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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무는 온 힘을 다하여 자신의 감정을 작품속에 쏟아 붓는 것이다

트럭 드라이버 투 TRUCK DRIVER TOO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울프캉
작품등록일 :
2016.03.05 15:52
최근연재일 :
2017.08.04 10:4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18,254
추천수 :
1,750
글자수 :
210,229

작성
16.05.28 16:08
조회
1,891
추천
28
글자
8쪽

분노의 하이웨이 8

DUMMY

낮에 옆에 바짝 붙여 주차했다가 시비가 붙은 그놈, 바로 그 트럭이 또 내 옆에 주차한 것이다.


인연치고는 정말 대단한 악연이다.

우연이 아니라면 혹시 이놈이 일부러 따라온 걸까?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지만 하필 그 해골바가지 놈이 두 번씩이나 내 옆에 나란히 주차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

그놈의 롱노우스 켄워스트럭은 이상하리만치 엔진소리가 요란했다.


잠이 확 달아나고 기분이 나빠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운전석에 앉아 담배 한대 꺼내 물었다.

담배마저 맛이 쓰다. 그동안 담배를 수십 번 끊었다가 다시 피운다.

아내가 잔소리한다고 한대씩 피우던 담배를 아내가 없으면 안 피워야 할 텐데 트럭운전에 신경이 곤두 설 때마다 하나씩 피어 대니 목이 아프다.


주위를 돌아보았다. 혹시 빈자리가 있으면 옮기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늦은 밤이라 트럭 휴게소는 빈틈없이 트럭들이 꽉 들어서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더구나 이놈이 진짜 연료 도둑이라면 잠 안 자고 지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 출발해서 다시 운전해서 가자니 법으로 규정된 운전시간이 초과 된다. 조금만 가면 트럭 검사소가 두개나 있다. 규정된 운전시간을 초과해서 운전하다 걸리면 운행정지는 물론 벌금까지 물어야 하는데 그것은 싫다.

생각 끝에 어차피 소음 때문에 잠자기는 틀렸고 더구나 연료 도둑이 바로 옆에 있으니 불안해서 안 되겠고 역시 이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결론지었다.


CB라디오의 마이크를 꺼내 들었다.


"남쪽방향 트럭 검사소가 열었는지 아는 드라이버 있는가?"


[그들은 항상 열고 있다. 가려면 피해서 가는 게 좋을 걸.]


누군가가 대답하였다.


"피해 가는 길이 있냐?"


[301번 하이웨이로 가면 돼. 하지만 301번은 산길에다 길도 나빠서 시간이 오래 걸릴 거야.]


"고맙다. 드라이버."


[천만에, 행운을 빈다.]


운전석에 앉으려다 바지주머니에 불쑥하게 튀어 나온 것이 만져졌다.

꺼내보니 엊그제 의사에게서 처방받은 약통이었다.

주황색의 반투명한 용기에 하얀색의 알약이 들어 있고, 라벨에는 검은 글씨로 내 이름이 선명하게 프린트 되어 있다. 그 아래로 영어로 쓰여 있는 작은 글씨는 읽어 봐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단어들이다.


Antidepressants. SSRIs. Dextromethorphan, Escitalopram Paroxetine, Fluoxetine, Sertraline


다만 맨 앞에 쓰여 있는 Antidepressants라는 단어만 어렴풋이 신경안정제 또는 항우울제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


신경 안정제라······. 감기약도 먹기 싫어하는 내가 항우울제를 처방 받다니 기막힌 노릇이다.


‘이걸 먹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한동안 약통을 만지작거리다 다시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시동을 걸었다.

가야만 한다. 그런데 정작 갈 곳을 정하지 못했다. 일단 남쪽으로 가자······.

우선 이 자리를 피해야 한다. 가다 보면 어디 쉴만한 곳이 있겠지.

서서히 트럭을 출발시키자, 그놈의 트럭 창문에 쳐진 커튼이 움직였다. 틀림없이 그 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보거나 말거나 나는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어 흔들어 주었다.


'잘 있거라, 해골바가지야, 나는 간다.'


트럭 휴게소를 빠져 나와 하이웨이로 들어섰다.


하이웨이 301번은 한산한 길이였다. 이 길을 알려 준 운전사의 말대로 오고가는 차선이 한 개씩뿐이고 길 양쪽으로 울창한 숲으로 우거져 있고 구부구불한 모퉁이들이 많아서 속력을 내기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길이었다.

다행인 것은 자정이 가까운 늦은 밤이라서 오가는 차량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오랜만에 밤길을 한가하게 달리게 되어 오히려 기분이 한결 상쾌하였다.

동그란 달이 구름 사이를 헤치고 지나간다.

한쪽이 약간 이지러진 달의 모양을 보아 보름이 지났거나 곧 보름이 될 것이다.


언젠가 휴게소에 주차하고 멍하니 앉아 있다 보니 밤하늘에 유난히 크게 보이는 보름달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제야 그날이 추석이라는 것을 기억해내고 고향 생각에 서러움에 울컥 눈물이 났던 기억이 있다.

타향도 아니 이만리 멀리 타국에서 정신없이 운전하고 다니다가 어딘지도 모르는 미국의 어느 곳에서 보름달을 보고 나서야 추석임을 깨닫는 자신이 처량하고도 서러웠다.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트럭······.

야간운전은 온갖 상념과 환상을 자아낸다.

특히 지나는 차량이 없는 산속의 길을 달릴 때는 신비한 환상을 경험한다.

황홀한 분위기에 젖어들기도 하고 무한한 어둠속에서 고독을 느끼기도 하고 무아지경에 이른다.

트럭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고 길이 움직이고 숲이 움직인다.

세상이 뒤로 간다.

별이 흐른다.

우주가 흘러간다.


갑자기 창 옆으로 시커먼 그림자가 나타나 화들짝 놀랬다.

돌아보면 아무도 따라오는 차량이 없고 나 혼자 달리고 있다.

그런데 마치 누가 트럭 옆에 바짝 붙어 따라오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구름 속에 있던 달이 튀어 나오며 트럭의 그림자가 숲에 비쳐서 오르락내리락 따라오고 있다.

달이 구름 속으로 사라지자 따라 오던 그림자도 사라졌다.


이번에는 유리창 밖에서 어떤 사람이 트럭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질주하고 있는 트럭에 매달려 운전대를 잡고 있는 나를 노려본다.

유령처럼 창문에 매달려 있다.

거기에는 또 다른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가끔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줄기 빛이 트럭위로 쏜살같이 지나가기도 한다.

길가에 사람으로 보이는 검은 그림자가 손을 흔들며 스쳐 지나간다.


달은 오른쪽에 있다가 왼쪽에서 나타나고 정면에 있다 싶었는데 어느새 뒤에 있다.

갑자기 트럭 주위가 환해져서 뒤에 누가 따라오나 거울을 보면 아무도 없다.

구름에서 벗어난 달만이 환하게 주변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유리창에 투영되는 불빛이 보이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비치는 불빛인지 알 수 없다.

헤드라이트에 비치는 하얀 차선만 어둠속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암흑 속에서 아스팔트가 벌떡 일어나 절벽처럼 앞길을 가로 막는다.


어느새 하이웨이 최면에 빠져 들고 있다.

운전을 하고 있으면서 본인 스스로 운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습관대로 길을 따라 운전하는 상태로 이를 하이웨이 최면(Highway Hypnosis) 또는 하얀 선의 열병(White Line Fever)이라고 부른다.

어느 지점에 도착해서 본인이 어떻게 어디를 운전하고 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것은 졸음운전이 아니다.

마치 유체 이탈을 한 것처럼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운전은 기억하지 못한다.

또는 운전 중에 옆 사람과 대화하기도 한다.

물론 정신 차리고 보면 옆에는 아무도 없고 혼자 운전하고 있다.

이렇게 환각 환시 환청 환상의 세계로 달리는 것이 바로 야간 운전이다.


사이드미러에 불빛하나가 나타났다.

깜박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곤 한다.

이 빛은 진짜다.

환상이 아니다.

정말로 불빛이 멀리에서부터 따라오고 있다.

왼쪽 오른쪽 번갈아서 여러 번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트럭 뒤에 붙었다.

느낌으로 보아 엄청난 속도로 달려 온 것이다.

당연히 추월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 오고 있다.

거울로 자세히 보니 스몰라이트가 여러 개 달린 트럭이다.


‘누군지 나와 비슷한 놈이 또 있군. 저놈도 역시 나처럼 트럭 검사소를 피해 이 길로 가고 있는 것이 틀림없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 좁은 샛길을 한밤중에 들어 올 이유가 없지‘


야간에 뒤에 바짝 따라오는 차가 있으면 불빛이 거울에 비쳐 시야를 방해하고 신경 쓰여 아주 귀찮다.

추월을 하라는 의미의 신호를 주고 속력을 낮추었다.

그러나 트럭은 내 뒤에 바짝 붙어 따라 오기만 할뿐 추월 하지 않는다.

2009 11 03 30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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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트럭커: 19. 놈 아닌 놈 5 +6 16.04.20 2,318 33 6쪽
18 트럭커: 18. 놈 아닌 놈 4 +4 16.04.18 2,318 3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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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트럭커: 10. 지저분한 놈 3 +3 16.03.28 2,719 34 8쪽
9 트럭커: 9. 지저분한 놈 2 +4 16.03.24 2,975 47 7쪽
8 트럭커: 8. 지저분한 놈 1 +5 16.03.24 3,084 45 6쪽
7 트럭커: 7. 바보 같은 놈 3 +4 16.03.22 3,420 68 10쪽
6 트럭커: 6. 바보 같은 놈 2 +2 16.03.21 3,332 64 9쪽
5 트럭커: 5. 바보 같은 놈 1 +10 16.03.20 3,877 64 11쪽
4 트럭커: 4. 북미대륙 트럭운전 제일고수 +6 16.03.17 4,182 6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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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트럭커: 2. 한심한 놈 +1 16.03.14 3,965 5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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