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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불 님의 서재입니다.

독 2.0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강양1
작품등록일 :
2021.01.01 23:02
최근연재일 :
2021.03.15 16: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167
추천수 :
11
글자수 :
207,361

작성
21.01.0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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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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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8쪽

2. 사우스게이트 파티 헬(2)

DUMMY

“허억허억!”


광현은 쇠파이프 창을 들고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곳곳에 피가 묻고 긁히긴 했지만 다행히 치명상은 없었다. 문제는 광현보다 광현을 공격했던 괴한들이었다.


놀랍게도 광현을 공격했던 방독면 괴한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중에는 흘러나온 피로 바닥을 적시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하지만 단연 압권은 광현 앞쪽에 있는 옷가게 벽면이었다. 그곳에는 대각선으로 흩뿌려진 피가 마치 벽화처럼 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몸통이 대각선으로 절반 이상 잘려나간 방독면 괴한이 쓰러져 있었다. 전기톱을 빼앗아 광현이 잘라버린 것이었다.


마치 어린아이에게서 사탕을 빼앗듯 전기톱을 빼앗은 광현은 그대로 달려드는 방독면의 몸을 잘라버렸다.


광현은 쓰러진 이들의 방독면을 벗겼다. 그러자 아까와 같은 모습이 나타났다.


방독면 안에 는 얼굴 대신 손이 있었다.정확히 말하면 원래의 얼굴이 있고 피부 위로 손가락이 자라난 것이었다. 그리고 손가락 아래에는 눈이 있었다.


광현은 다른 방독면들도 모두 들춰보았다. 확실히 자신이 알고 있는 현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모두 같았다. 얼굴에 다른 신체 부위들이 자라나거나 아예 얼굴 자체가 다른 신체로 전환되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


“젠장. 이 일에 그 자식들이 관련된 건가? 그나저나 나는 왜 증상이 안 나타나지?”


광현이 자신의 팔에 난 상처를 보며 말했다. 상처에는 피가 어지럽게 묻어 있었다. 하지만 모두 광현의 피는 아니었다. 아까 전기톱으로 녀석 중 하나를 처리하면서 묻은 피도 있었다.


“모르겠다.”


광현이 알기로 이 증상의 원인은 바이러스였다.


‘분명 연구가 중단된 거로 아는데? 이 새끼들은 대체 어디서 걸린 거지?’


광현이 이 바이러스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미 모든 연구가 중단되고 연구자료도 폐기된 상태였다. 덕분에 증상을 실제로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다가다 들은 연구에 대한 정보가 조금은 있었다.


‘분명 그때 완벽히 연구를 접었다고 했는데······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야? 이 때쯤이면 증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듣기로는 바이러스 접촉 후 늦어도 5분이면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하지만 광현에게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분명 타액이나 혈액이 묻기만 해도 전염된다고 했었다. 물론 직접 본 것은 아니니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찰칵.”


광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단 핸드폰으로 방독면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찍었다.


그리고 잠시 뒤 어디선가 사람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다른 방독면들 같았다.


“일단 튀자.”


광현은 다른 방독면들의 주의를 끌기 전에 도망치기로 했다. 다행히 방독면들이 아직 상가 내부로 들어오지는 않은 상황.


광현은 아까 가려다 실패했던 2층 계단으로 몸을 날렸다. 바로 다음 순간 방독면들이 문으로 들어왔다.


“동지들이 당했다!”


방독면들은 들어오자마자 시체를 발견하고 난리를 쳤다. 하지만 광현은 이미 2층에서 다른 입구를 찾고 있었다.


“여기 있네.”


대피용 옥외 계단의 입구를 찾은 광현은 문을 열고 나갔다. 계단 난간에 숨어 주위를 살피자 끔찍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롤러 차량에 깔려 반쯤 뭉개진 시체와 곳곳에 피흘리며 쓰러진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얼굴에 창을 꽂는 방독면 무리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광경이네.”


그때였다. 롤러 차량이 후진을 하다가 잘못해 같은 편인 방독면 중 하나를 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롤러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추지 않는 게 아니라. 오히려 치인 방독면을 롤러로 다시 한번 뭉개버리기까지 했다.


“뭐야? 이 자식들? 같은 편까지. 그나저나 왜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없지?”


광현은 도망치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하지만 그중 누구도 바이러스의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은 없었다.


‘설마 감염을 막기 위해 방독면을 쓴 건가?’


광현은 테러범들이 굳이 불편한 방독면을 쓴 이유를 대강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광현은 분명 피를 뒤접어 썼다. 그 정도면 감염이 되고도 남았어야 할 것이었다.


‘젠장 모르겠다.’


광현은 추리를 포기하고 계단을 내려와 가장 빨리 시장을 벗어나는 길을 떠올렸다. 시장을 가로지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근데 거기는 대로변으로 나가야하는데?”


아무래도 큰길 쪽은 위험했다. 방독면들은 물론 롤러 차량이 진치고 있을 게 뻔했으니.


광현은 길이 복잡하고 외진 갈치 식당 골목을 통해 나가기로 했다. 그곳은 몸을 숨길 곳이 많았다. 길이 좁아 적어도 롤러 차량을 상대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아마도.”


물론 확실한 것은 없었다. 확실히 그랬다.


남대문 시장 북서쪽 끝에 있는 갈치 골목은 구석진 느낌이 강한 곳이었다. 어두컴컴하고 좁은 옛날 시장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있는.


하지만 지금 그 골목을 채우고 있는 건 재래 시장의 따뜻한 인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아악! 뭐야 이거?”


광현과 함께 배달을 하는 민기가 방독면을 쓴 괴한의 전기톱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저 자식 뭐하고 있어?”


때마침 갈치 시장을 지나던 광현은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평소에는 거친 말을 쓰며 껄렁껄렁 강한 척은 하는 민기였지만 속은 여리디 여린 것을 광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미 시장의 상황을 보고 멘탈이 바사삭 부서졌을 것이다.


“야 뭐하냐?”


뒤쪽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자 민기를 뒤쫒던 방독면이 고개를 돌렸다. 기척도 없이 근처까지 다가온 광현을 보고 약간 당황한 듯한 몸짓이었다.


“형! 살아 있었구나! 지금 시장이 난리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민기가 광현을 발견하고 반가운 듯 소리를 질렀다.


“알아 임마. 좀 조용히 해. 주변에서 다 듣는다. 에휴 평소에는 졸라 껄렁거리면서 저런 허접한 놈한테 절절 기고 있냐.”


광현이 민기를 보며 핀잔을 줬지만 민기의 반가움은 1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민기는 광현의 싸움 실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 오토바이 타던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었을 때 광현 혼자 불량배 10명을 그 자리에서 때려눕힌 것을 본 적이 있었다.


평소에는 조용히 지내서 티가 나지 않았지만 광현이 한번 손을 쓰면 죽는다고 봐도 됐다.


“야 그 전기톱 내려놔. 너 잘 몰라서 그러는 모양인데 사람 죽이고 그러면 못써.”


광현이 들고 있던 쇠파이프 창을 까딱거리며 충고하듯 방독면에게 말했다. 하지만······


“당신 지금 들고 있는 그 창은 어디서 난 거지?”


방독면이 광현이 들고 있던 쇠파이프 창을 보며 물었다. 굵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이거 오다 주웠어. 여기저기 많더라고.”


하지만 방독면은 그 말을 믿는 대신 광현의 몸으로 시선을 옮겼다. 피가 여기저기 묻은 광현의 몸. 방독면은 광현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차렸다.


“당신······우리 동지들을······”


방독면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묻어났다.


“웨에엥.”


그러더니 쫓던 민기를 내버려 두고 당장에 광현 쪽으로 몸을 돌리며 전기톱을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광현은 기다리지 않고 냅다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퍽!”


쇠파이프가 얼굴에 적중하자 방독면은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깔끔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광현의 동작을 민기는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민기야. 최민기야. 뭐하냐? 갈치조림이라도 먹고 오려고? 지금 안 가면 저기 저 사람들처럼 된다.”


광현이 식당 한쪽 구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에는 상체가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있는 식당주인 아줌마가 쓰러져 있었다.


상체가 그토록 피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하체에는 피가 묻지 않았던 이유는······피가 묻을 하반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으헉! 웩!”


그걸 본 민기가 구토가 올라오는지 손으로 입을 막았다. 광현은 한숨을 쉬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외진 곳이라 그런지 갈치 골목에는 그 한 명을 제외한 방독면은 보이지 않았다. 광현과 민기는 주위를 살피며 신중히 하지만 빠른 속도로 시장을 벗어났다.


배달을하며 자주 오가던 곳이라 길을 헤매는 일은 없었다.


“근데 너 괜찮냐? 어디 가렵거나 뭐 나거나 그런 거 없어?”


시장을 거의 빠져나왔을 무렵 광현이 민기에게 물었다. 혹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나 맨날 씻는데?”


민기의 말에 광현은 안심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저런 멍청한 말은 할 수 없을 테니까. 아마 더 멍청한 말을 했겠지.


‘내가 잘못 안 건가? 흠. 나중에 물어보면 알겠지.’


광현은 아까 방독면의 내부의 사진이 담긴 휴대폰을 꼭 쥐었다. 그렇게 시장을 빠져나온 광현과 민기는 1번 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로 앞에 남대문이 보이는 곳이었다. 남대문의 모습은 평소와는 다를 바 없었지만 주변의 환경은 달랐다. 아주 많이.


“위이잉!”


엄청난 수의 경찰차 그리고 구급차가 남대문 근처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시장에서 도망쳐 나온 생존자들이 뛰어가고 있었다.


그중 다친 사람들을 구급대원들이 부축하고 있었고 경찰 중 일부는 그들을 지나쳐 시장 내로 진입하고 있었다.


‘여기도 감염된 사람은 없어.’


시장 내부에서 도망쳐 온 사람을 살핀 광현은 역시 감염자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사람들을 쫒던 광현의 시선이 이상한 것을 발견한 건 잠시 뒤였다.


“형 저기 봐!”


민기가 남대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남대문 위쪽에는 익숙한 행위가 낯선 모습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뭐냐 저게?”


광현이 그 모습을 보며 어이가 없는 어투로 물었다.


남대문 위에는 방독면을 쓴 괴한이 여자 아이를 잡고 목에 칼을 겨누고 있었다. 문제는 남자의 몸이었다.


소아마비 환자처럼 뒤틀린 몸 때문에 남자는 팔을 머리 위까지 치켜든 상태에서 겨우 허리와 다리를 구부려 여자아이의 목에 칼을 겨눌 수 있었다.


거기에 아이가 도망치면 잡을 수 없었던 탓인지 로프를 이용해 아이의 다리를 묶어 놓았다.


일반적인 인질극과는 모습이 많이 달랐지만 그래도 어쨌든 겨우겨우 인질극이 성립되고 있었다.


“허······튼 짓을하면 이······아이를 죽이······겠다.”


인질범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세히 보니 인질범은 등에 확성기를 매고 있었다.


확성기에서 뻗어 나온 전선이 인질범의 방독면에 연결되어 있었다. 아마도 방독면 내에 마이크를 붙여 놓은 모양이었다.


경찰들은 한숨을 쉬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상대가 큰 힘을 가지지 않은 것이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죽이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거기에 이미 언론사의 카메라가 이 인질극을 찍고 있었다. 혹여 과잉진압을 하다가 아이가 죽게 되면 엄청난 여론의 역풍을 맞을 상황이었다.


“이 새끼들 시간 끄네?”


광현이 인질범을 보며 말했다.


“형이 어떻게 알아?”


광현의 말에 민기가 반문했다.


“잘 봐. 어차피 저 인질극은 시간 끌기야. 경찰들이 최대한 시장 안으로 못 들어가게 하려는. 하지만 그것도 어차피 오래는 못가겠지. 그리고 시장 안의 난리도 경찰이 출동했으니까 곧 진압될 거고. 그러면 녀석들은 이 시간 안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어차피 그래 봐야 할 수 있는 건 시장 안에 남은 사람들 죽이는 것 뿐일 테고······”


“그렇다는 건?”


결론을 재촉하는 민기의 물음에 광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결론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몰라.”


광현의 말에 민기가 얼굴을 찌푸렸다.


“뭐야 아는 척하더니.”


사실 광현은 대답을 피한 것뿐이었다. 자신이 내린 결론이 끔찍하기도 했고 별로 증거도 없었으니까. 그저 감일 따름이었다.


‘설마 죽일 숫자를 정해놓고 사람을 죽이는 건 아니겠지?’


문득 든 생각에 광현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생각이 틀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물론 그런다고 사실이 변할리는 없었지만.


‘그나저나 저 새끼는 왜 애를 인질로 잡고 지랄이야. 저것만 아니면 도망가려고 했는데.’


사실 인질로 아이를 잡은 걸 본 광현은 속이 부글거리고 있었다. 꽤 먼 과거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것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저 새끼를 그냥······”


바로 그때였다.


광현이 몸을 움직이려는 찰나. 갑자기 가볍게 땅이 울리더니 아까의 그 진동 롤러가 시장 안쪽에서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진동 롤러는 망설임 없이 사람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꺄아악!”


진동 롤러를 본 사람들이 공포에 휩싸여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좁은 곳에 사람들이 모여있던 탓에 몇몇은 진동 롤러를 피하지 못하고 깔려버렸다.


‘젠장. 애를 구하려면 일단 이것 먼저 좀 어떻게 해야겠네.’


광현은 사람들을 깔아뭉개고 있는 롤러 차량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형 어디가? 도망가야지!”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방금 전까진.”


뛰어가는 광현을 민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바라만 보았다. 광현은 질주하고 있는 롤러 차량의 측면으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몸을 날려 간신히 롤러 차량에 매달렸다. 조금만 더 늦거나 빨랐다면 회전하는 바퀴 안으로 빨려 들어갔을 것이었다.


“근데 지금은 왜 그래? 저 형 미쳤네. 미쳤어!”

그걸 본 민기가 소리쳤다. 확실히 광현의 행동은 미친 짓이 맞았다.


매달린 광현은 운전석 쪽으로 다가갔다. 날뛰는 롤러 차량에서 움직이는 게 쉬울 리 없었지만 광현은 마치 평지를 걷는 것처럼 가볍게 움직였다.


운전석에 도달한 광현은 내부를 살폈다. 하지만 운전석 곳곳을 철판으로 용접해 놓은 탓에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운전석 전면의 철판에만 작은 구멍이 촘촘하게 뚫려있어 내부의 운전자가 겨우 밖을 볼 수 있게 해 놓았을 뿐이었다.


“이 새끼를 끄집어내야 하는데? 되려나?”


광현은 심호흡을 했다. 그러더니 철판의 한 귀퉁이로 손을 가져갔다. 손아귀로 두께 2센티는 되어 보이는 철판을 꽉 잡는 광현.


광현은 철판을 잡은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광현의 손가락이 철판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으아아!”


광현은 손가락을 박아넣은 상태에서 소리를 지르며 철판의 한쪽 면을 잡아 뜯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꺼운 철판이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젠장. 이거 오래 못하는데. 빨리 좀 뜯어져라!’


다급한 마음이 든 광현이 손에 더 힘을 줬다.


“끼이익!”


그러자 굉음과 함께 뜯겨나온 철판의 한쪽 면이 반으로 접히며 내부의 운전석이 드러났다. 그 안에는 방독면을 쓴 괴한이 운전하고 있었다.


“교통단속 나왔다 이 개새끼야.”


운전석 안으로 주먹을 내지르며 광현이 욕을 내뱉었다. 그렇게 광현의 주먹을 몇 대 맞은 괴한은 기절하고 말았고 롤러가 멈췄다.


“으아. 시발 힘들어.”


롤러에서 내려온 광현이 숨을 몰아쉬며 소리를 질렀다. 확실히 광현은 얼굴에 핏기가 없는 것이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형! 괜찮아? 대체 어떻게 맨손으로 저걸 뜯어낸 거야?”


내려온 광현을 본 민기가 달려왔다.


“아 괜찮아. 괜찮아. 나 말고 저 새끼 좀 어떻게 해라.”


광현이 기절한 운전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민기가 뭘 하기도 전에 다가온 경찰이 운전자를 끌어내렸다.


“괜찮으십니까?”


경찰 하나가 광현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 괜찮습니다. 일단 일 보십시오.”


하지만 광현의 말에도 경찰은 곁에서 떠나지 않고 이것저것을 살폈다. 그런 경찰을 한사코 괜찮다고 달래 보냈다. 그리고 경찰이 떠난 직후.


“형. 코피나.”


민기의 말에 광현은 자신의 코를 만졌다. 아니나 다를까 붉은색의 피가 손에 묻어났다.


“젠장. 나도 진짜 다 됐네. 이거 했다고 피가 나냐.”


사실 코피뿐만 아니라 가슴에서도 두들기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민기야. 이제 가자. 허억.”


쓰러지려는 광현을 민기가 놀라며 부축했다.


“진짜 괜찮아? 여기 119 요원들한테라도······”


민기의 말에 광현이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괜히 귀찮아져. 그보다 먼저······저 아이······”


그렇게 광현이 남대문 위를 바라볼 때였다. 남대문 위에 있던 인질범의 확성기에 또다시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방금···롤러에···올라 탔···던···자를 데려···오면···아이를 풀어주···겠다.”


그러더니 방독면이 구부러진 팔을 뻗어 정면을 가리켰다. 광현은 그 구부러진 손가락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정확히 눈치챌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저 새끼가······”


광현이 가볍게 욕지기를 내뱉었다. 그런 광현에게로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 뭐야? 형 어떻게 해?”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는 민기. 광현은 부축하고 있던 민기의 팔을 치웠다. 그러더니 똑바로 서서 남대문 위의 인질범을 바라보았다.


“아 머리야······뭘 어떻게 해. 오라는데 가야지.”


그러더니 남대문 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주변의 경찰들이 광현에게 다가와 뭔가를 빠르게 말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인질범과 대화하는 방법에 관한 것 같았다.


광현은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남대문으로 올라갔다.


“자 왔다. 왜 불렀는데?”


광현의 말에 인질범이 힘겹게 몸을 돌렸다. 물론 인질로 잡고 있는 아이의 목에 칼을 댄 채로.


“너······무림인인가?”


인질범의 말을 들은 광현이 씩하고 웃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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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독의 요람 21.02.12 22 0 14쪽
19 19. 단서 21.02.10 24 0 15쪽
18 18. 공장의 내면 21.02.08 3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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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괴물의 바다 21.02.03 2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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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발병 21.01.29 35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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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플랜테이션 21.01.13 45 1 22쪽
5 5. 바이러스와 신사(3) 21.01.11 54 1 19쪽
4 4. 바이러스와 신사(2) 21.01.08 64 1 15쪽
3 3. 바이러스와 신사(1) 21.01.06 85 2 19쪽
» 2. 사우스게이트 파티 헬(2) 21.01.04 84 2 18쪽
1 1. 사우스 게이트 파티 헬(1) +2 21.01.01 234 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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