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09년 경 무당을 주제로 한 소설을 썼던 사람입니다. 조판양식으로 약 9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었죠.
음... 하지만, 인기는 없었어요.
그 첫번째 이유가 첫소설이었기 때문에 필력과 맞춤법 등이 엉망이었습니다.
특히, 문법에 맞추어 글을 쓰지만, 한 문장이 두세줄 정도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즉, 독자에게 너무 디테일을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이 많았죠. 그러다보니 독자의 입장에서는 글을 따라가기가 힘들었으리라 생각되더군요.
두번째로는 첫소설이라서 애착이 강한 나머지 불필요한 설정들이 많았습니다. 전체적인 구도나 틀을 깨지 않아야 하는데, 너무나 많은 복선과 설정들 때문에 자가당착에 빠져 독자가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저 역시도 분량이 늘어날 수록 힘들어졌죠.
그래서 전 소설을 쓰는 것을 멈추었습니다. 제 미천한 재능을 탓하면서 말이죠.
솔직히 수십번을 탈고하고, 외울 정도로 많이 읽으면서 수정을 거듭했지만, 그런 과정이 진도를 빼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기도 했구요.
결국 마지막은 나약한 나의 멘탈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약 4천자의 글을 쓰는데 보통 5~6시간이 넘게 걸렸죠. 바쁜 직장인인 저는 잠자는 시간을 쪼개서 쓸 수 밖에 없는데 1년 가량을 매일 2~3시간씩 글을 쓰다보니,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
사실 그 소설의 인물의 설정이나 시나리오는 솔직히 괜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무속에 대한 경험이나 이해도 역시 상당히 높기도 했고, 설정 자체가 실제 우리 집안의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이었죠. 그 덕분에 저질 필력에도 불구하고 300분이 넘는 분들이 읽어봐 주시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저는 일정부분 남들보다 좋은 여건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결론은 대 실패였던 겁니다.
- 뭐, 언젠가는 그 첫소설을 다시금 멋지게 써야겠다는 의욕과 각오는 지금도 충만합니다. ^^
그러한 실패를 거울 삼아서 지금은 자연란에 오래전부터 구상해 온 다른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만, 역시나 인기는 없네요.
하지만, 그래도 뿌듯한 것이 과거 첫소설의 경험들이 몸에 녹아있더라는 겁니다. 글을 쓰지 않은 지 2년이 넘었음에도, 몸이 기억하고 있는 거죠.
지금은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조회수가 한편 당 50이 안 되어도 정말 아무렇지 않구요. 댓글이 없어도 상관 없습니다. 선작이 10분이 채 안되어도 그 분들이 고맙고, 연재가 늦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죄송할 따름이죠.
아래 어느 분께서 첫소설이 중요하다 하셨는데, 정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저같은 아마추어 작가분들, 첫소설을 쓰고 계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제 경험을 공유하고자 사족을 달아 보았습니다.
아! 그리고 질문 하나!
과연 많은 소설을 읽는 것이 좋은 소설이 나올 수 있을까요?
전 다른 분의 좋은 소설을 읽으면, 그 스타일이 제 글에 배일 것 같아서 거의 읽지 않거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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