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개불 님의 서재입니다.

독 2.0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강양1
작품등록일 :
2021.01.01 23:02
최근연재일 :
2021.03.15 16: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166
추천수 :
11
글자수 :
207,361

작성
21.02.15 14:38
조회
24
추천
0
글자
13쪽

21. 집

DUMMY

“쩍!”


경쾌한 소리와 함께 칼이 장대 괴물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하지만 그것은 수백마리의 괴물 중 하나일 뿐이었다.


남은 괴물들이 광현을 향해 할 수 있는 모든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광현은 혼자가 아니었다.


“우우웅.”


엄청난 진동이 광현이 등 뒤에서 울리더니 밀집되어 있는 괴물들의 머리 위로 강철의 빛 줄기가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퍼버벅!”


수백. 아니 수천 개가 넘는 쇳조각들이 각각의 내공을 싣고 괴물들의 상체를 걸레짝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공중에서 뭔가가 폭발하더니 검은색의 연기가 괴물들을 뒤덮었다. 그러자······


“치이익.”


괴물들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듯 신체가 녹아내리는 괴물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대 괴물용 독인가?”


광현이 검은 연기를 흘끗 바라보더니 다시 앞에 있는 괴물을 향해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두께가 10센티는 되어보일 것 같은 철판을 몸에 두른 괴물이 광현의 칼을 맞더니 두동강이 나 쓰러졌다.


“이거 보기보다 위력이 센데?”


광현이 들고 있던 칼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 칼은 겨우 50cm 정도 되는 길이었지만 거치적거리는 괴물들을 두부처럼 베어내고 있었다.


괴물 공장에서 채취한 전선을 가공해 만든 칼이었다. 내공을 증폭시켜주는 기능 때문에 초절정 소림 고수만 내보일 수 있다는 묵빛 강기가 칼의 표면에 희미하게 덮여 있었다.


“꾸엉!”


하지만 괴물들의 숫자는 엄청났다. 광현과 당가의 정예들이 모두 합세해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테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전면의 괴물들을 미끼로 밀어 넣으며 후면과 측면을 차지해 광현과 일행을 포위하려고 했다.


“어딜 이 새끼들이.”


그걸 본 광현이 욕지기를 내뱉더니 측면으로 내달리고 있는 괴물들을 향해 칼을 집어던졌다.


그러자 칼의 표면이 마치 수백 개의 금속 실로 분해가 되더니 달리고 있는 괴물들을 향해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금속 실이 풀려나간 칼은 그만큼 작아져 있었다.


“퍼버벅.”


금속 실은 괴물들을 사정없이 꿰뚫었고 그 상태에서 작아진 칼을 중심으로 금속 실이 회전하자 괴물들의 신체가 그대로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수십 마리의 괴물이 신체 일부를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허억허억. 시발 이거 졸라 힘드네.”


한꺼번에 엄청난 내공을 사용한 광현이 숨을 몰아쉬며 팔을 내뻗자 금속 실들이 다시 감기며 원래의 칼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공장 전선에는 특별한 무공식을 새겨놓아 광현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었고 덕분에 유사시 이런 대량 학살도 가능했다.


물론 엄청난 내공을 소진해야 했지만. 그나마도 내공을 증폭시켜주는 전선의 기능이 아니었다면 흉내도 내지 못 할 짓이었다.


“젠장. 끝이 없네. 대충 자리 났으니까 그거 써.”


광현이 무전기에 대고 말하자 갑자기 대열 뒤에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발사됐다. 후방의 곡사포에서 발사된 포탄이었다.


날아간 포탄이 갑자기 공중에서 쾅 하는 소리를 내며 깨지더니 파편이 괴물들의 뒤편. 그러니까 공장 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떨어진 파편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공장 내부로 스며들어 갔다.


그리고 잠시 뒤.


“끼이이악!”


여성의 비명처럼 들리는 소리가 공장 내부로부터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장을 이루고 있는 부품들이 뒤틀리며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광현 일행을 공격하던 괴물들의 움직임이 극도로 둔해졌다.


“이 새끼들 정신 못 차리는 거 봐. 야 다 박살 내버려.”


광현의 말에 당가의 무사들이 가지고 있던 암기들을 괴물을 향해 쏟아내기 시작했다. 광현 또한 들고 있던 무기를 휘둘러 주변의 괴물들을 박살 냈다.


그렇게 공장 하나를 초토화한 광현 일행.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당가의 무사들은 이토록 쉽게 공장이 초토화됐다는 사실을 믿기 힘든 모양이었다.


“놀랍습니다. 단 한발만 사용했을 뿐인데.”


당가의 호법인 당청기가 광현에게 다가와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개조 잘했더라. 그걸 소형화하는 게 가능할 줄은 나도 몰랐어. 자주포나 곡사포에도 넣어서 쏠 수 있는 거지?”


광현의 물음에 당청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포탄에는 공장에 자아를 만들어주는 일체식이 새겨져 있었다.


원래라면 식을 새기려면 3m가 넘는 공장의 전선 다발이 필요했지만 당가에서 공장 전선을 가공하는 방식을 발견해 포탄 형식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덕분에 전장과 멀리 떨어진 후방에서도 일체식이 새겨진 포탄을 발사하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그냥 발사했다가는 갑주 괴물에 의해 요격당하기 때문에 이렇게 어느 정도 앞에서 시선을 끌어줘야 했지만.


어쨌든 효과는 확실했다. 단 한발만 제대로 맞출 수 있어도 공장을 붕괴시킬 수 있었으니까.


“저희 암기 장인들은 새로운 소재를 다루는 데 탁월한 기술이 있으니까요. 무림맹으로부터 내공 반작용 금속의 데이터를 받아 비교까지 해가며 연구했습니다.”


당청기가 자랑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확실히 처음 보는 소재를 단 며칠 만에 이 정도까지 개량시킬 수 있다는 건 보통 능력이 아니었다.


‘정훈이가 나름 잘 하고 있나 보네.’


하지만 광현은 그 조직의 능력보다도 이 정도의 연구조직을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정훈이 더 놀라웠다.


듣기로 당가는 정훈의 가주 취임 이후 내부에서 많은 부침을 겪었다고 했다. 그걸 수습하고 가문 내의 모든 기관이 정상적으로 아니 평소보다 더 효율을 낼 수 있게 운영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 좀 신기하긴 하더라고 정훈이가 자기 엄마처럼 사람들을 달달 볶는 스타일도 아닌데 가문이 잘 돌아가. 연구기관 애들도 표정이 밝아 보이고. 호법도 알잖아?”


광현의 물음에 당청기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그분이 계셨을 때는 지금과는 또 다른 위기를 겪고 있었으니까요. 그때는 정말 살벌한 시기였습니다. 그 때도 위원님이 아니셨다면······”


광현을 보며 중얼거리는 당청기. 광현을 바라보는 늙은 호법의 눈에는 굉장히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옛날 이야기해서 뭐해. 그러고도 결국 막지도 못했는데. 빨리 가기나 하자.”


광현의 말에 당청기가 잠시 슬픈 눈을 하더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광현 또한 천천히 폐허가 된 공장 사이를 해치며 걸어나갔다.


“진짜 지독하네. 옛날 모습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대지를 집어삼킨 공장의 풍경에는 과거의 모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광현의 기억에 이곳은 원래 가파른 언덕이었고 그 언덕을 오르면 거대한 숲이 나왔다.


하지만 숲도 심지어 언덕조차 눈에 보이지 않았다.


오직 끔찍한 기계로 뒤덮인 평지만 있을 뿐.


공장은 대지를 삼켜 자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자신이 무엇인지 인식하면 죽어버리는 형태의 자신이었지만.


“이쯤이었나? 음? 이게 아직 남아 있네.”


대체 어떻게 남아 있는지 모르지만, 공장의 폐허 사이로 거대한 석제 기둥 두 개가 뻗어 올라 있었다. 거의 박살이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기둥에 새겨진 글씨를 알아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숭산(嵩山) 소림사(少林寺) 오랜만이네. 우리 집.”


광현이 그 기둥을 보며 복잡한 심정을 담아 중얼거렸다.



광현이 중국에 온 이유는 간단했다. 정훈이 자신을 불렀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사실 광현은 괴물이고 뭐고 별로 관심이 없었다. 세상이 멸망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나서서 막고 싶은 생각은 아니었다.


‘내가 나서야만 구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그냥 망해버리는 게 나아.’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들 같은 정훈이 부르지 않았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와서도 정훈이 부탁하는 거나 해주고 다시 무림을 떠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최초로 발병한 곳의 이야기를 들은 후 광현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이러스의 최초로 발병한 곳이 바로 소림사. 자신의 문파였기 때문이다.


“소림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1989년 6월 14일 소림에서 최초 감염자가 확인됐다고 합니다.”


“그럴 리가······그럴 리가 없어!”


광현의 강한 부정에 정훈은 의구심을 느꼈다. 그 반응에서 정훈은 광현이 이 일과 크게 관련이 되어 있음을 직감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하여튼 그 사건 직후 맹에서는 소림을 봉쇄했습니다. 감염자 외에 생존자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 감염자가 살아있어? 누구야?”


“무림맹 자료에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말을 들은 광현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직접 소림에 가봐야겠어.”


“거긴 이미 공장이 창궐한 곳입니다. 뭔가 남아 있다고 해도 공장이 모두 침식했을 겁니다.”


하지만 광현은 묵묵부답이었다. 가겠다는 소리였다.


“그게 혹시 이번 사건들을 해결할 단서가 됩니까?”


“몰라.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다면 뭔가 도움이 될 수도 있어.”


광현의 말에 정훈 또한 한참동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뒤.


“당가에서 지원하겠습니다. 이번 괴물 사태에 도움이 되는 거라면 저희의 업무와 무관하지 않으니까요.”


“아닐 수도 있어. 사람만 잔뜩 죽어 나가고 성과 없이 끝날 수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실 이건 제 의견이 아니라 연구부서 소견입니다. 최초 발생원인을 찾아보고 싶다고. 이미 연구부서 내부에서 자원자들을 차출해 팀을 꾸렸다고 합니다. 아마 제가 막으면 몰래 이탈해서라도 갈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계획을 미리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정말······어쨌든 사부와 함께 보내는 게 더 안전하겠죠.”


광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거 미친놈들 아니냐? 무슨 회사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해?”


“회사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집안일입니다. 그들 대부분은 당가의 직계 혹은 방계 인물들이니까요.”


“집안일이면 더 그렇지. 야 그러다 그 사람들 다 죽으면 너희 연구소 문 닫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그래서 인원 제한을 뒀습니다. 덕분에 연구소가 망할 정도의 인원 차출은 일어나지 않았고요. 거기에 다른 대비들도 해뒀습니다. 군에서도 지원을 해주기로 했고 호법님도 따라가시니까요. 그리고······”


“그리고?”


“사부가 만든 그 물아일체식 말입니다. 그걸 소형화해볼까 하는데 정확히는 포탄 같은 곳에 넣어 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혹시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것만 되면 이번 여정이 더 안전해질 것 같은데.”


정훈의 말에 광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네. 그거. 하는 김에 내 칼도 하나 만들어줘. 나도 생각한 게 있거든.”

정훈이 승낙했고 그렇게 여정은 시작되었다.



숭산 소림사.


하남성 숭산에 위치한다고 알려져있지만 사실 그곳에 있는 소림사는 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원래의 소림사는 근처 호북성의 알려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대체 이곳에서 뭔가를 발견할 수 있는 겁니까?”


당청기가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주변에는 공장의 폐허밖에 남은 것이 없었다.


“어차피 위에 있는 건 다 껍질이야. 중요한 건 아래에 다 있어.”


말을 마친 광현이 손을 뻗어 땅을 짚었다. 그리고 기감을 집중했다.


“엉망이네.”


내공으로 대강 훑어본 것에 불과했지만 상황은 심각했다. 지하에 있는 창고나 비밀 시설들이 몇 개를 빼고는 박살 난 것이 느껴졌다.


저 안에 있는 것들을 살펴보려면 중장비를 동원해 며칠 공사를 해야 할 판이었다. 아니. 그 이상의 난이도일 것이다.


소림의 지하 시설 중에는 함정이 설치되거나 그 자체로 거대한 강화 용기로 되어 있는 것들도 있었다. 그걸 열어보려면 머리가 꽤 아플 것이었다.


“음?”


바로 그때였다. 광현의 기감에 하나도 손상되지 않은 멀쩡한 지하 공간이 감지되었다.


“여기만 멀쩡하네? 아니 여기만 안 건드린 건가?”


광현이 알기로 그곳은 특별한 방호시설도 그렇다고 그 자체로 튼튼하게 지어진 곳도 아니었다. 하지만 공장의 마수가 휩쓸고 지나간 지금에도 멀쩡한 모습이었다.


광현은 그곳이 어떤 곳인 줄 잘 알고 있었다. 목적상 특별한 곳은 아니었다. 그저 소림의 무사들이 조용히 무공을 닦던 연공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에 와서 소림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독 2.0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28. 자해 21.03.15 15 0 13쪽
27 27. 구조의 습격 21.03.13 20 0 13쪽
26 26. 마지막 대원 21.03.10 20 0 14쪽
25 25. 진짜 거지 같은 일 21.03.08 17 0 16쪽
24 24. 멸문 21.03.07 16 0 14쪽
23 23. 철혈생대 21.02.26 27 0 14쪽
22 22. 옛날일 21.02.19 20 0 15쪽
» 21. 집 21.02.15 25 0 13쪽
20 20. 독의 요람 21.02.12 22 0 14쪽
19 19. 단서 21.02.10 24 0 15쪽
18 18. 공장의 내면 21.02.08 30 0 16쪽
17 17. 웰컴 투 동토의 사슬 21.02.05 20 0 14쪽
16 16. 괴물의 바다 21.02.03 22 0 14쪽
15 15. 재생 21.02.01 23 0 17쪽
14 14. 발병 21.01.29 35 0 17쪽
13 13. 굿바이 아이스크림 21.01.27 51 0 16쪽
12 12. 니르바나 21.01.25 27 0 13쪽
11 11. 놈의 몸에 생기가 돌아온다 21.01.23 25 0 21쪽
10 10. 타이밍 이쓰 에부리띵 21.01.22 31 0 21쪽
9 9. 러스트 우먼 21.01.20 56 0 19쪽
8 8. 내면의 혐오 21.01.18 36 0 20쪽
7 7. 한없이 녹색에 가까운 정사각형 21.01.15 40 1 16쪽
6 6. 플랜테이션 21.01.13 45 1 22쪽
5 5. 바이러스와 신사(3) 21.01.11 54 1 19쪽
4 4. 바이러스와 신사(2) 21.01.08 64 1 15쪽
3 3. 바이러스와 신사(1) 21.01.06 85 2 19쪽
2 2. 사우스게이트 파티 헬(2) 21.01.04 83 2 18쪽
1 1. 사우스 게이트 파티 헬(1) +2 21.01.01 234 3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