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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알고 보니 검술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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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04.06 16:15
최근연재일 :
2022.05.2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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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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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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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말했잖아, 혹독할 거라고

DUMMY

30.


수호.

김도겸이 소속된 길드로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도 내로라하는 대형 길드.

가입을 위한 경쟁률만 최소 100대 1로 꼽힐 정도로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오래 전 한지혁이 가입을 희망했던 꿈의 길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런 곳에서의 영입 제안이라.’


이미 화원으로부터 몇 번이고 영입 제안을 받아왔으니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역시 꿈의 길드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 건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정말 배가 아플 정도야.’


한지혁은 호흡을 가다듬고 잠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다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차마 입밖으로 꺼내긴 아까웠지만 아무래도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제안은 고맙습니다만 거절하겠습니다.”


물론 길드에 가입한다면 생각보다 많은 혜택을 받을 것이다.

등급에 따라 연봉도 주어지고, 품위유지비라며 별별 보너스도 받을 수 있다.

명절엔 한우를 비롯한 선물 세트도 주어지고, 종종 상위 헌터들에겐 자차를 비롯한 운전기사도 배정된다.

그뿐이랴?

길드 소유의 초호화 아파트에 입주할 권한도 생겨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갈 수도 있다.

이사비용이 무료인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만한 책임을 져야 해.’


주어지는 혜택이 많은 이유는 그만큼 길드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거다.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적어도 지금처럼 자유롭게 쏘다닐 시간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는 건 빤한 일이었다.

이는 득보다 실이 많다. 한지혁이 당장 길드 가입을 거절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한데 아일로이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


-다시 생각해보는 건 어떻더냐?

‘응?’

-소속된다는 게 썩 나쁜 건 아니니라.


한지혁은 다소 놀란 눈으로 아일로이를 돌아보았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아일로이가 길드 가입을 찬성하는 말을 꺼낼 줄이야.

아일로이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죽게 된 이유는 그 때문일지도 모르니라.

‘무슨 소리야?’

-혼자였다는 것.


한지혁의 전생······ 그러니까 아일로이는 강력한 성좌였지만 그 끝은 쓸쓸하게도 혼자였다.

세계가 그를 핍박하고 목줄을 쥐어올 때조차 그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그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을 꿈으로나마 보았던 한지혁은 그 순간을 상기해볼 수 있었다.

회한에 젖은 아일로이의 눈이 한지혁을 바라보았다.


-너는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담배피면서 너는 이런 거 피지 마라······ 뭐 이런 거야?’

-장난으로 듣지 말거라.


한지혁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뭐, 나도 이유 없이 거절하는 건 아니야.’


길드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길드는 환영하는 쪽이다.

앞으로 모든 일을 혼자서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으니까.

혼자보다는 둘이 더 멀리 간다.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거든.’

-때?

‘알잖아? 난 회귀자라고. 어떤 식으로든 내 행동은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작은 날갯짓은 생각보다 큰 반향을 일으킨다.

그의 개입이 차유라의 미래를 바꾸었듯, 그의 선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만든다.


‘변수는 가능한 한 줄여야지.’

-······언제까지고 그럴 순 없느니라.

‘알아. 하지만 길드에 가입하는 건 역시 내 계획과는 달라.’

-계획?

‘누군가의 우리에 들어가아먄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잖아.’


문득 김도겸이 물었다.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미련이 가득 묻은 그의 말투에 한지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대답해주지 못할 이유는 아니었다.


“대단한 건 아닙니다. 화원의 제안을 거절했던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고요. 전 그저······.”


윤시아 실장이 귀를 쫑긋 세웠다.


“저만의 둥지를 만들 생각이거든요.”

“아······.”


한지혁의 목표는 길드에 소속되는 게 아니라, 그만의 길드를 만드는 것이다.

남이 만든 우리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그가 만든 우리로 누군가를 들일 것이다.

회귀자였으니 더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그의 선택은······ 이게 최선이었다.


‘기왕 바꿀 미래라면 내가 주도권을 잡아야지.’


잠시 말이 없던 김도겸은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길드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에게 어찌 타 길드로의 가입을 권유하겠는가.


“그런 거라면······ 별 수 없겠군요.”


대신 한지혁을 향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마지막 미련은 남겼다.


“하지만 수호 길드는 언제든 한지혁 헌터를 환영할 겁니다. 혹 마음이 바뀌신다면 꼭 연락을 주시길 바랍니다.”

“그건 우리 화원도······!”


끝까지 포기하질 않는 두 사람을 보면서 한지혁은 쓰게 웃으며 김도겸의 손을 맞잡았다.


*


짹짹거리는 새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숲속.

심마니나 드나들 것 같은 험난한 산세를 가로지르는 남녀가 있었다.


“헉, 허억······ 아직 멀었어요?”


근처에서 주워 든 막대기를 지팡이 삼아 산을 오르는 차유라.

앞서 오르던 한지혁은 눈을 가늘게 떠 주변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거의 다 왔어. 이 즈음인데.”

“그 말, 벌써 세 번째거든요?”

“이번엔 진짜야.”

“끄응······.”


이후로도 얼마나 더 가파른 산길을 올랐을까.

한지혁은 산중턱에 일렁이는 게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느닷없이 차유라를 데리고 지리산 등반을 개시한 이유였다.


“와, 진짜 게이트가 있네.”


그것도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은 따끈따끈한 미발견 게이트라 할 수 있었다.

깊은 산속 은밀하게 숨겨져 어지간해선 발견될 수조차 없는 특수한 장소.

심지어 외부로 마력이 흐르는 것도 어느 정도 차단하기에 일종의 스텔스 게이트라 불리는 곳.


“그래서 우리 단 둘이서 이걸 공략하자는 거죠?”


한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섬주섬 가방에서 옷을 꺼내어 입었다.

날씨는 완연한 봄을 지나 슬슬 여름을 향해 나아갈 시점이었지만······.

이번에는 지저굴 때보다 훨씬 두터운 털옷에 모자까지 꾹 눌러썼다.

핫팩도 붙였으니 모든 준비는 끝났다.


“뭐해? 준비 안 해?”


그 말에 차유라도 별 수 없이 가방에서 털옷을 주섬주섬 꺼내어 입으며 물었다.


“저번부터 궁금했던 건데요.”

“응?”

“어떻게 게이트에 들어가지 않고도 안쪽의 날씨를 알고 있는 거예요?”


털모자까지 꾹 눌러써서 방한을 톡톡히 마친 차유라를 향해 한지혁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난 미래를 보거든.”

“아아, 미래를 보시는구나. 그럼 알고 있는 게 당연하······ 네?”


차유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심이세요?”

“응. 진심이세요.”


멀뚱멀뚱 눈만 깜빡이고 있던 차유라는 헛웃음을 흘렸다.

당장은 믿기 어려운 듯했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다.

스킬의 종류는 무궁무진했고, 그중 ‘미래 예지’가 있을 법도 한 일이다.


‘실제로 미래 예지자는 존재하니까.’


세계 곳곳에서 종말론을 외치는 몇몇의 사람들은 진짜로 미래를 본다.

나중에 그들이 진짜 미래를 언급했다는 걸 눈치챘을 때는 불행하게도 모두 사망한 뒤였고.

차유라는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다음 주 복권 번호는······.”

“몰라. 알아도 안 알려줘.”

“에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거 들통나면 중대범죄인 거 몰라서 그래?”

“안 들키면 되죠! 안 들키면!”


한지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들어가자. 해야 할 일이 많아.”

“······네엡.”


입이 댓발로 나왔던 그녀도 막상 게이트를 앞두니 표정부터 바뀌었다.

제아무리 애처럼 활달한 그녀라도 공과 사의 구분은 누구보다 철저한 것이다.

하기야 그녀는 그 ‘차유라’다.

당장 앳된 모습이 가득해도 미래엔 인류를 지탱하는 S급 헌터.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럼 갈까?”


거두절미하고 한 걸음을 내딛으니 순식간에 눈앞으로 찬 공기가 폭풍처럼 불어 닥쳤다.

농익은 봄은 세찬 겨울로.

흩날리는 눈발 위로 보름달이 떠올랐고 어디선가 아득하니 비명이 들렸다.

안쪽으로 들어서자마자 주변으로 다가온 수개의 인기척에 한지혁은 눈을 빛냈다.


‘야수(野獸)들이로군.’


동시에 메시지도 떠올랐다.


[‘야왕의 설산’에 진입했습니다.]


한지혁은 재빠르게 다가오는 야수의 머리를 단칼에 베어내면서 말했다.


“차유라! 지금이야!”


화르르르륵!


창졸간에 어둠을 밝히는 불꽃이 허공을 갈랐다.

찬 곳을 좋아하는 녀석들의 약점은 단연 불꽃.

야수들이 혼비백산하여 물러났다. 한지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또 온다!”


쇄애애애액!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일더니 커다란 작살이 후드드득 떨어졌다. 가까운 나무들을 뛰어넘은 야인(野人)의 공격이었다.


“아직 끝이 아니야!”


바닥에 떨어진 작살로부터 빛이 휘몰아치더니 이내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창졸간에 거리를 벌린 차유라와 한지혁은 어느덧 그들을 둘러싼 몬스터 무리를 확인했다.


크르르······.


어두운 설산을 배경으로 몰려든 수십 마리의 야수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야인.


쿠우웅!


멀지 않은 곳에서 보름달을 배경으로 커다란 몬스터 한 마리가 기지개도 켰다.

그쪽을 살핀 차유라가 물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요.”

“응?”

“여기 등급이 뭐예요?”


나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괴물. 야왕(野王)이 양손에 커다란 눈덩이를 쥐었다.

그 웅장한 풍경에 한지혁은 차유라를 향해 웃는 낯으로 답해줬다.


“B급.”

“······미친?”


저도 모르게 욕을 내뱉은 차유라는 정면으로 가공할 수 있는 최대의 화력을 뽑아냈다.

날아오는 눈덩이는 운석 같아서 차마 피하기에는 버거운 크기였다.


쿠콰아아아앙!


쏘아진 불꽃에 터져버린 눈덩이는 허공에서 눈발이 되어 흩날렸다.

하지만 쉴 틈도 없이 야수와 야인이 달려들었다.

차유라는 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


“아니 왜 B급 게이트라고 말을 안 해준 거예요!”

“그야 안 물어봤잖아?”

“이 양반아,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건 미리미리 말해줬어야지!”


앓는 소리를 내는 그녀를 향해 피식 웃은 한지혁은 나지막이 답했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나한테 검술을 배우려면 꽤 혹독할 거라고.”

“이건 그냥 위험한 거잖아!”


툴툴대면서도 차유라의 불꽃은 가공할 만한 위력으로 주변에 그 위엄을 자랑했다.

처음 봤을 때나 지저굴 공략을 시작할 때보다 더 훌륭한 마력 제어로 용케 몬스터만을 노렸다.

다만 한지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멀었어.’


한지혁의 기억 속에 있는 차유라는 이 시점엔 그보다 훨씬 드높은 존재였다.

일찍이 천재성이 부각된 그녀는 해오름 길드에 영입되어 탄탄대로를 걸었으니까.

온갖 영약을 흡입했고, 수많은 사선을 넘나들어 일약 최강의 헌터로 성장한다.

그게 현 시점의 차유라여야 했고, 지금의 차유라는 턱없이 모자라다 할 것이다.

한지혁은 쓰게 웃으며 다시금 차유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 때문에 모든 게 뒤처진 영웅.’


부득이한 개입으로 차유라의 미래는 앞으로 어찌 될지 알 수 없게 됐다.

원래는 지금쯤 B급 헌터로 이름을 날렸어야 할 그녀는 아직 D급 헌터였다.

해오름 길드는커녕 그녀의 이름 석 자를 아는 사람조차 지극히 드물다.

한지혁은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니 내가 해야 할 일은······.’


모르긴 몰라도 다가올 재앙에 맞서려면 S급 헌터 차유라의 힘은 필수였다.

미래에 범람하는 재앙에 맞서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아무래도 그녀였다.

한지혁의 목적은 단순했다.


‘비틀린 인과를 바로 세운다.’


그는 가까이 다가온 야수의 목을 베고 차유라의 곁에서 검을 적진으로 겨눈 채 말했다.


“차유라,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 할 거야.”

“네?”

“지금 당장 한계를 뛰어넘어. 우린 그러려고 여기에 왔어.”


예상보다 강해지지 못했다면 할 일은 하나다.

강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뛰어드는 것.

한지혁은 호흡을 길게 들이마셔 이내 숨을 죽이며 중얼거렸다.


[특성, ‘숨을 죽이는 자’를 발동합니다.]

[숨을 죽이는 동안 시간을 느리게 인식합니다.]


‘나도 그럴 생각이니까.’


작가의말

내일도 21시 25분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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