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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준 책방

철혈가문 사생아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에이치아이
작품등록일 :
2020.09.02 11:30
최근연재일 :
2020.10.16 22:2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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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19
추천수 :
227
글자수 :
173,902

작성
20.09.27 01:06
조회
759
추천
7
글자
12쪽

17화. 생존 훈련의 시작과 끝

DUMMY

“전원 집합!!!”


생존 훈련의 시작을 알리는 교관의 외침이 들려왔다. 진작 준비하고 있던 루카스, 라길, 마크가 방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반이 삼인방을 불러 세웠다.


“이거 하나씩 가지고 있다가, 훈련이 끝나면 엘린한테 갖다 줘.”


반은 잘 밀봉된 종이 세 장을 내밀었다. 종이에는 엘린이 받게 될 세 가지 임무가 각각 한 가지씩 적혀있었다.


‘세 가지 임무를 모두 알고 싶으면, 이 녀석들을 잘 지켜야 할 거다, 엘린.’


물론 언제나처럼 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삼인방도 익숙했기에 이유 같은 건 묻지 않았다. 다만 이건 또 뭔가, 하는 삼인방의 손에 편지를 한 장씩 쥐여준 반은 방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자, 가자.”


훈련장에는 이미 열을 맞춰선 아이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의 표정에는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다들 잔뜩 긴장하고 있군, 하긴 나도 저랬었지. 온갖 무시무시한 소문이 도는 훈련이니까.’


밤이면 고대 시기에 만들어진 골렘이 살아나 아이들을 사냥하고 다닌다는 소문부터, 몸이 10미터도 넘는 자이언트 웜이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통째로 삼킨다는 소문까지. 생존 훈련에는 온갖 괴담이 즐비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정작 조심해야 할 건 사람이니까.’


소문이 사실이건, 사실이 아니건. 훈련의 시작을 알리는 깃발이 올랐다.


헬키움은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곳이 아닌 법. 높이 올라간 깃발에 아이들은 신속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이렇게 아키바 사막에 던져졌다.




-



아키바 사막의 초입. 비록 초입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살지 않는 마물의 땅이었다.


‘지난 3일간 해치운 마물이 몇 마리인지.’


교관들이 관리하고 있는 땅이니 상급 마물들은 없었다. 가장 강한 마물이라고 해봐야 강한 이빨과 질긴 가죽을 가진 베먼 울프 정도.


물론 베먼 울프만 해도 아이들이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마물은 아니었다. 아무리 생존 훈련을 시작하며 지급 받은 진검이 있다고 해도, 베먼 울프의 질긴 가죽은 어린아이가 쉽게 뚫을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보통 아이들의 이야기.


‘어제 잡은 베먼 울프 가죽이 제법 따듯하단 말이야.’


반은 덮고 있는 베먼 울프의 가죽을 만족스럽다는 듯 쓰다듬었다.


훈련 2일 차. 적당한 휴식처를 찾던 반은 시뻘건 안광을 뿜어내는 베먼 울프와 마주쳤다. 다른 아이들이라면 힘을 합쳐 쫓아내는 게 고작이었을 터. 하지만 반은 달랐다.


‘다리를 먼저 노려야 한다. 베먼 울프는 위기에 처하면 도망부터 가니까.’


사나운 베먼 울프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을까부터 걱정하는 반. 물론 이런 자신감은 실력에서 나오는 법.


마나를 머금은 반의 검이 베먼 울프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베먼 울프라고 가만히 있는 게 아니었다. 포효를 내지르며 베먼 울프가 달려들었다. 베먼 울프의 날카로운 발톱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는 반.


둘의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베먼 울프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어느새 베먼 울프의 다리는 상처에서 나온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자신의 몸 상태를 깨달은 베먼 울프는 뒤늦게 도망치려고 몸을 돌렸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태. 절뚝이는 걸음으로는 반의 속도를 뿌리치지 못했다.


쿵.


마침내 검이 목덜미에 박히자, 베먼 울프가 작은 흙먼지를 피우며 쓰러졌다. 방금까진 사나웠던 마물이지만, 이젠 고기와 가죽을 제공할 뿐. 반은 능숙한 솜씨로 가죽을 분리하고 고기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고기를 말리면 생존 훈련이 끝날 때까지 식량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반보다 몸집이 두 배는 큰 베먼 울프, 혼자 먹기에는 차고 넘쳤다. 물론 고기를 먹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반은 베먼 울프의 사체를 뒤져 오줌보를 잘라냈다.


‘주변에 뿌려두면 다른 마물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을 터.’


약한 마물들은 자기보다 강한 마물을 본능적으로 피하는 법. 근방에서 가장 강한 베먼 울프의 오줌을 근처에 뿌려두면 알아서 피해가기 마련이었다.


능숙하게 거리를 재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베먼 울프의 오줌을 뿌리는 반.


그런 반의 모습을 숨어서 관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카린과 루인이었다. 루인은 반의 행동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었다. 이런 기록을 나중에 성적이 평가된다.


루인은 무엇하나 빠트리지 않겠다는 듯 정신없이 반의 활약을 기록했다.


‘루인이 없었다면 지금 해치우면 될 텐데······. 아쉽군.’


2인 1조의 규칙. 응급 상황이 발생할 시, 한 교관은 조치를 취하고 다른 교관은 보고를 한다는 기본 규칙이었다. 이 규칙 때문에 혼자 돌아다닐 수 없는 카린은 임무를 실행할 적당한 타이밍을 잡기 힘들었다.


‘뭐, 정 상황이 안 나오면 최후의 방법이 있으니······’


“카린 님. 이만 다음 장소로 움직이시죠.”


카린이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기록을 다 끝낸 루인은 카린을 바라봤다. 자신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극비 임무. 불안한 기색을 루인에게 드러낼 수는 없었다. 카린은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좋아. 움직이자.”


두 교관이 사라진 곳에서는 고기를 해체하는 반의 칼질 소리만 들렸다.




-



어느새 생존 훈련도 열흘째였다. 반은 베먼 울프의 고기로 만든 육포를 질겅거리며 생각했다.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보이는군. 하긴 호아킨도 바보가 아닐 테니, 나한테 고작 9살짜리 꼬맹이들을 보내지는 않겠지.’


걱정했던 호아킨의 파벌들이 잠잠하자, 반은 때아닌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세상에 어떤 아이가 생존 훈련 중에 아늑한 동굴에서 푹신한 모피를 깔아놓고 누워있는단 말인가. 오직 반만이 누리는 호사였다.


덜그럭.


호사 속에 막 잠이 들려던 반의 귀에 낮선 소음이 들려왔다. 호아킨의 파벌이 혹시 야습을 할까 싶어 깔아둔 베먼 울프의 뼛조각이 움직이며 나는 소리였다.


‘마물인가? 아니면 야습?’


어느 경우건 이대로 누워있을 수 없는 법. 반은 몸을 벌떡 일으키며 옆에 놓아둔 검을 집어 들었다. 동굴의 입구에서 상황을 살피려던 반은 그대로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루비를 박아놓은 것 같은 새빨간 눈을 가진 뱀. 아니 뱀이라고 할 수 없었다. 기다란 몸체는 10 미터를 가볍게 넘겼다. 반을 위협하듯 벌린 입은 성인 남성도 한입에 삼킬 만큼 거대했다.


‘자이언트 맘바...?’


6성의 기사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흉포한 마물, 자이언트 맘바. 사막의 깊은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마물이 반의 눈앞에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반의 몸이 돌처럼 굳었다.


‘분명 경계는 교관들이 지킬 텐데, 어째서...?’


하지만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자이언트 맘바의 거대한 입이 반에게 날아들었다.


쾅!


가까스로 몸을 날린 반. 방금까지 반이 서 있던 동굴의 입구가 철퇴로 얻어맞은 듯 으깨졌다.


한번은 간신히 피했지만 여유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돌덩어리 같은 꼬리가 날아들었다. 반은 재빨리 검을 들어 막았다.


깡!


마치 쇠붙이끼리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나를 두른 검이었음에도 자이언트 맘바는 멀쩡했다. 6성의 기사도 쉽게 뚫지 못하는 자이언트 맘바의 비늘을 고작 2성인 반이 뚫을 리 없었다.


‘제길! 도망쳐야 한다.’


가망이 없는 싸움.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반은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이언트 맘바는 보내줄 생각이 없는 모양. 반을 향해 다시 한번 꼬리가 날아들었다!


퍽!


“크윽!”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몸이 허물어졌다. 꼬리에 가격당한 다리가 부러졌는지, 덜렁거렸다.


이미 잡은 먹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인지 자이언트 맘바는 느리게 기어왔다. 커다란 아가리를 벌리고 반을 그대로 집어 삼키려는 자이언트 맘바!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자신을 덥쳐 오는 이 거대한 뱀의 아가리를 보며 반은 남은 한 다리로 뛰어오르며 검을 휘둘렀다. 목표는 자이언트 맘바의 눈! 아무리 질긴 비늘을 가졌어도 눈까지 보호할 수는 없는 법.


끼에에엑!!!!


소름 끼치는 비명이 들려왔다. 하지만 반도 무사할 수는 없었다. 발광하는 몸통에 얻어맞은 반의 왼팔이 그대로 부러졌다. 갈비뼈도 나갔는지 입안에 울컥 피가 차올랐다.


‘이렇게 죽는 건가... 아직 복수는 시작도 못 했는데...’


출혈 때문인지, 의식이 멀어지는 것 같았다. 이대로면 곧 저 마물에게 먹힐 터. 반은 분했다. 지는 것이 분했고, 복수를 하지 못할 것이 분했다.


‘죽더라도 너는 데리고 간다!’


반은 자신을 삼키려고 벌어진 자이언트 맘바의 입속을 향해 최후의 기술을 펼쳤다. 알고 있지만 펼쳐볼 생각은 하지 않던 가문의 비기.


철혈 가문의 비정한 자폭기가 반의 손끝에서 펼쳐졌다.


“산화(散花)!!!!!”


반의 몸에 있던 모든 마나가 검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폭주하는 마나를 제일 먼저 몸이 감당하지 못했다. 그나마 성했던 오른쪽 팔의 뼈가 조각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은 검을 놓지 않았다.


마침내 자이언트 맘바의 거대한 입이 반을 삼키는 순간, 검마저 마나를 버티지 못하고 부셔졌다.


‘제기랄!!!’


쾅!!


“끼에에에에에에엑!”


소름끼치는 비명이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찢어질 듯한 자이언트 맘바의 비명이 사막의 밤을 갈랐다. 사막의 밤은 조용한 법. 덕분에 각자 은신처에 숨어있던 아이들은 모두 그 소리를 들었다. 교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카린과 루인은 급히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달렸다. 루인은 자이언트 맘바의 비명을 들으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이곳에 저런 비명을 지를 만한 마물이 있을 리가... 저쪽은 반이 있는 곳!’


마침내 도착한 카린과 루인.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남아있는 것은 오직 치열한 싸움의 흔적뿐. 무너져 내린 동굴. 달빛으로도 보일 만큼 흥건한 핏자국. 거대한 몸체가 기어간 흔적까지.


루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여기서 무슨 일이...”


당황한 루인과 달리 카린은 재빨리 상황을 정리해보고 있었다. 카린이 생각한 풍경과는 많이 달랐지만, 반과 자이언트 맘바의 모습이 없다는 건 임무의 성공이란 뜻.


‘반이 생각보다 훨씬 잘 싸운 것 같지만, 여기 없다는 건... 먹혔군.’


치열한 전투의 흔적을 바라보며 카린은 자이언트 맘바를 선택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피의 양으로 보아 전부 반의 피일 수는 없었다.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이언트 맘바도 상처를 입었다는 건데.’


고작 2성의 어린아이가 자이언트 맘바를 상처입히다니. 더 약한 마물이었다면······ 하고 생각하는 카린의 등줄기가 서늘했다.


‘유인하는 데 애먹었지만, 자이언트 맘바로 선택해 다행이군.’


카린이 자이언트 맘바를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마물답지 않게 자이언트 맘바는 모성애가 뛰어났다. 만일 자신의 새끼를 해치면 설사 죽더라도 복수를 하는 것이 바로 자이언트 맘바였다.


그리고 또 하나, 귀소본능. 자이언트 맘바는 귀소본능이 뛰어났다. 멀리 사냥을 나가는 일도 드물었고 사냥에 성공하면 즉시 자신의 영역으로 되돌아갔다. 심지어 죽음이 다가오면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서 죽는다.


‘귀소본능이 뛰어나니까 혹시 카진 님이 추격을 붙이더라도 이미 늦었을 터.’


카린의 생각이 맞았다. 적당한 지점마다 뿌려둔 새끼의 피를 따라온 자이언트 맘바. 이 마물은 복수를 마치고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카린이 생각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끄르륵...”


자이언트 맘바가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이유는 사냥에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죽음을 직감했기 때문.


산화. 그 처절한 공격에 자이언트 맘바는 지금 자신의 죽을 자리를 찾아, 더 깊은 사막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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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 정보국의 습격 +2 20.10.16 386 9 12쪽
29 28화. 반과 프리네 +1 20.10.14 358 7 12쪽
28 27화. 벨리안의 흉갑(2) +1 20.10.13 396 8 13쪽
27 26화. 벨리안의 흉갑 +2 20.10.10 448 8 14쪽
26 25화. 새벽의 축제 여관 +1 20.10.08 453 4 14쪽
25 24화. 메디나로 가는 길 +2 20.10.07 495 7 13쪽
24 23화. 벨리아의 성인식 +1 20.10.06 539 7 12쪽
23 22화. 마물 사냥(2) +1 20.10.03 590 8 12쪽
22 21화. 마물 사냥 +2 20.10.02 614 8 12쪽
21 20화. 일족의 마을 +1 20.09.30 645 8 12쪽
20 19화. 세르갈의 신력 +1 20.09.29 664 6 12쪽
19 18화. 커비와 로지 +1 20.09.28 721 6 15쪽
» 17화. 생존 훈련의 시작과 끝 +2 20.09.27 760 7 12쪽
17 16화. 엘린과의 담판 +1 20.09.25 746 7 12쪽
16 15화. 근신(2) +1 20.09.24 757 8 12쪽
15 14화. 근신 +2 20.09.23 741 7 11쪽
14 13화. 교류전(6) 20.09.22 750 9 12쪽
13 12화. 교류전(5) 20.09.21 743 8 14쪽
12 11화. 교류전(4) 20.09.18 745 9 12쪽
11 10화. 교류전(3) 20.09.17 903 6 14쪽
10 9화. 교류전(2) 20.09.16 798 8 13쪽
9 8화. 교류전(1) +1 20.09.15 849 6 12쪽
8 7화. 순혈의 방 20.09.12 894 6 13쪽
7 6화. 다가오는 교류전 20.09.10 870 8 12쪽
6 5화. 스트라페의 헬키움(4) 20.09.09 927 8 12쪽
5 4화. 스트라페의 헬키움(3) 20.09.08 947 6 15쪽
4 3화. 스트라페의 헬키움(2) 20.09.04 1,090 8 13쪽
3 2화. 스트라페의 헬키움 +1 20.09.03 1,124 11 13쪽
2 1화. 스트라페의 사생아 +1 20.09.02 1,284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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