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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알고 보니 검술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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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04.06 16:15
최근연재일 :
2022.05.2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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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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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

DUMMY

39.


화원의 본사를 뒤로 한 한지혁은 간만에 그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환기되지 못해 곰팡이가 핀 벽지에, 눅눅하지만 평화로운 그만의 원룸.

그립고 그립던 집으로 복귀한 한지혁은 나지막이 탄식을 흘리고야 말았다.


“돈이 좋긴 좋구나.”

-내 말이 그 말이로다.


대피소를 전전하던 시절엔 그토록 그립던 원룸의 풍경이다.

하지만 요 며칠 화원에서 풍족하다 못해 화려한 생활을 한 탓일까.

역체감이 지나치게 느껴져 보이는 모든 것들이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한지혁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 때는 이런 것들도 전부 호사였는데······.”

-뭐라는 것이냐. 말과 생각이 다르지 않더냐.

“그래. 돈이 최고야. 나 더 좋은 집 가서 살고 싶어.”


새삼스럽지만 이 또한 화원의 계략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렴 그토록 좋은 혜택을 받는다면, 그게 없어졌을 때는 아쉬워지기 마련이니까.


“악마 같은 인간들······.‘


한지혁은 혀를 차면서 냉장고에서 시원한 캔 맥주를 꺼내었다.

미리 주문한 치킨이 도착하자 코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래도 치맥은 따라올 것이 없느니라.

“그건 또 그래.”


아일로이와 잔을 부딪친 한지혁은 알싸한 목넘김을 즐겼다.

몬스터가 날뛰는 세상이 되더라도 치킨은 어찌나 맛있는지!

헌터가 멸망해도 치킨집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아니, 그랬으면 한다.


-치킨은 희망이니라.


한지혁은 피식 웃으며 연신 치킨을 찬양하는 아일로이를 일별했다.

텔레비전을 틀어보면 아직도 인천국제공항에서의 뉴스를 다루기에 바빴다.

어설프게 인터뷰를 진행하는 차유라를 보면서 한지혁은 그녀에게도 문자를 남겼다.


[너 이빨에 틴트 묻었더라.]

[시끄러워요! 잠이나 자요!]


그렇게 헌터폰을 내려놓은 한지혁은 말없이 텔레비전을 바라보았다.

마침 어떤 학자가 ‘오로라’와 ‘재앙’에 대한 상관관계를 주장하고 있었다.

그는 이번에야말로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게 증명됐다고 확신하는 눈치였다.


“그래. 확실히 이변이긴 했지.”


루드헬은 앞으로 넉 달은 족히 지나고 난뒤에야 그 징조가 나타날 놈이다.

오로라의 발생 시기도 얼추 그 즈음이 정상이었으니 두말 할 것도 없다.

아일로이는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더 꺼내어왔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니라.

“······알아. 내가 모르는 미래는 계속해서 생겨나겠지.”


인과를 바꾼 대가는 좋든 싫든, 그의 미래에 고스란히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이건 회귀자라면 응당 거쳐야 할 과정이었고 감당해야 할 책임이었다.


-걱정할 것 없느니라. 따지고 보면 남들과 같아지는 것일 뿐이니.

“그래. 네 말이 맞아.”


잔을 부딪친 한지혁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일로이의 말마따나 그다지 걱정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미래는 원래 모르는 게 정상이니까.’


실제 미래 예지자들조차 한지혁처럼 선명하게 미래를 알 수는 없는 법이다.

모호한 추측 속에서 인간은 늘 그렇듯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그게 오히려 당연했다.


“그만큼 철저히 준비하면 돼.”


게다가 앞으로 펼쳐질 모든 미래가 바뀌었다는 보장도 할 수는 없다.

그 과정과 결과가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만들어질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한지혁은 나지막이 말했다.


“그럼 다음 준비를 해볼까.”


*


시간은 흘러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의 한창. 가까운 카페로 차유라를 불러들인 한지혁이 물었다.


“요즘 어때?”


인식장애 모자를 푹 눌러쓴 차유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쭉 빨아들였다.

혹시 몰라 선글라스까지 낀 그녀는 한지혁이라 해도 쉽게 알아볼 수 없는 상태.


“말해 뭐해요. 미치겠어요.”

“사방에서 난리지?”

“왜 아저씨가 매스컴을 피했는지 알 것 같아요. 진짜 치사하게 혼자만 쏙 빠지고······.”


한지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 덕에 너도 재미 좀 봤잖아? 광고 찍었던데.”

“······봤어요?”

“티비 틀면 나오는데 못 봤겠냐?”


차유라는 인천국제공항에서의 일을 빌미로 일약 대스타가 되어버렸다.

뭐 당연한 얘기다.

재앙을 무찔렀다는 화려한 전적에, 인형 같이 아름다운 외모를 갖추고 있었다.

회귀 전의 세계에서 그러했듯 사람들이 차유라에게 열광하는 건 당연한 수순.

한지혁이 인과를 바꾼 탓에 그 결론에 다다르기까지 시간이 더 걸렸을 뿐이다.


“아······ 쪽팔려.”


얼굴이 새빨개진 그녀를 바라보며 한지혁은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스카웃도 많이 왔지?”

“네. 하늘, 해오름, 흑사패······ 화원에서도 영입 제안을 해왔어요.”

“굉장하네. 골라서 갈 수 있겠어.”

“뭘요. 그래봤자 이미 계약서에 사인한 게 언젠데.”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예단하고 있던 한지혁은 일찍이 계약서를 완성해뒀다.

차유라는 한지혁이 만들 길드의 제 1호 소속 헌터가 되어 활동할 예정이었다.


‘해오름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한지혁은 차유라와 눈을 마주쳤다.


“아쉬워할 건 없어. 최고의 대우가 뭔지 내가 보여줄 테니까.”

“······누가 뭐래요?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보자고 한 거예요?”


한지혁은 카페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봤다. 시간은 약 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

“네?”

“가자.”


거두절미하고 차유라의 손을 꽉 잡은 한지혁은 주머니에서 종이를 하나 꺼내어 찢었다.


“어?”


그리고 눈을 감았다 떴을 때는 거짓말같이 어둠이 내려앉은 풍경이 보였다.

정확히는 환한 네온사인이 밤하늘을 비추는 어느 화려한 상점가였다.

차유라는 당황한 어조를 흘렸다.


“이, 이게 무슨······.”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눈을 뜬 그녀를 향해 한지혁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이 세계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특별한 시장이 있어.”

“······어, 그거.”

“없는 게 없는 것이야말로 특징인 지상 최대의 시장.”


대충 주변을 둘러보면 가두판매하기 위해 온갖 물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들은 국적도, 성별도 구분하질 않고 모여든 헌터들.


“여긴······.”


퍼퍼퍼퍼펑!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어둡던 밤하늘로 불꽃이 수를 놓았다.

푸른색, 노란색, 붉은색······ 각 빛무리가 하늘을 장식했다.

한지혁은 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야시장이야.”


한지혁은 아직 멍한 눈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차유라의 손을 잡아끌었다.


“가자. 생각보다 밤은 짧아.”


*


차유라를 데리고 한지혁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야시장의 먹자골목이었다.


“이, 이게 뭐죠?”

“요술 닭꼬치란 건데. 들어봤어?”

“······아뇨.”

“맛있을 거야. 먹어 봐.”


불에 잘못 태운 듯 그을린 형상의 닭꼬치라 생긴 건 그다지 먹음직스럽진 못했다.

하지만 한지혁은 개의치 않고 크게 한 입 베어 물었고, 이를 보고 있던 차유라도 용기를 내서 입에 넣어봤다.


“으읏······ 이거 뭐예요?”


생각보다 맛있었는지 놀란 눈을 뜬 차유라였다. 한지혁은 한 입 더 베어물고 말했다.


“어때, 굉장하지?”

“굉장하다마다······ 제 착각이 아니라면 마력이 깃든 것 같은데요.”

“그게 이곳, 먹자골목의 핵심이지. 먹는 것만으로도 마력을 쌓을 수 있어.”

“헐······ 그게 돼요?”


더 크게 놀랄 수 있었는지 눈을 크게 뜬 차유라는 요술닭꼬치를 한참을 내려다봤다.

숨만 쉬어도 마력을 쌓는 방법도 있는데. 그걸 알면 기함을 하고 나자빠지겠네.


“요술 닭꼬치 하나 더 먹어도 되나요?”


입에 맞았는지 추가 주문을 하는 그녀에게 한지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중복 효과는 없어. 한 음식에 한 번이 끝이야.”

“그냥 맛있어서 그래요.”

“그래도 안 돼. 앞으로 먹어야 할 게 얼마나 많은데?”

“네?”


한지혁은 그 이후로도 차유라를 데리고 먹자골목을 죽자고 달려들었다.


“먹어! 먹는 게 남는 거야!”


마력을 함유한 만큼 그 가격도 어마어마했지만 한지혁은 양껏 소비했다.

그들은 먹자골목의 모든 음식을 처리한 뒤에야 겨우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

차유라는 질린 얼굴을 했다.


“저 내일까지 못 먹을 것 같아요.”

“나도······ 정말 이걸 다 먹고도 멀쩡한 게 부럽다.”

“네?”

“아니야.”


한지혁의 시선엔 한쪽에서 남몰래 모든 음식을 함께 뜯어먹었던 아일로이가 보였다.

용케 남들 눈에 안 들키고 음식을 먹는 것도 놀라운데, 그걸 다 먹고도 멀쩡했다.

아니, 영체였으니 당연한 건가? 저런 혜택이면 죽어도 좋은 거 아닌가 싶다.


-네 녀석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다. 먹고자 한다면 끝까지 먹는 것이야말로 검사의 의지지.

‘뭐래······.’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지혁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각종 무기가 쌓인 곳이었다.


“기왕 온 김에 장비도 바꾸자. 어디 가서 못난 길드 다닌다고 욕먹지 말라고.”

“······근데 여기 너무 비싼데요.”

“나 부자야. 걱정 마.”


지난 몇 달간 게이트를 공략한 결과, 한지혁의 잔고는 상당히 두둑했다.

하물며 탑도 혼자 올랐던 그였기에 무얼 얻었든 모조리 독차지해왔다.


‘화원에서 석화증 치료제의 수익 일부를 입금해주기도 했고.’


무엇보다 오늘 이곳에서 펼쳐질 경매에서 그는 누구보다 대박을 건질 예정이었다.

돈이 부족할 일? 없을 것이다.


‘차고 넘치면 모를까.’


한지혁은 차유라를 향해 말했다.


“원하는 거 뭐든 골라. 날 그리 인색한 마스터로 만들지 말라고.”

“그럼······ 화염 내성을 가진 옷을 좀.”


발화 스킬을 가진 그녀에겐 자주 불타 없어지는 게 전투복이었다.

늘 화염 내성을 달린 녀석을 입는 그녀였지만, 그조차 이번에 얻은 기술로 효력이 다했다.

특성, 스스로를 불태우는 자는 말 그대로 신체를 불태우기에 옷도 어지간해서는 버티질 못한다.


‘능력을 안 쓸 수도 없고.’


한지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건 장신구 위주로 찾아보자. 마정석이 박힌 아티팩트라면 꽤 도움이 될 거야.”


한지혁은 이후로도 몇 개의 노점을 들려 화염내성을 가진 옷을 선물했다.

의외로 디자인도 상당히 다양해서 단아한 정복이나, 활동성을 강조한 체육복도 있었다.

실에 마력을 부여했는지 가격은 비싸도 효력은 꽤 톡톡히 볼 녀석들이었다.


‘······RPG게임 세트는 또 뭐야. 이게 방어구가 맞긴 한 건가? 옷감이 부족한 것 같은데.’


한쪽에 놓인 물건을 흘깃 지나친 한지혁은 일단 구매한 옷가지를 손에 쥐었다.


“이건 인벤토리에 넣어놨다 나중에 줄게.”

“아, 네.”

“슬슬 이동하자. 곧 시작할 시간이야.”


노점을 떠돌던 사람들이 줄어들어, 거리는 한적해지고 있었다.

야시장의 한쪽에 있는 빌딩으로 인파가 집중된 탓이었다.

곧 방송도 들려왔다.


[경매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참여하실 고객님들은 경매장으로 이동해주십시오.]


인파의 흐름을 따라서 얼마나 더 걸었을까.

문전성시를 이룬 그곳에서 한지혁은 반가운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한지혁 헌터!”


지저굴을 함께 공략했던 수호 길드의 김도겸.

그가 손을 방방 흔들며 차유라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네, 저는 뭐······.”

“차유라 헌터의 소식도 많이 들었어요. 이번에 재앙을 무찌르셨다지요?”

“으으······ 목소리가 너무 커요.”


차유라의 말처럼 김도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컸을까. 주변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정확히는 차유라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사뭇 집요하리만큼 강렬해졌다.

반응은 곧 나타났다.


“차유라 헌터를 여기서 만나 뵙게 되는군요. 전 아서 길드의······.”

“차유라 헌터? 잠시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전 선데이 기자입니다.”

“차유라 헌터?”


안면 인식 장애를 일으킬 모자를 써서 나름 숨어 지내왔던 그녀였다.

또한 어떤 영입 제안에도 답신조차 하질 않은 그녀였다.

애가 탄 사람들의 반응은 더더욱 들끓었다.

김도겸이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이거 제가 실수한 모양이네요.”

“네. 큰 실수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말에 대답한 건 창졸간에 나타나 김도겸의 앞을 가로막은 윤시아였다.


“윤 실장님?”


그녀는 김도겸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한지혁과 차유라를 돌아보더니 말했다.


“마스터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두 분은 VIP실로 이동하시지요.”


작가의말

내일도 21시 25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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