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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알고 보니 검술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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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04.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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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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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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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예정에는 없던 일

DUMMY

52.


망자의 미궁.

25층의 히든 페이즈를 통해 진입할 수 있는 특수하고도 악랄한 던전.

사실 이곳으로의 진입은 25층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21층에서도 진입할 수 있고, 29층에서도 진입이 가능합니다.”

“아니, 그게 무슨······.”

“우린 그저 25층에서의 조건을 만족시켰을 뿐이니까요.”


각 층마다 히든 페이즈의 발현 조건은 달랐으나, 진입하는 공간은 똑같았다.

이외에도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면 21층에서 진입할 경우······ 공략해야 할 몬스터는 도합 10마리라는 거겠지.


“그나마 우린 운이 좋은 겁니다. 나머지 5마리만 공략하면 탈출할 수 있으니까요.”

“허······.”

“물론 방심하진 마세요. 히든 페이즈의 보스 몬스터는 우리가 알던 놈들과 전부 다를 테니까.”


천천히 안개를 지나 허름한 판자촌을 눈앞에 둔 한지혁은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판자촌엔 좀비 무리가 흐느적거리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한껏 준비된 헌터들의 습격을 버텨낼 정도는 못 되었다.


“일단 이곳에서 조금 휴식을 취하도록 하죠. 임시 캠프로 지을 거니 너무 거창하게 만들지 마세요. 아, 그리고 먹을 게 있으면 지금 먹어두라고 하세요.”


차유라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어? 이제 뭐 먹어도 돼요?”


망자의 미궁에선 원래 뭘 만져서도, 먹어서도, 잠도 자선 안 된다는 규칙이 있었다.

그것 때문이라도 차유라는 못해도 3일은 굶주림을 견뎌가며 아무것도 먹질 못했다.

그 덕에 ‘망자’가 되질 않았고, 그 덕에 ‘생자’의 모습으로 리치를 상대할 수 있었다.


“리치를 죽였잖아. 이젠 뭘 먹어도 망자가 될 일은 없어.”

“어어······ 진짜죠? 그럼 저 먹어요?”

“마음껏 먹어.”


한지혁은 인벤토리에 저장된 각종 식재료를 김우영을 비롯한 다른 헌터들에게 나눠주며 말했다.


“든든히 먹어두라고 하세요. 안 먹어도 죽진 않겠지만, 굶주림을 오래 이어가면 정신력이 소모될 겁니다.”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공짜랍니까. 전부 외상으로 달아둘 겁니다. 여기 장부에 본인 길드와 가져간 음식들 전부 기입해두세요.”


김우영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장부에 온갖 식재료를 적어 넣었다. 그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양이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정도나 되는 양을 전부 샛별 팀이 소화할 리는 없을 테고······.”

“제가 빚진 게 있지 않습니까. 식사에 대한 모든 비용은 저희 길드에서 부담하겠습니다.”

“그럼······?”

“이곳에 있는 모든 길드의 식재료는 해오름에서 구매합니다. 모든 외상은 그렇게 달아주세요.”


과연 대형 길드는 배포의 크기부터 다르다는 걸까.


“어쨌든 이렇게 식량을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캠프에 음식을 전부 놓고 나와서 곤란했습니다.”


해오름이 골든벨을 울리면서 일행의 모든 사람들은 풍족한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김요한은 한지혁을 보며 물었다.


“혹시 잠도 자도 되나요?”

“물론이지. 이제 만지는 것만 조심하면 돼.”


뭘 먹어도, 자도 망자가 될 일은 없겠지만 여전히 이곳엔 ‘망각초’ 따위의 위험 식물이 존재했다.

한지혁은 모닥불을 피우고 저마다 식사시간을 가지는 헌터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8시간 후 공략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각자 휴식을 취하고 모이도록 하죠.”

“······저, 불침번은.”

“안 서도 됩니다. 매일 정각에 찾아오는 그림 리퍼를 제외하고는 몬스터 웨이브는 없어요.”


*


정확히 8시간이 지나자, 한지혁은 공략 회의를 빌어 아주 간단한 브리핑을 했다.

회의란 명칭을 했으나 딱히 다른 헌터들은 무언가 의견을 말하진 않았다.

무얼 알아야 말하든 말든 한다. 사실 이곳에 온 이후로 갇힌 것 말고는 딱히 뭘 한 게 없어 그들이 할 말도 마땅치 않았다.

결국 입을 여는 건 한지혁 뿐.

게다가 그는 폭탄선언을 했다.


“전 미래를 봅니다.”

“에? 미래요?”

“제 스킬은 ‘미래 예지’입니다. 단편적인 정보에 불과하지만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연유도 전부 그 덕이죠.”


황당한 말이었지만 듣고 보니 그것만큼 한지혁의 행보를 설명할 단서는 없었다.

문득 김우영은 생각했다.


‘설마 그래서 그때······.’


한지혁은 25층에서 히든 페이즈가 발생하기 직전에 뭔가를 눈치 챈 낌새를 보였다.

느닷없이 포탈을 확인했고, 차유라나 김요한에게 전투를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갑자기 그의 팔찌를 벗겨 부순 것도 이해가 되었고, 어째서 유성의 마스터가 F급의 한지혁인지도 납득했다.


‘과연······ 미래 예지란 말이지.’


그만큼 미래를 본다는 스킬은 파격적이었다.


‘거기다 부활까지······.’


김우영의 시선엔 한지혁의 곁에 있는 ‘김요한’이 보였다. 겉보기엔 어수룩한 C급 헌터였지만 이젠 그리 가볍게만 보이진 않았다.

아무렴 죽은 사람을 부활시키는 스킬이다. 어떤 제약이 있는지는 몰라도 그 자체로 사기적인 스킬이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재앙을 막은 차유라까지······ 잠깐, 그것도 모두 미래를 본 결과인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지저굴’에 난입했던 차유라와, ‘인천국제공항’에서의 사건이 떠올랐다.

뒤이어 첫 번째 재앙과 두 번째 재앙이 누군가에게 처치되었던 것도 기억이 났다.

머릿속에서 방황하고 있던 온갖 조각들이 하나로 뭉치더니 큰 그림을 그려내었다.


‘그러고 보니 실루엣이 비슷하군.’


두 번째 재앙인 로툰을 제거했던 정체불명의 검사. 눈을 가늘게 뜬 김우영은 한지혁의 뒷모습과 방송에 비추어졌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과연······ 그런 거였나. 과연!’


이후로 한지혁을 바라보는 김우영의 시선은 더더욱 예리하게 빛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의미가 붙었다. 볶음요리에서 가지만 쏙쏙 골라내는 것도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독성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마스터. 편식하면 못 써요.”

“아, 가지는 물컹해서 싫단 말이야. 슬라임을 씹는 느낌이야.”

“그래서 볶아드렸잖아요. 좀 드세요.”


김우영은 애써 그 모습을 무시하며 한지혁을 바라보는 눈을 더더욱 강렬하게 불태웠다.


‘어쩌면 F급 헌터인 척 하는 것도 모두 연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래. 헌터 킬러 놈들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일리가 있어.’


모든 순간이 합리화가 됐고 또한 의미가 붙고 나니 한지혁이란 사람은 더더욱 대단하게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일행을 이끄는 한지혁의 모습은 마치 선지자와 같이 느껴졌다.


“앞으로 팀을 나눠서 움직일 겁니다. 망자의 미궁의 장점 중 하나는 층을 오르는 데엔 순서가 없다는 거니까요.”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하죠.”

“그리고 층을 공략할 때마다 상황은 나아질 겁니다. 조금만 더 고생합시다.”

“물론이죠. 고생하겠습니다.”

“네?”

“아, 아뇨. 노력하겠다고요.”


그리고 비단 그런 생각을 품는 건 김우영 하나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미래를 본다는 터무니없는 선언. 한지혁이 해낸 업적이야말로 그 말에 대한 증거였고,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우린 공대장님만 따라가면 돼. 아무렴 미래를 보셨을 테니까.”

“이깟 망자의 미궁 따위는 공략한 거나 다름없지!”

“어디 보스 몬스터나 사냥하러 가볼까!”


잔뜩 사기가 진작된 헌터들은 한지혁의 명에 의해 일단 뿔뿔이 흩어져 공략을 잇기로 했다.


*


[26층─히든의 주인, ‘스톤 골렘’을 처치했습니다.]

[‘망자의 미궁’의 봉인이 일부 해제되었습니다.]


[27층─히든의 주인, ‘구울 킹’을 제거했습니다.]

[‘망자의 미궁’의 봉인이 일부 해제되었습니다.]


수시로 올라가는 메시지를 확인하며 한지혁은 하나씩 모습을 바꾸어가는 미궁을 바라보았다.

안개는 옅어져 우거진 수풀의 모습이 이젠 완연하게 잘 보일 정도가 됐다.

보랏빛으로 물든 구름과 달빛 아래로 음산하게 퍼지던 마력도 상당히 옅어졌다.

한지혁은 검을 휘둘렀다.


[28층─히든의 주인, ‘자이언트 미믹’을 처치했습니다.]

[‘망자의 미궁’의 봉인이 일부 해제되었습니다.]


완전히 빛을 잃어버린 거대한 상자는 터져나간 경첩과 함께 바닥에 널브러졌다.

한지혁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그와 함께 전투를 이어나간 헌터들을 돌아보았다.


‘순조롭다. 너무 순조로워.’


약 일주일에 걸친 공략을 통해서 그들은 망자의 미궁을 완벽하게 돌파하고 있었다.

팀별로 나눈 층간 보스 공략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시간을 단축하기까지 했다.

공략을 안다면 너무나도 쉬운 던전. 그래서 과거에 많은 희생자가 생겼났던 게 화가 날 정도로 괴랄한 장소.

수많은 공략 영상을 보았고 그것만을 탐구해왔던 한지혁이었기에, 이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묘하게 뒷골이 당기고 뭔가 일이 너무 순조롭단 사실에 의심이 들었다.

이건 말로 표현 못할 기분이었다.


“공대장님! 공략을 마치고 1팀 귀환을 보고합니다.”

“2팀도 성공적으로 작전을 완수했습니다.”


팀별로 모여든 헌터들은 약간의 부상만 있었지. 크게 다친 사람도 없었다.

그들이 떠나기 직전, 상대해야 할 몬스터의 대략적인 개요를 알려줬기 때문이었다.

문득 아일로이가 말했다.


-인과를 걱정하는 것이냐.

‘······아무래도 그래. 난 워낙 많은 과거를 바꾸어버렸으니까.’

-괜한 우려일지도 모르니라. 미래가 안 좋은 방향으로 바뀔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니까.

‘그래. 단순히 노파심이겠지.’


하지만 한지혁의 우려를 한층 더해줄 사건이 발생한 건 머지않은 시점이었다.


“공대장님?”

“······김우영 헌터.”

“알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보고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죠?”


김우영 헌터는 한지혁에게 다가와 조심스런 기색으로 말을 꺼내었다.

그가 가진 스킬, 그러니까 과거에 오판으로 캠프장을 짓게 만들었던 ‘직감’에 대해서.


“통 믿음직스럽진 못하지만 제 직감이 자꾸 묘한 위기감을 느껴요. 흠······ 왜 자꾸 이러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한지혁은 김우영의 말에 천천히 얼굴을 굳히고야 말았다. 김우영이 한 말이 무얼 뜻하는지는 알 것 같았으니까.


‘직감이라······.’


직감을 가진 헌터는 사실 김우영 말고도 여럿이 존재했다.

저마다 그 특성이나 효능······ 여러 가지가 차이가 있겠지만.

‘직감’이란 스킬 자체가 가진 공통점이 딱 하나 존재했다.


‘직감은 사실 빅 데이터란 거야.’


미래를 예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직감이란 스킬은 그저 과거를 미루어 미래를 추측하는 스킬이다.

모르긴 몰라도 ‘아는 만큼’ 직감의 적중률은 높다고 볼 수 있다.


‘근데 이 시점에 직감이 발동했어.’


한지혁이 미래를 본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순조롭게 공략을 잇는 현 상황에서도.

또한 망자의 미궁에 대한 정보를 전해들은 현 시점에서도, 그의 직감이 발동했다.

그게 무얼 뜻하겠는가.


“결국 미래가 바뀌었군요.”

“네?”

“당신의 직감은 틀리지 않을 겁니다. 아무래도 이후 공략은 쉽지 않겠어요.”


알게 모르게 김우영이 겪은 망자의 미궁의 흐름이 전해들은 내용과 다르다는 것.

직감은 그걸 말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겠어요.”


모여든 일행과 함께 천천히 걸음을 옮긴 한지혁은 숲이 끝나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나무 한 그루도 없이 광활한 초원 너머로 지평선만이 보이는 공허한 공간.


[‘망자의 경계선’에 진입했습니다.]


한지혁은 나지막이 입술을 잘근 깨물며 지평선의 중앙에 있는 커다란 문을 보았다.


“갑시다.”


불안과 희망이 뒤엉킨 묘한 분위기 속에서 한지혁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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