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개불 님의 서재입니다.

독 2.0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강양1
작품등록일 :
2021.01.01 23:02
최근연재일 :
2021.03.15 16: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171
추천수 :
11
글자수 :
207,361

작성
21.01.22 13:38
조회
31
추천
0
글자
21쪽

10. 타이밍 이쓰 에부리띵

DUMMY

“마교.”


광현의 짧은 말에 정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래. 마교 아니면 누가 이런 짓을 하겠냐. 어떻게 한 건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주 괴물의 움직임. 호신강기와 어검술 그리고 마지막에 사용한 정체 모를 기술. 그 모든 기술 안에 내공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내공의 체계는 말할 것도 없었다.


마교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60년 전에 사부가 처단하지 않았습니까?”


“뭐 마교가 다시 나타날 때마다 무림 사람들이 했던 말을 나도 할 수밖에. 그런 줄 알았었다라고. 젠장.”


지난 몇백 년 간 무림맹과 마교의 전쟁은 계속되어왔다. 몇 번의 엎치락뒤치락이 있었고 마교가 무림맹을 이긴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구조상 무림의 민간과 강력하게 결합하여왔던 무림맹은 자생적으로 다시 자라났고 결국 그 힘으로 인해 60년 전 마교는 교주 백무희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다.


원래라면 마교 또한 숨어서 힘을 비축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게 순리였지만 60년 전 공산당과 결합한 무림맹이 국가 차원의 철저한 전후처리 작업을 벌였고 마교는 그 명맥이 완전히 끊겨 역사에서 지워지고 말았다. 그 마교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장본인이 바로 광현이었다.


하지만 그 마교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것도 정체불명의 괴물과 함께.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일단 저걸 처리해야 할 거 아니야.”


광현이 갑주 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쉽지는 않을 겁니다. 내공 운용 규모만 따져도 초절정입니다. 거기에 저 재생력까지.”


“흠.”


정훈의 지적에 광현이 자신의 허리에 매달린 검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광현이 당대 최고의 무인이라고 불렸을 때 무공 수준이 초절정이었다.


물론 거의 초절정의 끝에 달해있어 같은 초절정 무인들을 신나게 두들기며 다녔지만. 하지만 지금은 초절정은 커녕 겨우 중급 무사 정도의 내공을 운용하는 정도였다.


그것도 칼에 주입한 내공을 이용해야만 가능했다. 광현 자신의 내공을 사용하면······



‘죽는다.’



물론 몇 분 뒤면 다시 살아날 수 있었지만. 거기에도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광현이 죽은 자리에는 그 즉시 큐브가 자라나게 된다.


물론 큐브는 눈으로 직접 보지만 않으면 신호등 인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며칠 전 정훈이 문제를 하나 더 발견했고 그것은 광현으로 하여금 쉽게 죽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 문제가 뭔고 하니 광현이 죽을 때마다 전국에 큐브 발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정훈은 큐브의 발생 빈도가 늘어났다는 기사를 보던 중 발생 빈도가 늘어나는 시점이 광현이 죽었을 때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광현이 쉽게 죽을 수 없도록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이 사태와 광현이 연관되어 있다는 확신 또한 주었고.


광현이 이곳에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원래 광현은 섬멸 작전 전에 혼자 서울을 뜨려고 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도 없었고 남의 일에 이제는 끼어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특히 옆에 정훈이 있다는 사실이 광현에게는 큰 걸림돌이었다.


정훈은 광현에게 손자나 마찬가지인 존재였다. 민기의 죽음을 겪은 광현은 다시는 주변 사람이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정훈을 데리고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사태와 자신이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자 광현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민기의 죽음에 자신도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던 광현은 자신이 이 사태에 개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나저나 넌 임마 따라오지 말라니까 기어코 날 따라오냐?”


광현이 정훈을 보며 투덜거렸다. 사실 그냥 따라오지 말라고 말로만 한 것도 아니었다.


광현은 이곳에 오기 직전 정훈에게 일반 사람이라면 죽을 것이 분명한 양의 마취제를 식사에 섞어 먹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죽었겠지만 정훈은 화학약품에 내성을 지닌 당가의 사람이었고 그 정도면 하루 정도는 잠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훈은 약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사부도 참. 절 너무 우습게 보시는 거 아닙니까? 지금은 이러고 있지만 한때 가주 자리까지 넘보던 사람입니다.”


정훈의 약품 내성은 광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는 의지만으로 몸에 받아들일 성분과 그렇지 않을 성분을 거를 수 있을 정도의 조절 능력이 있었다.


‘아휴 저걸.’


정훈의 이죽거림을 본 광현은 한숨을 쉬었다.


광현은 주변 사람이 죽을 때마다 그것이 혹여 자신의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병적으로 빠들었다. 그 시작은 과거 자신의 사부가 자신 때문에 죽은 이후부터였다. 물론 더 심해진 것은 나중에 있던 어떤 사건 때문이었지만.


제자인 광현을 지키고 무림의 멸망을 막기 위해 광현의 사부는 배신자가 되어 죽었다.


광현은 그 사실을 당시에는 몰랐다. 하지만 후에 사건의 진상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리고 그 죄책감은 시간이 지나도 광현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때부터였다. 광현이 주변의 사람들의 죽음에 자신의 책임이 있지 않나 편집증적으로 고민하게 된 것이.


그러던 중 민기 덕분에 광현은 또다시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광현은 이 사태에 뛰어든 것이었다.


“초장부터 지랄이네.”


압도적 무력으로 군인들을 도살하는 갑주 괴물을 보며 광현은 그 결정을 후회했다. 자신이 가진 무력만으로 괴물에게 대항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하지만······


“방법이 있어.”


광현의 말에 정훈이 고개를 돌려 광현을 보았다.


“잘 들어봐. 이거 기억 못 하면 빼도 박도 못하고 죽는다.”


광현이 정훈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에 입에서 나온 것은······


“F4136, D2644, A2383”


알 수 없는 숫자와 영어였다.



“퍽!”


지원 요청을 받고 날아오는 코브라 헬리콥터의 조종실에 기다란 뼈가 날아와 박혔다.


뼈에 배를 관통당한 조종사는 무의식중에 자신의 배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팔뚝만큼 두꺼운 뼈 주위로 피가 새어 나와 바지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


“흠?”


그런데 갑자기 뼈에 금이 가며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퍽!”


뼈가 폭발하며 자잘한 파편으로 변해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조종사는 자신의 신체가 갈가리 찢기는 것을 느낄 사이도 없이 절명했다.


그리고 공중에서 폭발한 뼈의 파편들이 지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텅!”


금속이 관통당하는 소리와 함께 방탄모를 뚫고 들어간 뼈 파편이 병사 하나의 뇌를 헤집자 병사가 그 자리에 털썩하고 쓰러졌다.


다른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공이 실린 뼈들이 폭풍처럼 몸을 꿰뚫고 지나가자 순식간에 절명했다.


“촤악!”


팔에서 다시 뼈가 돋아난 갑주 괴물이 병사들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타다당.”


몇몇 병사들이 괴물을 향해 총을 쏘며 저항했지만 괴물은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허공의 보호막.


그러니까 호신강기가 총알을 튕겨냈기 때문이다. 기관총이나 소총으로는 녀석의 호신강기를 뚫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장갑차와 공격헬기까지 잡힌 상황. 녀석에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그사이 가까이 다가온 괴물이 가까이 있던 군인의 가슴에 대검 모양의 뼈를 박아넣었다.


“크헉!”


뼈 대검이 가슴에서 빠져나오자 군인이 피를 토하더니 움직임이 멈췄다. 괴물은 군인의 죽음을 확인하지도 않고 옆에 있던 다른 군인의 머리 쪽으로 뼈 대검을 휘둘렀다.


바로 그때였다.


“깡!”


뼈 대검에서 금속성의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궤도가 틀어졌다. 괴물이 고개를 돌리자 근처에 정훈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정훈의 손가락 사이에는 조그만 쇳조각들이 잡혀 있었다. 정훈이 직접 제작한 암기로 일반적인 표창이나 단검 형태의 암기와는 생김새가 완전 달랐다.


오히려 약간 꽃이나 새의 날개에 가까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흡.”


정훈은 괴물의 주의가 자신에게 집중되자 망설이지 않고 손가락에 있던 암기를 던졌다.


“지잉!”


얼마나 강력한 내력이 실렸는지 암기가 공기와 마찰하며 작게 울릴 정도였다. 하지만 괴물에게는 별로 빠른 것은 아니었다. 괴물이 대검으로 암기를 치려던 바로 그때였다.


암기의 방향이 누군가 잡아챈 것처럼 바뀌더니 괴물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퍽!”


날아든 암기가 괴물의 얼굴에 맞아 산산이 부서졌다. 충격을 이기진 못한 괴물의 고개가 뒤로 휙 하고 밀릴 정도였다.


“얼굴 더럽게 두껍군.”


하지만 괴물의 얼굴은 생채기 하나 없었다. 호신강기를 뚫지 못하고 암기가 박살 난 것이었다.


괴물은 초절정 수준의 내공을 운용했다. 절정의 내공을 가진 정훈이 뚫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휘잉.”


말 그대로 암기를 얼굴로 받아낸 괴물이 정훈을 향해 뼈 대검을 휘두르며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그걸 본 정훈의 두뇌가 급격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K4852, H7245······’


아까 광현이 불러준 숫자와 확연히 다른 숫자였지만 여전히 알파벳과 숫자가 함께 있는 단어를 속으로 외우며 괴물의 공격을 방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기부터 불리했다. 녀석은 거대한 뼈 대검을 거침없이 휘둘렀지만, 광현의 손에 있는 것은 작은 쇳조각 암기뿐이었다.


아무리 암기에 일가견이 있는 당가라고는 하지만 이런 체급 차이가 나는 무기를 방어하는 것에까지 특화된 것은 아니었다. 같은 내공과 같은 체력이라면 무기의 크기가 크고 무거운 것이 위력이 더 좋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당가의 암기술은 공격에 치중되어 있었다. 붙기 전에 원거리에서 끝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암기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바로 독이었고.


독을 이용해 상대의 체력을 미리 소진해 돌진능력을 감소시키는 것이었다.


당가의 상식으로도 암기 자체를 이용한 방어는 같은 수준의 무림인에게는 결코 사용하지 않는 게 정석이었다. 하물며 이런 내공의 차이가 나는 상대에게야.


‘위험해!’


위태롭게 날아드는 뼈 대검을 본 정훈의 무의식이 피하라는 경고를 발했다. 하지만 정훈은 그 무의식의 경고를 무시했다. 대신 들고 있던 암기를 대검에 정면으로 부딪혔다.


“캉!”


놀랍게도 정훈이 휘두른 암기와 뼈 대검이 부딪히자 튕겨 나간 쪽은 뼈 대검이었다. 예상 밖의 결과에 대비하지 못한 괴물의 몸이 휘청했다.


정훈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괴물의 몸에 암기를 날렸다.


“퍽퍽!”


하지만 암기는 여전히 괴물의 호신강기를 뚫지 못하고 폭죽처럼 허공에서 박살이 났다. 그 사이 정신을 차린 괴물이 또다시 뼈 대검을 휘둘렀다.


“뭐야? 씨발. 저 사람 맨몸으로 괴물하고 맞짱 뜨는 거야?”


괴물과 싸우는 정훈의 모습을 본 군인들이 놀랐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둘의 싸움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의 시력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저 둘이 싸우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정훈은 군인들이 구경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눈앞의 괴물을 향해 온 정신을 쏟을 뿐이었다.


싸워보니 알 수 있었다. 상대는 자신의 실력을 아득히 뛰어넘은 존재였다. 조금만 실수하면 바로 죽음으로 이어진다.


아니 원래라면 진작 죽었어야 했다. 이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은 광현이 가르쳐준 구결 때문이었다.



“다 기억했냐?”


“네. 이게 뭡니까?”


“젠장 그걸 벌써 기억했어? 잔머리 진짜 좋네. 뭐는 뭐야. 당가 가전 무공 개조한 거지. 잘 봐. 이 글자들의 상관 관계를. 원래는 이거지. A5623, B3244······근데 이걸 내가 바꾼 거야.”


정훈은 그 글자들이 당가의 무공의 초식을 나타내고 있음을 깨달았다. 물론 상대의 움직임에 따른 위력과 타점의 위치 거기에 내공의 흐름을 아주 개략적으로 나타낸 것이었다.


사실 숫자 하나하나는 의미가 없었다. 그 숫자 간의 변화가 중요했다. 숫자들이 나타내는 흐름. 오직 당가의 무공을 알고 있는 사람들만 알아먹을 수 있는 숫자들이었다.


“그걸 이렇게 바꾸라고 F4136, D2644, A2383······뭔 말인지 알겠냐?”


정훈은 잠시 광현이 가르쳐준 숫자를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무공에 대입해보았다. 숫자를 중간까지 대입했을 때였다.


“이건······”


숫자를 끝까지 다 대입할 필요도 없었다. 광현이 하는 말이 뭔지는 중간까지만 대입해 봐도 답이 나왔으니까.


“그래. 방어술이야. 뭐 워낙 내공 차이가 나서 몇 번 밖에 못 막긴 하지만 그거면 충분해. 꼭 그대로 해야 한다. 중요한 건 막는 것보다도······하여튼 시키는 대로만 해.”


광현의 말을 들은 정훈이 괴물 쪽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아 있었다. 광현의 발상이 독특하긴 했지만 정훈이 보기에 그대로 방어를 하면 최종적으로······


“죽는다.”


결국 칼을 막아낼 수 없을 것이었다. 그건 대략 초절정 고수의 평균적인 내력 양만 대입해봐도 답이 나오는 문제였다.


“흠. 뭔가 수가 있으시겠지.”


정훈은 광현을 믿었다. 비록 지금은 자신보다도 내력이 약했지만 그는 과거 무림 최강의 고수였다. 그리고 자신이 절대 죽도록 놔두지 않을 인간이기도 했다.


정훈은 광현이 자신을 손자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말은 안 했지만.



“캉!”


또다시 정훈은 괴물의 칼을 튕겨냈다.


‘뭔가 이상해 내공 양만 보면 절대 방어하지 못해야 하는데.’


정훈은 자신이 괴물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마치 포크레인의 기계 팔을 숟가락으로 막아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내력이 점점 떨어져 가고 있었다. 광현이 말했던 것처럼 몇 번 버티지 못할 것이 뻔했다.


‘N3458, B3001’


그러거나 말거나 정훈은 광현이 가르쳐준 대로 괴물의 패턴에 맞춰 무공을 운용했다.


사실 다른 걸 신경쓸 시간도 없었다. 순간적으로 괴물의 패턴을 수치화 하고 그에 맞춰 자신의 무공을 광현이 가르쳐준 수치에 맞춰 시전하느라 머리가 복잡했으니까.


과거 천재라고 불렸던 정훈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퍽퍽.”


괴물의 칼을 튕겨낸 틈을 타 날아간 암기가 또다시 괴물의 몸을 강타했다. 하지만 괴물은 이 패턴에 익숙해져 있었다.


암기를 막거나 튕겨내는 대신 피해를 좀 입더라도 돌진을 선택했다. 전면의 호신강기로 암기를 박살 내며 괴물이 정훈의 정면에 쇄도했다.


위기를 느낀 정훈이 남은 내력을 짜내 몸에 숨겨진 암기를 다수를 쏘았다.


“퍼버벅!”


몇몇 암기가 호신강기를 뚫고 괴물의 외피를 박살 냈지만 괴물은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으아아!”


다급해진 정훈이 괴물의 눈을 향해 암기를 날렸다.


“퍽!”


괴물의 머리를 감싸고 있던 외피가 날아가며 괴물의 얼굴이 드러났다. 놀랍게도 그 안에 있던 것은······


여성의 성기를 닮은 신체 기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을 붙어 있는 바탕이 인간의 두개골 형태라는 것은 맞았지만 사람이라면 눈과 코, 입 같은 것은 없었고 그저 그 두개골을 반으로 가로지르며 여성의 성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괴물은 아직 치명타를 입은 것은 아니었다. 얼굴을 감싸고 있는 외피만 떨어져나갔을 뿐.


“후웅.”


팔에 달린 뼈 대검이 허공을 가르며 정훈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간단한 일격이었지만 정훈의 수준에서 막을 수 없는 공격.


‘틀린 건가······’


정훈이 체념하며 눈을 감았다. 바로 그때였다.


“촤악!”


괴물의 머리가 몸통과 분리되며 뼈 대검의 궤도가 옆으로 뒤틀렸다.


“쾅!”


방향이 틀어진 뼈 대검이 땅을 파고 들어가더니 굉음을 냈다. 하지만 다행히 정훈의 몸에 큰 피해는 주지 않았다. 정훈은 다리가 풀리는 걸 느끼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야 괜찮냐?”


바닥에 앉은 정훈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괴물의 뒤에서 말을 걸었다.


“사부······대체 어떻게?”


칼에 괴물의 체액이 묻어 있는 것으로 봐서는 괴물의 머리를 자른 사람은 광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말이 안 됐다.


정훈을 공격하느라 괴물의 호신강기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중수 수준인 광현의 내공으로 뚫는다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원래 마교 무공이 좀 뻥카가 있어. 너도 느꼈잖아. 그 대검 막을 때.”


그러고 보니 정훈이 관찰했던 괴물이 위력보다 당시의 위력이 현저하게 낮았다. 덕분에 암기로 괴물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고.


“마교는 항상 강력한 위력을 내는 공격을 선호하지. 철학 자체가 그래. 강력한 위력의 공격으로 공격과 방어를 일체 시킨다. 정확히는 방어할 필요가 없게 되는 거지만. 이게 적당한 힘이면 멍청한 생각인데 무지막지한 힘이면 말이 되는 지점이 생겨. 근데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만 해도 저 정도 힘을 만드는 건 불가능 하단 말이지. 그래서 뻥을 치는 거야.”


“힘을 일 점에 모으는 거군요.”


“그래. 뭐 겉으로는 잘 안 보이지. 그 무공을 사용하는 놈들도 그걸 잘 몰라. 심법으로 내공의 발현 자체가 그렇게 되게 만들었거든. 쓰는 놈들은 우와 짱 쎄다. 그냥 이렇게 느끼지. 사실이긴 해 공격하는 순간의 위력은 엄청나거든. 가지고 있는 내공보다 훨씬 강한 위력이 나와. 하지만 그건 공격할 때나 특정 순간뿐이지.”


“하지만 녀석은 호신강기도 쓰고 내내 자신을 향한 공격을 잘 막아내지 않았습니까? 그건 방어 아닙니까?”


사실이었다. 괴물의 호신강기는 장갑차의 주포까지 어찌어찌 막아낼 정도의 위력이었으니까.


그것은 방어적 측면을 도외시한다는 마교의 철학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심지어 방어력의 등락 없이 항상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뭐 그렇지. 근데 호신강기를 방어적인 측면에서 보지 말고 공격적인 측면에서 보면 또 그런것도 아니야. 사실 호신강기는 꽤 공격적인 행위지. 피하지 않고 내공을 발해 그대로 공격에 맞부딪힌다는 점에서. 만약에 호신강기를 두른 상태에서 돌진해서 들이받으면? 예전에도 마교 애들은 호신강기 사용에 능숙했어. 다 그런 이유지. 실제로 호신강기를 순간적으로 변형해서 쏘는 기술도 많았고. 뭐 검강이나 호신강기가 다른 차원의 무술인 것도 아니고. 그리고 호신강기 운용도 뭐 아까 설명에서 벗어나지 않아. 잘 보면 일정한 위력의 강기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막는 타이밍에 맞춰 강기의 위력을 조절하지. 마치 공격을 맞받아치는 것처럼.”


“그럼 사부는 녀석들의 내공이 약해지는 타이밍을 알고 있었단 말씀이십니까?”


“뭐. 그렇지. 워낙 많이 싸워봤으니까. 근데 이게 워낙 교묘하고 상황마다 달라. 그래서 괴물 놈이 무공 쓰는 템포를 제한했지.”


“대체 상대 움직임을 어떤 식으로 제한하신······음?”


가만히 생각해보던 정훈이 놀란 듯 신음을 흘렸다. 광현이 자신에게 가르쳐준 방어식. 그것의 내공 템포가 일정했기 때문이다.


괴물을 상대하는 정훈의 무공에 템포를 만들어서 상대하는 괴물의 템포 또한 그것에 맞춘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파훼식을 만든 겁니까?”


정훈의 물음에 광현은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광현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야 내 짬밥에 그 정도는 해야지. 이제 가······음?”


말을 하던 광현이 깜짝 놀라며 자신의 배를 바라보았다. 광현의 배에는 뭔가가 튀어나와 있었다. 바로 괴물의 뼈 대검이었다.


“커헉······”


배가 관통당한 광현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놀란 정훈이 괴물에게 반격을 가하기 위해 돌아봤지만 마지막 일격을 날린 괴물은 팔을 툭 하고 떨어뜨리며 죽어버렸다. 아마도 최후의 일격인 모양이었다.


“사부······괜찮으십니까? 정신 좀 차려보십시오.”


정훈이 광현의 상처를 지혈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광현은 빠른 속도로 죽어가고 있었다.


“커헉 빨리 다른 사람 피······해.”


그런 정훈을 보며 광현이 피를 토하며 말했다.


“빨리 도망치십시오! 빨리요!”


정훈은 광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 주변의 군인들에게 악을 질렀다.


바로 그때였다. 광현의 시체에서 예의 큐브가 엄청난 속도로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큐브를 본 몇몇 병사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하더니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정훈은 그 모습이 뭘 뜻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신호등 인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독 2.0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28. 자해 21.03.15 15 0 13쪽
27 27. 구조의 습격 21.03.13 20 0 13쪽
26 26. 마지막 대원 21.03.10 20 0 14쪽
25 25. 진짜 거지 같은 일 21.03.08 18 0 16쪽
24 24. 멸문 21.03.07 17 0 14쪽
23 23. 철혈생대 21.02.26 27 0 14쪽
22 22. 옛날일 21.02.19 20 0 15쪽
21 21. 집 21.02.15 25 0 13쪽
20 20. 독의 요람 21.02.12 22 0 14쪽
19 19. 단서 21.02.10 24 0 15쪽
18 18. 공장의 내면 21.02.08 30 0 16쪽
17 17. 웰컴 투 동토의 사슬 21.02.05 20 0 14쪽
16 16. 괴물의 바다 21.02.03 22 0 14쪽
15 15. 재생 21.02.01 23 0 17쪽
14 14. 발병 21.01.29 35 0 17쪽
13 13. 굿바이 아이스크림 21.01.27 51 0 16쪽
12 12. 니르바나 21.01.25 27 0 13쪽
11 11. 놈의 몸에 생기가 돌아온다 21.01.23 25 0 21쪽
» 10. 타이밍 이쓰 에부리띵 21.01.22 32 0 21쪽
9 9. 러스트 우먼 21.01.20 56 0 19쪽
8 8. 내면의 혐오 21.01.18 36 0 20쪽
7 7. 한없이 녹색에 가까운 정사각형 21.01.15 40 1 16쪽
6 6. 플랜테이션 21.01.13 45 1 22쪽
5 5. 바이러스와 신사(3) 21.01.11 54 1 19쪽
4 4. 바이러스와 신사(2) 21.01.08 64 1 15쪽
3 3. 바이러스와 신사(1) 21.01.06 86 2 19쪽
2 2. 사우스게이트 파티 헬(2) 21.01.04 84 2 18쪽
1 1. 사우스 게이트 파티 헬(1) +2 21.01.01 234 3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