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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둘기의 서재

소울 아카데미의 F급 전직 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B둘기
작품등록일 :
2021.05.14 01:52
최근연재일 :
2021.06.15 06:18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389
추천수 :
84
글자수 :
98,679

작성
21.06.1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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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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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말해요

DUMMY

“앗! 깨어계셨던 겁니까!”


방안으로 들어온 노엘은 깜짝 놀랐다. 놀란 척을 했다. 요한은 그녀의 앞에 섰다. 호박색의 눈동자에는 감출 수 없는 동요가 드러나고 있었다.

천연스럽게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아마 그녀가 어금니를 깨물고 있기 때문이리라. 분노와 관련된 다양한 감정들이 엿보였다.


“이렇게 늦게까지 뭐하고 다녔어? 통금시간인데 잘도 안 걸렸네.”

“그건 말입니다. 얼마 전에 제가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정원이 있잖습니까! 그곳에서 복원작업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지 말입니다.”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노엘은 아하하 웃었다. 뒷머리를 벅벅 긁는다. 실로 그녀다운 행동들이다. 만에 하나의 상황을 대비해서 변명까지 생각해놓은 모양이었다.


‘끝까지 시치미를 뗄 생각인가.’


자백할 마음은 없어보였다. 애초에 그럴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변명을 생각해오지는 않았을 거다.


“그나저나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잘도 알았네.”

“켈리나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분이 뭐라 말씀하셨는데?”

“둘이 같은 방으로 배정되었으니 사이좋게 지내라고······”


붙잡았다.


“노엘.”

“네?”

“일반기숙사에서 남녀의 합방은 정학감이라는 거, 몰랐나보구나.”


남자와 여자가 같은 방으로 배정될 리가 없다. 레나가 특별기숙사에 머무는 이상 ‘남은 방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라는 경우도 없다.

애초에 신입생은 여자가 둘이다. 기숙사의 차이는 본래부터 상관이 없었다.


“아뇨, 알고 있었지 말입니다?”


말문이 막혔다.


“요한 도련님의 가등급은 오늘 실시한 전투능력 평가에서 격상하지 않았슴까? 그 때문에 룸메이트의 배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들었지 말입니다.”



요한은 아래를 바라봤다. 억지스런 반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간파할 방법이 생각하지 않았다.

심문은 익숙하지 않다. 싸우고 죽이는 역할만을 맡아온 이 삶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았으니까.


“별개로 묻는 건데, 어제 나를 미행한 이유는 뭐야?”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마저도 그녀를 몰아붙이지 못한다면 더는 방법이 없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발견했는데, 두 분의 분위기가 너무 애틋해서······ 소녀의 연심이 작동해버렸지 말입니다.”


노엘은 헤헤 웃었다. 이제는 그 수줍은 웃음도 자연스러워진 상황이었다.

거짓이라는 걸 안다. 억지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더는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납득하는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나 대화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말이다.


“미안, 실력행사 좀 할게.”


노엘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면서도 재빠르게 팔을 들어올렸다. 목덜미를 노리는 요한의 손날을 막아냈다. 예상과 목격으로 이루어진 반응이었다.

한 번으로 그치는 것은 공격이 아니다. 요한은 이어서 발을 움직였다. 단번에 제압할 생각은 없었다. 손날을 이용한 공격은 속임수. 무릎으로 무릎을 꺾어 중심을 무너뜨리려는 시도였다.


-퍽!


그러나 쉽게 당해주지는 않는다. 상당한 충격이 복부를 밀쳐냈다. 요한은 짧은 거리를 밀려났다.


‘조금 아픈데.’


어질러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당연하게도 노엘이 그 모습을 지켜볼 리는 없다. 공수가 뒤바뀐다. 노엘의 주먹이 날아왔다. 왼쪽에서부터 곡선으로 턱을 노리는 일격.

몸과 고개를 동시에 기울여 피했다. 아니, 피하지 못했다.


-휘릭!


타격이 아니다. 붙잡기였다. 곡선으로 날아오던 주먹이 그대로 어깨를 넘어 목에 감겼다. 무릎을 접어 빠져나가려 했으나, 남은 팔 하나가 목젖을 짓눌렀다. 두 팔에 끼어 꼼짝도 하지 못하는 순간.


‘이건 상당히 아프겠는데.’


-뻐억!


노엘의 무릎이 명치를 가격했다.


“컥!”


숨이 터져나왔다. 온몸으로 퍼져나간 충격이 팔과 다리를 마비시켰다.


-털썩.


풀려난 목으로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의식이 몽롱하다. 적당히 싸우다가 붙잡힌다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이렇게까지 아플 줄은 몰랐다.


‘인정사정없군.’


한때 용사였다고는 하나, 그도 한 명의 인간이었다. 인간의 신체가 지닌 연약한 내구성만큼은 극복할 수 없다.

의도되었다고는 해도 아픈 건 아픈 거다. 감정적으로 후회해버리고 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정당방위였지 말입니다. 아무래도 요한 도련님께서는 조금 진정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노엘이 다가왔다. 손수건에 무언가를 묻히고는 어깨를 붙잡았다.


‘수면제인가.’


이윽고 손수건이 요한의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숨을 참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고, 별 소용도 없었다. 남아있던 의식이 떨어져나갔다. 서서히 감기는 두 눈꺼풀을 거부하지 않고 잠들었다.


...


깊고 늦은 밤이었다. 교내를 떠돌던 경비마저도 잠에 빠져든 시각. 흑의 색채로 밤에 녹아든 한 명의 여자는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놔두셔도 되는 겁니까?”


남자의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차할 때에는 복종시키면 되니까요. 그 정도 밑준비는 해두었답니다. 그건 그렇고, 손가락은 이제 안 아픈가요?”

“설마 유리조각에 잘릴 줄은 몰랐던 터라 충격이 상당했지만, 지금은 좀 낫습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레나는 안중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 거짓이란 하다보면 습관이 되는 것이어서 이제는 숨소리 하나마저 남을 속이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솔직하기만 했던 아이가 이렇게 변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가장 놀라고 있는 것은 레나 자신이었다.


“조사는 끝났나요?”

“아뇨, 상대가 상대인지라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기밀엄수가 철저하더군요.”

“그런가요. 아쉬워라.”


애초에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다. 시도할 수 있는 것을 시도해보았을 뿐, 희박한 가능성에 희망을 품은 적은 없었다. 그게 얼마나 괴롭고 어리석은 일인지, 레나는 잘 알고 있다.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들군요. 당신이 어째서 그 남자를 멀리하는지. 요한, 이라고 했던가요. 진리와 올바름을 따지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차라리 진실을 말해주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레나는 흘려듣기로 했다. 그는 요한의 정체를 모른다. 때문에 하는 말이었다. 구태여 어울려줄 필요는 없었다. 앞으로도 알려줄 생각은 없으니.


“너무 많은 걸 알려 하지 말아요, 에반. 때로는 침묵이 약이랍니다.”

“주제넘었습니다.”

“알면 됐어요.”


옥상으로 올라오자, 거센 바람이 불었다. 흩날리는 머릿결을 붙잡으며 레나는 시계탑을 바라보았다.

슬슬 행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시각. 그대로 시선을 떨어뜨려 일반기숙사를 시야에 담았다.

깊고 서늘한 어둠속. 달빛을 머금은 은발이 자연스레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녀가 어깨에 짊어진 익숙한 형태의 남성도.


“이건 예상외인데요.”

“쫓을까요?”

“아뇨, 그럴 필요는 없어요. 제가 가죠.”


드물게 정색한 레나는 곧바로 뛰어내렸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골절은 각오해야 할 높이. 그러나 그녀에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사아아아.


검은 연기가 모여들었다. 그것은 밤의 편린이자, 그림자의 정수. 손안에 결집되는 암흑의 실체. 단도의 형태를 띤 암살자의 권능이 현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져볼까요.’


어둠이 몸을 감쌌다. 그림자 안으로 깊숙이 잠겨들었다. 존재가 희미해지는 기이한 감각이 체내를 순환했다. 모습이 사라졌다. 말 그대로 투명. 이외에 현재의 그녀의 설명할 표현은 존재하지 않았다.


“바보.”


레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 짧은 질책만이 그녀가 남긴 유일한 종적이었다.


...


조금 두통이 있다. 이외의 문제는 없었다. 무모하기는 했어도 계획대로 풀렸다. 손과 발은 묶여있고, 취조실로 보이는 장소에 갇혀있었다.

눈을 뜬 요한은 자신을 포박한 매듭을 더듬어보았다.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풀어낼 수 있으리라. 소울웨폰의 구현을 억제하는 것 같지도 않으니 위급할 때에는 베어버리면 그만이겠지.


“깨어나셨습니까?”

노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교복이 아닌 군복을 입고 있었다. 덕분에 여러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어느 시점까지는 그녀가 요한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였었다는 사실까지.

적대하게 된 것은 아마 레나와 함께 특별기숙사에 들어갔을 때였으리라. 라일의 강렬한 적의와 필연을 알리는 직감 탓에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으나,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다.


‘입학 당시 레나의 곁에 있는 나를 보호조치 하기 위해 전직 군인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애를 썼지만, 같은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적이라고 확신했다는 이야기인가······’


납득은 갔다. 하지만 동시에 억울했다. 손을 잡고 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오해를 받아야 하나 싶었다.

솔직하게 ‘오해입니다, 저는 순진한 어린 양이고 그저 부탁을 받아서 하룻밤을 함께했을 뿐입니다, 절대로 이상한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하고 말해버린다면 이야기를 들어줄까.

그럴 일은 만에 하나라도 없을 것이다.


“자신의 처지는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맞은편에 앉은 노엘이 말했다. 처지라기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질문을 받는 것으로 짐작하는 건 가능했다.


“두 분께서는 무슨 사이십니까?”

“네가 예상하는 대로야.”

“확실하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내 목숨을 구해줬어. 그리고 나는 은혜를 갚을 때까지 그녀를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지.”


사실대로 말했다. 거짓말에는 재주가 없었다. 요한은 스스로를 그렇게 납득시켰지만, 실상은 어떨까.

그에게는 아직 지우지 못한 심술이 남아있었다. 제때 성장하지 못한 어린아이의 마음은 레나를 원망하고 있었다.

감정이란 이성으로 지울 수 없기에 감정인 것이다. 논리적인 사고로 지워 없앨 수가 있다면, 그것은 감정이 아닌 오해에 불과하다.

레나에게도 사정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믿어주길 원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 감정을 그의 깊숙한 곳에 묻어두었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지시를 받았겠군요. 목적이라던가, 아카데미에 입학하면서 그녀가 말한 목적은 뭡니까?”


요한은 잠시 망설였다. 어두웠던 감정마저 흔들렸다. 이것은 앞으로의 운명을 결정지을 질문이라고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정적이 스쳐지나갔다.


“말해요.”


귓가에 목소리가 울렸다. 나지막이 속삭이는 레나의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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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사연 없는 인간은 없다 21.06.08 35 1 11쪽
17 전직 용사는 레나에게 실망했다. +1 21.06.07 40 1 11쪽
16 양다리 아니라고 21.06.06 34 2 11쪽
15 드래곤하트 21.06.04 44 2 11쪽
14 필연 21.06.02 38 5 12쪽
13 아니, 그러게 대련장에 있다니까. +2 21.06.01 46 4 11쪽
12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21.05.30 48 1 10쪽
11 식사는 전쟁이다 21.05.30 49 3 10쪽
10 책임 21.05.29 53 4 8쪽
9 미아 만들기 21.05.27 55 3 8쪽
8 무너진 그곳에서 21.05.25 70 3 10쪽
7 용사의 자질을 시험하지 말지어다 21.05.21 64 2 9쪽
6 입학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21.05.21 92 2 9쪽
5 그래서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데 21.05.20 86 2 8쪽
4 좋은 일-3 21.05.19 69 2 12쪽
3 좋은 일-2 21.05.17 97 1 10쪽
2 좋은 일 21.05.15 126 15 7쪽
1 칠흑의 소녀 +1 21.05.14 224 3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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