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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알고 보니 검술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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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04.06 16:15
최근연재일 :
2022.05.2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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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730

작성
22.05.1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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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야시장 (3)

DUMMY

41.


이적 시장 속 길드간의 총성 없는 전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그 열기는 더더욱 크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윤 실장, 우리 얼마나 더 배팅할 수 있을까?”

“슬슬 마무리해야 합니다. 더는 감당 못해요.”

“으으, 아까운데. 윤 실장이 보기에도 카리나 헌터는 데려와야 하지 않겠어?”

“······마스터. 그 사람, 해오름에서 3억을 불렀어요.”

“아니, B급 헌터에게 3억을 태우는 사람이 어딨어!”


그 말에 금액을 고쳐쓰던 한지혁이 약간 몸을 움찔했다.

그가 막 제시하려던 금액은 14억 2천만 원.

C급 헌터 김요한을 두고 흑사패와 앞 다투어 경쟁한 결과였다.

한지혁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이쯤 되면 흑사패도 그만한 정보가 있다는 거겠지.”


예상하지 못한 문제는 아니었다.

회귀 전의 세계에서 김요한을 영입한 건 다름 아닌 흑사패.

다소 놀라게 된 건 그 시점이 이토록 빠를 줄은 몰랐다는 거다.

생각했던 것보다 흑사패의 정보력이 대단했다.


‘근데 이건 양보할 수 없어.’


한지혁은 눈을 빛내며 다시 새로운 금액을 제시하는 흑사패 쪽을 보았다.

배팅된 금액은 14억 3천.

이런 식으로 3억 6천에서 여기까지 올라왔다. 이대로는 끝도 없을 것 같았다.

녀석들은 김요한을 영입하는 데에 있어서 너무나도 진심이었다.


‘이적 시장도 곧 끝나.’


호흡을 가다듬은 한지혁은 헌터폰을 조작해 금액을 차분하게 입력해나갔다.

이젠 더 시간을 끌 여유는 없다. 한지혁의 행동에 아일로이조차 놀란 눈을 떴다.


-너무 큰 금액이 아니더냐?

‘아니, 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 했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김요한은 내가 데려와야 하거든.’

-의중을 모르겠구나.


잠시 한지혁의 생각을 읽어보려고 노력하던 아일로이가 물었다.


-정말 이 아이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더냐?

‘있지. 근데······ 꼭 그 이유 탓만은 아니야.’

-으음?


한지혁은 어깨를 으쓱이며 망설임없이 영입 제안을 누르면서 말했다.


‘이 사람에겐 갚아야 할 빚이 있거든.’


마지막으로 한지혁이 올린 금액은 그 두 배인 38억 6천만 원이었다.


*


들끓었던 이적 시장의 마무리는 영입 제안을 한 헌터들과의 면담으로 이어진다.

계약에 대한 마지막 단계.

여기서 헌터는 길드의 상태를 고민하고, 길드는 헌터의 수준을 다시 확인한다.

즉 무려 38억 6천만 원을 제시한 한지혁이라 해도 전혀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아직 우리 길드는 내세울 게 돈밖에 없는 무명 길드니까.’


하지만 그 상대는 흑사패라 불리는 10대 길드 중 하나였다.

무림인의 재림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전투원을 구성한 길드.

그곳에서 제시한 14억이나 된다. 더할나위 없는 최고의 조건이다.

아무래도 경쟁력은 조금 부족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더 있었을까.


“어떤 놈이냐!”


접견실의 문을 부술 듯이 박차고 들어온 사내가 있었다.

검은 무복을 걸친 사내는 분기를 숨기질 않았다.

그는 한지혁을 보더니 말했다.


“네놈이냐? 돈지랄에 미친놈!”

“······칼런.”

“돈지랄을 할 거면 다른 데서 할 것이지. 왜 남의 영업장에서 행패야! 이 개자식아!”


성큼성큼 다가온 사내는 마치 야차(夜叉)같았다.

부푼 근육은 오우거를 연상케 할 정도로 크기가 대단했다.

눈빛은 살벌한 게 당장이라도 칼을 뽑을 기세였다.

아니, 이 남자라면 응당 뽑고도 남는다.


‘분노조절 장애니까.’


정확히는 그의 스킬 자체가 ‘분노 조절’이란 이름으로 되어 있다.

화가 날수록 그 힘이 강해지는 헌터.

끝내 미쳐 날뛸 땐 누구도 막을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괴물······.

S급 헌터 ‘칼런’은 권서율과 마찬가지로 이때에도 최강자 중 하나였다.


“마스터! 정신 차려요! 그 이상으로 마력을 발출하면 쫓겨납니다!”


그 뒤를 따라 들어온 양명준은 한지혁도 잘 아는 사내였다.

흑사패의 부마스터이자, 칼런의 유일한 브레이크.

그가 있으면 칼런의 ‘분노조절 장애’는 ‘분노조절 잘해’가 된다고 한다.

양명준이 들어서자마자 접견실 내부로 찬 공기가 스윽 부는 듯했다. 양명준의 스킬인 ‘결빙’의 위력. 곧 칼런도 이에 보답했다.


푸쉬시시식.


어디선가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면서 야차와 같던 칼런의 크기가 조금씩 줄어든 것이다.

부풀었던 근육도 잠잠해지고, 숫구치던 털들도 곱게 피부에 달라붙었다.

정말이지, 분노조절이 잘 됐다.


“초면에 실례했습니다. 저희 마스터께서 워낙 혈기가 왕성하신 분이라······.”


양명준은 명함을 꺼내어 건네며 말을 이었다.


“전 흑사패의 부마스터인 양명준입니다. 이분은 저희 마스터이신 칼런 님이고요.”

“전 아직 명함이 없습니다. 한지혁입니다.”

“차유라예요.”


접견실엔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것처럼 어색한 기류가 감돌았다.

양명준은 칼런을 대동하고 한지혁의 앞에 자리를 잡은 뒤 말했다.


“거두절미하고 부탁드립니다. 김요한 헌터는 저희에게 양보해주실 수 없겠습니까.”

“네?”

“아까는 괜히 연봉 금액만 뻥튀기 될 것 같아 저희들이 먼저 멈춘 겁니다. 한지혁 헌터도 비정상적인 상황이란 건 이해하지 않습니까.”


한지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일개 C급 헌터 한 명을 영입하기엔 38억 6천만 원은 과했으니까.

처음엔 3,600만 원에 데려가려던 흑사패도 14억 3천만 원을 제시하게 되질 않았던가.


“김요한 헌터는 저희들이 오래 봐온 헌터입니다. 이번에 양보해주신다면 적지 않은 보상으로······.”

“됐고. 네 녀석이 제시한 금액의 두 배를 주마. 입찰을 포기해라.”


양명준의 말을 잘라먹은 칼런은 오만한 얼굴로 다리를 꼰 채 말했다.

한지혁이 대답이 없자 그의 몸이 약간 부풀고 목소리엔 노기가 섞여들어갔다.


“세 배.”

“······.”

“네 배. 이 정도에 만족해라.”


협박인지 제안인지 모를 행동에 한지혁은 어깨를 으쓱하며 혀를 찼다.


“칼런, 당신 코털 삐져나왔어요.”


본능적으로 자기 코를 매만지는 칼런을 향해 한지혁은 말을 이어나갔다.


“답을 드리자면 거절입니다. 당신 말대로 난 돈지랄을 할 정도로 돈이 많거든요.”

“다른 걸 원한다면 주겠다. 네 놈의 생각보다 우린 줄 수 있는 게 많아.”

“그렇겠죠. 당신들이 누군데.”


한지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김요한은 못 주잖아요?”


다분히 단호한 말투에 한숨을 푹 내쉬는 건 양명준이었다.

그는 한지혁을 돌아보면서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어디까지 알고 계신 겁니까?”

“글쎄요. 당신들 반응을 보고도 모른다면 이상한 거겠죠?”

“단순한 돈 자랑은 아니었나보군요.”


잠시 부딪친 시선은 칼만 부딪치지 않았지 몇 번이고 충격음이 일었다.

한지혁은 차분히 답했다.


“그만하죠. 어차피 최종 결정은 김요한 헌터의 몫이지 않습니까?”

“······알겠습니다.”


시간은 금쪽 같이 흘러 곧 접견실의 문이 열렸다.

관계자와 함께 등장한 남자는 쭈뼛대며 눈을 어디에 둘지 모르는 눈치였다.

한지혁은 피식 웃었다.


‘저게 현재의 김요한······.’


덥수룩한 머리 아래로 동그란 안경, 허름한 옷차림에 운동조차 하질 않았는지 보잘 것 없는 신체 상태.

의학 기술은 다소 보유했다고는 하나 결코 14억, 38억으로 불리기엔 모자란 몰골이었다.

김요한도 그 사실이 어색하고 놀랐는지 도통 적응하질 못하는 눈치였다.

관계자가 입을 열었다.


“이쪽이 김요한 헌터에게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한지혁 헌······.”


하지만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김요한. 우리 길드로 와라.”

“······네?”

“최고로 대우하지. 돈이고 뭐고 우리가 더 많아. 주 5일 근무에 보너스도 두둑하게 챙겨주마. 집도, 차도 생길 거야. 원한다면 맞선도 주선해준다.”


화원만큼이나 늘어지는 어마어마한 혜택 사례에 김요한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했다.

일개 C급 헌터에게는 너무나도 과분한 조건은 한지혁이 듣기에도 놀라웠다.

관계자는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그만해주십시오. 야시장의 규칙을 어길 셈입니까?”

“말도 못 하나?”

“우선 발언권은 최종 금액을 낙찰한 한지혁 헌터에게 있습니다. 무얼 말하려거든 순서를 지켜주십시오.”

“······별 시답잖은.”


신경질적으로 혀를 찬 칼런은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렸다.

화를 삭히려는지 그 옆에서 양명준이 연신 무어라 말을 걸고 있었다.


“그럼 한지혁 헌터부터 면담을 하시겠습니까?”

“네. 바로 이동하죠.”


여전히 뻣뻣한 태도인 김요한을 데리고 한지혁은 접견실에 붙은 면담실로 향했다.

바깥으로 소리가 전혀 빠져나갈 수 없도록, 마력으로 특수 코팅된 장소.

물론 CCTV는 존재하지 않는다.


“차유라,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네.”


그렇게 면담실에 김요한과 단둘이 남은 한지혁은 손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일단 앉으시죠. 김요한 헌터.”

“아, 네······ 네!”


면접도 몇 번 본 적이 없는 신입사원처럼 어리버리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잔뜩 긴장한 게 눈에 선했다.


“나이는 스물다섯, 한국대학교 의대 출신에 헌터 경력은 1년이군요. 제가 조사한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맞습니까?”

“아, 네.”

“김요한 헌터는 헌터란 무슨 존재라 생각하십니까?”

“어······ 사냥하는 사람이겠죠?”

“그럼 헌터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요?”

“음, 그건······.”


한지혁은 이후로도 형식적인 질문을 이어나갔다.

38억 6천만 원을 배팅한 결과 한지혁이 김요한을 면담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아직 시간은 많았고 물어볼 말은 더 많았다.

하지만 슬슬 본론을 꺼낼 때도 됐다.


“김요한 헌터는 당장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무얼 먼저 하시겠습니까.”

“네?”

“질문을 정정하죠. 만약 이 세계의 미래가 멸망으로 정해져 있다면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한지혁의 시선을 받은 김요한은 천천히 고민하다 자신의 생각을 꺼내었다.


“막아야죠.”

“어떻게요?”

“어떻게든요.”


순간 내비친 확고한 김요한의 눈빛은 언뜻 한지혁의 기억 속에 저장된 빛깔이었다.

한지혁은 웃으며 답했다.


“김요한 헌터는 제가 제시한 38억 6천만 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솔직해지죠. 전 당신이 숨기고 있는 스킬이 무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건 14억을 제시한 흑사패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한지혁은 계속해서 말했다.


“부활.”


한지혁은 다시 힘을 주어 말했다.


“당신은 부활을 스킬로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한 순간에 면담실은 냉랭한 시베리아처럼 서늘해졌다.

어리숙하기만 하던 김요한의 표정이 굳었고, 이윽고 표면에 내비친 감정은 명백한 경계였다.

한지혁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가 이걸 어떻게 알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다른 사람의 스킬이 무언지 확인하는 헌터도 명백히 존재하니까요.”

“······.”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죠. 김요한 헌터,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한지혁이 말했다.


“당신의 앞으로 한 명의 사람이 무참하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마 당신이라면 그를 구할 수도 있겠죠.”

“······.”

“하지만 그를 구한다고 당신에겐 그 어떤 보상도 주어지진 않을 겁니다. 그 누구도 당신의 선행을 기억하지 못해요. 오히려 당신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한지혁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래도 당신은 그를 구할 겁니까?”

“그야 당연히······.”

“아뇨. 그러지 마세요.”


한지혁은 김요한의 말을 툭 잘라먹으며 더욱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사실 이건 답을 듣고자 한 질문이 아니었다.


“구하지 마세요. 전 가능한 한 당신이 스킬을 사용하지 않기를 원합니다.”

“네?”

“그러니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창졸간에 인벤토리를 뒤적인 한지혁은 김요한에게 칙, 지독한 향수를 뿌릴 수 있었다.


[‘페로몬 향수’를 사용했습니다.]

[‘김요한’과 ‘한지혁’의 의식이 일시적으로 동조됩니다.]


한지혁은 서서히 시선이 흐릿해지는 김요한을 향해 말했다.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내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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