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도준 책방

철혈가문 사생아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에이치아이
작품등록일 :
2020.09.02 11:30
최근연재일 :
2020.10.16 22:2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2,778
추천수 :
227
글자수 :
173,902

작성
20.09.09 21:37
조회
926
추천
8
글자
12쪽

5화. 스트라페의 헬키움(4)

DUMMY

그 후로 6개월이 지났다.


헬키움에서의 모든 훈련은 철저히 실전처럼 진행된다. 그리고 모두 기록되어 평가받는다.


이 평가는 향후 헬키움을 졸업하고 첫 임무나 배정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중요했다. 그런 헬키움을 스트라페의 기사들은 ‘평가 지옥’이라고 불렀으나, 반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6개월간 진행된 모든 평가에서 반은 항상 최고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대련은 말할 것도 없고, 작전 수행과 생존, 대 마법 전술, 심지어 예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평가에서 완벽한 점수를 취득한 것이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반은 전생에서 모든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던 정예 중 정예였으니까. 반에게 있어, 이런 기초적 수준의 평가들은 눈 감고도 해치울 수 있는 단순한 일들이었다.


때문에 교관들조차 반을 수업할 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간혹 놓치는 부분이라도 있으면 반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할 땐 복면이나 변장을 통해 모습을 감추는 것뿐 아니라, 스트라페의 검술을 숨기는 것이 중요하다. 검술을 통해 정체가 탄로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들 스트라페의 검술뿐 아니라 다른 가문의 검술도 어느 정도 익혀놓는 것이 좋다.”


“교관님. 정체를 숨겨야 하는 임무에서는 검술뿐 아니라 검신이 넓은 검은 되도록 사용을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요? 검신이 넓은 검은 스트라페의 기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무기니까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관들조차 반을 조금씩 어려워하고 있었다. 생도인데도 자신보다 높은 상관을 마주하는 것 같은 불편함.


교관들조차 이런 상황이니, 같은 생도들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반을 자신들보다 윗사람처럼 대하며 대결하는 일을 피하고 있었다.


오직 베르트람만이 끊임없이 반에게 도전했다. 매번 처참히 당하는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런 반의 활약은 모두 기록되어 스트라페의 본가, 사막성에도 전해졌다.


헬키움에서 전해지는 압도적 기록들을 보면서 가장 초조해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시라 스트라페였다.


시라 스트라페. 대륙의 동부를 아우르는 대가문 스트라페의 안주인이자, 스스로도 8성의 경지에 오른 기사였다. 장차 가문을 이을 9명의 스트라페를 낳은 스트라페의 2인자. 세상에 걱정할 일이 없을 것 같은 그녀지만, 최근 근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반 때문이었다. 가문의 사생아 따위가 그녀의 아들을 이기고 가문의 적자로 인정받는 상황이 되자, 그녀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남편은 이 상황을 은근히 즐기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남들은 모른다고 하여도, 한평생을 함께한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전사들에게 기세란 건 무시할 수 없는 법, 더 늦기 전에 싹을 한 번 밟아놓는다.'


하지만 카진은 명백한 쿤드의 사람. 그에게 부탁하면 쿤드의 귀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반드시 피해야만 했다. 시라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시라 스트라페, 그녀의 결정에 따라 헬키움에는 은밀한 편지 한 통이 전해지게 되었다.


[수신 : 헬키움 선임교관, 카린 페톨]



-


카린 페톨은 사막성에서 전해진 편지를 한 통 받게 되었다.


스트라페에 속한 수많은 가신 가문 중, 페톨 가문은 그렇게 큰 가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7성의 경지에 오른 그녀도 권력에서 떨어진 헬키움의 선임교관이라는 직책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사막성의 안주인에게서 편지가 전해진 것이다.


어쩌면 공을 인정받아 중요한 자리로 가게 될 수도 있는 상황.


꿀꺽······.


카린은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펼쳐보았다.


[반 이니그람 스트라페, 훈련 중 사고를 위장해 비밀리에 진행할 것.]


내용을 읽은 카린의 눈이 커졌다. 그런 그녀의 마음과 관계없이 편지 속 글씨가 서서히 사라졌다. 익숙한 방식.


사라지는 글씨로 전달된 이상, 이는 본가에서 내려온 임무를 뜻한다. 거부할 권리는 없다. 완벽하게 행할 뿐.


‘자연스럽게 처리하려면 헬키움 내부에선 힘들겠네, 외부로 나가는 생존 평가 때 실행한다.’


혹독한 환경에서의 생존력을 평가하는 생존 평가. 어떠한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이 훈련에서 임무를 실행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 판단이었다.



-


자신을 덮쳐 오는 임무를 알 리가 없는 반은 오늘도 개인 훈련장에서 홀로 수련을 하고 있었다.


여러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반 스스로에게는 어떠한 감흥도 없었다. 그저 전생과는 많이 다르구나. 하는 정도의 작은 감회.


반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이 정도로는 닿을 수 없는 곳이었기에 지난 6개월간 반은 한순간도 마음을 놓은 적이 없었다.


다만 한번 더 검을 휘두를 뿐.


쉭- 쉭-


‘전보다 세밀한 마나 컨트롤이 훨씬 잘 되는걸?’


처음에는 잘 몰랐으나, 검을 휘두를수록 반은 자신의 마나 컨트롤 능력이 전생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린아이의 몸이기에 전생에서 내던 속도와 위력은 낼 수 없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배울 수 있는 게 있었다. 몸이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마나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마나의 조절 능력이 전보다 더 좋아진 것이다.


전생에서는 가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이런 기본기들을 연마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나마 재능이 있었기에 7성에 이를 수 있었지, 재능마저 없었다면 일찍이 죽어간 다른 사생아들처럼 이름도 없이 쓰러졌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헬키움의 시간들은 기초를 차분히 쌓을 수 있는 인내의 시간이 되어주었다.


‘휴, 오늘은 여기까지.’


전생에 비밀 임무들을 수행하기 위해 익혀놨던 카바니 가문의 검술을 연습하던 반은 땀을 훔쳐냈다.


반은 요즘 스트라페의 검술뿐 아니라, 전생에서 겉핥기로만 익혀놨던 다른 가문들의 검술을 차분히 연습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시간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검술의 장점을 익히며 지내는 매일이 반은 너무나 달콤했다. 하루하루 강해지는 자신을 보는 게 너무나 즐거웠기 때문이다.



-


반이 기숙사로 돌아왔을 때, 루카스, 라길, 마크는 한창 열띤 논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바보야. 당연히 검이 이기지, 마법사들이 마법을 외우기 전에 해치우면 된다고!”


제법 귀여운 주장을 하는 것이 루카스. 반면 라길은 좀 더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러면 세상에 마법사들이 어떻게 살아있겠냐? 교관님도 마법을 상대할 땐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하셨잖아!”


마크는 라길의 편을 들었으나, 역시 전사로서의 자부심이 담긴 대답을 내놓았다.


“마법도 조심하긴 해야겠지만 그래도 역시 검이 이기지 않을까?”


반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귀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전생에서 온갖 전장을 휩쓸고 다녔던 가문의 수호기사들이 검이니 마법이니 하는 대화라니.


‘귀여운 녀석들.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너희는 자라면서 엄청 강해진다. 평민 출신인데도 검은 모래에 들어가니까.’


반이 회상하는 것처럼, 스트라페의 최정예 기사단인 검은 모래에 들어갈 정도로 이 셋은 강해진다. 전생의 반 만큼이나 높은 성취를 보였던 기사들인 것이다. 지금이야 남들은 물론 자신들도 알 턱이 없겠지만.


반이 카진에게 부탁해서 이들과 같은 방을 쓰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전생에선 다른 형제들의 파벌로 들어가 활약하게 되는 이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싶었다.


카진으로서는 신경 쓸 일도 아니기에 허락해줬지만, 다른 형제들 입장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기사들을 빼앗긴 상황이었다.


“반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검이 이길까요, 마법이 이길까요, 당연히 검이겠죠?”


그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반에게 루카스가 물었다. 반의 동의를 간절히 원하는 표정. 반의 비범함을 옆에서 보아온 이들에게 있어 반의 말은 정답이나 다름없었다.


반은 그 표정을 보며, 진실을 알려줬다.


“더 쎈 놈이 이겨. 검이나 마법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반의 대답에 루카스의 표정이 의기소침해졌다. 반은 그래서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까. 루카스 네가 강해지면 검이 더 강한 게 되겠지. 그러니 지금보다 더 강해져라.”


“네!!”


반의 대답에 금세 활기를 되찾는 루카스의 표정. 그런 루카스를 보고 있자니 적들에게 자비가 없어서 ‘냉혈한 루카스’로 불렸던 남자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반 님은 당연히 이번 교류전에 참가하시겠죠?”


라길의 질문을 듣고, 반은 이들이 왜 검이니 마법이니 하는 대화를 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스트라페와 함께 대륙 3대 명가로 손꼽히는 마법 명가 셀시아. 이 마법 명가의 어린 마법사들과 스트라페의 어린 전사들이 겨루는 자리가 바로 교류전이었다.


이 삼인방은 이 행사를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서로의 검과 마법을 겨루고 발전을 도모한다는 원래의 취지와 달리 이 행사는 두 가문의 자존심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겨루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신문에도 실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런 이유로 교류전에 나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어린 나이에 이름을 알리고 싶은 건 당연한 행동이니까. 물론 반은 별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내가 어린 마법사들하고 대결해서 뭘 얻겠어······.’


이미 실전에서 많은 마법사를 상대해봤기 때문에 반은 어린 마법사 몇과 노닥거리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그 사이에 검이나 한 번 더 휘두르는 게 남는 거야.”


‘너희가 빨리 성장해야 내 힘이 되지, 하하’


물론 그런 반의 속내를 알 턱이 없는 삼인방은 역시 반이 강한 데는 이유가 있구나. 하고 감탄하는 눈빛이었다.


반은 삼인방이 자신을 보는 눈빛이 제법 귀엽게 느껴졌다. 그래서 조언이나 해주자 하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너희 쓸데없는 교류전은 신경 쓰지 말고, 생존 훈련 준비나 해. 매년 생존 훈련에선 죽는 사람이 나오니까.”


물론 전생에서 이들은 죽지 않고 살아남아 잘나가는 기사들이 되지만, 혹시 모르는 것이지 않은가? 삼인방이 더 열심히 훈련할 수 있게 긴장감도 심어줄 겸, 반은 겁을 줬다.


“이제 9월이야. 사막의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겨울이 오면 바로 생존 훈련이다.”


삼인방은 악명만 들었던 생존 훈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교류전에는 삼인방이 나설 기회가 없겠지만, 생존 훈련은 하기 싫어도 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집중해서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에게 반은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일러주었다. 자신과 같은 조가 되면 챙겨주겠지만, 떨어질 확률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마크는 수첩까지 꺼내서 반의 말을 받아적고 있었다. 자신의 말에 집중하고 있는 삼인방을 보며 반은 왠지 조금은 낯선 기분이 들었다.


전생에서는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곳도 없었고 자신에게 의지하는 사람도 없었다. 반이 누군가에게 의지가 될 만큼 강한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언제나 발악하는 쪽에 가까웠다면 모를까.


“마지막으로 이 두 가지는 교관들도 가르쳐 주지 않는 거니까. 잘 기억해. 첫째, 낮에는 불을 피우지 않는다. 둘째, 밤에도 불을 피우지 않는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라길이 되물었다. 그 추운 겨울에 불을 왜 안피운단 말인가?


“왜요?”


삼인방은 반의 대답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꿀꺽.


“그건 내일 말해줄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철혈가문 사생아의 귀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29화. 정보국의 습격 +2 20.10.16 383 9 12쪽
29 28화. 반과 프리네 +1 20.10.14 355 7 12쪽
28 27화. 벨리안의 흉갑(2) +1 20.10.13 396 8 13쪽
27 26화. 벨리안의 흉갑 +2 20.10.10 445 8 14쪽
26 25화. 새벽의 축제 여관 +1 20.10.08 452 4 14쪽
25 24화. 메디나로 가는 길 +2 20.10.07 492 7 13쪽
24 23화. 벨리아의 성인식 +1 20.10.06 537 7 12쪽
23 22화. 마물 사냥(2) +1 20.10.03 588 8 12쪽
22 21화. 마물 사냥 +2 20.10.02 614 8 12쪽
21 20화. 일족의 마을 +1 20.09.30 642 8 12쪽
20 19화. 세르갈의 신력 +1 20.09.29 664 6 12쪽
19 18화. 커비와 로지 +1 20.09.28 719 6 15쪽
18 17화. 생존 훈련의 시작과 끝 +2 20.09.27 759 7 12쪽
17 16화. 엘린과의 담판 +1 20.09.25 745 7 12쪽
16 15화. 근신(2) +1 20.09.24 754 8 12쪽
15 14화. 근신 +2 20.09.23 741 7 11쪽
14 13화. 교류전(6) 20.09.22 749 9 12쪽
13 12화. 교류전(5) 20.09.21 742 8 14쪽
12 11화. 교류전(4) 20.09.18 744 9 12쪽
11 10화. 교류전(3) 20.09.17 902 6 14쪽
10 9화. 교류전(2) 20.09.16 798 8 13쪽
9 8화. 교류전(1) +1 20.09.15 848 6 12쪽
8 7화. 순혈의 방 20.09.12 894 6 13쪽
7 6화. 다가오는 교류전 20.09.10 868 8 12쪽
» 5화. 스트라페의 헬키움(4) 20.09.09 927 8 12쪽
5 4화. 스트라페의 헬키움(3) 20.09.08 945 6 15쪽
4 3화. 스트라페의 헬키움(2) 20.09.04 1,089 8 13쪽
3 2화. 스트라페의 헬키움 +1 20.09.03 1,123 11 13쪽
2 1화. 스트라페의 사생아 +1 20.09.02 1,283 10 14쪽
1 프롤로그 +4 20.09.02 1,580 9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