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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준 책방

철혈가문 사생아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에이치아이
작품등록일 :
2020.09.02 11:30
최근연재일 :
2020.10.16 22:2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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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92
추천수 :
227
글자수 :
173,902

작성
20.09.10 23:43
조회
868
추천
8
글자
12쪽

6화. 다가오는 교류전

DUMMY

9월.


헬키움을 포함하는 동부 관문 도시, 사마라의 날씨도 겨울을 향해 가고 있었다.


사막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낮과 밤의 일교차를 통해 다가오는 계절을 느낄 수 있다. 낮에는 끓는 듯 덥다가도 밤이 되면 얇은 옷으로는 추위를 막을 수 없을 만큼 기온이 뚝뚝 떨어지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차가워지는 밤 기온과 다르게 요즘 사마라는 활기찬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바로 스트라페와 셀시아의 교류전. 그 일정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매년 스트라페와 셀시아의 영토를 번갈아 가며 개최되는 교류전. 대륙에서 손꼽히는 두 명가의 행사인 만큼 교류전을 보기 위해 모여드는 여행객까지 있을 정도였다.


고작 어린아이들의 싸움 가지고 무슨 구경거리가 되겠어?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었지만, 스트라페의 검과 셀시아의 마법. 이 둘이 싸운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의 관심이 쏟아지기에 충분했다.


대륙의 역사서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이름이 껴있다는 말을 듣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두 가문이었으니까.


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교류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곤 했다.


천재들의 각축장.


온갖 천재들이 모여있다는 두 가문인 만큼 교류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곧, 세상의 인정을 받는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교류전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아이들은 종종 각종 신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은 눈에 불을 켰다. 세상에 이름을 날리고 싶지 않은 아이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올해 스트라페 헬키움에는 이 천재들의 각축장에 관심 없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반 이니그람 스트라페. 이미 여러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진 이 작은 천재는 그저 지금 조금 귀찮을 뿐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자신을 바라보는 삼인방 때문이었다.


“반 님. 그래서 생존 훈련에선 왜 불을 켜면 안 되는데요?”


이 녀석들은 일어나자마자?


황당한 표정이 반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자신의 입으로 오늘 말해주겠다고 실컷 놀린 만큼 이젠 대답을 해주어야 할 때.


반은 기지개를 켜 잠을 몰아내며 입을 열었다.


“뭐, 큰 이유가 있는 건 아니야.”


기대와 다른 대답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삼인방. 잔뜩 기다리게 만들어놓고 큰 이유가 아니라니?


하지만 이어지는 반의 말에 삼인방은 불을 켜지 말라고 한 이유를 수긍할 수 있었다.


“낮에 불을 켜면 다른 녀석들이 너희 위치를 찾을 수 있고, 밤에 불을 켜면 마수들이 너희에게 몰려들 테니까. 잊지마. 생존 훈련에서는 모두가 경쟁자야.”


반의 말대로, 철혈 가문에선 모두가 경쟁자였다. 생존 훈련은 철혈 가문의 그런 측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훈련.


정신력과 생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치러지는 생존 훈련은 세 기수를 동시에 평가한다.


한마디로 8~10살의 아이들을 묶어놓고 평가한다는 것. 얼핏 보면 불공평해 보이는 이 방식이 자리 잡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당연하지만 협력, 배려. 선배 기수에게 이런 것을 배우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단지 8살짜리들끼리 생존 훈련을 진행한 결과, 사망률이 너무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미 생존 훈련을 경험한 선배 기수들의 행동을 훔쳐 배워서라도 살아남을 것. 이것이 생존 훈련에서 8살짜리들에게 요구하는 것이었다.


‘뭐 아직 생존 훈련까진 두 달 정도가 남았지만, 얘들이 긴장하고 더 열심히 하면 좋은 거지.’


반의 의도가 통했는지, 삼인방. 특히 루카스는 이 날 훈련에서 눈에 띄게 열심히였다.


퍽!

“루카스! 고작 그 정도로 누워 있을거냐! 일어나!”


“예!!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교관의 폭력에 가까운 지도에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상황!


‘······어쩌면 루카스가 전생에 강해졌던 이유는 동기부여가 잘되는 바보여서가 아닐까?’


전생에선 루카스와 그렇게 교류가 많지 않았다. 덕분에 그저 평민 출신이지만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강직한 기사, 정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 루카스를 겪으면 겪을수록 반은 평가를 수정해야 했다. 착하지만 조금은 바보······정도로.


-


비슷한 시각, 카진은 집무실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 앞에는 선임교관 카린과 현재 업무가 없는 교관 몇이 앉아 있었다.


헬키움을 책임지는 카진과 50여 명의 교관들은 최근 부쩍 고민이 많았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다가오는 교류전 때문이었다. 스트라페와 셀시아의 자존심 싸움.


대륙의 많은 이권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하는 두 가문에게 있어, 장차 가문을 이끌 후계자들 간의 대결은 지고 싶지 않은 싸움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카진은 교류전에 나갈 아이를 선발하는데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 역시 헬키움을 책임지는 총교관이기 이전에, 스트라페의 직계 혈통이었으니까.


마치 ‘우리 아이가 더 잘났지?’를 자랑하고 싶은 삼촌의 마음.


그래서 이렇게 교관들을 불러모아 그들의 의견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교관들은 각자 아이들을 추천해 보도록.”


카진의 말에도 불구하고 교관들은 먼저 말하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 있게 추천했는데 교류전에서 덜컥 참패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리고 자신의 눈에 뛰어나 보이는 아이는 다른 이의 눈에도 뛰어나 보이는 법. 하물며 그것이 검술 실력에 대한 것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다만 남들이 먼저 말해주기를 기다릴 뿐.


그런 이유로 다들 카진의 눈을 피하고 있었으나, 카린은 미쳐 그 눈길을 피하지 못했다.


교류전에 나갈만한 아이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른 교관들이었다면 그저 반을 떠올리고 말았겠지만, 카린에게는 최근에 받은 임무가 있었다.


교류전에서 시작해 임무에까지 생각이 미친 카린. 때문에 자신을 응시하는 총교관의 시선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그런 속내를 들킬 수 없는 카린은 누구를 내보낼지 고민하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는 역시 현재 14살인 생도 중에서는 엘린, 12살에서는 호아킨, 그리고 8살에서는 베르트람이나 반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나이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거 같아요.”


지극히 교과서적인 대답. 스트라페의 핏줄 아래 태어난 이상, 같은 나이에서는 적수를 찾기 힘든 게 당연했다. 앞서 말한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


끄덕. 끄덕.


다른 교관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카진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다만 다른 나이대에서 누구를 고를지가 고민이었다.


그 때,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교관 루인이 말했다.


“다른 나이대에서는 제롬이나, 한나가 제법 뛰어납니다. 그 아이들을 내보내시죠. 그보다 문제는 셀시아의 프리네를 상대로 누구를 내보내야 할까요?”


프리네라는 단어를 들은 교관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프리네 라 셀시아. 마법 천재들의 가문 셀시아에서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미친 재능을 타고난 소녀의 이름이었다. 8살 때부터 교류전에서 번번이 스트라페에 참패를 안긴 소녀.


그렇기에 카진은 이번 교류전에서 만큼은 프리네를 꺾고 싶었다. 하지만 같은 나이의 아이들을 맞서게 하는 것이 교류전의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14살인 엘린이나 12살인 호아킨을 프리네와 싸우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설사 이긴다 하더라도 세간의 비웃음거리가 될 게 분명할 터.


교관들의 의논을 거친 결과, 대략적인 명단이 추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프리네를 상대로 자신 있게 내보낼만한 아이가 없었다.


하긴 지난 2년 동안 뾰족한 수가 없었는데, 갑작스레 방법이 생길 리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이는 다 함께 먹는 것이니까.


“흠, 그럼 좀 더 생각해보고 없으면 아까 이야기한 그대로 하지.”


결국 석연치 않은 부분을 남긴 채로 회의가 끝났다.


그때, 카진에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서려는 루인을 카진이 불러세웠다.


“아 참, 루인. 반과 베르트람을 불러오도록.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니까.”



-


방금 전까지 교관들이 채우고 있던 카진의 집무실에 반과 베르트람이 서 있었다.


둘 모두 바보가 아니기에 자신들이 왜 이 자리에 불려왔는지 알 수 있었다.


반은 별생각이 없었으나, 베르트람의 표정은 기대로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베르트람 본인만 모를 뿐, 카진과 반은 그런 베르트람의 표정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덕분에 반은 헛웃음이 나왔다.


‘자식, 역시 제법 귀여운 구석이 있단 말이야.’


전생에서야 괴롭힘 때문에 베르트람을 좋아하지 않았으나, 이번 생에선 달랐다. 자신에게 분한 감정, 두려운 감정, 속상한 감정 등의 온갖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베르트람이 밉지 않았다.


베르트람이야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생에서부터 온갖 감정을 눌러 담는데 익숙한 반이 보기엔 달랐다. 베르트람의 솔직함은 어쩔 수 없는 성격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함을 드러내는 아이만큼 귀여운 게 세상에 또 있을까. 반은 지금 기대하고 있는 베르트람의 모습이 귀여울 따름이었다.


‘어차피 나는 상관없으니, 베르트람에게 양보해줄까.’


자신이야 실전에서 마법을 충분히 겪어 보았으니 상관없지만, 베르트람에겐 분명 큰 공부가 될 터. 반은 베르트람에게 교류전을 떠넘기기로 마음먹었다.


“총교관님. 무슨 일로 저희를 부르신지 압니다. 저보다는 베르트람을 내보내 주세요.”


반의 말을 들은 베르트람의 눈이 커졌다.


얘가 나한테 왜······ 하는 마음이 숨김없이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카진은 카진대로 놀라고 있었다. 카진은 쿤드를 제외하면 반의 본심을 본 유일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반이 가려는 길에 얼마나 많은 활약이 필요한 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교류전은 세간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반이 이를 이렇게 쉽게 포기할 줄 몰랐다.


‘그때 그런 모습을 보여서 기대했건만, 아직은 어린아이인가?’


한순간 카진의 얼굴을 스쳐 지나간 실망의 기색을 읽었기 때문일까, 반은 몇 마디 말을 덧붙였다.


“저에게 이번 교류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총교관님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는요.”


이번 교류전?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다음 교류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로도, 아니면 교류전보다 더 큰 것을 노리고 있다는 말로도 들렸다.


둘 중 어느 것이든, 그것으로 충분했다. 카진은 반이 기회를 놓치는 것도, 그저 물렁한 마음으로 양보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그것으로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좋다. 그럼 베르트람 네가 이번 교류전에 나가거라. 이상.”


“예.”


방을 나와 복도를 걷는 반에게 베르트람이 말을 걸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듯 말꼬리가 늘어졌다.


“저······, 반. 양보해줘서 고마워.”


그 모습에 반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말 자신에겐 큰일이 아니었으니까.


‘어차피, 교류전에서 이긴 것 정도로는 스트라페에서 아무런 성과도 되지 못한다. 그건 그저 평균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베르트람에게 빚을 하나 지워둬서 나쁠 건 없었다. 또 그편이 놀리는 재미도 더 있으니까.


“베르트람. 고맙다는 말이 정말이면, 너 나한테 하나 빚진거다?”


“으..응? 알겠어.”


이렇게 베르트람은 뜻밖의 빚을 하나 지게 되었다. 딱히 받으려는 사람이 없는 조금 이상한 빚이었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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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 정보국의 습격 +2 20.10.16 384 9 12쪽
29 28화. 반과 프리네 +1 20.10.14 356 7 12쪽
28 27화. 벨리안의 흉갑(2) +1 20.10.13 396 8 13쪽
27 26화. 벨리안의 흉갑 +2 20.10.10 446 8 14쪽
26 25화. 새벽의 축제 여관 +1 20.10.08 453 4 14쪽
25 24화. 메디나로 가는 길 +2 20.10.07 493 7 13쪽
24 23화. 벨리아의 성인식 +1 20.10.06 537 7 12쪽
23 22화. 마물 사냥(2) +1 20.10.03 589 8 12쪽
22 21화. 마물 사냥 +2 20.10.02 614 8 12쪽
21 20화. 일족의 마을 +1 20.09.30 643 8 12쪽
20 19화. 세르갈의 신력 +1 20.09.29 664 6 12쪽
19 18화. 커비와 로지 +1 20.09.28 720 6 15쪽
18 17화. 생존 훈련의 시작과 끝 +2 20.09.27 759 7 12쪽
17 16화. 엘린과의 담판 +1 20.09.25 745 7 12쪽
16 15화. 근신(2) +1 20.09.24 755 8 12쪽
15 14화. 근신 +2 20.09.23 741 7 11쪽
14 13화. 교류전(6) 20.09.22 749 9 12쪽
13 12화. 교류전(5) 20.09.21 742 8 14쪽
12 11화. 교류전(4) 20.09.18 745 9 12쪽
11 10화. 교류전(3) 20.09.17 902 6 14쪽
10 9화. 교류전(2) 20.09.16 798 8 13쪽
9 8화. 교류전(1) +1 20.09.15 848 6 12쪽
8 7화. 순혈의 방 20.09.12 894 6 13쪽
» 6화. 다가오는 교류전 20.09.10 869 8 12쪽
6 5화. 스트라페의 헬키움(4) 20.09.09 927 8 12쪽
5 4화. 스트라페의 헬키움(3) 20.09.08 945 6 15쪽
4 3화. 스트라페의 헬키움(2) 20.09.04 1,089 8 13쪽
3 2화. 스트라페의 헬키움 +1 20.09.03 1,123 11 13쪽
2 1화. 스트라페의 사생아 +1 20.09.02 1,284 10 14쪽
1 프롤로그 +4 20.09.02 1,582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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