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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불 님의 서재입니다.

독 2.0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강양1
작품등록일 :
2021.01.01 23:02
최근연재일 :
2021.03.15 16:00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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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3
추천수 :
11
글자수 :
207,361

작성
21.02.0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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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5. 재생

DUMMY

“누······누구······야?”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란 정수가 허리 뒤쪽에 있는 입을 열었다.


“왜 물어봐? 너 듣기만 하면 다 알 수 있잖아.”


맞는 말이었다. 정수는 그 목소리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목소리의 본질이 서서히 드러났다.


“너······아무것도······아니잖아.”


그랬다.


놀랍게도 정수가 목소리라고 믿었던 그것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공기의 떨림이라는 소리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특성조차 지니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가지고 있는 것은 그저 의지뿐이었다. 마치 허공 속을 떠도는 유령처럼.


평소라면 아무도 볼 수 없었겠지만 정수의 감각이 정확히 말하자면 청각이 변했기에 그 의지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아마 시각적인 변화를 겪었다면 듣는 대신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백······무희?”


놀랍게도 그 의지에는 이름이 있었다. 백무희라는.


“그 이름 오랜만에 듣네. 뭐 굳이 이름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부르기 편하면 그냥 그 이름으로 불러.”


“백무······희.”


정수는 그 이름을 불러보았다. 하지만 그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상하게 그 의지 내면의 것들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장막에 가려진 것처럼.


“자 이제부터 잘 봐······아니 잘 들어. 이 세계에는 너 말고도 너랑 비슷한 인간들이 많아. 너는 난 말이지 그런 너희를 연결해줄 수 있어. 난 개고 바이러스 구조에 존재하고 있으니까. 그 연결에 들어오려면 내 목소리를 잘 들어봐.”


“그······래.”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의문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홀로 갇혀 이곳에 있는 것보다는 뭔가에 연결되는 것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안녕? 처음 뵙습니다. 여기. 살아있는 사람이세요? 괴질의······”

"안녕하세요. 누구세요?"

"저는......"


그것은 억양도 뉘앙스도 제각각인 것들이었다. 아마도 언어조차 다를 것이었고.


정수는 알 수 있었다.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처해 있는 상황과 그들이 보는 것 혹은 듣는 것 느끼는 것들이 정수에게도 같이 느껴졌다.


정수는 이미 소리만 듣고도 대상의 감정이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으니까.


그들은 정수와 같이 특별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그들 모두가 정수처럼 뛰어난 청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혹자는 시각이 혹자는 촉각이 혹자는 후각이 누군가는 사고를 담당하는 뇌가······그도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처음 느끼는 감각을 지닌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모두 괴질의 감염자였다. 아마도 정수처럼 괴질로 신체가 변형되어 특별한 감각을 가지게 된 이들일 것이었다.


단순한 인사를 하는 것 뿐이었는데 정수는 그들과 연결되는 아니 그들 자체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처럼 보고 그들처럼 춥거나 따뜻해 하거나 아니면 그 이상의 감각을 느끼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도 동시에 여럿의 감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초월적인 감각을 동시에 가지게 되자 정수는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고 그대로 세계 자체를 느끼게 될 수 있었다. 정수는 그 경험에 전율했다. 그리고 그 놀라움을 본 정수의 입이 열렸다.


“아.”


단순한 감탄사였을 뿐이었지만 그것은 확실한 의지였고 그 의지는 그대로 백무희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백무희는 그 의지를 그대로 다른 이들에게 전달했다. 의지 자체인 백무희였기에 어떠한 왜곡 없이 의지 자체를 전달할 수 있었다.


다른 이들 또한 초월적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었고 백무희가 전달한 의지를 통해 정수의 모든 것. 그러니까 정수가 듣는 것 뿐만 아니라 정수가 본 세계의 모습 자체를 느낄 수 있었다.


“놀라워. 이랬군. 이것은 내게 없는 감각이야! 이런 놀라운······”


정수의 세계를 본 그들의 반응이 청각적으로 변환되어 정수에게 쏟아졌다. 덕분에 정수는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대단해.”


그렇게 수많은 반향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하며 그들의 머릿속에 세계가 더 구체화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백무희를 매개로 모두에게 다시 전달되었다. 하지만 정보에 도취된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점점 더 백무희의 존재감이 커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정확히는 백무희가 정보들을 전달하는 것에 조금씩 개입하고 있음을 말이다.


극대화된 감각기관으로 느낀 정보들을 공유하게 되면서 그들의 머릿속에는 세계의 이치에 대한 깨달음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것은 과거 수도자들이 깨달음을 얻었을 때와 비슷한, 일종의 득도 상태였다.


정수는 한 차원 아니 두 차원 이상의 위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느낌을 받았다.


무작위로 움직이는 입자의 궤적이나 내일의 날씨, 그리고 나무에서 꽃이 피어나는 위치와 잎이 매달릴 위치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말 그대로 열반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설마?’


열반의 경지에 이른 정수에게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바로 자신의 몸을 침식한 괴질. 개고 바이러스에 관한 것이었다.


정수는 그것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니. 이건 바이러스나 질병이라기보다는······그렇다면?’


정수는 의식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정수의 의식에 바이러스가 반응 하는 것처럼 온몸을 뒤덮고 있던 귀가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팔과 다리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원래의 신체가 복원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역시. 그랬었구나.’


정수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깨닫고 환호했다. 하지만 잠시 뒤······


‘갑자기 왜 이러지? 뭔가 이상해!’


몸에서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 돋아나던 팔다리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드득······”


정수의 몸에 변화가 시작됐다. 돋아나던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더니 살덩이에서 뭔가가 조금씩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길고 가느다란 촉수와 같은 것이었다.


‘우악! 이게 뭐야?’


정수는 놀라서 황급해 정신을 집중했지만 이미 몸은 통제를 잃은 상태였다. 수백 가닥으로 뻗어 나온 촉수는 정수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벽을 뚫고 들어갔다.


‘정신이 흐려져!’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정수의 의식에 문제가 생겼다. 더는 의식을 이어가기 힘들어진 것이다. 마치 의식 내부에 있던 뭔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안돼. 정신을 잃어······’


잠시 뒤 정수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하지만 촉수는 멈추지 않았다. 벽에 박힌 촉수들은 조금씩 벽을 이루고 있는 시멘트들을 흡수했다.


그렇게 정수의 몸이 조금씩 건물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서울 괴질 전담 상황실.


“여기 환자가 이상합니다.”


모니터로 격리 병동의 환자들을 관찰하던 의사 하나가 다급하게 소리 질렀다. 의사들은 괴질의 전파 경로가 확실하지 않아 특수 격리 병동에 출입할 수는 없었지만 각 격리실마다 설치된 CCTV로 환자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런데 관찰 도중 한 의사가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환자의 몸에서 촉수가 뻗어 나오더니 주변의 벽을 먹어 치우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정수였다.


괴질은 특정 신체 부위가 생기거나 없어지긴 하지만 촉수처럼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신체 부위가 생겨나는 일은 없었다.


"처음 보는 현상이야."

화면을 보는 의사는 뭔지 모를 불안이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경비들 부르세요. 혹시 모르니 사람들 대피시키고요.”


책임자로 보이는 남자의 명령에 상황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팀장님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모니터를 보던 의사의 외침에 아까의 책임자가 황급히 다가왔다. 하지만 그곳에 촉수를 뻗어 벽을 흡수하던 환자의 모습은 없었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텅 빈 격리실의 모습이었다.


벽에는 촉수에 관통당한 흔적들이 군데군데 나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작은 뇌 같은 것이 떨어져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뇌라고 보기에는 너무 작고 생기를 잃은 것처럼 쭈글쭈글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팀장의 물음에 모니터를 보고 있던 의사가 영상을 뒤로 돌렸다. 그러자 모든 신체 부위가 촉수로 변해 벽 속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환자의 모습이 보였다.


유일하게 촉수가 되지 않았던 뇌는 마지막에 영양을 모두 촉수로 빨아 먹힌 듯 쪼그라들더니 썩은 열매가 떨어지듯 톡 하고 떨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놀라는 팀장.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쿠웅!”


갑자기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뛰어나온 의사들은 200미터쯤 떨어진 격리 병동을 보고 경악했다. 건물 내부에서 뭔가가 건물을 빨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물은 마치 속이 빈 석고상이 깨지듯 금이 가더니 내부를 향해 붕괴하고 있었다.


팀장은 그 내부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그것에서 뻗어 나온 것은 알아볼 수 있었다.


“촉수? 아니 달라 그것보다는 전선?”


그랬다. 그것은 붉은색 혹은 푸른색의 피복을 입힌 전선이었다. 그리고 그 전선들의 기저에는······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 같은 것이 언뜻 보였다.


팀장은 그것을 보고 몇 달 전 대한민국 아니 세계 전체를 경악으로 물들였던 기계 괴물들을 떠올렸다.


“다들 대피해!”


팀장의 말에 휘하 직원들이 대피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은 곧 대통령에 보고 되었고 대통령은 곧바로 군부대를 파견했다. 보고부터 군부대 파견 결정까지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쪽입니다.”


이미 출동한 주변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신속하게 민간인들의 대피 작업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격리 구역의 발생시각에서 겨우 3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이미 괴물들이 생산되는 공장은 격리 구역을 집어삼키고 주변의 민간인 지역을 침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끼익 끼익!”


기계와 생물이 결합한 묘한 형태의 괴물들이 다시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푸슉!”


중구에서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장대 괴물이 근처의 민간인을 향해 몸에 꽂혀있던 장대를 발사했다.


“퍽!”


몸에 장대를 맞은 민간인이 뒤쪽에 있는 벽으로 날아가 장대와 함께 꽂혔다.


“젠장 응사해!”


“타당!”


그걸 본 경찰들이 가지고 있던 총기로 응사했지만 녀석은 별 타격을 받지 않은 듯 옴직이다 근처 경찰을 향해 장대를 발사했다.


머리에 장대가 꽂힌 경찰이 즉사했다.


경찰들은 포기하고 주변 민간인들을 인솔해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사람들 뒤를 작은 기계 괴물들이 뒤따랐다.


“푸슉!”


그런 사람들의 등 뒤로 장대 괴물이 발사한 장대가 날아와 꽂혔다.


“으아악!”


갑자기 날아온 장대에 죽을 수 있다는 공포에 사람들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끼엉!”


머리 대신 포크레인 암이 달린 괴물 하나가 공장 주변을 돌고 있었다. 녀석이 움직일 때마다 금속이 마찰하는 소리가 났다.


이미 괴물 공장 주변의 민간인은 대피를 완료하거나 죽은 탓에 그들의 시야에 보이는 민간인은 없었다.


괴물들은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은 공장 주변을 지키려는 것처럼 그 주변만을 배회할 뿐이었다. 대신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사상자가 난 것은 아니었다.


“슈우우웅.”


그런 괴물들의 머리 위로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괴물들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각자의 감지기관을 향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쿠쿵!”


공중에서 폭발한 포탄이 지상으로 수많은 자탄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 폭발에 휘말린 괴물들은 말 그대로 모습이 지워졌다.


아직 공장이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탓에 갑주 괴물과 같은 강력한 개체들은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상태였다. 덕분에 군인들이 발사한 포탄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괴물들을 두들길 수 있었다.



“공장과 괴물들 모두 파괴했습니다.”


비서실장의 보고에 대통령 김정미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중구 사태를 겪고 난 한국 정부는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따로 수도권에 대 기계 괴물 기동 부대를 창설했다. 부대의 목표는 혹시 재차 기계 괴물 사태가 일어날 경우 초기에 강한 화력을 투입해 섬멸하는 것.


부대의 이름은 중구 사태 당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박관형 대위의 이름을 따 관형 부대라고 지었다.


그리고 오늘 관형 부대의 데뷔전은 화려한 승리로 장식되었다. 김정미 대통령은 특히 사태 초기에 진압할 것을 목표로 한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남은 일이 많았다.


“흠. 비서실장님은 사건 보고서 제대로 작성해서 올려주세요. 대체 왜 이 괴물들이 나타나는지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겠어요.”


대통령의 말에 비서실장 서정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대통령이 뒷수습을 위한 이런저런 지시사항을 내리고 있을 때였다.


“대통령님 큰일 났습니다.”


갑자기 문이 열리며 총리가 뛰어들어왔다.


“총리님 뭡니까?”


“서울 말고도 지방 몇 군데에서 괴물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답니다!”


총리의 말에 대통령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몇 군데라니요?”


대통령의 물음에 총리는 대답 대신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광주, 대구, 춘천, 정읍 등에서 괴물 출현 확인. 그 외 다른 곳에서도 목격 제보 잇달아.’


“지금 전국에 가용한 군부대들 다 출동시키세요. 예비군 소집령 내리시고. 미군 연구팀에서 좋아하겠네요. 안 그래도 표본 내놓으라고 들들 볶았는데. 표본이 넘치도록 생겼으니.”


미국은 연구 파트너가 된 후로 한국 정부에 지속해서 연구 자료를 넘기라고 압박하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쉽게 내줄 수 없다며 버티고 있었고.


하지만 이 사태가 났으니 더 그럴 필요는 없었다.


“아닙니다. 그쪽도 지금 제정신이 아닐 겁니다.”


“왜죠?”


대통령의 반문에 총리가 스마트폰에 다른 기사를 띄웠다.


‘전 세계적 괴물 출현 보고. 이미 OECD 주요국들에 출현 확인.’


그것을 본 김정미 대통령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이. 이게 뭔 개지랄이야.”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던 광현이 스마트폰을 보며 중얼거렸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많은 도시들에서 괴물들이 출몰했다는 뉴스가 떴다.


“이거 뭐 도망도 못 치겠네.”


광현의 계획. 그러니까 여차하면 괴물을 피해 도망친다는 계획은 완전히 실패했다.


일단 도망칠 않는 곳이 없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괴물이 출몰했고.


“하아. 그나저나 분명 내가 그 왜곡을 어느 정도 막은 것 같은데······왜 이렇게 됐지.”


분명 광현이 저번 중구 사태에서 세계와의 일체를 통해 왜곡을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괴물들이 출현하고 있었다. 광현이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젠장 그래도 서울까지는 안 오겠지? 그러고 보니 이제 신호등 인간도 없잖아.”


괴물들은 특정한 영토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못하는 특징이 있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 바로 신호등 인간이었고.


공장 근처를 제외하고 괴물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오직 신호등 인간들이 있는 곳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광현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왜곡을 끝낸 지금 신호등 인간이 나타났다는 소리는 없었다. 고로 지금 괴물들은 공장 근처에 고립 될 수밖에 없다는 소리였다. 그러면 제압하는 건 크게 힘들지는 않을 터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무공 수련을 해놔야 하나?”


광현은 손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혹시 몰랐다. 이 괴물 현상의 기저에 뭐가 있는지는 광현도 확실치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무공을 갈고 닦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스마트폰을 보던 광현의 눈에 심상치 않은 기사가 들어왔다.


“경남의 괴물. 통영을 넘어 거제로 번져? 괴물들이 신호등 인간 없이 도시를 이동했다고?”


놀랍게도 신호등 인간도 없이 괴물들이 경계선을 넘어 이동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광현의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번호를 보니 국내에서 건 것이 아니었다.


광현은 보이스 피싱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다가 혹시 몰라 전화를 받았다.


“뭐야? 너 뭔 일이야?”


놀랍게도 전화를 건 사람은 정훈이었다..


“너 이 자식. 응? 뭐라고? 중국으로 오라고? 아니 갑자기 사라질 때는 언제고 또 전화해서 중국으로 오라고 난리야. 난 거기라면 신물 난다고 임마.”


갑작스러운 제안에 광현은 짜증을 냈다.


“단서는 뭔 단서. 개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아니. 전 세계 사람을 내가 왜 생각해? 내가 한 것도 아니잖아. 근데 내가 거기까지 왜 가? 뭐? 전세기를 보내준다고? 아니. 야. 여보세요? 이 새끼는 말도 안 듣고 끊어.”


짜증을 내는 광현.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그의 손은 다시 정훈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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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진짜 거지 같은 일 21.03.08 1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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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독의 요람 21.02.12 22 0 14쪽
19 19. 단서 21.02.10 24 0 15쪽
18 18. 공장의 내면 21.02.08 30 0 16쪽
17 17. 웰컴 투 동토의 사슬 21.02.05 20 0 14쪽
16 16. 괴물의 바다 21.02.03 22 0 14쪽
» 15. 재생 21.02.01 24 0 17쪽
14 14. 발병 21.01.29 35 0 17쪽
13 13. 굿바이 아이스크림 21.01.27 51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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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바이러스와 신사(3) 21.01.11 54 1 19쪽
4 4. 바이러스와 신사(2) 21.01.08 64 1 15쪽
3 3. 바이러스와 신사(1) 21.01.06 86 2 19쪽
2 2. 사우스게이트 파티 헬(2) 21.01.04 84 2 18쪽
1 1. 사우스 게이트 파티 헬(1) +2 21.01.01 234 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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