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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준 책방

철혈가문 사생아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에이치아이
작품등록일 :
2020.09.02 11:30
최근연재일 :
2020.10.16 22:2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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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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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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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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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8화. 반과 프리네

DUMMY

조디는 지금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그의 등에 흐르는 식은땀이 얼마나 긴장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가 이토록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여관에 셀시아 가문의 적자가 와 있으니까.


‘정보국 요원들에 이어서, 셀시아라니······.’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표현은 이런 상황을 두고서 하는 말인가, 하고 탄식하는 조디였다. 가끔 다른 지역에서 온 귀족들이 암시장을 이용할 때, 조디를 찾아오기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저 그런 귀족들!


제국 정보국과 셀시아 같은 거물들은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토끼 같은 딸래미와 함께, 가능하면 가늘고 길게 살고 싶은 것이 조디의 솔직한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조디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반은 차분히 앉아서 프리네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과 프리네 사이에 놓인 테이블에는 조디가 방금 허겁지겁 가져다 놓은 차가 따뜻한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었다.


차 같은 건 지금 안중에도 없는지 프리네가 조디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자리를 비키라는 노골적인 시선. 물론 조디도 얼른 나가고 싶었다. 제국 정보국과 셀시아의 대화이니만큼 괜히 이야기를 엿들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아이고, 내가 시장에 다녀온다는 걸 그만 까먹었네.”


어색한 연기와 함께 조디가 서둘러 여관을 빠져나갔다. 분명 자신의 가게인데 쫓겨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조디는 그런 알량한 자존심에 목숨을 걸 사람이 아니었다.


전사들은 이미 진작 벨리아 마을에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간 지 오래였다. 그런 중에 조디 마저 사라지자 여관에는 이제 반과 프리네, 차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평화로운 풍경만이 남았다.


하지만 프리네의 마음은 평화롭지 못했다. 조디가 나가자마자, 어서 어떻게 된 건지 상황을 설명하라는 프리네의 다급한 목소리가 반의 귀에 들려왔다.


“어떻게 된 거야!?”


꼴깍.


다급한 프리네의 질문을 듣고서도 차분히 차를 한 모금 마시는 반. 프리네와 달리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 모습이 답답한지 프리네는 반을 노려봤다.

그녀의 노력이 통한 것일까. 마침내 반은 잔을 내려놓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교류전이 끝나고 생존훈련을 하게 된 일, 생존훈련에서 자이언트 맘바에게 습격당한 일. 그리고 간신히 살아남아 벨리아 마을에서 생활하게 된 일 등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나가는 반.


물론 신력을 얻은 일이나, 벨리아 마을의 실체 등은 숨겼다. 그저 사냥꾼 마을에서 치료를 받아 몸을 회복하게 되었다 정도로 풀어서 설명했지만, 정작 프리네가 신경쓰이는 것은 따로 있었다.


“뭐······? 자이언트 맘바?”


자기도 모르는 새, 프리네의 입이 벌어졌다. 그만큼 반의 이야기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자이언트 맘바라니······, 5성에 이른 지금의 자신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마물을 고작 8살짜리 아이가 이겼다니.


이 말을 하는 사람이 반이 아니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저 과장하기 좋아하는 허풍쟁이의 말 정도로 생각했을 만큼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반은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헬키움에서 습격받은 것은 분명 가문 내부의 누군가가 꾸민 짓일 테지. 나는 그래서 벨리안의 흉갑이 필요해. 내가 가문으로 돌아가면 또다시 나를 노릴 테니까.”


자신이 벨리안의 흉갑을 얻으려고 한 경위를 담담히 이야기하는 반의 모습에 프리네는 말문이 막혔다. 셀시아 역시 가문 내부의 다툼이 있다지만, 스트라페 정도는 아니었다. 형제들간에 서로 목숨을 노리는 수준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스트라페는 달랐다. 세간에서 철혈 가문이라고 부르는 만큼, 스트라페 적자들 간의 다툼은 다른 가문과 비교를 거부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뭐. 이미 그 흉갑은 네 손에 들어갔으니 난 상관없어. 그보다는······.”


프리네는 애초에 벨리안의 흉갑에 큰 욕심이 없었으니, 반이 그걸 가져간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할 얘기가 있다는 듯 프리네가 말꼬리를 흘렸다.


“······스트라페로 돌아갈 거야?”


프리네의 말에 반은 잠시 침묵했다. 하기야 지금까지 자신이 늘어놓은 이야기는 스트라페라는 가문이 얼마나 냉혹한지에 대한 이야기였으니 프리네가 저런 질문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침묵하는 반에게 프리네는 다시 한번 물었다.


“지금 생활도 괜찮은 것 같은데, 그리고 나중에 더 강해져서 널 노리는 위협에서 안전해지고 나서 돌아가도 괜찮잖아?”


프리네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반의 대답은 어차피 정해져 있었다. 자신은 스트라페에 돌아가야만 했다. 아직 끝마치지 못한 일들이 많이 남아 있었으니까. 쿤드를 쓰러뜨리고 철혈 가문 스트라페를 차지한다!


그것이 단 한 순간도 잊어 본 적 없는 자신의 목표! 그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반은 걸어오는 싸움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 생각을 되새기며 담담히 말을 내뱉는 반.


“난 스트라페로 돌아가야만 한다. 최대한 빨리. 가문을 오래 비우면 비울수록 나는 점점 불리해.”


불리하다? 프리네는 반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프리네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봐도 더 강해지고 가문으로 돌아가는 게 안전할 듯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스트라페를 차지하겠다는 반의 계획을 모르는 프리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내가 가문을 오래 비우면 비울수록 내 입지는 줄어든다. 애초에 나는 계속해서 수많은 이변을 만들며 나아 가야 하는 사생아 출신.’


사실이 그랬다. 계속해서 활약을 펼치며 쿤드와 가문의 원로들에게 인정을 받아내도 모자랄 반의 입장에서, 이렇게 장기간 가문을 비우는 것은 좋지 못했다. 이 기간 동안 다른 형제들은 가문 내에서 자신의 세력을 키우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반이 벨리아 마을의 전사들의 협력을 얻어 낸다고 하더라도. 최악의 경우, 가문에서 그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예언 의식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스트라페는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문이었으니까.


“그럼 언제쯤 가문으로 돌아갈 생각인데?”


가문으로 돌아간다는 반의 의지가 충분히 전해졌기 때문일까. 프리네는 질문을 바꿨고 반은 즉시 대답했다.


“아무리 늦어도 앞으로 3년 후.”


앞으로 3년 뒤라면? 프리네는 빠르게 반의 나이를 계산해봤다. 앞으로 3년 뒤의 반은 15살.


이 나이는 본래 스트라페의 적자들이 헬키움을 마치고, 가문에서 처음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기. 반은 그때를 자신의 귀환 타이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더 늦으면 그간의 행적을 설명하기가 힘들다.’


만약 프리네가 설명한 것처럼 엄청 강해지고 난 후에 가문에 돌아간다면? 정말 운이 좋아 쿤드를 이길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가문을 얻긴 힘들 것이다. 더욱이 이렇게 강해질 때까지 왜 가문으로 돌아오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변명거리가 없을 수밖에.


그렇기 때문에 반은 15살 정도를 가문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있었다.


심각한 이야기들로 인해 여관의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다. 물론 반과 프리네 모두 그런 것을 크게 신경쓰는 사람들은 아니었기에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제국 황제의 병이 더욱 심해졌대.”


프리네는 반에게 많은 소식을 말해주었다. 반이 벨리아 마을에 있었기 때문에 대륙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전생에서의 기억 때문에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지만, 반은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반응해주었다.


어쨌거나 프리네는 반에게 벨리안의 흉갑을 양보해준 은인. 게다가 프리네가 혹시 기분이 상해 반을 봤다는 사실을 떠벌리기라도 한다면 반으로서는 낭패였다. 듣는 귀가 많은 스트라페에서 이 사실을 놓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도, 사실 내가 가장 궁금한 건 이거야. 아직도 내가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해?”


의미심장하게 묻는 프리네. 그녀가 묻는 건 명백했다. 반이 교류전이 끝날 때 했던 말에 대한 질문.


더 강해지면 상대해주겠다던 반의 오만한 말에 대한 도전이었다.


피식.


반은 웃음이 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프리네가 그 말을 잊었을 리 없지.’


그녀가 누군가. 또래 중에서는 견줄 상대를 찾을 수 없는 천재 중 천재였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라이벌이라고 인정한 반을 앞에 두고 싸워보고 싶지 않을 리가 없었다.


‘뭐 나도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한 말로 반도 한번 그녀와 겨뤄보고 싶긴 했다. 자신이 벨리아에서 피나는 수련을 해온 사이 프리네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이곳은 메디나. 셀시아의 영토였다. 더욱이 클로비스가 흉갑을 노리기 위해 자신에게 감시를 붙여 놓은 상황에서 프리네와 싸운다?


그것은 내 정체를 좀 알아주세요, 하고 떠드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반은 평화롭게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5번 중에 1번.”


고민하던 반이 조용히 말했다. 프리네는 반의 영문모를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우리가 5번 싸운다면 1번 정도는 네가 이긴다고.”


다섯 번 중에 한 번? 셀시아에서는 다들 자신과 싸우는 걸 피하려고 했지, 적수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저 녀석의 대답은 다섯 번 중에 한 번?


푸핫.


프리네는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화가 나지는 않았다. 다만 궁금했다. 반이 저토록 자신이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닌가?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줄래? 어째서야?”


반은 그런 대답을 예상 했다는 듯, 차분히 설명했다.


“지금 당장은 말할 수 없지만, 나에겐 비기가 있거든. 네가 5성에 도달한 것은 알지만, 그걸 막진 못할 거야. 네가 이길 수도 있다는 한 번은 네가 마법을 잘 조합해서 시간을 끌었을 때야. 나는 아직 비기를 오래 지속시킬 수 없거든.”


반의 경지는 4성. 프리네의 경지는 5성이었다. 때문에 보통은 프리네가 이길 테지만, 반에게는 신력이 있었다. 이 힘을 발휘한다면 5성의 마법 쯤은 우습게 파괴할 수 있을 터. 하지만 신력을 오래 지속시킬 수 없는 만큼, 자신에게도 패배할 여지는 있었다.


‘비기······?’


반이 말한 비기가 무엇인지 프리네는 궁금증이 생겼지만, 묻지 않았다. 저 녀석 성격에 말해준다고 알려줄 것 같지도 않고, 그런 걸 구질구질하게 묻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다만.


“네가 가문으로 돌아가게 되면 꼭 다시 싸워보자. 그때는 지금 한 네 대답을 수정해야 할걸?”


도발적인 프리네의 말에 반은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그건 반 역시 기대하고 있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오늘 처음으로 웃음이 드러난 반의 얼굴을 본 프리네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 역시 순례 중인 입장.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


다만 반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너무 놀라워 이렇게 찾아왔지만, 이젠 정말 떠나야 했다.


프리네의 처지를 모를 리 없는 반은 더 붙잡지 않고 프리네에게 인사를 건넸다.


“뭐 서로의 가문을 생각하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또 보자.”


반의 인사를 들은 프리네는 반의 말이 정말 웃긴지 아까 웃은 것보다 훨씬 크게 웃었다. 반의 말처럼 서로의 가문을 생각해볼 때 이렇게 만나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었으니까.


“그래. 다시 볼 때까지 건강하길 바라.”


인사를 남기고 ‘새벽의 축제’ 여관을 나서는 프리네의 뒷모습을 반은 물끄러미 쳐다봤다. 전생에서 셀시아의 차기 가주 후보로 가장 많이 언급되던 프리네. 그런 그녀는 벌써부터 가문의 전통에 따라 순례를 하고 있었다.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 가는 그녀의 모습을 본 반은 주먹을 꽉 쥐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홀로 남은 여관에서 다짐을 하는 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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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가문 사생아의 귀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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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 정보국의 습격 +2 20.10.16 383 9 12쪽
» 28화. 반과 프리네 +1 20.10.14 356 7 12쪽
28 27화. 벨리안의 흉갑(2) +1 20.10.13 396 8 13쪽
27 26화. 벨리안의 흉갑 +2 20.10.10 446 8 14쪽
26 25화. 새벽의 축제 여관 +1 20.10.08 453 4 14쪽
25 24화. 메디나로 가는 길 +2 20.10.07 492 7 13쪽
24 23화. 벨리아의 성인식 +1 20.10.06 537 7 12쪽
23 22화. 마물 사냥(2) +1 20.10.03 589 8 12쪽
22 21화. 마물 사냥 +2 20.10.02 614 8 12쪽
21 20화. 일족의 마을 +1 20.09.30 643 8 12쪽
20 19화. 세르갈의 신력 +1 20.09.29 664 6 12쪽
19 18화. 커비와 로지 +1 20.09.28 720 6 15쪽
18 17화. 생존 훈련의 시작과 끝 +2 20.09.27 759 7 12쪽
17 16화. 엘린과의 담판 +1 20.09.25 745 7 12쪽
16 15화. 근신(2) +1 20.09.24 754 8 12쪽
15 14화. 근신 +2 20.09.23 741 7 11쪽
14 13화. 교류전(6) 20.09.22 749 9 12쪽
13 12화. 교류전(5) 20.09.21 742 8 14쪽
12 11화. 교류전(4) 20.09.18 745 9 12쪽
11 10화. 교류전(3) 20.09.17 902 6 14쪽
10 9화. 교류전(2) 20.09.16 798 8 13쪽
9 8화. 교류전(1) +1 20.09.15 848 6 12쪽
8 7화. 순혈의 방 20.09.12 894 6 13쪽
7 6화. 다가오는 교류전 20.09.10 868 8 12쪽
6 5화. 스트라페의 헬키움(4) 20.09.09 927 8 12쪽
5 4화. 스트라페의 헬키움(3) 20.09.08 945 6 15쪽
4 3화. 스트라페의 헬키움(2) 20.09.04 1,089 8 13쪽
3 2화. 스트라페의 헬키움 +1 20.09.03 1,123 11 13쪽
2 1화. 스트라페의 사생아 +1 20.09.02 1,284 10 14쪽
1 프롤로그 +4 20.09.02 1,581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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