 빽- 내지르더니, 놈은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아니야, 아니야...... 난 그런 사람...... 아니야...... 그런 적...... 없어......"

"홍대입구역을 죄다 박살내고, 수많은 사람들과 네 친한 친구인 이재혁도 죽여버렸지."

"아니라고...... 나는...... 인간이야..... 인간......"


그때였다.

괴로운 듯 두 팔로 머리를 감싸며 울먹이는 김상욱의 정수리 부근에서 새까만 슬라임 같은 것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마력덩어리였다.


".......김상욱."


나는 마력덩어리를 챙긴 후, 놈에게 다가갔다.

김상욱은 더 이상 괴물도, 거인도 아니었다.

그저 하나의 보잘것 없는 인간에 불과했을 뿐.


"나는, 나는 사람을...... 죽인..... 적이 없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뭐?"

"네가 죽였던 중년 여성을 잊었나?"

".......그 여자 안 죽었어! 헙!"


자기가 뱉은 말에 놀랐는지, 김상욱이 서둘러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나는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 사고 당시에는 죽지 않았지.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여자는 죽었다. 겨우 칠순을 맞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 나 술 먹어서 그래. 그리고 우울증도-"

"핑계야."

"내,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김상욱이 내게 달려들었다.

덕분에 나는 뒤로 넘어지고 말았는데, 우습게도 놈이 내 배를 깔고 앉은 자세가 되었다.

딱히 무겁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위협적이지도 않았기에 나는 그저 놈이 발악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내가,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뭐가 그리 힘들었지?"

"그 여자, 씨발 그 개 같은 여자! 우리 가게 음식에서 이상한 거 나왔다고 카페에 올렸단 말이야!"

"카페?"

"그래, 카페! 거기 올려서 우리 가게 말아먹게 만들려고 아주 그냥 작정을 했더만! 하여간 뭐만 하면 죄다 카페에 올려서.....!"

"그 여자도 잘한 건 없다 쳐도, 네가 당당할 일은 아닌 듯한데."

"......뭐라고?"


내가 아무런 정보도 없이 널 잡으러 왔는 줄 아냐.


"애초에 식품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주제에, 청결을 신경써도 모자랄 판에 벌레가 기어다오는 곳에서 식품을 만들었다지? 그 외에도 너희 집안이 기업을 운영하면 안 되는 이유는 다양하지. 너무 많아서 간추리기도 어려울 정도니."

"......그건-"

"지금까지는 운 좋게 넘어간 거야, 김상욱. 네 아버지도, 네 어머니도, 그리고 너도."

"......하,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카페에 글을 올리는 건-"

"김상욱. 내가 말했지."


[죄인은 고개를 들라-]


"그건 핑계라고."

"자, 잠깐만!"


김상욱의 머리 위로 거대한 황금색 비둘기 형상이 나타났다.

재판이 시작되었다.


"너, 너 누구야? 넌 대체 누구야?! 그리고 여긴 어디야?! 대답해!"


[죄인에게 몰수형을 선고한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너 누구냐고?! 대답하라고 씨발!"


대답은 여신님께서 해주실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죄인과 죄인 가족의 모든 재산을 몰수한다-]


김상욱과 가족의 주식, 부동산, 코인, 현금과 금 등 모든 재산은 이 시간 이후로 한 줌의 재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자동차도 집도 뭣도 없는 빈털털이.


"뭔 개소리야 씨발! 거, 거짓말이지? 그치? 그렇지? 거짓말이지?!"


인간은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신다.


"김상욱."


이젠 돌아갈 시간이다.


"지금까지 네가 피눈물 나게 한 모든 사람들을 위해."


가자.


"죄를 뉘우치며 평생을 살아라."


우리가 있었던 홍대입구역으로.


*

*

*


홍대입구역으로 돌아왔을 땐, 모든 것이 폐허가 된 상태였다.

인간으로 돌아온 김상욱은 핸드폰을 부여잡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미친놈 마냥 울부짖고, 악을 쓰는 것을 보니 재판이 잘 이루어진 모양이었다.


김상욱을 지나쳐 계속 걸어가니, 철로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유덱스와 정중재였다. 녀석과 유덱스는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한 여성과 어린 여자아이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결국 이 어린 녀석도 죽은 건가.

상처를 보아하니, 자기 엄마한테 죽은 모양이었다.

참으로 기이하게도, 여성의 시체와 아이의 시체는 서로를 꼭 껴안고 있었다.


".......누님."


위로라도 하려는 양, 정중재가 유덱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유덱스는 귀찮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려버릴 뿐이었다.


".......됐어."


유덱스의 목소리가 감기라도 걸린 듯 맹맹하게 들려온다.


"......난 나가 있을 거야. 여긴 공기가 너무 탁해!"


유덱스가 지상으로 올라가자마자, 어색한 공기가 주변을 맴돌았다.

나는 정중재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왜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고 왔는지.


"어...... 형님과 누님께서 이곳에 계실 것 같았습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정중재가 변명하듯 말했다.


"......사실은 뉴스를 봤습니다. 그걸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형님과 누님이 떠올랐어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재판을 진행해 온 나다.

그 과정에서 소수의 죄인들은 사형을 선고 받았다.

아무리 죄인이라 할지라도, 하나의 생명을 끝장내는 일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형님."


눈 앞에 있는 시체 두 구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 역시 유쾌하지 않다.

'죄'라는 것은 하나의 단일성분이 아니다. 마치 전염병처럼 한 곳에서 발발하면 이곳으로, 저곳으로, 모든 곳으로 퍼진다.

설령 내가 직접 죄를 저지르지 않았을지라도, '죄'라는 놈은 아무런 상관도 없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도 큰 피해를 끼친다.


그러니까 김상욱.


"일단 누님이랑 같이 집으로 가시죠. 아, 아니지."


살아라.

비굴하게 살아남아라. 잡초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아라. 빈대처럼 살아남아라.

평생을 뉘우쳐도 닦아내지 못할 그 핏자국을 떠올리며.


"밥부터 좀 먹을까요? 두 분 다 기운을 좀 차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괴로워하며 살아가라.

그것이 네가 평생을 감당해야 할 너의 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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