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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두윤이의 무림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8.05.20 22:25
최근연재일 :
2019.01.11 21:06
연재수 :
1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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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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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6
글자수 :
842,547

작성
18.07.2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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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여긴 너무 답답해요 -34

DUMMY

이른 아침, 누군가 세차게 몸을 흔든다. 두윤이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눈앞에서 주상이가 환한 웃음을 머금고 있다.


“주상아!”


“두윤아, 나 있잖아. 무공 수련 그만뒀어. 아버지가 때려치우래!”


“진짜?”


두윤이는 기쁜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상이가 날아갈 듯이 한 바퀴 돌며 침대에 앉는다.


“진짜야! 내가 원하는 걸 마음껏 해도 좋다고 말씀하셨어. 나 정말 깜짝 놀랐다니까.”


“다행이야. 그럼 이제 같이 놀 수 있는 거네?”


“놀다니? 난 이제부터 진법 공부에 전념할 거야. 네가 알려준 환영자의 기문진법 말이야. 그동안 배우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다고.”


무공 수련이 끝나니 이제 공부를 시작한단다. 두윤이는 울상을 짓고 말았다.



한편, 구천마련의 기찰검각.


소리장도 나배반이 흥분한 얼굴로 전서구를 와락 움켜쥔다.


“천무가 살아 있다?”


기찰영주가 공손한 자세로 다른 전서구를 내민다.


“그렇습니다. 현재 남궁세가에 머물고 있다 합니다.”


“빌어먹을, 결국 만독노조가 실패한 것인가?”


나배반이 정신없이 탁자 주위를 방황한다.


“사황대가 거짓 보고를 한 것이오. 천무는 분명 마독삼에 중독된 채 절벽으로 떨어졌다 하지 않았소. 한데 멀쩡히 살아있다니.”


찻잔을 집어 들던 임사군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엄밀히 따지면 거짓 보고는 아니지요. 죽었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으니까요.”


나배반이 굳은 표정으로 맞은편 의자에 걸터앉는다.


“사황님께서 매우 언짢아하고 계시오. 피해가 큰 것도 문제요. 만독노조는 무공이 전폐 되어 옥에 갇혔소. 게다가 만독림은 관아의 감시를 받고 있소이다. 도라지를 산삼으로 속여 판 일이 컸소.”


임사군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만독림은 공공연하게 사황을 지지해왔다. 독으로써 세상을 쩌렁하게 울리던 만독노조가 그리되었으니, 앞으로 만독림의 입지도 크게 흔들릴게다. 거기에 사기죄라니, 영 좋지 않은 결과였다.


나배반의 표정이 더욱 굳어진다.


“그보다 중한 일이 있소. 천무를 제거하려 사황대가 직접 나섰소. 그런데 놈이 살아있다면······.”


“복수를 계획 하겠지요.”


“천무는 소림은 물론 무당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소. 무림맹은 천무와 연을 맺으려 안달이 난 상태, 이젠 남궁세가까지 합세했소이다.”


임사군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답했다.


“만만치 않은 전력이군요.”


나배반은 탁자에 펼쳐있는 중원 전도를 쏘아봤다.


“천무가 힘을 규합하면 엄청난 세력으로 자라날 터. 미연에 싹을 잘라야 하오.”


“글쎄요. 쉬이 결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나배반이 날카로운 눈으로 째려보다가 인상을 구긴다.


“책사께서는 느긋하신 것 같소이다.”


“그렇게 보였습니까?”


“이 일은 중대한 사안이오. 오랜 평화로 구천마련은 나약해질 대로 나약해졌소. 이대로는 천무를 상대할 수 없소이다.”


임사군은 손에 들고 있던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천마께서 폐관을 끝내실 때까지 기다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시간을 끌어 좋을 것이 없소이다. 더 큰 세력을 규합하기 전에 천무를 제거해야 하오.”


‘푹!’


단검 한 자루가 중원 전도에 꽂힌다. 칼날의 끝은 합비에 박혀 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칫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까 두렵군요.”


“뱀은 이미 밟았소. 발목을 물기 전에 목을 베어야 하오. 사황님께서도 그리 말씀하셨소.”


나배반이 품에서 작은 깃발을 꺼내든다. 아무 문양도 없는 홍색 삼각 깃발. 무림에서는 가히 공포로 여겨지는 표식이다. 임사군은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깃발을 응시했다.


“살수로군요.”


“그렇소. 무릇 등 뒤에서 날아오는 검이 제일 무서운 법이요.”


임사군은 천천히 깍지를 꼈다.


“살수라는 자들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사안이 중대합니다.”


“그 일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게요. 만약 일이 실패해도 우리의 존재는 절대 알려지지 않을 테니까.”


임사군은 중원 전도에 꽂혀 있는 단검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무 정도의 인물이라면 많은 자금이 들어갈 겁니다.”


“자금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소. 만독림에서 거금을 보내왔소이다.”


“쌓인 원한이 많은가 보군요. 하긴...”


나배반이 깊게 미간을 좁히며 단검을 뽑아든다.


“책사께서는 언제나 부정적이시구려. 금령상단의 일도 그렇고, 마치 천무를 제거하는 일에 반대하는 태도요.”


임사군은 부채를 착! 펴고 느긋하게 펄럭였다.


“글쎄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탓이겠지요. 마왕님의 허락이 있었다면, 저 역시 주저하지 않았을 겁니다.”


“사황님께서는 허락하셨소. 그게 중요한 거요.”


나배반은 단검을 움켜쥐고 위협적인 어조로 말했다.


“하여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소. 책사께서는 마왕을 따를 것이오. 아니면 사황님의 뜻을 받들 것이오?”


“저는 힘없는 일개 서생일 뿐입니다. 누굴 따르고 아니고는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지요.”


나배반의 입가에 미소가 그어진다. 그는 단검을 품에 갈무리하며 말했다.


“책사께서 이른 시일 내에 마음을 정하시면 좋겠소이다. 그게 서로에게 유익할 테니까.”


나배반이 거칠게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한쪽에 공손히 서 있던 기찰영주가 다가온다.


“밖에 기찰삼령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합비로 간다던가?”


“그런 줄로 압니다.”


“명을 내린 적도 없는데 부지런을 떠는군.”


기찰영주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이미 기찰검각 대부분 기찰들이 사황의 명을 받들고 있는지라...”


“아예 마련을 통째로 삼킬 생각이군.”


“그냥 둬도 되겠습니까?”


임사군은 부채를 접고 쓴웃음을 지었다.


“세력 싸움은 늘 있는 법. 그보다 사황이 유독 천무에게 집착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마치 원수를 대하듯 제거할 궁리만 하고 있어. 천무와 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기찰영주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든다.


“전날 있었던 금령상단의 일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부족해. 그럴 사람이 아니지. 어쩌면 말이야.”


임사군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도를 쏘아봤다.


“사황은 생각보다 위험한 인물일 수도 있어. 형산에 있는 화전민의 동태를 잘 살피게. 이왕이면 친해지는 편이 좋겠지.”


“알겠습니다.”


기찰영주가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밖으로 빠져나간다. 임사군은 단검 자국이 남아 있는 합비와 형산을 번갈아 살폈다.


“분명 무언가가 있어. 그게 뭘까?”


멀리 보이는 수려한 산세도 답답한 속내를 얼루기에는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낡은 관제묘(關帝廟),


삼국 시대의 영웅 관우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시내에서 조금 외곽인데, 합비 사람들은 이곳에 발길조차 주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칠 년 전, 성도에 대규모 돌림병이 돌았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관아에서는 방역에 열을 올렸는데, 병으로 죽은 시신을 급히 묻을 곳이 필요했다. 그 시신이 묻힌 곳이 바로 이곳 관제묘였다.


덕분에 관제묘는 귀신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자자했으니. 게다가 이곳에 들어오면 돌림병에 걸린다는 괴담마저 돌아 관원조차 찾지 않는 금역(禁域)이었다.



사람들이 깊은 단잠에 빠진 어두운 밤. 검은색 복면을 쓴 사람이 나타나더니 관제묘 꼭대기에 홍색 삼각기를 꽂는다. 인적이 뚝 끊긴 이곳에서 대체 무엇을 하는 걸까. 복면인은 긴장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무엇을 잃어버리셨소?”


문득, 관제묘 옆 수풀에서 탁한 음성이 새어 나온다. 붉은 무복에 복면까지 쓴 사내, 일신에서 뿜어지는 기운이 새파랗게 벼려진 날처럼 싸늘하다. 검은 복면인은 경계의 눈초리로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찾을 물건이 있소.”


“큰 것이요. 작은 것이요?”


“큰 것,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오.”


말을 이으며 검은 복면인이 가죽 주머니를 던진다. 붉은 복면인은 가죽 주머니를 열어보다 흠칫 몸을 떨었다.


“음...”


주머니 안에는 무려 황금 오백 냥이 담겨 있다. 가히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검은 복면인은 품에서 또 다른 주머니를 꺼내 보였다.


“물건을 찾으면 그만큼을 더 드리겠소.”


붉은 복면인은 가죽 주머니를 품에 넣으며 말했다.


“가장 큰 것이라면 지금은 찾을 수 없소. 삼 일 후에 이것을 가지고 다시 찾아오시오.”


‘휙’하고 무언가가 날아든다. 검은 복면인은 물건을 잡아챘다. 손바닥 반만 한 크기의 동그란 나무패. 겉면에는 갑(甲)이란 글자가 붉게 음각되어 있다.


“정확히 삼 일 후요.”


말을 끝으로 붉은 복면인이 자리에서 사라져 버린다. 옷자락 소리조차 나지 않는 유령 같은 신법이다.



살막(殺幕),


한때 중원을 쩌렁하게 울렸던 최고의 살수집단. 살막의 상징이었던 홍색 삼각기는 무림인에게 있어 공포의 대상이었다. 과거 무당파의 속가제자가 살막에 살해당했을 때만 해도 아무도 그들을 주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천하십대검객의 한사람인 낙일검(落日劍) 송응양이 변사체로 발견되었을 때, 무림은 크게 경악했다. 당시 송응양의 가슴팍에는 홍색 삼각기가 꽂혀 있었으니.



이후, 살막에 대한 대규모 토벌이 이루어졌지만 큰 성과는 거둘 수 없었다. 조직 자체가 철저하게 점조직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공 수위도 대단하여 수많은 고수가 살막과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를 통해 살막은 명실상부 무림 최고의 살수 집단으로 등극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그런 살막의 위세가 꺾이는 계기가 있었다. 바로 무림에 평화의 시기가 찾아온 것이니. 덕분에 살수 일이 뚝 끊겨 버렸고 결국, 살막은 세인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져 그 명맥만 겨우 이어지는 실정이었다.



살막은 막주 밑에 세 명의 당주를 두었다. 예전에는 수십 명이 있었지만, 모두 죽거나 살수 일을 포기해 버렸다. 합비를 관할하던 삼 당주는 앞에 놓인 금화를 보며 눈을 치떴다.


무려 황금 오백 냥이다. 예전 전성기 때도 받아본 적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 만약 일이 성공하면 이 만큼을 더 준단다. 살막에서는 죽일 상대에 따라 금액이 매겨졌는데, 최고 등급 갑호 명령의 경우 보수가 황금 백 냥이다. 그런데 이건 그 열 배였으니.


삼 당주는 침을 꿀꺽 삼키며 붉은 복면인을 쏘아봤다.


“이 갑호 명령을 의뢰한 사람이... 아니지.”


의뢰자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그게 살막의 철칙이다.


“목표는 누구냐?”


부복해 있던 붉은 복면인이 고개를 조아린다.


“일부러 묻지 않았습니다. 삼 일 후, 관제묘로 찾아오라 전했습니다.”


“잘했다.”


삼 당주는 급히 돈을 쓸어 담아 품에 넣었다.


“일호, 너는 곧바로 이 당주께 가거라. 나는 막주님께 보고하겠다.”


“존명!”


복면인이 빠져나가자, 삼 당주는 두둑하게 부풀어 오른 주머니를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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