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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준 책방

철혈가문 사생아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에이치아이
작품등록일 :
2020.09.02 11:30
최근연재일 :
2020.10.16 22:2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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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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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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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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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화. 교류전(2)

DUMMY

헬키움 대강의당.


평소라면 헬키움의 생도들을 위한 이론 수업이 펼쳐졌을 장소.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헬키움의 생도들뿐 아니라, 루니아의 학생들까지 빼곡하게 앉아 있었다. 대강의당의 왼편에는 헬키움의 생도들이, 오른편에는 루니아의 학생들이 앉아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


교류전의 첫 시작이니만큼 서로에게 지지 않으려는 의지가 잘 담긴 눈빛. 이것이 매년 반복되는 교류전의 풍경이었다.


‘나도 전생에서는 저렇게 쓸데없는 신경전을 펼치고 그랬지, 진짜 적은 셀시아가 아니라 스트라페에 있었는데 말이야.’


대강당을 가득 메운 아이들의 치기 어린 투쟁심에 반은 괜히 씁쓸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는 건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강단 위에 서 있는 헬키움의 교관들과 루니아의 교사들 사이에서도 신경전이 있었다. 교관 정도 될 실력이면 이미 수많은 실전과 전장을 거치기 마련이다. 그건 루니아의 교사들 역시 마찬가지.


때문에 이들은 서로에 대해 원한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세상의 패권을 두고 다투는 두 가문이니만큼 부딪히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의지하던 동료를 임무 중에 잃는 일은 두 가문에선 아주 흔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서로의 교류를 위한 자리. 원한을 대놓고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런 이유로 헬키움의 교관들과 셀시아의 교사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수업의 시작을 알릴 수밖에 없었다.


“자, 지금부터 헬키움과 루니아의 151차 교류전, 첫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교류전은 두 가문의 평화를 위한 자리이니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해 주세요.”


짝- 짝- 짝-


아이들의 박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반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평화를 위한 자리? 웃기지도 않는군. 교류전이 시작된 지 거의 200년이 됐는데 아직도 151차라니.’


사실 그랬다. 교류전은 200여 년 전 20여 년간이나 끝나지 않던 ‘20년 전쟁’의 끝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행사였다. 가문의 미래인 아이들을 함께 교류시킴으로써 두 가문의 평화를 확인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방금 교관이 말한 것처럼 현재 교류전은 151차. 즉 나머지 50여 년은 두 가문 간의 크고 작은 충돌 때문에 교류전이 열리지 못했다는 말. 이처럼 이름뿐인 행사에서 평화를 운운하다니 반은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전생에 죽인 셀시아의 마법사가 몇인데, 또 그들의 마법에 죽은 동료들이 몇인데 평화라니.’


꼭 반이 아니더라도, 이미 나이가 찬 아이들은 이 행사가 명목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린아이들 역시 몇 년 후면 이 연극이 얼마나 웃기는 일인지를 알게 될 터.


프리네는 남들보다 조금 빨리 이 사실을 깨우쳤다. 그렇기에 강단 위에서 어른들이 말하고 있는 내용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다만 조금 따분할 뿐.


그녀는 따분함을 이기기 위해 대강당을 채운 스트라페의 생도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저 녀석은 잔뜩 긴장하고 있네.’


한 어린 생도를 구경하던 프리네의 평가. 교류전이 처음인지 잔뜩 긴장한 어린 생도의 얼굴을 보던 프리네는 곧 눈을 돌렸다. 한 명, 한 명을 구경하던 그녀의 눈이 한 곳에서 멈췄다.


멈칫.


그녀의 눈길이 멈춘 곳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반. 언제부터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는지 알 수 없는, 흑발의 어린아이. 그 아이는 프리네와 시선이 마주치게 되었는데도 놀라거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어쭈, 8살 생도들이 앉아 있는 곳에 있는 것으로 봐서는 이제 막 헬키움에 들어온 아이 같은데, 내 눈을 안 피해?’


프리네, 그녀가 누군가. 셀시아 가문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가 아니던가. 그 얼굴은 신문을 통해 하도 알려져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 프리네와 눈을 마주치고도 피하지 않다니. 게다가 저토록 무심한 표정. 마치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듯했다.


프리네는 일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으나, 그런 감정을 애써 밀어냈다. 셀시아의 천재라고 불리는 자신이 또래도 아닌 이제 막 헬키움에 들어온 생도에게 겁을 먹는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으니까.


‘묘하게 자존심 상하네? 작년에 내 대결을 봤으면 눈도 못 마주칠 텐데.’


무심한 표정으로 자신을 건너다보는 반의 시선에 프리네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느꼈다. 프리네의 재능만큼이나 빛나는 것이 그녀의 외모였으니까.


붉은 적발에 인형 같은 이목구비. 긴 속눈썹 아래 자리한 사슴 같은 눈망울. 때문에 그녀를 처음 본 또래 남자아이들은 그녀와 눈을 오래 마주치지 못했다. 대게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하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저런 눈빛이라니. 프리네는 왠지 괘씸했다.


‘저 녀석 제법 귀엽긴 하다만, 나중에 만나면 혼내줘야겠어.’


프리네가 다짐하는 동안, 반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는 얼굴을 쳐다보는 것도 무서울 만큼, 그녀가 커 보였는데. 저렇게나 작은 소녀였다니.’


반이 전생에서 보았던 프리네는 압도적이었다. 나이에 맞지 않는 마법 실력으로, 자신의 상대를 철저하게 부수는. 그런 프리네가 지금은 저토록 작아 보이다니.


반은 때문에 쿤드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전생에서나 지금이나, 여전히 거대해 보이는 쿤드. 자신이 넘어서야 할 산. 많은 것이 바뀐 현재에도 여전히 이길 수 없을 것만 그의 아버지.


쿤드에 대해 떠올리자 프리네에게서 관심이 사라졌다. 쿤드에 비하면 프리네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반은 프리네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쳐다본 것만으로도 반은 알 수 있었다. 지금의 자신이라면 10살의 프리네 정도는 이길 수 있다고. 프리네의 입장에서는 알 턱이 없었지만.


‘뭐야 저 녀석은. 다음에 만나면 정말 혼내줘야겠네?’


무심하게 바라봤던 것만큼이나 무심하게 고개를 돌리는 반. 그의 태도는 프리네를 불쾌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어린아이의 원한은 아주 사소한 일로도 생기곤 하는 법. 프리네는 다음번에 만나면 저 귀여운 소년을 혼내주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하지만 프리네는 몰랐다. 이 작은 다짐이 이뤄지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울 거라는 사실을.



-


반과 프리네. 또 다른 아이들이 서로에 대한 탐색전을 펼치는 사이 어느새 강의가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이렇게 강의가 끝나고 나면, 내일은 루니아의 학생들을 위한 대 검술학에 대한 강의가 시작될 터였다. 그걸 생각하니 반과 프리네는 벌써부터 몸이 따분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배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깨우치는 것. 그것이 천재였으니까.


둘에게는 사실 필요 없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런 둘의 마음을 느끼기라도 한 것처럼 교관이 나서 수업의 끝을 알렸다.


“그럼 이상으로 대 마법학에 대한 수업을 마치겠습니다. 생도들과 학생 여러분은 내일까지 편히 쉬어주시면 됩니다. 하지만 서로 간의 사적인 다툼을 엄격히 금지합니다.”


선임 교관 카린의 선언에 따라서 오늘의 교류전 일정이 끝이 났다. 하지만 끝이 났음에도 일어나는 생도들은 아무도 없었다. 루니아의 학생들만 우르르 일어나 밖으로 향하는 상황.


이처럼 단체적인 활동을 할 때, 생도들은 교관의 인솔이 있을 때만 이동할 수 있었다. 철저한 단체생활, 그리고 이를 통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헬키움의 생활 방식이었다.


나갈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반에게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이름이 뭐야? 너도 대결에 나오니?”


반의 이름을 물은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프리네였다. 반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눈을 마주친 것뿐인데, 이름을 물어오다니. 프리네의 성격이 이 정도로 막장이었나. 반은 잠시 기억을 되짚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안 좋은 의도는 아닐 것이라고 반은 생각했다.


‘어차피, 프리네는 내 이름을 모를 테니. 조금 놀려줄까?’


반의 대답이 늦어지자 프리네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아까 느낀 괘씸함이 더 커지려던 찰나. 반이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베르트람 카잔 스트라페다.”


프리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빳빳한 태도가 스트라페의 순혈이어서 그랬구나. 하고 생각하는 표정.


하지만 반의 주변에 앉아 있던 삼인방은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감히 반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 삼인방은 자기들끼리 시선을 교환하며 눈만 끔뻑끔뻑할 뿐이었다.


“기억해둘게. 다음에 기회 되면 한 번 붙자. 네가 더 강해지면.”


이 말을 끝으로 프리네는 자신을 기다리던 학생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지기 무섭게 삼인방이 호들갑을 떨며 반에게 물었다.


“반 님, 어쩌자고 그런 거짓말을 하셨어요.”


“베르트람 님이 들으면 화내실 거라고요.”


“셀시아에서도 항의하면 어떡하죠?”


물론 이까짓 일로 셀시아는커녕 루니아의 교사 하나도 화를 내는 일은 없겠지만, 삼인방에게는 호들갑을 떨 일이었다. 그들 역시 프리네의 명성과 실력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삼인방의 걱정을 반은 한마디로 정리했다.


“괜찮아, 둘 다 내가 이겨.”


자신이 이긴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입을 다문 반. 그런 반의 말에 삼인방의 시선이 다시 복잡하게 오가기 시작했다.


‘반 님이 베르트람 님을 이긴 거야 유명하다고 해도, 정말 프리네도 이길 수 있을까?’


‘혹시 반 님이라면?’


‘······.’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반이 프리네를 이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하지만 그간 반을 옆에서 지켜봐 온 삼인방은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이 농담으로 한 말인지 진담으로 한 말인지 확인하고 싶어 반의 안색을 살폈으나,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때문에 삼인방은 오늘도 자기들끼리만 열심히 고민해야 했다.



-


교류전의 2일 차는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갔다.


사실 별다를 것도 없었다. 전날 이뤄진 대 마법학 수업처럼, 이날은 대 검술학 수업이 치러졌을 뿐 차이가 없었다.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전날과 같은 팽팽한 신경전을 계속했다. 다만 바로 다음 날이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결인 만큼, 신경전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었다.


모두가 이토록 기다리는 대결은 사마라에서 치러진다. 헬키움 내부에는 수천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마라 대형 경기장, 수천 명의 사람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이 거대한 원형 경기장에서 대결이 펼쳐진다.


스트라페와 셀시아. 그 이름값 때문에 경기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관중에 빽빽하게 앉아 있었다. 곧이어 펼쳐질 두 가문의 대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잔뜩 흥분한 관중들. 그 관중들 사이를 오가며 먹을거리를 파는 상인들이 보였고, 그 옆으로는 기자들이 시민들의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경기장의 정중앙에 위치한 돌로 만들어진 무대. 이 무대가 대결이 펼쳐지는 장소였다. 많은 아이들으 그토록 서기를 희망하는 곳.


반은 일찌감치 자리에 앉아 시작될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많이도 모였군. 어차피 내 기억대로라면 프리네가 미친 캐스팅 속도로 마법을 쏟아내서 이번 교류전의 주인공이 될 테지.’


하지만 반이 알고 있는 그 사실이야말로 관중들이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셀시아의 천재 마법 소녀. 그녀가 지난 해와 달리 얼마나 더 발전했을지 관중들은 벌써부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저벅 저벅.


관객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던 경기장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카진, 그리고 페이런. 세계의 최강을 다투는 두 가문의 인물들. 또한 이번 교류전을 책임지고 있는 책임자이기도 했다.


이 8성의 기사와 마법사가 뿜어내는 존재감만으로도 경기장 내부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들은 천천히 무대로 올라갔다.


쏟아지는 관객들의 시선을 받으며 카진은 마침내 대결의 시작을 알렸다.


“헬키움과 루니아의 제 151차 교류전, 대결을 시작하라.”


와아아아!


카진의 선언을 따라 관객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꿀꺽.


그리고 그 함성과는 반대로 대결을 준비하는 양측의 아이들은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베르트람.


반의 양보로 대결에 참여하게 된 이 스트라페의 순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용맹의 이름을 받은 그답게 긴장된 중에도 눈빛만은 맹렬한 투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긴장과 기대감, 투지 속에서 두 가문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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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가문 사생아의 귀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29화. 정보국의 습격 +2 20.10.16 383 9 12쪽
29 28화. 반과 프리네 +1 20.10.14 354 7 12쪽
28 27화. 벨리안의 흉갑(2) +1 20.10.13 396 8 13쪽
27 26화. 벨리안의 흉갑 +2 20.10.10 445 8 14쪽
26 25화. 새벽의 축제 여관 +1 20.10.08 451 4 14쪽
25 24화. 메디나로 가는 길 +2 20.10.07 492 7 13쪽
24 23화. 벨리아의 성인식 +1 20.10.06 536 7 12쪽
23 22화. 마물 사냥(2) +1 20.10.03 587 8 12쪽
22 21화. 마물 사냥 +2 20.10.02 614 8 12쪽
21 20화. 일족의 마을 +1 20.09.30 641 8 12쪽
20 19화. 세르갈의 신력 +1 20.09.29 664 6 12쪽
19 18화. 커비와 로지 +1 20.09.28 719 6 15쪽
18 17화. 생존 훈련의 시작과 끝 +2 20.09.27 759 7 12쪽
17 16화. 엘린과의 담판 +1 20.09.25 745 7 12쪽
16 15화. 근신(2) +1 20.09.24 754 8 12쪽
15 14화. 근신 +2 20.09.23 740 7 11쪽
14 13화. 교류전(6) 20.09.22 749 9 12쪽
13 12화. 교류전(5) 20.09.21 742 8 14쪽
12 11화. 교류전(4) 20.09.18 743 9 12쪽
11 10화. 교류전(3) 20.09.17 902 6 14쪽
» 9화. 교류전(2) 20.09.16 797 8 13쪽
9 8화. 교류전(1) +1 20.09.15 848 6 12쪽
8 7화. 순혈의 방 20.09.12 894 6 13쪽
7 6화. 다가오는 교류전 20.09.10 866 8 12쪽
6 5화. 스트라페의 헬키움(4) 20.09.09 924 8 12쪽
5 4화. 스트라페의 헬키움(3) 20.09.08 944 6 15쪽
4 3화. 스트라페의 헬키움(2) 20.09.04 1,088 8 13쪽
3 2화. 스트라페의 헬키움 +1 20.09.03 1,123 11 13쪽
2 1화. 스트라페의 사생아 +1 20.09.02 1,283 10 14쪽
1 프롤로그 +4 20.09.02 1,576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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