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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불 님의 서재입니다.

독 2.0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강양1
작품등록일 :
2021.01.01 23:02
최근연재일 :
2021.03.15 16:00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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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3
추천수 :
11
글자수 :
207,361

작성
21.01.0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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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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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 사우스 게이트 파티 헬(1)

DUMMY

“현재 남대문을 시장을 비롯한 중구에 비상 대피령이 발령되었습니다. 해당 지역에 계신 시민들께서는 신속히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남대문 시장을 비롯한······”


광현은 멀리서 들리는 대피방송에 귀를 기울이다 손을 거칠게 털어냈다. 손에 묻어있던 검붉은 피가 바닥에 흩뿌려지며 기묘한 모양을 그렸다.


“하아. 지랄 것. 존나 목마르네.”


손에 묻은 피를 최대한 털어낸 광현이 마실 것을 찾으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박살 난 유리문과 여기저기 흩뿌려진 옷가지들 그리고 그 사이로 널려져 있는 시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그건 시체라기보다는 사람 토막이라고 하는 게 옳았다. 정확히 원래 어느 부위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박살 난 인체의 일부분. 그 고깃덩이 사이로는 아이들이 쓸법한 머리끈도 보였다.


그리고 그 처참한 광경 위로는······


“남대문 전통 시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남대문 시장 상인 연합회 일동.”


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광현이 서 있는 곳은 남대문 시장의 한복판 대도 상가 옆 군복 골목 근처. 평소라면 수많은 사람으로 붐빌 시장길은 딱 그 숫자만큼의 시체로 뒤덮여 있었다.


“아 목말라. 시발.”


때는 한 여름. 사람을 녹이거나 태울 목적으로 제조된 햇살이 살포되고 있었다. 광현은 연신 물을 찾았지만, 오직 피비린내만이 광현의 코를 찌르고 있을 뿐이었다.



회현역 근처의 한 구석진 편의점 테이블. 테이블에는 오토바이 헬멧을 옆에 두고 형광색 배달용 조끼를 입은 남자 둘이 앉아있었다. 딱 봐도 배달 라이더가 배달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형 배달 떴네.”


그중 휴대폰을 하고 있던 라이더가 앞에 앉은 라이더에게 휴대폰을 보이며 말했다. 눈을 감고 벽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맞은편의 라이더, 광현은 그 소리에 눈을 떴다.


“어딘데?”

“어디 보자. 시장 안 상가. 족발 시켰어.”


광현은 휴대폰을 건네받아 배달 내역을 확인했다.


근처 족발집에서 족발을 받아다가 남대문 시장 내의 상점으로 가져다주면 되는 배달이었다.


“시장 상가면 좀 그 안에서 해결하지. 사람 북적거려서 들어가기도 빡세구만.”


광현은 투덜거리는 앞에 앉은 라이더. 그러니까 민기를 향해 작게 미소를 지었다. 배달은 자신이 가는데 오히려 더 투덜거리는 모습이 웃겼다.


“얌마 내가 가지 네가 가냐? 그리고 돈 벌라면 뭐든 못하겠냐?”

“뭐 그건 그렇지만 형 가면 내 오락은 어떻게 해? 이거 졸라 쓰레기라 아무것도 못한다고.”


민기가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싼 맛에 산 휴대폰인 탓에 겨우 인터넷과 배달어플 정도를 돌릴 수 있었다. 그래서 항상 민기는 광현의 휴대폰을 빌려 게임을 했다.


“그러니까 빨리 돈 모아서 휴대폰 바꿔 새꺄. 맨날 아이템 지르느라 돈 쓰지 말고.”


잔소리를 들은 민기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광현은 그런 민기의 표정이 우스워 피식하고 웃은 뒤 오토바이를 출발시켰다.


민기는 그런 모습을 광현을 물끄러미 보다 자신의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배달신호였다.


“나도 배달이나 가야겠다. 돈 벌어서 좋은 핸드폰 사야지.”


투덜거리며 민기가 오토바이에 오른 민기가 시동을 걸 무렵. 시장 근처 도로가 시끄러워졌다.


“뭐야? 안그래도 복잡한 데에 저걸 몰고 들어오냐.”


회현역 근처 좁은 도로에 거대한 중장비 운반용 미니 트레일러가 꾸역꾸역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트레일러의 뒤에는 천으로 덮어놓은 뭔가를 실어놓았다. 트레일러는 시장 입구로 향하려는 건지 반대편 차선까지 침범한 상태였고 덕분에 도로가 막히고 말았다.


당연히 주변 차들이 빵빵거리고 난리가 났다. 하지만 트레일러도 좁은 도로 탓에 시장으로 들어가지도 차를 빼지도 못했다. 한마디로 아비규환.


“아쉽네. 곧 있으면 싸움 날 거 같은데 구경도 못하고 가야하다니.”


민기가 아쉬워하며 오토바이를 출발시켰다.



“사람 졸라 많네.”


족발을 든 광현이 투덜거리며 인파를 거스르고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무지 오토바이를 타고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광현의 주변을 꽉 메우고 있었다. 사람들 틈에 껴 앞으로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 하지만 놀랍게도 광현은 인파를 물 흐르듯 해치며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세한 힘의 틈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짚어내 빠져나가는 모습은 인간이라기보다는 민첩한 고양이과 짐승을 연상시켰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한 광현이 족발을 건네고 나왔을 무렵이었다.


“쾅!”


갑자기 근처 어딘가에서 폭발음 비슷한 것이 들리며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평소라면 남대문 시장에서 절대 들을 수 없을 소리였다. 광현은 그 소리에 놀라는 대신 눈살을 찌푸렸다.


“지랄. 또 뭔 일이야?”


잠시 뒤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어디선가 폭발 같은 게 일어난 모양이었다.


“가스 폭발 같은 건가?”


남대문 시장은 굉장히 오래된 곳이었다. 지속해서 개선 작업을 한다고는 했지만 아직도 시장의 곳곳은 오래되고 낡은 부분들이 있었다. 덕분에 아직도 전기 누전에 의한 화재나 다른 사고들이 종종 일어나곤 했다.


“귀찮아지기 전에 얼른 떠야겠네.”


발걸음을 서두르는 광현. 하지만 다음 순간 광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쿠르릉!”


시장의 길 끝에서 거대한 진동 롤러 차량이 나타났다. 공사장에서 땅을 다질 때 쓰는 녀석으로 차체의 전면부에는 원통형의 거대한 드럼이 붙어 있었다.


차량이 움직이면 저 원통 진동하며 굴러간다. 원통이 워낙 무거워서 지나가기만 해도 아래의 지반이 압축되어 굳어버릴 정도였다.


원통의 크기가 사람 가슴만 한 것으로 봐서는 적어도 못해도 차량 무게는 10톤 정도는 되어 보일법한 녀석이었다.


그렇다면 대략 원통의 무게만 5톤 정도라는 소리였다. 광현도 예전에 노가다를 하며 본 적이 있었다.


“뭐야 저게?”


갑작스러운 롤러 차량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광현은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왜냐하면 롤러 차량의 운전석이 철판으로 용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사람이 깔리는 사고를 막기 위해 드럼 앞쪽에 설치하는 가드가 아예 제거되어 있었다.


‘뭔가 이상해. 이 근처에는 도로 공사하는 곳도 없는데? 더군다나 가드도 없고 철판까지······.’


광현이 생각에 빠지려 할 무렵이었다.


“드르르르르!”


진동 롤러 차량이 갑자기 인파 속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맨 앞에 서 있던 남자 하나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롤러에 치였다. 남자는 충격으로 쓰러졌고 그 위를 롤러가 덮쳤다.


“으아악!”


발이 롤러에 짓뭉겨진 남자가 비명을 질렀지만 롤러는 멈출 기색이 없었다.


“콰드득!”


이윽고 롤러가 남자의 몸을 덮어버리자 뼈 부서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 퍼졌다.


“꺄아악!”


놀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 미친 새끼들이······”


광현도 욕지기를 내뱉으며 몸을 피했다. 가까운 건물 안으로 뛰는 광현의 옆으로 판단이 빠른 몇몇 사람들이 따라붙었다.


‘그래. 아무리 롤러 차량이라고 하더라도 건물 안까지 들어오기는 힘들지.’


작정하고 돌진하면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게 불가능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움직이는 것이 수월하진 않으리라. 거기에 2층으로 도망가면?


차량으로는 절대로 쫒아오지 못한다. 광현을 비롯한 판단이 빠른 이들은 그 점을 노린 것이었다.


그렇게 건물 안에서 조금만 버티면 경찰들이 올 것이었다. 차량을 이용한 테러라는 조금 특수한 상황이긴 했지만 대한민국의 치안은 꽤 좋은 편이었다.


아마 진압하는데 애는 먹겠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으리라.


‘근데 왜 이렇게 빠르지?’


광현은 좀 전의 롤러 움직임에 의문이 들었다. 원래 롤러 차량은 기껏해야 사람 걷는 것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이 롤러는 속도 자체도 빠르고 순간적으로 가속하는 힘도 좋았다.


광현의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광현의 예민한 감각에 또 다른 진동이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뒤 다른 롤러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대가 아니었어?”


두 대. 아니. 그 이상이었다. 롤러가 진동하며 느껴지는 땅울림이 근처에 몇 대의 롤러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광현은 자신의 감각이 잘못되었기를 바랬다. 하지만 자신의 감각이 일반인 이상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 나타난 롤러 차량의 후면 기관부를 본 광현은 왜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었는지 깨달았다.


‘엔진을 개조했어.’


엔진이 있는 롤러 차량의 후면에는 철판으로 만든 박스가 덧대져 있었다. 기존의 것보다 큰 엔진으로 교체하면서 기관부 자체를 확장한 것 같았다. 덕분에 롤러 차량이라고 볼 수 없는 속도와 힘을 가지게 된 것이었고.


‘이 새끼들 뭐 하자는 시추에이션이야? 대체 남대문 시장에서 이런 짓을 벌여서 뭐 하려고?’


광현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생각하고 있을 시간이 아니었다. 이라고 있는 동안에도 시야 안으로 진동 롤러들이 치고 들어오고 있었다.


“살려······퍽!”


롤러에 쫒기던 남자 하나가 도움을 요청하려 입을 열었지만 말을 다 끝내지도 못하고 치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남자의 몸 위를 롤러가 지나갔다. 남자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젠장. 이게 뭔 난리야.”


상가 건물 앞에 도달한 광현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몇몇 사람이 광현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 안에서 밖을 보자 롤러를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있었던 탓에 병목 현상이 생기며 곳곳에서 롤러에 당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눈에 보이는 사망자는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롤러의 면적이 길을 완전히 커버할 정도로 넓지 않았으니까.


사람들은 어떻게든 롤러를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광현처럼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았고. 하지만······


“퍽!”


갑자기 도망치는 사람 중 하나의 얼굴로 쇠파이프를 용접해 만든 창이 날아와 박혔다. 창을 휘두른 사람은 방독면을 쓰고 몸 곳곳에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창을 든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비슷한 복장의 사람들이 곳곳에서 롤러를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에게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창뿐만이 아니라 벌목도를 들거나 일본도를 든 방독면 괴한도 있었다. 무기는 제각각이었지만 목적은 모두 같았다. 롤러의 틈을 피해 빠져나온 사람들을 학살하는 것.


“롤러를 가져온 이유가 이거였나?”


롤러 자체의 살상력은 보기보다 크지 않았지만 길을 막아 사람들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효과는 의외로 컸다.


그리고 그 움직임이 제한된 사람들을 방독면을 쓴 괴한들이 학살하고 있었다. 몇몇은 사람들이 숨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광현이 있는 건물에도 몇 명의 방독면들이 무기를 들고 다가오는 게 보였다.


“젠장. 여기 있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걸 본 광현이 다른 출구로 뛰었다. 하지만 그쪽 출입구 앞에는 이미 롤러 차량이 나다니고 있었다.


“역시나 밖은 안 되겠어.”


광현은 한숨을 쉬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2층으로 올라가려 했지만 아쉽게도 계단이 출입구 근처에 있었다.


지금 움직이면 방독면을 쓴 녀석들의 시야에 들어갈 터였고. 어쩔 수 없이 근처 옷 판매대 뒤로 숨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상가 복도 끝에서 방독면 괴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으악!”


그들은 나타나자마자 번개처럼 근처에 있는 사람의 배에 창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놀라는 사람들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야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15분 정도. 사람들이 흘린 피 냄새가 민감한 광현의 후각에 잡혔다. 살짝 고개를 들어보자 피투성이의 시체들이 보였다.


‘이거 제대로 미친놈들이네.’


사람을 죽이는데 일말의 가책도 없는 녀석들이었다. 마치 농부가 벼를 베듯 사람을 죽여댔으니까.


광현은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희망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한숨을 쉰 광현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쾅!”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나 고개를 들어보자 녀석들이 들고 있던 창과 무기로 이곳저곳을 찌르며 상가 내부 수색을 하는 것이 보였다.


‘젠장. 도망쳐야 하나?’


이대로라면 광현이 숨어있는 옷 매대 뒤까지 오는 건 시간문제였다. 멍하니 있으면 결국 잡힐 게 뻔했다.


하지만 나가는 것도 위험했다. 밖에 방독면 괴한이 얼마나 있는지 광현은 몰랐으니까. 거기에 롤러 차량도 있었고.


‘흠. 어쩔 수 없나?’


광현은 한숨을 쉬었다. 별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녀석들을 상대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



“퍽!”


방독면 괴한 하나가 상가 통로에 있던 박스를 쇠파이프 창으로 찔렀다. 손에 별 느낌이 없자 괴한은 쇠파이프를 빼 다른 상자를 쑤셨다.


두껍고 뾰족한 쇳조각을 쇠파이프에 용접해 붙인 창은 붉은색의 기름 같은 것이 묻어 번들거렸다.


그렇게 몇 개의 상자를 쑤시며 수색을 했을까?


“땡그랑.”


갑자기 괴한의 앞쪽에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흠?”


괴한이 창을 들고 소리가 난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몇 걸음을 걸어갔을 무렵.


“퍽!”


갑자기 뒤에서 날아온 주먹이 괴한의 목을 내리쳤다. 충격을 받은 괴한이 비틀거렸다.


“퍽퍽퍽!”


주먹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연속으로 목을 얻어맞은 괴한은 쓰러졌다.


하지만 쓰러진 다음에도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주먹을 휘두른 사람은 괴한이 완전히 움직임을 멈출 때까지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휴우. 됐나?”


괴한이 완전 정신을 잃은 걸 확인한 남자. 그러니까 광현이 심호흡을 하며 주위를 살폈다.


동료가 쓰러진 것을 본 방독면 괴한 하나가 저쪽에서 광현을 향해 달려오는 게 보였다. 광현은 망설이지 않고 쓰러진 방독면 괴한의 파이프창을 집어들었다.


“으아아!”


광현에게 창을 겨누며 돌진하는 방독면 괴한. 하지만 광현은 침착하게 창을 들고 있었다. 이윽고 지척까지 도달한 괴한이 광현의 가슴팍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휘릭!”


하지만 광현은 이미 그 공격 진로를 예상한 듯 몸을 돌려 창을 피했다. 그리고 들고 있던 창자루의 끝을 잡고 그대로 휘둘렀다.


“퍽!”


뒤통수에 창 자루를 얻어맞은 괴한이 움찔하자 때를 놓치지 않고 광현의 공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퍽퍽!”


공격을 버티지 못한 괴한이 쓰러지자 광현의 쇠파이프가 무자비하게 괴한의 몸 여기저기를 강타했다. 마치 도리깨로 깨를 터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젠장 나도 다 됐네. 뭐 이렇게 오래 걸리냐.”


파이프를 잡고 있던 손을 털며 광현이 중얼거렸다. 그런 광현을 발견한 방독면 괴한들이 슬슬 다가오기 시작했다. 광현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궁금한 게 떠올랐다.


“야 너희들은 뭐하길래 방독면까지 챙겨 썼냐?”


가스나 다른 화학무기를 주 테러 수단으로 썼으면 모를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있다면 이 난리를 피우기 전에 미리 쓰는 게 제일 효과적이었다.


가스를 쓰고 약해진 사람들을 롤러로 밀어버리면 지금보다 일이 더 쉬울 테니까. 그렇지 않았다는 건 애초에 화학무기를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는 소리였다.


“부끄러워서 그러냐?”


하지만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면 방독면보다 더 사용하기 편하게 많았을 터였다. 굳이 무겁고 불편한 방독면을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문득 궁금해진 광현이 쓰러진 괴한의 방독면을 벗겼다.


“대체 왜······헛 뭐야 이게 왜 여기 있어?”


방독면을 벗겨낸 광현이 헛바람을 삼켰다. 방독면 안에는 끔찍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세상 많은 사람들이 모를 현상이었지만 놀랍게도 광현은 아는 현상이었다.


‘젠장. 이 새끼들 설마······’


광현이 이 현상에 대해 들은 건 꽤 오래전이었다.


‘이것 때문에 꽤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고 그랬는데?’


만약 이것이 광현이 아는 현상이 맞다면 테러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광현이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 방독면 괴한들은 어느덧 광현 주위로 몰려와 있었다.


“여러분 이 사람 위험한 것 같아요. 그렇게들 생각하시죠?”


맨 앞에 선 방독면 괴한이 다른 괴한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여자?”


생각지도 못한 고운 목소리에 놀란 광현.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여자가 말을 이었다.


“다 같이 힘을 합쳐 이 위험을 제거합시다.”


들고 있던 창을 광현에게 겨누며 여자가 외쳤다. 그러자 다른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여자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뭐 위험? 생사람 꼬치구이로 만들고 롤러로 사람 밀어버리는 댁들이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나?”


광현이 쓰러진 시체들을 보며 따졌다. 하지만 방독면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광현을 향해 창을 겨눴다. 그렇게 방독면들이 돌진하기 직전. 여자가 손을 뻗어 그들을 제지했다.


“그걸······가져오세요. 형제들이 더 다치면 안되니까요.”


여자의 말에 방독면 둘이 상가 입구로 달려갔다. 그리고 뭔가를 들고 오기 시작했다.


“뭐야? 저게······”


방독면 괴한이 들고 오는 물건을 확인한 광현의 눈이 커졌다. 그것은······


“위이이잉!”


전기톱이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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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자해 21.03.15 15 0 13쪽
27 27. 구조의 습격 21.03.13 20 0 13쪽
26 26. 마지막 대원 21.03.10 20 0 14쪽
25 25. 진짜 거지 같은 일 21.03.08 17 0 16쪽
24 24. 멸문 21.03.07 16 0 14쪽
23 23. 철혈생대 21.02.26 27 0 14쪽
22 22. 옛날일 21.02.19 20 0 15쪽
21 21. 집 21.02.15 24 0 13쪽
20 20. 독의 요람 21.02.12 22 0 14쪽
19 19. 단서 21.02.10 24 0 15쪽
18 18. 공장의 내면 21.02.08 30 0 16쪽
17 17. 웰컴 투 동토의 사슬 21.02.05 20 0 14쪽
16 16. 괴물의 바다 21.02.03 22 0 14쪽
15 15. 재생 21.02.01 23 0 17쪽
14 14. 발병 21.01.29 34 0 17쪽
13 13. 굿바이 아이스크림 21.01.27 51 0 16쪽
12 12. 니르바나 21.01.25 27 0 13쪽
11 11. 놈의 몸에 생기가 돌아온다 21.01.23 25 0 21쪽
10 10. 타이밍 이쓰 에부리띵 21.01.22 31 0 21쪽
9 9. 러스트 우먼 21.01.20 56 0 19쪽
8 8. 내면의 혐오 21.01.18 36 0 20쪽
7 7. 한없이 녹색에 가까운 정사각형 21.01.15 40 1 16쪽
6 6. 플랜테이션 21.01.13 45 1 22쪽
5 5. 바이러스와 신사(3) 21.01.11 54 1 19쪽
4 4. 바이러스와 신사(2) 21.01.08 63 1 15쪽
3 3. 바이러스와 신사(1) 21.01.06 85 2 19쪽
2 2. 사우스게이트 파티 헬(2) 21.01.04 83 2 18쪽
» 1. 사우스 게이트 파티 헬(1) +2 21.01.01 234 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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