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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불 님의 서재입니다.

독 2.0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강양1
작품등록일 :
2021.01.01 23:02
최근연재일 :
2021.03.15 16:00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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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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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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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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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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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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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9쪽

3. 바이러스와 신사(1)

DUMMY

“역시나······그랬군.”


인질범은 놀랍게도 쩌렁쩌렁한 소리로 ‘중얼’거릴 수 있었다. 확성기 때문이었다.


“나도 하나 묻지. 너 당가 사람이냐?”


광현의 물음에 인질범의 방독면이 광현을 바라보았다. 광현도 방독면 내부에 있는 인질범의 눈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왼쪽에는 분명 눈알로 보이는 뭔가가 있었다. 하지만 오른쪽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보이는 것은······붉은색의 살점. 입술이었다.


“난······무림인이······아니다.”


광현은 똑똑히 보았다. 인질범이 말을 하자 오른쪽 눈알 자리에 있는 붉은 살점이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말한다는 것은 인질범에게는 관용어가 아니었다.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난 너희 몸을 그렇게 만든 것이 뭔지 알고 있어. 그건 무림인 이외의 사람은 알아보지도 못할 거야. 사실 무림인 중에서도 아는 이가 별로 없는 거니까.”


그 말에 인질범은 반론도 혹은 긍정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쪽만 남은 안구로 광현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데려······가라.”


인질범이 데리고 있던 여자아이를 광현 쪽으로 돌려세우며 말했다.


인질범의 말에 주변 경찰 몇 명이 가벼운 환호를 하는 게 들렸다. 하지만 광현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역시. 이제 볼일은 끝났다는 거구만. 너희 대체 여기서 뭘 하······아니. 어차피 물어봐야 가르쳐주지도 않겠지. 그럼 대체 난 왜 부른 거야?”


“변명할 생각은······없다. 우리는 스스로가 무슨 짓을······저지르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 테러를 저지르는 것은······모두 무림 때문이다. 그런데······여기서 다시 무림인을······만나다니. 인연······아닌가?”


“뭐야 복수라도 하겠다는 거야? 그랬다면 무림을 쳤어야지 왜 여기 와서 이러고 있어?”


“복수라······이제 우리는 그 단어를······잊기로 했다.”


말을 마친 인질범이 여자아이와 묶인 끈을 잘랐다. 겁에 질린 아이가 광현의 곁으로 달려왔다. 광현은 아이를 경찰 쪽으로 보냈다.


“이제 어떻게 할 셈이지? 널 지켜줄 건 아무것도 없는데?”


광현의 말에 인질범은 떨리는 손으로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투명한 흑색의 돌이었다.


“오 잘 던지면 여기 있는 경찰들 다 죽이고 나도 죽일 수 있겠네. 잘 겨눠봐.”


광현의 이죽거림에도 불구하고 인질범은 돌을 들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검은색의 돌이 조금씩 분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해된 잔해들은 허공으로 퍼져나가며 격자무늬 같은 형태를 띠었다가 사라졌다.


그것을 바라보던 인질범이 입을 열었다.


“이제 시작이다.”


“삐익!”


인질범이 말을 마치자마자 확성기가 찢어지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비단 인질범의 확성기에서만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시장 쪽에서도 희미하게 소리가 들렸다.


“뭐야?”


광현은 주먹을 쥐었다. 아마도 뭔가의 신호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털썩.”


갑자기 광현의 앞에서 인질범이 쓰러졌다. 광현이 다가가 인질범의 몸에 손을 댔다. 하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느낄 수 없었다.


죽은 것이었다.


“오늘 오후 4시경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에서 중장비가 동원된 테러가 발생해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3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현재까지 약 200여 구의 시체를 수습했지만 아직 수습하지 못한 시체가 많아 작업은 내일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범인들은 시민들을 무참히 살해한 뒤 모두 자살했으며 어떤 범행 메시지나 동기도 밝히지 않아 경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의 한 식당. 한적한 식당에서 둘은 밥을 먹으며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야. 다른 데 틀어. 밥맛 떨어진다.”


광현이 젓가락을 들더니 허공에서 옆으로 휙휙 저었다. 영 못마땅한 표정은 덤이었다.


민기는 리모컨으로 티브이를 껐다. 하지만 민기는 밥을 더 먹지 않았다. 대신 광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형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뭐 좀 남다른 건 알고 있었지만 아까 시장에서 한 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철판을 손으로 뜯질 않나 무기를 든 사람도 한방에 때려눕히고. 무슨 슈퍼 히어로처럼.”


“요새는 온종일 배달 어플로 주문받아서 오토바이 타고 배달하는 사람을 슈퍼히어로라고 하냐? 몰랐네.”


“그게 아니잖아. 나 들었다고. 그 인질범이 형보고 무림인이냐고 물으니까 형이 고개 끄덕인 거. 확성기에서 소리 다 났다니까. 형 무슨 무술 배웠어? 무림인이면 뭐 무협지 같은 거에서 나오는 사람이잖아.”


“그래. 그랬지. 근데 어떤 미친놈이 너보고 슈퍼맨이냐고 물으면 넌 어떻게 할래? 더군다나 그 미친놈이 어린애 목에 칼 겨누고 내가 슈퍼맨이 아니면 실망해서 당장이라도 애 모가지 자를 기세면?”


“글쎄······맞다고 해야겠지?”


“그래. 칼자루 쥔 놈이 원하면 원하는 대로 해줘야지. 슈퍼맨 맞냐고 물으면 목에 보자기라도 걸고 와서 해달라는 대로 해줘야 할 거 아니야.”


광현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덕분에 애를 구하기도 했고.


하지만 그건 민기가 물은 질문의 답이 아니었다. 광현도 그걸 알았다. 더 많은 말이 필요하다는 걸.


“옛날에 잠깐 놀았을 때 호신술 비슷하게 배운 게 있어. 너도 그런 적 있을 거 아니냐. 담배 사는데 민증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 들고 친구 면상이 얼마나 단단한지 내 주먹으로 경도 측정해보고 싶고.”


담배 피우고 패싸움했다는 말이었다. 물론 민기도 그런 적이 있긴 했다. 덕분에 얼굴 경도 하나는 제대로 알게 됐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철판을 맨손으로 뜯어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부모님한테 용돈이나 뜯으면 모를까.


“아니. 그래도······”


말을 이으려는 민기를 광현이 제지했다. 그리고 젓가락을 들어 다시 밥을 먹었다. 그 기세가 워낙 단호해 민기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밥을 다 먹은 광현이 옷을 챙겨 입더니 나갈 채비를 했다.

“또 어디가? 좀 쉬어.”


나가려는 광현을 민기가 제지했다. 멀쩡해 보여도 시장에서 여기저기 다친 광현이었다.


거기에 철판을 뜯어내고 뭔지 모르게 지쳐 보이기도 했고. 의사는 검사 할 때 나타나지 않은 부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며칠 쉬기를 권했다.


“괜찮아. 의사보다 내가 더 잘 알아. 그리고 귀찮은 일도 좀 있고.”


하지만 광현은 민기의 말을 무시하며 밖으로 나갔다. 더불어 의사의 말도.


“아이 쉬라고 했······”


따라 나간 민기가 광현을 만류하려 했지만, 광현은 이미 나간 후였다. 민기는 식당 문밖까지 광현을 따라나왔다.


“부르릉”


하지만 광현은 이미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한 후였다.


“아 사람 말 더럽게 안 듣네. 그나저나 나도 오토바이 찾으러 가야하는데.”


시장 어귀에 세워놓은 탓에 광현은 난리통에서도 쉽게 오토바이를 찾았지만 민기는 아니었다.


난리통에 어디로 가버린 건지 오토바이가 보이지 않았다. 어쨌거나 배달일을 하려면 필요했기에 지금이라도 나가서 오토바이를 찾아보아야 했다.


하지만 아까 죽을 고비를 넘겨서 그런지 움직일 기분이 아니었다.


“몰라. 착한 어린이답게 내일 일을 오늘로 미루지 말자.”


중얼거린 민기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해가 지고 어두운 저녁. 평소라면 한산할 남대문 시장은 아비규환이었다.


수백 명의 인원이 한순간에 죽어 나간 곳이니 아비규환이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비정상일 것이었다.


“여기 전기톱 가져와.”


119 구급대원 한 명이 주변을 보며 소리쳤다. 잠시 후 누군가 건네준 전기톱을 받은 구급대원이 멈춰선 롤러 차량의 운전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젠장. 이 살인자 놈들 시체를 수습 해야 하나?”


구급대원이 투덜거리며 운전석을 살폈다. 갑옷처럼 차량의 운전석을 감싸고 있는 2센티 두께의 강철판은 온통 총구멍 투성이었다.


그리고 한쪽의 구멍에서 피가 조금 흘러나와 있었다. 아마도 진압 병력에게 총알 세례를 받은 것이 분명했다.


“위이이잉!”


구급대원이 전기톱으로 철판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쇠 타는 특유의 냄새가 근처의 공기를 자욱하게 물들일 때쯤.


“털컹!”


요란한 소리를 내며 철판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드러난 것은······


“뭐야 이게? 우웩!”


구급대원이 철판이 뜯겨나간 운전석을 보더니 구토를 했다. 그곳에 있는 것은 인간이라고는 도저히 부를 수 없는 끔찍한 형상이었다.


일단 그것은 인간의 신체를 가지고 있긴 했다. 하지만 그 배치가 아주 남달랐다. 일단 손이 많았다. 원래의 손이 있어야 할 자리에 손이 있는 것은 물론 허리와 다리 사이에도 손이 있었다. 그리고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도 머리 대신 손이 나 있었다.


손이 너무 많아 사람보다는 여러 개의 손으로 이루어진 거미처럼 보였다.


흔히 우리가 머리라고 부르는 부위는 그 손 사이의 한 가운데. 그러니까 원래의 몸이라면 등이라고 불러야 할 부분에 있었다.


머리에는 머리카락 대신 위장의 융털 같은 것이 잔뜩 돋아 있었고 눈구멍에는 손가락이 튀어나와 있었다. 안구는 그 손가락의 끝에 붙어 있었다.


“우욱······숨을 못 쉬겠어.”


모습도 끔찍했지만 진짜로 견디기 힘든 것은 냄새였다. 대변과 땀, 그 외의 많은 분비물이 섞여 썩는 듯한 냄새가 시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구급대원은 장비를 그대로 두고 롤러 차량에서 벗어나버렸다. 그리고 잠시 뒤 화생방 방호복을 차려입은 군인 몇 명이 차량으로 다가왔다.


“아 씨발. 아 씨발! 개 좆같네. 이게 뭐냐? 야 씨발 빨리 담아.”


인솔자 격으로 보이는 군인이 운전석 안을 보고 큰 소리로 욕을 내뱉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군인들이 커다란 비닐백에 시체를 옮기기 시작했다.


“와 시발 부소대장님 저거 뭡니까? 뭔 괴물도 아니고? 저런 거 첨 봅니다.”


짬이 좀 되는 병사 하나가 인솔자 옆으로 오더니 다른 병사들이 옮기는 시체를 살피며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 몰라. 씨발. 내가 군대 들어오고 별 걸 다 해봤지만 저런 건 첨 본다. 야 그건 뭐야? 그 래. 그거. 의자 아래 있는 거.”


인솔자의 말대로 병사들이 의자 아래를 살피기 시작했다. 의자 아래에는 손잡이가 달린 쇠판 같은 것이 있었고 쇠판 사이로 노란색의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시체에서 나온 액체인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자 액체에서 거품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야 그 손잡이 당겨 봐. 안에 뭐 들어 있는 것 같은데?”


인솔자의 말에 병사 하나가 손잡이를 힘껏 당겼다.


“와 이거 엄청 빡센데? 좀 도와주시지 말입니다.”


손잡이를 당기던 병사가 힘든지 숨을 몰아쉬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몇 명의 병사가 그 병사를 도와 손잡이를 당기기 시작했다.


“털컹!”


얼마나 손잡이를 당겼을까? 굉음과 함께 운전석의 의자가 뒤로 넘어가며 커다란 금속박스 같은 것이 운전석 바닥에서 올라왔다.


지금까지 운전석 바닥으로 알고 있던 것이 사실 이 금속박스의 일부였던 것이다.


“뭐야 이게? 야 빼봐.”


바로 그때였다.


“끼아아아아아!”


귀를 찢을 듯한 비명 소리가 금속 상자에서 울려퍼졌다.


“뭐야 이게?”


놀라는 병사에게 금속박스에서 뭔가가 빠른 속도로 튀어나와 병사 하나의 머리를 관통했다.


“컥!”


“야 너 왜 그래?”


하지만 병사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놀랍게도 병사는 얼굴 반쪽의 살점이 모조리 뜯겨나 즉사했기 때문이다.


“뭐야? 야 다 피해!”


위기를 느낀 인솔자가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상자에서 튀어나온 뭔가가 병사들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으니까.


“털썩!”


병사 하나의 상체가 그대로 하체에서 분리되며 땅으로 떨어졌다. 그 옆에 있던 병사는 얼굴 위쪽 절반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이건 무슨······”


놀란 인솔자의 머리로 금속박스에서 튀어나온 뭔가가 날아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머리가 날아간 인솔자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쓰러졌다.


“털컥!”


인솔자의 움직임이 멈추자 금속박스의 윗부분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러더니 기다란 촉수 같은 것이 뻗어 나왔다. 두꺼운 촉수는 흰색의 매끈한 광택을 내는 것이 마치 에나멜 재질의 플라스틱을 보는 것 같았다.


촉수의 끝에는 날카롭고 가느다란 침 같은 것이 달려있었다.


“푹!”


촉수는 여러 개의 침으로 인솔자의 시체를 찔렀다.


“우드득!”


그러더니 힘을 줘 인솔자의 시체를 비틀기 시작했다. 그렇게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뒤틀리며 구겨진 비닐봉투 같이 된 시체를 윗부분의 열린 부분으로 가져와 집어넣었다.


그렇게 뚜껑이 닫히고.


“우드득.”


금속 상자가 인솔자의 시체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영등포의 한 거리. 작고 영세한 공장들이 모여있는 곳에 광현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아니 씨발 이런 데 사니까 찾는 데 오래 걸리지. 아오. 흑사회 새끼들 그냥 좀 가르쳐주지.”


오토바이를 세운 광현은 한눈에 봐도 오래된 벽돌 건물로 걸어가며 욕지기를 내뱉었다. 별로 오고 싶은 곳은 아니었지만 올 필요가 있었다.


바로 시장에서 보았던 테러범들의 증상. 신체의 경계가 무너진 끔찍한 모습. 그것은 광현이 일찍이 본 일이 있는 현상이었다. 이곳에 그것에 관해 아는 사람이 있었다.


잠시 걷자 벽돌로 지은 오래된 건물이 나타났다. 이 벽돌 건물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병원이었다.


그리고 병원처럼 보이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불법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귀찮아. 시장에서도 그렇고 나 왜 이러냐? 남의 일에 참견 안 하고 살기로 했는데.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렸나.”


광현은 평소 지켜온 생활 신조. 그러니까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자를 이틀 연속 어긴 것에 짜증을 넘어선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바이러스 문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했다. 혹시나 나중에 진짜로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한다면 오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일이 벌어질 테니까.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었고.


‘오직 세상에서 당신만이 그 공간 안에서 그들을 구할 수 있다면 어쩔 건데?’


‘대안이 나밖에 없는 부실한 세계라면 그냥 망하게 둬야겠지.’


오랜 기억을 떠올린 광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랄한다. 그게 대체 언제 일인데······나도 참······이래서 유통기한 지난 건 물건이고 기억이고 제때 폐기를 해야 하는데.”


한숨을 쉰 광현이 벽돌 건물의 문을 열자 비명 같은 것이 나며 문이 열렸다.


“지금은 진료 시간이······헉······뭐야 뭡니까? 진짜 맞습니까? 살아있었어요?”


벽돌 건물 내부에서 흰 가운을 입은 40대의 남자가 광현의 얼굴을 보더니 기절할 듯한 얼굴을 하고 물었다.


“글쎄 이걸 살아있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오랜만이네. 당정훈이.”


“네. 진짜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어쩐 일입니까?”


“너 그 뉴스 들었냐? 남대문 시장에서 난리 난 거?”


광현의 물음에 당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대문에서 테러가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는 소식.


워낙에 큰 사건이라 모를 수가 없었다. 이미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관련된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범인들의 신원이나 동기 무엇하나 발견된 것이 없었다.


“그래. 근데 보도 안 된 게 있어.”


“뭔데요? 아니 그보다 보도가 안 된 사실은 어떻게 안 겁니까?”


“나도 그 현장에 있었으니까.”


사실 그 정도가 아니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건의 중심에 휘말리기까지 했다. 광현은 핸드폰을 꺼내 아까 찍었던 테러범들의 사진을 내밀었다.


그걸 본 당정훈의 얼굴이 굳었다. 이런 곳에서 다시 볼 거라고 생각지 못한 광경이었으니까.


“놀랍군요. 하지만 그 바이러스······개고(皆苦)는 이미 폐기 됐을 텐데. 적어도 제가 가문 내에서 있을 때는 그랬습니다.”


당정훈이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중얼거렸다. 당정훈은 독으로 유명한 사천 당가의 생화학 병기 연구 주임이었다.


한때 가주 자리까지 노릴 수 있을 정도의 천재였지만 지금은 당내 계파 싸움에 패배해 한국으로 도주한 상황이었다.


하여튼 과거 생물 병기 목적으로 이 바이러스를 연구했던 이가 바로 당정훈이었다. 바이러스의 이름은 개고. 고통을 의미하는 불교용어에서 따온 것이었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되면 3분 내로 증상이 나타난다. 신체의 경계가 무너지고 신체 기관들이 어떠한 규칙도 없이 사라지거나 자라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신체 기관의 위치를 대체하기도 하고.


“네가 가문에서 쫓겨난 후 다시 연구를 재개했을 가능성은?”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확률이 낮아요. 의외로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낮았습니다. 물론 신체 변형이 일어나는 건 꽤 끔찍했지만, 그냥 그게 다였죠. 거기에 매우 불규칙했습니다. 통제하기도 힘들 정도로. 그런 건 무기로 못 써먹으니까요.”


“증상이 불규칙하다는 말인가?”


“물론 그렇죠.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감염되는 경로도 딱히 일정치 않았습니다. 감염된 사람과 며칠을 밀접접촉해도 감염이 안 되는 일도 있고.”


당정훈의 말을 들은 광현은 짚이는 게 있었다.


“밀접 접촉을 해도 감염이 되지 않는다고? 어쩐지.”


“혹시 남대문에서 무슨일이 있었습니까?”


광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방독면의 피가 자신의 상처에 묻었다는 사실을 말했다.


“그렇군요. 혈액 접촉으로도 감염되지 않는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물론 조건을 바꾸면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만 그것도 규칙성이 있는 건 아니었죠.”


“그래서 생물학 병기로는 불합격이었다?”


“그렇습니다. 나름대로 개량을 거쳐봤지만 그럴수록 더 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군요. 그러던 중 그 일이 터졌습니다.”


말을 꺼내는 당정훈의 얼굴이 굳어있었다.


“뭔데?”


“일 자체는 별거 아닙니다. 실험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되었고 연구소 하나가 통째로 감염된 것이죠.”


“그게 별거 아니라고? 연구소 하나가 완전 박살 났을텐데?”


“사실 큰일이긴 하죠. 난리가 났습니다. 특유의 신체 변형 현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동료들을 보는 건 지옥에 온 기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뒤에 일어났던 일들에 비하면야······”


당정훈이 말을 흐렸다. 그때의 기분이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광현은 정훈을 기다렸다. 이윽고 정훈이 입을 열었다.


“놀랍게도 동료들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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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구조의 습격 21.03.13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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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진짜 거지 같은 일 21.03.08 1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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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집 21.02.15 25 0 13쪽
20 20. 독의 요람 21.02.12 22 0 14쪽
19 19. 단서 21.02.10 24 0 15쪽
18 18. 공장의 내면 21.02.08 30 0 16쪽
17 17. 웰컴 투 동토의 사슬 21.02.05 20 0 14쪽
16 16. 괴물의 바다 21.02.03 22 0 14쪽
15 15. 재생 21.02.01 23 0 17쪽
14 14. 발병 21.01.29 35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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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니르바나 21.01.25 2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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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타이밍 이쓰 에부리띵 21.01.22 31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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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한없이 녹색에 가까운 정사각형 21.01.15 40 1 16쪽
6 6. 플랜테이션 21.01.13 45 1 22쪽
5 5. 바이러스와 신사(3) 21.01.11 54 1 19쪽
4 4. 바이러스와 신사(2) 21.01.08 64 1 15쪽
» 3. 바이러스와 신사(1) 21.01.06 86 2 19쪽
2 2. 사우스게이트 파티 헬(2) 21.01.04 84 2 18쪽
1 1. 사우스 게이트 파티 헬(1) +2 21.01.01 234 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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