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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알고 보니 검술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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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04.06 16:15
최근연재일 :
2022.05.2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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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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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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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데뷔전 (4)

DUMMY

35.


인천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소동은 순식간에 대한민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속보! 인천국제공항에 최소 B급으로 추정되는 게이트 발발!]

[헌터관리국, 인근 1KM까지 1급 재난구역으로 선포.]

[불타오르는 여객기······ 지원 병력은 언제?]


아무래도 그날은 10대 길드가 한데 모여 40층을 공략하고자 약속했던 역사적인 날이자.

많은 사람들은 집에서 방송만을 기다리면 배달음식을 시켰을 때였다.

사람들은 텔레비전에 하나같이 떠오른 속보에 들고 있던 닭다리를 떨어트렸다.


-배, 백준호 팀장님! 소집입니다!


급보를 받은 백준호도 뜨끈뜨끈한 치킨을 내버려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야만 했다.

연차를 낸 그였지만 오늘 같은 날엔 긴급소집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일.

부랴부랴 전투복을 챙겨 입은 그는 관리국이 아닌, 인천으로 자동차를 몰았다.

인근은 벌써부터 많은 인파가 득실거려 몇몇 직원들이 통제를 시작하고 있었다.


“자세한 보고는 가면서 듣지.”


차에서 후다닥 뛰어내린 백준호는 불타오르는 공항을 둘러보며 말했다. 팀원인 양준우는 빠르게 그 뒤를 따르며 브리핑을 이었다.


“화원으로부터 전달받은 자료입니다. 현재 이곳에 나타난 몬스터는 메두사로, 최소 B급에서 A급 게이트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그건 뉴스로 봐서 알아. 다른 특이점은 없어?”

“혈석을 제거해야 한다더군요. 그것이 몬스터들을 강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혈석?”


백준호는 생소한 정보에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혈석’이란 건, 탑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존재였다.


“아직 확인되지 못한 정보입니다만, 화원의 주장대로라면······ 혈석은 공항을 게이트 내부의 환경으로 만든다더군요.”

“그 말은······.”

“네. 그들은 던전 자체가 지구로 넘어오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뭐?”


백준호는 헛웃음을 지으며 공항 쪽을 바라보았다.

오랜 헌터 생활을 해왔지만 단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했던 이야기였다.


‘그러고 보니······.’


미간을 구긴 백준호는 양준우에게 손짓을 했다.


“얼마 전에 화원이 우리한테 협조 공문을 보내지 않았나?”

“네. 이틀 전이었을 겁니다.”

“관련 자료 아직 갖고 있나?”


태블릿을 조작한 양준우는 화원으로부터 건네받은 협조 공문을 보여주었다.

미간을 좁혀가며 내용을 확인하던 백준호는 또 한 번 헛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이걸 뭐라 해야 하냐.”

“뭔가 잘못되었습니까?”

“잘못된 건 없어. 그냥 황당한 거지.”


백준호의 시선은 공문에 또렷하게 적힌 ‘인천국제공항’이란 단어로 향했다.

모르긴 몰라도 화원은 게이트가 생성되기도 전에 이곳의 소란을 예측했다는 거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아니, 잠깐······.’


백준호는 불과 얼마 전에 지저굴로 같이 난입했던 화원의 헌터들을 떠올렸다.

천운이 따랐다고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렸던 창동역의 폐쇄형 게이트.

그리고 여왕개미 로툰의 분신이 서식했다고 알려진 지저굴.

백준호는 쓰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과연 천운은 아니었던 건가······.”


그는 양준우를 향해 지시를 내렸다.


“지금부터 화원의 정보는 1순위로 수용한다. 혈석에 대해서는 정리되는 대로 보고해.”

“알겠습니다 .임무를 하달하겠습니다.”

“물론 교차검증은 계속해서 진행한다. 우린 우리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해.”


어느덧 공항 주차장에 도달한 백준호는 쏟아져 나오는 시민들을 맞이했다.

그 뒤편으로 삼두사 따위가 포효하면서 시민들을 향해 내달리는 중이었다.


“지금부터 작전에 들어간다.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하고 몬스터를 사냥한다! 움직여!”

“1팀, 우린 선봉이다! 뒤처지는 놈은 나중에 나한테 뒈지는 줄 알아라!”

“이쪽으로 오십시오! 관리국에서 나왔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이쪽입니다!”


발 빠르게 움직인 관리국의 지원과 더불어 길드에서도 시시각각 지원 병력을 보내오고 있었다.

당장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목이 쏠린 만큼 다들 기민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눈치였다.


‘근데 전부 2군인가······.’


10대 길드의 현존하는 최강의 세력은 당장 40층 공략을 서두르고 있었다.

보스 방에 들어간 것까지는 보았으니,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기 전엔 돌아오기란 불가능이었다.

즉 10대 길드 소속이라 해도 최강이 아닌, 차강의 헌터들만 지원된 상황이었다.


‘그들이 약한 건 아니지만······.’


백준호의 시선엔 불길이 치솟고 몬스터의 굉음이 수시로 들려오는 공항이 보였다.

왠지 모르지만 아까부터 어딘가 꺼림칙하고 목덜미에 자꾸 소름이 돋았다.

백준호는 이런 데에 있어서 꽤 신기가 있다 할 정도로 감이 좋은 헌터였다.


‘불길해. 이건······ 불길해.’


문득 백준호는 덩굴처럼 붉은 무언가가 얽매인 비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게 혈석인가.”


곧 삼두사의 머리가 동시에 두 개 더 자라나는 장면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터무니없지만 놈으로부터 느껴지는 기운이나 마력도 급증하는 게 심상치 않았다.

대번에 깨달았다.


‘B급이······ A급이 되고 있다.’


모름지기 혈석 하나가 자라난 걸로 삼두사는 오두사라는 괴물로 성장하고 있었다.

화원의 정보가 아니더라도 혈석이란 존재 자체는 상당히 위협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건······ 위험해.’


백준호가 그렇게 팀원을 이끌고 정면으로 뛰어들어 오두사를 맞닥뜨렸을 즈음이었다.


“혹시 관리국에서 나왔습니까?”


별안간 몬스터 진영과 헌터 진영의 사이로 누군가가 귀신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무, 무슨······ 당신 뭐야?”


백준호는 돌연 나타난 남자의 뒤편에 생겨난 거대한 그림자를 확인했다.

창졸간에 달려든 오두사가 혈안이 된 눈으로 남자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 한 것이다.

뒤이어 벌어질 일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쉽게 상상할 수 있어 끔찍했다.


“정신 차려요! 당신, 뒤······!”


스거어어억!


하지만 피를 흩뿌리며 허물어지는 건 다섯 개의 뱀 머리였다.


“물었습니다. 관리국에서 나온 겁니까?”

“······네. 백준호 팀장입니다.”


일격에 허물어진 오두사의 사체를 흘깃 살펴본 백준호가 답했다.

여전히 오두사들이 떼로 달려드는 게 보였지만 왠지 위기감이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움직임이 안 보였다.’


분기 평가에서 곧 A급 헌터로 오를 예정된 유력한 후보가 바로 그였다.

그런 그가 버젓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제대로 인식조차 못하고 끝나버렸다.

그게 무얼 뜻하겠는가.

남자가 말했다.


“지금 당장 시민들을 데리고 전열을 뒤로 물려요. 시간이 없습니다.”

“네? 그게 무슨······.”

“되묻지 말고 하라면 해요.”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다가서던 오두사들은 두부 잘리듯 쉽게 썰렸고.

그 비현실적인 장면을 연출해낸 남자의 시선은 매정했다.


“안 그러면 전부 죽습니다.”


*


“······전열을 물려요. 지금부터 혈석은 무시합니다.”

“네?”

“내 말을 따라요.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까!”


윤시아 실장에게도 다가선 한지혁이 백준호 팀장에게 했던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대답을 들을 것도 없이 이번엔 재빠르게 공항을 가로질러 게이트로 향했다.

시간은 너무나도 촉박했다.


‘이대로는 모두 죽는다.’


혈석으로 인해 이곳이 게이트 내부의 풍경으로 바뀌는 건, 이젠 문제도 아니었다.

화원의 지원으로 방어선을 구축했고, 관리국이나 길드에서도 병력을 보냈으니까.

회귀 전의 세계에서 겪었던 지독한 풍경은 어느 정도 막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루드헬······ 그 새끼는.’


녀석의 이름이 메시지로 떠오른 직후부터는 혈석 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어졌다.

아무렴 놈은 세 번째 재앙이니까.


‘아직 이 세계는 녀석의 공격을 막아낼 준비가 되질 않았어. 이대로는 진짜 전멸하고 말 거야.’


모르긴 몰라도 놈이 단 하나의 스킬만 발동시켜도 인근의 피는 모조리 메마른다.

자칫 잘못하면 녀석의 권역에 선 인간은 순식간에 메마른 미라처럼 변한다.

한지혁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젠장······ 통신만 됐어도.’


몇 번이고 통신이 두절된 헌터폰은 신경질적으로 인벤토리에 던져 넣었다.

루드헬이 무슨 짓이라도 벌였는지 게이트 안에서도 멀쩡한 헌터폰은 먹통이 된 것이다.


‘빌어먹을.’


숨 가쁘게 달리던 한지혁이 몬스터로부터 쫓기던 일련의 일행을 마주한 건 그때였다.


“······장진혁?”


기억 속에 이 날의 희생자 중 하나였던, 게이트에서 가장 가깝던 비행기에 탑승할 예정이던 과거의 탑스타.


“당신······ 관리국에서 나온 겁니까? 우리 구하러 온 거죠? 그런 거죠?”


장진혁이 한지혁의 옷자락을 잡고 절실하게 말했지만 한지혁은 질문으로 답했다.


“차유라 어디있습니까?”

“······무슨 유라요?”

“차유라요. 당신들 지키던 헌터!”


한지혁의 다급한 말에 장진혁은 겨우 숨을 고르더니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아이라면 저쪽······.”


더 말할 것도 없이 그쪽에선 극도로 뜨거운 열기가 확 퍼져 나왔다.

한지혁은 대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장진혁이 재촉하듯 말했다.


“그보다 얼른 나가죠! 나 장진혁이를 구하러 온 거라······.”

“빨리 빠져나가요. 여기에 있으면 당신들도 전부 죽을 겁니다.”

“어? 어디 가시는······ 야! 어디 가!”


한지혁은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주변의 사태를 꾸준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 시선 끝에는 아직 대피하지 못한 몇몇의 시민과 이를 구조하는 헌터들이 보였다.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진 몬스터나 그 주변을 배회하는 오두사 따위도 있었다.


‘꽤 피했지만 아직······.’


입술을 잘근 깨문 그는 다가오는 몬스터를 베어내며 깨진 창 너머를 확인했다.

어디 갔나 했더니만, 공항의 이착륙장으로부터 불기둥이 솟구치고 뜨거운 열풍이 밀려오고 있었다.


“찾았다.”


바로 바닥을 박찬 한지혁은 공간을 접듯이 이착륙장으로 들어설 수있었다.

순식간에 밀려온 풍경 너머로는 메두사와 접전을 벌이는 차유라가 있었다.


“엎드려!”


검을 가로로 눕힌 그가 한 줄의 선을 만들며 메두사에게 향했다.

몸을 웅크린 차유라의 위쪽으로 한지혁의 검이 가로지른 건 한 순간.


-······제법이구나.


메두사는 황급히 연기처럼 흩어지더니 꽤 먼 거리에서 감탄을 흘리고 있었다.

한지혁이 말했다.


“그 속도······ 너 혈족이 됐구나.”

-으음?

“생긴 것도 딱 그 새끼 취향이네. 하여간 박쥐 새끼가 얼굴은 더럽게 밝혀요.”


메두사는 얼굴을 팍 구겼다.


-감히 그분을 모독하는 것이냐?


하지만 한지혁은 메두사를 안중에도 두질 않았다. 그저 차유라를 돌아보며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물렸냐?”

“······어, 물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닌데요.”

“물렸으면 됐어. 빠져 있어.”

“으으······ 아직 싸울 수 있어요.”


한지혁은 차유라를 밀어내며 말했다.


“뒈지게 아파 죽겠단 표정으로 그런 말 해봐야 무슨 소용이야. 지금의 넌 방해가 될 뿐이야.”

“하지만······.”

“차유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잘 기억하도록 해.”


한지혁은 호흡을 가다듬고 말했다.


“한 달.”

“······네?”

“야왕의 설산에서 나와 함께 보낸 한 달을 결코 잊지 마. 그리고······.”


그녀의 머리를 우악스럽게 헝클어트린 한지혁은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잘 버텨줬다.”


동시에 숨을 가득 들이마신 한지혁은 잔상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가 모습을 드러낸 건 메두사의 뒤편.


-잔재주를!


성난 뱀들이 쏘아지고, 바닥에선 덩굴이 자라났다.

가히 혈족이 된 만큼 기존의 메두사와는 차원이 달랐다.

하지만 한지혁은 일언반구의 대꾸도 없이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인간 따위가 감!


무엇보다 그 속도는 메두사가 반응할 정도는 못 됐고.


뎅강!


일격에 휘둘러진 검격에 메두사의 머리가 허무하게 공중을 선회했다.


“후우우······.”


그렇게 죽였던 숨을 뱉어낸 한지혁은 차분하게 녀석의 목을 내려다보았다.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그곳엔 마치 지렁이 같은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정확힌 ‘피’가 ‘형체’를 갖추고 있다.

한지혁이 말했다.


“시끄럽고.”


검을 정확하게 메두사의 목덜미로 겨눈 그가 서늘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나와, 누드헬.”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내일도 21시 25분에 돌아올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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