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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준 책방

철혈가문 사생아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에이치아이
작품등록일 :
2020.09.02 11:30
최근연재일 :
2020.10.16 22:2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2,782
추천수 :
227
글자수 :
173,902

작성
20.09.18 23:47
조회
744
추천
9
글자
12쪽

11화. 교류전(4)

DUMMY

갑작스럽게 성사된 반과 프리네의 대결.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반은 당혹스러웠다. 설마 카진이 이 말도 안 되는 싸움을 요청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류전에서 나이가 다른 아이들을 대결시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 한 살 차이도 아닌 두 살 차이라니.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8살의 반과 10살의 프리네.


심지어 프리네는 마법 명가 셀시아에서도 한 손가락에 꼽히는 천재였다. 때문에 관중들은 이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람을 감추지 않았다.


와아아아!


물론 놀람을 감추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열광하고 있다는 일. 관객들은 카진이 가리킨 반을 쳐다보며 함성을 보내왔다.


반은 이렇게 된 이상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헬키움의 책임자인 카진이 명한 이상, 반은 싫더라도 싸워야만 했다.


그러느니, 당당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나았다. 그것이 스트라페에 어울렸으므로.


때문에 반은 관객들의 함성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반의 태연한 자세에 경기의 진행을 맡은 카린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도 놀라지 않는군. 8살짜리 어린아이의 태도가 아니다. 이게 시라님이 반을 처리하려는 이유인가.’


자신 역시 한명의 스트라페로서 반의 당당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으나, 본가의 명령은 절대적인 것. 카린은 불편한 마음을 애써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반이 서서히 무대로 올랐다. 그런 반의 모습을 바라보며 카진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조카야, 한 번 네 실력을 보자구나.’


카진. 그가 이 말도 안 되는 싸움을 붙인 이유는 물론 프리네를 꺾어 스트라페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반의 실력을 한번 보고 싶었던 이유가 더 컸다.


그리하여 반은 프리네와 싸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무대로 올라오는 반을 쳐다보던 프리네가 말을 걸어왔다.


“‘베르트람’ 안녕?”


프리네의 인사를 듣는 반의 입에서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것 때문에 싸움을 수락한 거였나.’


반이 생각한 것처럼 프리네가 싸움을 받아들인 이유는 전적으로 반이 엊그제 한 거짓말에 있었다.


자신의 눈을 피하지 않던 소년. 그 소년의 경기가 오늘의 첫 번째 경기라고 하여 실력이나 보자하고 기다렸더니, 전혀 다른 아이가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그때 프리네가 느낀 감정은 괘씸함 그 자체였다.


어제 자신에게 보인 그 태도는 둘째 치고 이름까지 속이다니.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던 차에 카진이 싸움을 제안한 것이다. 프리네로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저 괘씸한 녀석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줄 좋은 기회가 이렇게 빨리 찾아오다니. 오히려 기쁠 정도였다.


이런 이유로 괘씸한 소년 반과 반을 혼내줄 생각으로 가득한 프리네가 마주 서게 되었다.


두 아이가 서로를 마주보자 곧이어 대결의 시작을 알리는 호각소리가 들려왔다.


삐익!


관중들은 모두 반이 시작과 동시에 달려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작을 알리는 호각소리에도 불구하고 꿈쩍 않고 서 있는 반.


다른 아이들과 다른 반의 모습에 관중들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반이 프리네를 향해 말했다.


“프리네, 최선을 다해 덤벼라.”


무대로부터 거리가 멀어 관중들은 반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듣지 못했다. 하지만 무대에 가까이 앉아 있던 교관들과 교사들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어린아이의 섣부른 자만심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허황된 발언.


프리네와 싸운 어느 누구도 저런 말을 한 적 없었다. 하물며 두 살이나 어린 아이가 저런 오만한 말을 할 줄이야.


이야기를 들은 루니아의 교사들은 얼굴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그건 프리네 역시 마찬가지.


그녀의 앙증맞은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다.


“까불지마!!”


프리네는 반에게 쏘아 붙인 후, 곧 바로 마법을 영창했다.


“화염구!!”


베르트람을 상대했던 코빈 역시 사용했던 기술. 하지만 코빈의 기술과는 달랐다. 프리네의 화염구는 코빈이 만들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빨랐다.


순식간에 반을 향해 쏘아져 나가는 불덩어리. 반은 달려들던 몸을 반사적으로 뒤틀며 화염구를 향해 검을 뻗었다.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


쾅!


마나를 잔뜩 머금은 반의 검이 화염구와 충돌하자 작은 폭발음이 울렸다.


‘헛.’


가볍게 화염구를 막아낸 반은 다급한 숨소리를 삼켜야 했다. 화염구를 쳐내자, 뒤에 숨어 있던 작은 화염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반은 다급히 몸을 한 번 더 꺾으며 작은 화염구를 비껴쳤다.


쾅!


다시 한 번 울려퍼지는 폭발음. 반은 가까스로 폭발을 벗어났다. 그런 반을 보며 씨익 웃는 프리네.


프리네의 웃음을 보며 반은 생각을 수정해야 했다. 이 싸움 만만히 볼 수 없다.


‘일부로 프리네를 흥분시키기 위해서 도발한 거였는데, 화를 내면서도 마법을 감추다니. 어렸을 때부터 보통 괴물이 아니었군.’


하지만 마법사와의 싸움에서 가만히 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반은 다시 한 번 프리네를 향해 달려들었다.


“불의 장벽!”


앞의 경기에서도 펼친 바 있는 프리네의 기술. 반의 앞을 가로 막는 거대한 불의 장벽이 생겨났다.


‘우회할 곳은 왼쪽, 아니면 오른쪽. 하지만 어느 쪽도 함정이다.’


카진은 반이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했다. 뛰어난 전사는 싸우면서도 언제나 생각을 게을리 하지 않는 법. 지난 경기에서 이미 본 연계 공격을 반은 어떻게 피할 것인가.


‘정면으로 돌파한다!’


반의 눈에는 이미 투지가 가득했다. 반 역시 일단 싸움에 들면 물러서지 않는 스트라페의 전사였으니까.


반의 몸에서 마나가 방출됐다. 마법으로 인한 충격을 막아내기 위한 기사들의 방법이었다.


쾅!


프리네는 반이 불의 장벽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나오자 한순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천재 중 천재. 곧바로 다음 마법을 펼쳐 냈다.


“불의 송곳!”


프리네가 주문을 외우자, 반의 발밑에서 거대한 불의 송곳이 튀어 올라왔다. 앞서 제론이 당했던 연계공격이 반을 향해 그대로 쏟아지고 있었다.


‘아까 썼던 기술이군.’


반은 자신을 향해 솟아나는 불의 송곳을 피해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반의 모습을 본 프리네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자신의 다음 주문이면 반은 착지할 곳을 잃게 될 테니.


하지만 프리네는 몰랐다. 공중에 몸을 띄운 반이 눈으로는 여전히 자신을 쫓고 있다는 것을.


‘저 표정을 보니, 아까의 기술을 그대로 쓰겠네.’


“그리스!!”


반의 예상대로 반이 착지할 곳을 향해 미끄러운 기름이 펼쳐졌다. 피할 곳이 없는 상황!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관중들은 모두 경기가 끝났음을 직감했다.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프리네의 연계공격이 곧 반을 덮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진의 생각은 달랐다. 관중들이 반이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카진은 반의 눈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의 눈빛. 그 속에 담긴 것은 패배나 당황과는 거리가 멀었다. 담담함. 한없이 고요한 눈빛만이 거기 있었다. 평생을 싸움 속에서 살아온 베테랑 기사들이나 가질 법한 평정심이 저 작은 아이한테서 느껴졌다.


‘저 녀석은 정말로 세르갈 신께서 선택한 아이란 말인가.’


카진이 반에 대한 감상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경기는 급박하게 흘러갔다.


공중에 뛰어 올랐던 반의 몸이 바닥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짧은 순간 반은 검에 마나를 있는 힘껏 불어 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지면을 향해 검을 내리 꽂는 반.


기름이 가득 깔려 피할 곳 없어 보였던 바닥에 검이 한 자루 우뚝 박혀 있었다. 반은 그 검을 잡고 서 있었다. 그냥 떨어졌다면 미끄러졌겠지만, 의지할 수 있는 손잡이를 스스로 만든 셈.


프리네가 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깐 당황하는 사이. 반의 다음 동작이 이어졌다.


다리를 통해 마나를 방출시키며 박혀 있는 검을 박차고 반이 날아올랐다. 반의 착지점은 기름 밖 안전지대. 가볍게 착지한 반이 곧바로 프리네를 향해 달려들었다.


‘거리는 열 걸음 정도인가.’


둘 간의 거리는 이제 고작 열 걸음. 깜짝 놀란 프리네가 황급히 마나 쉴드를 만들어 냈다.


“마나 쉴드!!”


두 겹으로 펼쳐지는 푸른 방어막. 프리네가 두 개의 마법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2성 마법사임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반에게 아무 상관없었다.


호아킨이 초를 부술 때 그러했던 것처럼, 반은 주먹을 통해 마나를 폭발시켰다.


쾅!


반의 주먹질 한 번에 부서져 나가는 마나 쉴드. 이제 반의 앞을 막아서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관중들. 아니 헬키움의 교관들과 루니아의 교사들 까지도.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이 어린 꼬마가 셀시아의 자랑, 프리네를 이겼다는 것을.


마나 쉴드가 부서지며 그 충격파로 기절한 프리네를 향해 셀시아의 의료진이 황급히 뛰어갔다. 그에 비해 그 자리에 굳건히 서있는 반. 승자는 명확했다.


이 믿기 힘든 상황에, 반의 승리를 선언해야하는 카린 마저 잠시 자신의 역할을 잊은 듯 멍하니 서있었다. 이 침묵을 깬 것은 관중들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어느 때보다 큰 함성이 들려왔다. 역대 교류전을 모두 통틀어도 이보다 큰 함성이 있었을까 싶은 거대한 함성. 그리고 사방에서 기자들이 카메라의 플래시를 터트렸다. 마법을 통해 사진을 찍는 이 고가의 아티팩트가 뿜어내는 빛으로 반의 모습이 가려질 정도였다.


이제 내일이면 온갖 신문과 소식지들이 반 이니그람 스트라페라는 철혈 가문의 새로운 천재의 탄생을 알릴 것이다. 줄곧 온갖 소문들만 가득했던 반의 실력이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에 큰 인상을 남긴 반은 무대에 올라갔을 때처럼, 아니 그보다 더 담담하게 무대를 내려왔다.




-



반과 프리네의 대결로 오늘 예정된 경기가 모두 끝이 났다. 내일과 모레도 대결이 펼쳐질 것이지만 지금 관중들의 머릿속에는 반의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예상했던 사람이 예상했던 결과를 내는 것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내는 것은 극히 드문 일. 때문에 8살의 어린 소년이 셀시아의 프리네를 이겼다는 사실은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런 화제의 주인공인 반은 정작 태연했다.


‘프리네의 실력이 생각보다 뛰어나서 위험할 뻔 했다. 더 열심히 수련해야겠군.’


승리 후에도 태연한 이 어린 조카를 보며 카진은 자꾸만 자신의 형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쿤드. 자신이 지켜본 사람 중 가장 뛰어난 기사. 그런 형의 모습을 카진은 요즘 반에게서 보고 있었다.


그날 밤, 카진의 집무실에는 늦게 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그의 형에게 곧장 전달되는 정기 서신. 헬키움에서 눈에 띄는 아이를 알리는 이 편지에 반의 이야기가 빼곡하게 적혔다.


카진이 오늘 본 반의 눈빛, 반이 보여준 담담한 태도, 그리고 어딘지 아직도 숨긴 실력이 있는 것 같다는 사실까지도.


이 편지는 날이 밝으면 헬키움을 떠나 사막성으로 전해질 터였다. 오늘 반이 보인 활약이 각종 신문을 통해서 세상에 전해지는 것처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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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 정보국의 습격 +2 20.10.16 383 9 12쪽
29 28화. 반과 프리네 +1 20.10.14 355 7 12쪽
28 27화. 벨리안의 흉갑(2) +1 20.10.13 396 8 13쪽
27 26화. 벨리안의 흉갑 +2 20.10.10 445 8 14쪽
26 25화. 새벽의 축제 여관 +1 20.10.08 453 4 14쪽
25 24화. 메디나로 가는 길 +2 20.10.07 492 7 13쪽
24 23화. 벨리아의 성인식 +1 20.10.06 537 7 12쪽
23 22화. 마물 사냥(2) +1 20.10.03 588 8 12쪽
22 21화. 마물 사냥 +2 20.10.02 614 8 12쪽
21 20화. 일족의 마을 +1 20.09.30 642 8 12쪽
20 19화. 세르갈의 신력 +1 20.09.29 664 6 12쪽
19 18화. 커비와 로지 +1 20.09.28 720 6 15쪽
18 17화. 생존 훈련의 시작과 끝 +2 20.09.27 759 7 12쪽
17 16화. 엘린과의 담판 +1 20.09.25 745 7 12쪽
16 15화. 근신(2) +1 20.09.24 754 8 12쪽
15 14화. 근신 +2 20.09.23 741 7 11쪽
14 13화. 교류전(6) 20.09.22 749 9 12쪽
13 12화. 교류전(5) 20.09.21 742 8 14쪽
» 11화. 교류전(4) 20.09.18 745 9 12쪽
11 10화. 교류전(3) 20.09.17 902 6 14쪽
10 9화. 교류전(2) 20.09.16 798 8 13쪽
9 8화. 교류전(1) +1 20.09.15 848 6 12쪽
8 7화. 순혈의 방 20.09.12 894 6 13쪽
7 6화. 다가오는 교류전 20.09.10 868 8 12쪽
6 5화. 스트라페의 헬키움(4) 20.09.09 927 8 12쪽
5 4화. 스트라페의 헬키움(3) 20.09.08 945 6 15쪽
4 3화. 스트라페의 헬키움(2) 20.09.04 1,089 8 13쪽
3 2화. 스트라페의 헬키움 +1 20.09.03 1,123 11 13쪽
2 1화. 스트라페의 사생아 +1 20.09.02 1,284 10 14쪽
1 프롤로그 +4 20.09.02 1,580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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