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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알고 보니 검술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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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04.06 16:15
최근연재일 :
2022.05.2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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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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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페이즈

DUMMY

43.


전철.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헌터관리국은 현 날씨에 대한 재앙과의 연관점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밝혀 논란이······.]


뉴스를 내려다보던 차유라의 어깨를 김요한이 톡톡 두드렸다.

그들의 목적지였던 서울역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으으······ 인간적으로 너무 덥지 않아요?”


시원한 에어컨이 쏟아지던 역사를 벗어나자마자 차유라가 내뱉은 말이었다.

한지혁은 뜨겁게 쏟아지는 퇴약볕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 지독하게 내리쬐는 뜨거운 폭염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

마력으로 몸을 방비할 수 있는 헌터도 이리 느낄 정도인데······ 과연 민간인들은 어찌 버틸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차유라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저씨, 정말 폭염은 재앙과 관련이 없어요?”


발화 능력자인 주제에 얼굴에 손 부채질을 잇던 그녀를 향해 한지혁이 답했다.


“응. 전혀. 이건 그냥 인간들의 업보에 불과해. 지구 온난화가 지독해졌을 뿐이니까.”

“흐음······.”

“이건 결국 인간이 만든 재앙인 셈이지.”


한지혁은 쓰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래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재앙에 대한 정의도 조금은 다르게 보였던 것이다.


‘어쩌면 자정작용일지도.’


천혜의 풍경을 멋대로 파괴하고 매연으로 오존층을 무너뜨린 대가인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다른 재앙들도 어쩌면 사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한 죗값인 것이다.

지구가 화를 내고 있는 걸지도.


“일단 더위부터 피하고 보자. 여기 더 있다가는 내가 먼저 죽겠으니까.”

“······저도 찬성이에요.”


한지혁은 거두절미하고 일행을 이끌고 탑의 측면에 있던 포탈로 다가섰다.

그간 차유라와 김요한을 닦달해 둔 뒤라 모두 21층으로의 진입은 무사히 해낸 뒤였다.

한지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21층의 테마는 미로야. 대충 1층대의 풍경을 조금 닮았다고 할 수 있지.”

“오오, 그렇다면······.”

“거긴 시원하단 거겠지.”


차유라는 반색하는 눈치였지만 김요한은 여전히 우려 섞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근데 정말 우리 셋이서 될까요?”

“네?”

“유라는 이번에 A급으로 등급을 올렸다지만, 전 C급이고······ 마스터는 F급이시잖아요.”

“등급만 봐서는······ 그렇겠네요.”


그의 말이 맞다.

제아무리 차유라가 최근에 재등급 심사를 통해 A급으로 승급했다고는 해도.

이 조합으로 20층대, 그러니까 최소 B급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곳으로 올라간다면 누구든 미쳤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유라랑 사냥해봐서 알잖아요? 고작 등급에 국한될 실력은 아니라는 거.”

“그래도······.”

“걱정 마요. 당장 우릴 힘들게 하는 건 이 폭염 말고는 없을 테니까.”


자신만만하게 말을 꺼낸 한지혁은 곧바로 포탈로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땅이 무너지고 창살이 가득한 함정이 나오는 곳.

소리 소문 없이 화살이 쏘아지는 건 예삿일이 아닌, 종종 천장이 무너지는 던전.

굴러오던 돌덩이를 피해 분주하게 달리던 해오름 길드의 김우영이 이를 악물었다.


“정신 똑바로 안 차려? 함정을 연달아 밟으면 어쩌자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면 단 줄 알아? 전장에선 한 번의 실수가 동료의 생사를 정해. 머리가 기억을 못한다면 몸이 기억하란 말이야!”


김우영은 연신 방아쇠를 당기며 구석에서 몰려나온 몇몇의 몬스터를 배제하며 말했다.


“여길 빠져나가면 전원 연병장 100바퀴 돌 줄 알아. 알아듣겠어?”

“가, 감독관님! 그건 좀······!”

“시끄럽다. 달려라! 죽고 싶지 않으면 죽을 힘을 다해 달려!”


김우영의 재촉에 신음을 흘린 일행이 여차저차 함정이 쏟아지던 구역을 통과했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그들은 저마다의 스킬을 뽐내며 무난한 성과를 보여줬다.

김우영은 호흡을 가다듬고 말했다.


“마지막 보조는 나쁘지 않았다. 신소연 넌 가점이다. 연병장도 빼주지.”

“감사합니다!”

“강민호, 넌 감점이야. 100바퀴 추가.”

“흐에······ 흐엑.”


뒤이어 김우영은 팀원들을 한 명씩 호명하며 각자에게 걸맞는 점수를 내려주었다.

누구는 웃고 누구는 절망했다.


“이번 월말 평가 점수를 높이려면 더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거야. 실수하진 말란 말이야.”

“네에에에에!”

“대답 작게 안 해? 이곳이 어딘지 까먹었어?”

“네에······.”


풀이 죽은 팀원들의 목소리를 둘러보며 김우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의 눈앞에 있는 이들은, 해오름 길드에서도 촉망받는 인재들을 모아운 엘리트 집단.

통칭 ‘샛별’이라 불리는 이들.


‘그러면 뭐해. 순 애송이뿐인데.’


용케 20층까지 오르긴 했으나 아직 새내기의 느낌이 물씬 풍겨나고 있었다.

그건 공교롭게도 길드에서 제공하던 ‘버스 파티’가 만든 폐해라 할 것이다.

어떻게든 빠르게 탑의 초반을 돌파해서 중층에 이르게 만들려던 전략.

그게 결국 발목을 붙잡았다.


‘헌터는 사냥만 잘하는 게 능사가 아니야.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줄 알아야 해.’


뒤늦게 샛별을 인계받은 김우영은 그들의 문제점을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때문에 오늘부터는 특별히 ‘버스 파티’에 해당하는 길드원들을 전부 제외시켰다.

스파르타 방식으로라도 가르쳐 20층대는 오직 샛별의 힘만으로 공략할 예정이었다.


“너희들이 30층에 도달할 즈음엔 각자 완연한 헌터로 성장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너희들의 해는 뜨지 않아. 알겠나?”

“아, 알겠습!”

“작게.”

“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김우영은 시선을 돌려 드넓은 공동을 둘러보았다.

각종 함정이 도사리던 21층의 미로를 돌파한 끝에 도달한 마지막 구역.

이곳의 보스 몬스터를 공략해야만 비로소 22층으로 넘어갈 수 있다.


“지금부터 21층 보스 몬스터 공략을 시작한다. 참고로 난 어디까지나 뒤에서 보고만 있을 거야. 처음부터 끝까지 너희들 알아서 해내도록.”

“예에?”

“예에는 뭔 예에야. 지상우. 샛별의 리더인 네가 지휘해서 어떻게든 해 봐. 시작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지상우는 호흡을 가다듬고 몇 마디 말을 꺼내었다.

그 말이 기운이 되었을까. 잔뜩 긴장하던 샛별의 분위기가 약간은 풀어졌다.

김우영의 시선은 침잠했다.


‘내 눈엔 천둥벌거숭이 같은 애송이 같지만, 그럼에도 떠오르는 신인으로 주목받고 있다지.’


아직 새내기 티를 벗질 못한 병아리들이라 해도 각광받는 신인들로 구성됐다.

하나, 하나가 예비 A급 딱지를 붙인 녀석들. 사냥 자체는 무리가 없다.


‘그러니 증명해봐라. 너희가 누구인지.’


몇 번의 목소리를 교차한 지상우는 손짓으로 샛별을 일거에 정면에 투입시켰다.

공동으로 들어사자마자 주변이 거세게 흔들렸고, 벽면의 호롱불이 연달아 켜졌다.

환하게 밝혀진 공동의 중앙으로 머리에 뿔이 달린 거대한 소 한 마리가 보였다.


‘미노타우르스.’


우두인신의 괴물은 포효하면서 근접한 이들을 향해 불길을 내뿜어냈다.

그들은 한 순간에 잿더미가 됐다.


‘호오······ 꽤.’


정확하게는 잿더미가 된 건 신소연의 스킬로 만들어진 ‘그림자 인류’였다.

그림자로 하여금 꼭두각시 인형을 만들어내는 스킬.


‘나쁘지 않아. 전투에 앞서 상대를 파악하는 건 기본이니까.’


뒤이은 샛별의 움직임은 미노타우르스를 조사하는 데에 주력하는 듯했다.

주변을 빙빙 돌면서 화살을 쏘아내고, 그림자 인류로 시선을 잡아 끌었다.

미노타우르스는 돌진을 비롯하여 불꽃을 내뱉는 등의 몇 가지 패턴을 보여줬다.


‘제법이야. 하지만······.’


김우영이 미간을 구기며 외쳤다.


“언제까지 잽만 날릴 거야?”


탐색전은 아마도 초반 그림자 인류를 통한 몇 번이면 충분한 일이었다.

당장 지상우의 전략은 너무나도 조심스러웠고, 팀원을 믿질 못한 처사였다.


“잊지 마라! 네 녀석들의 공략은 기록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감히 해오름 길드가 하위권에 머물 것이냐!”

“아, 아닙니다!”


부랴부랴 지상우는 팀원들을 이끌고 전면적인 공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탐색은 일찍이 끝냈으니 미노타우르스의 공략은 그다지 어렵진 않았다.

아니, 당연히 그랬다.


‘곧 A급 헌터가 될 놈들이 고작 혼이 났다고 저리 쫄아서는······ 쯧.’


실상 미노타우르스는 B급 몬스터 중에서도 최하급에 있는 개체였다.

저들 혼자서도 미노타우르스를 사냥할 만한 실력을 가졌는데도 저리 겁을 먹은 거다.

웃기지도 않은 일이다.


“얼씨구? 저건 또 뭐야.”


한 명, 한 명의 실력을 파악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그곳을 살피길 잠시.

김우영은 미노타우르스의 정면에 다다른 강민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까지 오면서 가장 많은 감점을 받은 헌터.

놈이 또 실수를 하고 있었다.


“으라차아아앗!”


생각보다 대미지가 잘 들어간다고 여겼는지 신이 났나보다. 강민호의 주먹엔 폭풍 같은 게 휘감기고 있었다.


‘폭풍 스킬은 꽤 강력해.’


창졸간에 내리찍은 주먹은 거센 폭풍을 일으키며 미노타우르스를 강타했다.

전신을 갉아먹는 수많은 바람칼날이 미노타우르스의 피부를 가뿐히 찢어버렸다.

공격력은 발군이었다.


‘근데 그걸 저기서 쓰냐.’


그로부터 시작된 폭풍은 점차 주변으로 확장되더니 다른 헌터들에게도 영향을 줬다.

달려가던 몇몇이 그대로 바람에 삼켜졌고, 바람에 직격당한 천장이 무너지기도 했다.

지상우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미친 새끼야! 이 안에서 폭풍을 일으키면 어쩌자는 거야?”

“으아아앗, 나도 이렇게 될 줄은······ 으앗!”


흐름을 잃은 샛별은 오합지졸처럼 이리저리 나부끼며 힘겹게 보스 몬스터를 사냥했다.

김우영은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걸 어찌 보고해야 할지.”


보스 몬스터 사냥까지 부상자는 총 두 명이었다.

그조차 미노타우르스에게 당한 게 아닌, 동료의 스킬에 당했다.


“강민호, 너 감점.”

“으아앗! 하, 한 번 만요! 더 감점 당하면 저 제적당해요.”

“제적당하라고 주는 거야.”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김우영은 샛별을 이끌고 정면으로 열린 문을 보았다.

22층으로 이어지는 포탈.

정확히는 22층에 마련된 또 다른 미로로 이어지는 통로라 할 수 있었다.

김우영은 문의 한쪽에 적힌 시간을 확인했다.


“1시간 17분이라······ 간신히 세이프인가.”


과연, 샛별은 샛별이었다.

엘리트 집단답게 오합지졸인 채로 21층에 공략했는 데에 고작 1시간 17분이 걸린 거다.


“너희들 운 좋은 줄 알아라. 만약 10위 안에도 못 들었으면 전부 시말서를 썼어야 했을 테니까.”


정확하게 10위의 성적을 만들어냈느니 저들이 얼마나 운이 좋은 건지······.

그렇게 문 앞에 적힌 석판 내용을 천천히 확인하려던 차였다.


“응?”


김우영은 미간을 구기며 1위부터 10위까지의 기록을 쭉 살펴보았다.


“뭐야, 왜 없지?”


아무리 둘러보아도 10위 안으로 ‘샛별’이란 이름이 적혀있질 않은 것이다.


“버그인가?”


김우영의 이상한 반응에 샛별의 팀원들도 석판을 쭉 둘러볼 수 있었다.

10위 밖의 순서는 석판을 눌러 메시지를 불러오는 걸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지상우가 말했다.


“어, 저희 11등인데요?”

“뭐? 11등?”


놀란 눈으로 메시지를 확인한 김우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1시간 17분의 기록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럼 이게 버그가 아니라면······.”


김우영은 헛웃음을 지으며 랭킹 10위의 내역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상황은 단순했다. 누군가가 10위의 성적을 진즉에 갈아치운 것이다.


“······순위가 하나씩 밀렸잖아?”


분명 해오름 길드가 41분 만에 돌파하여 영광스런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거늘.


“1위······ 유성?”


그리고 그곳에 공식적으로 집계된 공략 시간은 더더욱 터무니없는 내용이었다.


“19분 밖에 안 걸렸다고?”


뭐야, 이 미친 기록은.


작가의말

내일도 21시 25분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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