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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준 책방

철혈가문 사생아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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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아이
작품등록일 :
2020.09.02 11:30
최근연재일 :
2020.10.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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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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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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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3화. 벨리아의 성인식

DUMMY

“걱정하지 마라, 반. 네 활약이면 전사로 인정받기엔 충분하지. 암.”


커비가 반의 옆에서 그 큰 몸을 들이대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말하는 주제는 벨리아의 성인식.


스트라페에서 한 명의 어엿한 전사로서 인정받기 위해서 임무를 해결해야 하는 것처럼, 벨리아에도 전사로 인정받기 위한 성인식이 있다.


바로 혼자만의 힘으로 마물을 처치하는 것. 강한 마물이 즐비한 아키바 사막에 위치한 벨리아의 특성을 생각해본다면 당연한 조건이었다.


‘전사로 인정받는 것까지 계산한 건 아닌데, 뭐 인정받으면 좋기야 하지.’


얼마 전, 처음으로 따라나섰던 벨롭 사냥. 벨롭의 무리가 몰려드는 뜻밖의 상황 때문에 반은 혼자 힘으로 마물을 사냥해야 한다는 조건을 얼떨결에 달성한 것이다.


다만 벨리아의 장로들. 특히 에밀리는 쉽사리 반을 전사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전사들이 홀로 마물 사냥에 나서는 타이밍은 6성. 아무리 못해서 5성에 도달한 이후였다. 그 정도는 돼야 마물을 홀로 상대할만했으니 당연했다.


반면, 반의 경지는 겨우 4성이다. 비록 신력을 사용한다면 6성의 전사에 맞먹는 파괴력이 나오겠지만 그것은 한순간.


아직 신력을 오래 사용할 수 없었기에, 싸움이 길어지면 급격히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냥이야 반이 그 짧은 시간 안에 벨롭을 쓰러트렸다고 하더라도. 다음번에도 그럴 수 있을까? 마물을 해치우고 힘이 빠졌을 때, 또 다른 녀석이 온다면? 하는 것이 에밀리의 생각이었다.


“전사라는 게 뭡니까? 이자벨라님의 유언을 지키며 벨리아를 수호하는 존재 아닙니까? 그 아이는 이제 12살이에요. 12살.”


12살이라는 나이를 강조하는 에밀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무칸. 1장로인 그 역시 반의 나이가 신경 쓰였다. 전사로 인정받기에는 아직 너무도 어린 나이.


무칸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층 기가 산 목소리로 에밀리가 말했다.


“게다가, 우리가 그 아이를 벨리아에 머물도록 한 것은 지켜보기 위해서지 전사로 키우려고가 아니잖습니까?”


에밀리는 처음부터 반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들의 일족이 대대로 지켜온 사명. 언젠가 찾아올 테오도르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지켜보고 세르갈의 신전으로 보내라, 라는 이자벨라의 유언을 보란 듯이 무시하고 신전으로 들어간 게 반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몰랐다고 하더라도 에밀리는 반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물론 반이 듣는다면 그게 무슨 헛소리냐며 한 귀로 흘리겠지만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커비가 사냥에 데려간다고 했을 때, 허락하지 않을 걸 그랬어.’


혹시 그 녀석이 다른 전사들의 발목이라도 잡는다면 얼씨구나 하고 벌을 내리려고 사냥에 따라가는 걸 허락했던 건데, 덜컥 벨롭을 잡고 돌아오다니. 제이미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벌레 씹은 것마냥 잔뜩 구긴 에밀리의 얼굴. 그런 그녀에게 지금껏 입을 열지 않고 있던 2장로 론도가 말을 건넸다.


“3장로. 그럼 그 아이를 불러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지요, 어쨌거나 당사자가 아닙니까?”


론도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1장로 무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에밀리는 반의 얼굴이 보기도 싫었지만, 다른 두 장로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어쩔 수 없었다.




-



그리하여 일족 회의가 열리는 회의실로 불려오게 된 반.


그의 앞에는 세 명의 장로가 앉아 있었다.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무칸과 반을 쳐다보기도 싫다는 듯 주름진 얼굴을 한층 더 찡그리고 있는 에밀리, 그리고 2장로 론도.


‘나는 2장로의 생각을 가장 모르겠단 말이야.’


척 보기에도 완고한 성격의 무칸과 누가 봐도 자신을 싫어하는 에밀리의 생각은 알기 쉬웠다. 하지만 2장로 론도, 그의 생각만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반을 볼 때마다 항상 미소 지어 주었으나, 그뿐이었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조차 알기가 힘든 상대.


하지만 대놓고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볼 순 없는 노릇. 반은 일단 세 명의 장로에게 고개를 숙였다.


“부르셨는지요.”


마을의 아이들도 회의실에 불려오면 긴장하기 마련. 하지만 그런 기색 없이 잘도 인사를 하는 반을 보며 에밀리는 아니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인사는 애초에 받아줄 생각도 없는 모양.


그런 에밀리를 대신해 인사를 받아준 것은 론도였다.


“그래. 사냥에 따라갔다 왔다지? 다친 데는 없느냐?”


“예. 벨롭의 발톱에 살짝 스쳤지만, 걱정해주실 정도는 아닙니다.”


그제야 붕대를 감아놓은 반의 왼팔이 눈에 들어온 에밀리의 얼굴에 옳다구나, 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 네가 혼자 벨롭과 싸우자니 버거웠던 모양이구나? 그렇게 붕대까지 감아놓은 것을 보니.”


훤히 보이는 에밀리의 수작에 반은 코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일족의 장로였다. 그녀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여서 좋을 게 없는 법. 반은 공손한 표정을 유지했다.


“하하. 처음 사냥에 나가니 긴장했나 봅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밀리는 자신의 말을 능청스럽게 받아넘기는 반이 얄미웠지만, 예의 바르게 대답하는 데다가 대고 더 쏘아붙일 수는 없었다.


이 상황을 재미있게 지켜보던 론도가 반을 쳐다봤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우린 네 성인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단다.”


반 역시 이들이 자신을 왜 부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커비가 옆에서 하루 종일 이야기해대니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보나 마나 3장로가 반대했겠군, 나머지 장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모양이고.’


자신의 나이. 반은 그것이 가장 문제가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여기가 스트라페였다면 나이 따윈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그곳은 철저히 능력을 우선하는 가문이니까. 하지만 이곳은 벨리아였다. 아니 다른 어떤 가문을 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었다.


12살짜리 어린아이를 가문의 정식 기사로 인정하는 가문은 없을 테니까.


‘뭐, 나야 큰 욕심이 없는데.’


오히려 지금 전사로 인정받는다면 다른 전사들의 반발을 살 우려가 있었다. 반과 함께 사냥을 떠났던 전사들이야 반의 실력을 눈으로 봤다지만, 다른 대다수의 전사들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을 전해들었을 뿐이니까.


따라서 벨리아 마을을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반으로서는 피해야 할 일. 마을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것은 천천히 해나가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


“저는, 아직 다른 전사들처럼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말을 고르고 있는 론도에게 들려온 반의 갑작스러운 대답. 이 대답을 들은 론도는 깜짝 놀랐다. 아니, 무칸과 에밀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종일관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던 무칸은 놀란 표정으로 반에게 말했다.


“그 말은 전사로 인정받지 못해도 좋단 이야기냐?”


“물론 저도 이 마을에 있으면서 전사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좀 더 수련을 쌓은 후여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아이일수록 자신의 욕심에 더 솔직한 법. 벨리아 마을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빨리 전사로 인정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반의 대답은 그런 아이다움을 벗어나 있었다. 단순히 말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표정에서 역시 아쉬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로 괜찮다는 표정. 론도는 그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역시 이 아이는 남다르군. 다른 아이들이라면 떼를 써서라도 시켜달라고 조를 텐데······.’


론도는 자신이 보아온 반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늘 수련장에서 살다시피 했던 반의 모습이 론도의 머리에 떠올랐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혹독한 훈련. 그 속에서도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하던 반의 모습.


‘어쩌면 이자벨라님의 유언을 지키며 사는 삶이 정말 끝날지도 모르겠군······.’


장로들이 반을 보고 있는 동안, 반 역시 장로들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지금쯤 이야기하면 되겠군.’


사실 반에게 전사의 명예 같은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영원히 벨리아에 있을 것도 아니고 전사로 인정받아도 그만, 못 받아도 그만이었다. 오히려 그보다 얻어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장로들의 놀란 표정을 보니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래 하나를 거절하고 나면 연달아 거절하기가 미안해지는 법. 반은 장로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그게 뭐냐?”


부탁이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에밀리가 표독스러운 눈으로 반을 쳐다봤다.


‘저 여자는 지치지도 않나?’


에밀리의 태도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반이었으나, 겉으로 드러낼 만큼 어리숙하지 않았다. 원수나 다름없는 쿤드를 대할 때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반이 고작 에밀리에게 본심을 들킬 리가 없었다.


“제가 처음 사냥한 벨롭의 가죽이니, 가죽을 팔러 갈 때 따라가고 싶습니다.”


벨리아에서는 필요한 물자를 구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도시에 나가 사냥품들을 팔곤 했다. 그 일정에 반이 끼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반이 말하자 에밀리가 반대를 하고 나섰다. 반은 이제 놀랍지도 않았다.


“너는 적어도 10년간 이 마을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을 텐데? 도시에 나가면 도망칠 생각이 아니더냐?”


물론 에밀리가 이렇게 반대할 건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이렇게까지 생각대로 움직여주니 반은 조금 놀라울 지경이었다.


“물론 안된다고 하신다면 가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3장로님의 말씀을 들으니 서운하네요. 저는 이 마을의 일원이 되고 싶었는데, 이토록 믿지 못하신다니······”


말을 마친 반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에밀리의 말이 정말로 서운하다는 듯, 어깨까지 축 늘어뜨린 반의 모습.


누가 봐도 불쌍해 보이는 그 모습에 무칸은 쌀쌀맞은 말을 꺼낸 에밀리를 흘겨봤다.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지 않냐는 의미가 가득 담긴 눈빛이었다. 물론 에밀리는 무칸의 눈빛을 필사적으로 못 본 체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반이 듣고 싶던 이야기를 꺼낸 건 론도였다.


“그 정도는 괜찮지 않겠습니까? 3장로님.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다른 전사들과 함께 가는 것인데요.”


무칸 역시 거들었다.


“나 역시 처음 사냥에 성공하고 도시에 갔던 때가 떠오르는군.”


제법 감상적인 태도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무칸. 태생적으로 용맹한 전사인 무칸에게 자신이 처음 마물을 쓰러트렸을 때를 생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딱딱했던 무칸의 표정이 풀어졌다.


‘이거 일이 잘 풀릴 수도 있겠는데?’


에밀리야 반대할 게 분명하고, 론도는 허락했으니, 남은 것은 무칸. 그런 무칸의 표정이 밝아진다는 건 좋은 징조였다.


기다리는 반을 앞에 두고 세 장로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좋다. 다음 일정에 너도 따라가거라. 단, 네가 도망치면 커비 역시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에밀리가 마지못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하지만 내용은 승낙. 반이 기다리던 대답이었다.


커비를 들먹이는 협박이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승낙은 승낙.


‘내가 설령 도망간다 그래도 커비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참.’


물론 이런 생각과 다르게 반의 대답은 더없이 공손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3장로님께서 걱정하시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거야 보면 알 일이지, 나가보거라.”


에밀리는 반이 더는 보기 싫은지 말이 끝나자 마자 나가는 말부터 꺼냈다. 반으로서도 원하는 걸 얻었으니 더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공손히 인사를 남기도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반.


어찌 됐건 아키바 사막을 떠나는 건 4년 만이었다. 기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찾을 것도 있고.’


무언가를 떠올리며 커비와 로지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반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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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 정보국의 습격 +2 20.10.16 383 9 12쪽
29 28화. 반과 프리네 +1 20.10.14 355 7 12쪽
28 27화. 벨리안의 흉갑(2) +1 20.10.13 396 8 13쪽
27 26화. 벨리안의 흉갑 +2 20.10.10 445 8 14쪽
26 25화. 새벽의 축제 여관 +1 20.10.08 452 4 14쪽
25 24화. 메디나로 가는 길 +2 20.10.07 492 7 13쪽
» 23화. 벨리아의 성인식 +1 20.10.06 537 7 12쪽
23 22화. 마물 사냥(2) +1 20.10.03 588 8 12쪽
22 21화. 마물 사냥 +2 20.10.02 614 8 12쪽
21 20화. 일족의 마을 +1 20.09.30 642 8 12쪽
20 19화. 세르갈의 신력 +1 20.09.29 664 6 12쪽
19 18화. 커비와 로지 +1 20.09.28 719 6 15쪽
18 17화. 생존 훈련의 시작과 끝 +2 20.09.27 759 7 12쪽
17 16화. 엘린과의 담판 +1 20.09.25 745 7 12쪽
16 15화. 근신(2) +1 20.09.24 754 8 12쪽
15 14화. 근신 +2 20.09.23 741 7 11쪽
14 13화. 교류전(6) 20.09.22 749 9 12쪽
13 12화. 교류전(5) 20.09.21 742 8 14쪽
12 11화. 교류전(4) 20.09.18 744 9 12쪽
11 10화. 교류전(3) 20.09.17 902 6 14쪽
10 9화. 교류전(2) 20.09.16 798 8 13쪽
9 8화. 교류전(1) +1 20.09.15 848 6 12쪽
8 7화. 순혈의 방 20.09.12 894 6 13쪽
7 6화. 다가오는 교류전 20.09.10 868 8 12쪽
6 5화. 스트라페의 헬키움(4) 20.09.09 926 8 12쪽
5 4화. 스트라페의 헬키움(3) 20.09.08 944 6 15쪽
4 3화. 스트라페의 헬키움(2) 20.09.04 1,088 8 13쪽
3 2화. 스트라페의 헬키움 +1 20.09.03 1,123 11 13쪽
2 1화. 스트라페의 사생아 +1 20.09.02 1,283 10 14쪽
1 프롤로그 +4 20.09.02 1,580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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