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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준 책방

철혈가문 사생아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에이치아이
작품등록일 :
2020.09.02 11:30
최근연재일 :
2020.10.16 22:2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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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93
추천수 :
227
글자수 :
17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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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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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 교류전(1)

DUMMY

헬키움 본관 지하, 일명 순혈의 방.


더 이상 순혈의 방으로 부를 수 없는 이곳에서 훈련한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마나를 움직여 촛불을 끄는 일. 반에게는 손바닥 뒤집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은 이 훈련이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할 줄 아는 것이니까.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반은 생각보다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실패하는 연기가 생각 보다 힘들었던 것이다.


자신의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카진은 8성의 기사. 어설픈 연기로는 그의 눈을 속일 수 없다. 정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실패를 연기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호아킨이 큰 힘이 됐다.


콰직-


“크흑”


반에게 ’실패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호아킨은 하루에도 수십 개씩 초를 박살 내고 있었다.


전혀 아쉽지 않은데도 저렇게 매번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신기할 지경. 호아킨도 스트라페인 이상 남들이 보기엔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있겠지만, 반의 입장에선 아니었다.


반은 호아킨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초를 박살 내야 할지 구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불에서 먼 곳을 부수다가, 점점 불에 가까운 곳으로 가야겠군.’


이리하여 순혈의 방 최초로, 불을 끄는 것이 목표가 아닌 초를 부수는 것이 목표인 훈련이 시작됐다. 어느 정도의 발전 속도를 보여줘야 할지 고민하느라 반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하하, 네가 재능이 있다고 한들 고생 좀 할 거다. 어린 조카야.’


반의 이마가 찌푸려진 이유를 어려움이라고 착각한 카진은 마음속으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로서는 쿤드마저 12살에 성공시킨 이 훈련을 반이 연기하고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사실 이 훈련에서 카진이 해줄 것은 별로 없었다. 애초에 다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스트라페의 혈통들은 가만히 놔두더라도 결국에는 스스로 해내기 마련이다. 때문에 카진의 역할은 지켜보는 것. 누가 가장 뛰어난지를 지켜보고 쿤드에게 보고하는 것이었다.


행동하게 하고 지켜본다. 이것이 다른 가문들은 따라 할 수 없는 스트라페의 교육방식. 천재들만 모인 가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아이의 행동이 기준을 따라오지 못하면 철저히 버림받는다. 이 역시 철혈 가문이라는 스트라페이기에 가능한 일.


이런 교육관 아래, 세 어린 스트라페는 구슬땀 흘리며 훈련을 계속하고 있었다.


땡. 땡. 땡.


총 세 번의 종소리. 헬키움의 저녁 식사를 알리는 소리였다. 하지만 훈련에 집중한 세 아이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눈을 감은 모습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씨익.


조카들의 모습에 카진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밥은 먹여야 할 터. 카진은 집중한 셋에게 말했다.


“다들 그만. 저녁 식사 시간이다.”


카진이 말을 하고 나서야 시간을 인지한 듯, 눈을 뜨는 셋. 훈련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모습이 영락없는 스트라페의 어린 전사들이었다.


“내일부터 당분간 이 방에 오지 못하겠구나. 엘린과 호아킨은 교류전에 나가니 반드시 이기도록 하고. 반 너는 마법과의 대결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공부가 될 테니 집중해서 지켜보도록. 이상.”


[예.]


세 어린 스트라페는 잘 알고 있다는 듯 담담하게 대답했다. 남들이 다 관심을 쏟는 교류전이라고 해도 이 방에 긴장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호아킨과 엘린은 벌써 몇 번이나 교류전에 참가해왔기 때문이었고, 반은 참가한 적은 없어도 전생에서 몇 번이나 봐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 임무를 거치면서 마법사야 이미 셀 수 없이 만나봤다.


이런 이유로 침착한 분위기를 유지한 가운데 한동안 없을 마지막 훈련이 끝났다.




-


헬키움에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보통 헬키움의 오전 훈련은 체력 단련과 대련을 반복하여 아이들이 쓰러질 때쯤 돼서야 끝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굉장히 이례적인 날이었다.


교관들이 간단한 체조만 시키고 아무 훈련도 안 시키는 게 아닌가.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루카스는 어리둥절했다.


“라길. 오늘은 왜 훈련을 안 시키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러니까 괜히 더 불안해······”


원래 아무리 하기 싫은 일이어도 매일 하다 보면 적응이 되는 법. 루카스는 당연히 시작 되야 할 지옥훈련이 시작되지 않자, 오히려 불안해 했다.


그런 루카스를 돌아보며 라길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아휴, 바보야. 오늘부터 교류전이 시작되잖아. 이따가 셀시아 녀석들이 오니까 오늘은 훈련을 안 하지.”


라길의 대답을 들은 루카스의 얼굴이 밝아졌다. 훈련이 없는 기쁨을 한눈에 보여주는 환한 얼굴.


“그러니까, 교류전 동안은 훈련을 안 한다는 거지!?”


“당연하지. 대결도 하고 연회도 하는데 어떻게 훈련을 하냐?”


둘의 대화를 듣던 삼인방의 마지막 한 명, 마크도 끼어들어 대답을 도와줬다.


드디어 교류전.


스트라페와 셀시아의 자존심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단순히 훈련을 안 해 기분이 좋은 루카스와 달리 헬키움의 곳곳에는 살벌한 기운이 감돌았다.


아키바 사막에 사는 마물들도 자신의 영토는 지키는 법. 셀시아의 방문에 스트라페의 어린 전사들은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세상을 통틀어 라이벌이라고 할만한 두 가문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법.


“셀시아 녀석들이 도착했다!!!”


누군가 들어오며 소리쳤다. 어디에나 있는 소식 옮기기 좋아하는 아이. 평소라면 아이가 외치고 다니는 시답잖은 이야기에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들이 기다리던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호기심 어린 눈빛, 혹은 호승심 어린 눈빛.


‘셀시아의 마법사들이 벌써 도착했네.’


셀시아가 도착했단 소식을 전해 듣는 반의 눈에는 호기심도 호승심도 없었다. 이미 셀시아에서 어떤 녀석들이 올지야 훤히 알았고, 자신은 싸우지도 않을 텐데 호승심은 생기길 리가 없었다.


다만 지금 셀시아에서 오는 마법사들이 전생에서 숱하게 상대했던 인물들이니만큼,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인 그들의 어린 시절이 궁금했다.


‘특히 그녀의 어린 시절은 유독 인상적이었지.’


반이 회상하는 그녀, 셀시아의 프리네. 전생에 수많은 스트라페의 기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홍염의 마녀. 반 역시도 그녀 때문에 죽음의 문턱을 넘을 뻔한 적이 많았다.


그녀의 화염 마법을 상대해 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셀시아의 홍염의 마녀 프리네, 그녀는 괴물이라고.


물론 그녀의 앞에서 그런 별명을 입에 담을 만큼 간 큰 사람은 없었다. 그녀의 본인의 실력은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그녀에겐 셀시아가 있었다. 셀시아 가주의 사랑을 듬뿍 받는 그녀를 적으로 돌린다는 것은 곧 셀시아를 적으로 돌린다는 일.


그런 일을 감수할만큼 간 큰 사람은 세상에 없었다. 아직은 반만이 그 별명을 아는 홍염의 마녀가 지금 헬키움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


헬키움 정문.


커다란 암석을 깎아 정문으로 사용하는 헬키움.


매끈하게 깎아낸 것이 아닌 암석이 지닌 거친 면을 그대로 살린 정문은 헬키움의 기상을 상징했다. 거친 사막의 전사의 용맹함.


하지만 그 기상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조잡해. 우리 셀시아의 수정 정원 출입문 만도 못하네.’


그들의 성격을 닮아서인지, 거칠면서도 단단한 바위 조각을 스트라페는 유독 좋아했다. 반면 셀시아는 마법 명가로 이름 높은 만큼 온갖 화려함을 사랑했다.


때문에 온갖 빛깔의 수정이 끝도 없이 펼쳐진 수정 정원이나, 셀시아의 행사가 진행되는 마법의 회랑은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화려함을 자랑했다.


그런 가문에서 나고 자란 프리네의 눈에 스트라페의 바위 문 같은 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그저 크다 정도의 감상.


‘여긴 어떻게 두 번째 오는 데도 여전하네.’


하지만 그녀도 스트라페에서 인정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입구를 따라 늘어서 있는 교관들. 그리고 그 중앙에 서 있는 카진 포 스트라페. 손님을 맞이하는 친절함을 보이고 있으나, 뿜어져 나오는 투기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가문을 위해서라면 싸움을 결코 마다하지 않는다는 사막의 전사들. 프리네 역시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강함은 인정해야 했다.


카진은 이제 막 정문을 넘어서는 셀시아의 어린 마법사들을 뜯어 봤다. 특히 가장 요주의 인물인 프리네. 카진의 시선을 받은 프리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런 기색을 읽었는지, 한 중년의 사내가 프리네를 등으로 가리며 앞으로 나왔다. 셀시아의 마법사 양성기관, 루니아의 학원장을 맡고있는 페이런 라 셀시아. 방출계 마법의 일인자로 잘 알려진 그가 루니아의 어린 학생들을 인솔해 온 책임자였다.


카진과 페이런. 이미 전장에서 수차례 싸워본 둘의 사이가 좋을 리 없었으나, 어쨋거나 둘은 책임자였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펼쳐질 교류전을 무사히 끝나기 위해서 협력해야 하는 사이.


이 노련한 중년의 기사와 마법사는 짐짓 반가운 인사를 주고 받았다.


“이 먼 동쪽 땅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하하, 숙소를 준비했으니 일단 학생들을 이동시키시죠.”


“고생은요 뭘, 워프 게이트를 타고 왔을 뿐인데요. 허허 환대해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오고 가는 대화의 내용은 평온했으나 둘 사이에 오가는 눈빛까지 평온한 것은 아니었다. 명백한 신경전. 이들의 눈빛만 보아도 앞으로 펼쳐질 일주일간의 교류전이 얼마나 치열할지 벌써부터 보이는 듯했다.



-


루카스는 아까부터 궁금한 것이 많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참다못한 라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왜 또 뭐가 궁금한데, 이 바보야.”


루카스는 라길의 반응이 머쓱했는지 뒷통수를 긁적였지만, 궁금한 걸 더 이상 참을 수는 없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셀시아 녀석들이랑은 언제 싸우는 거야?”


어떻게 이런 걸 모른단 말인가. 루카스의 단순한 질문에 라길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루카스의 질문에 답해준 건 뜻밖에 반이었다. 삼인방을 그저 지켜볼 뿐, 많은 것을 말해주지 않는 반이 오랜만에 답을 해준 것이다.


‘뭐, 어차피 며칠 동안 할 것도 없으니까.’


“루카스. 싸우는 건 삼일 뒤다. 처음 이틀 동안은 함께 수업을 들으며 대 마법학과 대 검술학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3일 차부터 5일 차까지 대결을 하지. 이게 사실상 교류전의 전부고. 나머지 이틀 동안은 연회를 한다.”


반의 친절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는 루카스. 반의 말대로 3일 차부터 치러지는 대결이야말로 교류전의 꽃. 이 대결을 보려고 사람들뿐 아니라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이야기에 목말랐고, 그중 어린 천재의 탄생은 세상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이야기였다.


물론 반은 어서 교류전이 끝나고 다시 수련이나 하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애들 싸움 보는 것보다, 수련이 차라리 더 재밌는데 말이야······.’


반이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옆에서 삼인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내년엔 꼭 대결에 나갈 거야!”


“네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어. 대결에 나가는 건 한 기수에 한 명이라고.”


삼인방의 시끄러운 대화를 피해 눈을 돌리던 반은 베르트람과 눈이 마주쳤다.


올해의 대결을 준비하는 베르트람의 눈에는 투지가 가득했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강렬한 의지.


이처럼 대결을 기대하는 사람, 귀찮아 하는 사람, 투지를 불태우는 사람 등 수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서 스트라페와 셀시아의 교류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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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가문 사생아의 귀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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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 정보국의 습격 +2 20.10.16 384 9 12쪽
29 28화. 반과 프리네 +1 20.10.14 356 7 12쪽
28 27화. 벨리안의 흉갑(2) +1 20.10.13 396 8 13쪽
27 26화. 벨리안의 흉갑 +2 20.10.10 446 8 14쪽
26 25화. 새벽의 축제 여관 +1 20.10.08 453 4 14쪽
25 24화. 메디나로 가는 길 +2 20.10.07 493 7 13쪽
24 23화. 벨리아의 성인식 +1 20.10.06 537 7 12쪽
23 22화. 마물 사냥(2) +1 20.10.03 589 8 12쪽
22 21화. 마물 사냥 +2 20.10.02 614 8 12쪽
21 20화. 일족의 마을 +1 20.09.30 643 8 12쪽
20 19화. 세르갈의 신력 +1 20.09.29 664 6 12쪽
19 18화. 커비와 로지 +1 20.09.28 720 6 15쪽
18 17화. 생존 훈련의 시작과 끝 +2 20.09.27 759 7 12쪽
17 16화. 엘린과의 담판 +1 20.09.25 745 7 12쪽
16 15화. 근신(2) +1 20.09.24 755 8 12쪽
15 14화. 근신 +2 20.09.23 741 7 11쪽
14 13화. 교류전(6) 20.09.22 749 9 12쪽
13 12화. 교류전(5) 20.09.21 742 8 14쪽
12 11화. 교류전(4) 20.09.18 745 9 12쪽
11 10화. 교류전(3) 20.09.17 902 6 14쪽
10 9화. 교류전(2) 20.09.16 798 8 13쪽
» 8화. 교류전(1) +1 20.09.15 849 6 12쪽
8 7화. 순혈의 방 20.09.12 894 6 13쪽
7 6화. 다가오는 교류전 20.09.10 869 8 12쪽
6 5화. 스트라페의 헬키움(4) 20.09.09 927 8 12쪽
5 4화. 스트라페의 헬키움(3) 20.09.08 945 6 15쪽
4 3화. 스트라페의 헬키움(2) 20.09.04 1,089 8 13쪽
3 2화. 스트라페의 헬키움 +1 20.09.03 1,123 11 13쪽
2 1화. 스트라페의 사생아 +1 20.09.02 1,284 10 14쪽
1 프롤로그 +4 20.09.02 1,582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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