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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무는 온 힘을 다하여 자신의 감정을 작품속에 쏟아 붓는 것이다

트럭 드라이버 투 TRUCK DRIVER TOO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울프캉
작품등록일 :
2016.03.05 15:52
최근연재일 :
2017.08.04 10:4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18,267
추천수 :
1,750
글자수 :
210,229

작성
16.05.17 06:12
조회
2,121
추천
28
글자
8쪽

분노의 하이웨이 3

DUMMY

어느덧 캐나다 국경에 도착했다. 트럭들이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서 있다.

하이웨이를 달릴 때는 트럭이 몇 대 보이지 않다가도 국경에만 도착하면 이렇게 수십 대가 죽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참 이상하다.

이 많은 트럭이 어디에 숨었다가 이렇게 동시에 나타나는 것일까?


항상 그렇다.

내가 줄 마지막에 서고 나면 내 뒤에는 트럭이 안 온다.

왜 그렇게 나만 재수가 없을까?

팀 호톤스 커피숍만 가도 그렇다. 내가 문을 들어서면 줄이 길게 늘어져 서 있다.

끝에 서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내 차례가 되어 주문하고 나면 내 뒤로는 한 사람도 없다. 정말 세상은 불공평하다.



한대 빠져나가면 찔끔 앞으로 가서 정차하고 또 한참 기다렸다가 찔끔 앞으로 가고, 이 노릇을 수십 번 반복하고 나서야 내 차례가 왔다.

통관서류와 여권을 미리 준비해서 옆에 놓고 있다가 세관 직원에게 서류를 건네주었다

‘미국에 얼마 동안 있었는가? '

'술이나 담배 산 것 있느냐?'

'총기류나 무기를 소지하고 있느냐? '

'만 달러 이상의 현금을 가지고 있느냐?’

세관원은 의례적인 질문을 하고는 노란 종이를 꺼내 들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당신 화물이 아직 세관 통과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트럭을 주차하고 세관 브로커를 만나서 통관절차를 마친 다음 확인받으세요."


분명히 10시간 전에 서류를 팩스로 보냈기 때문에 틀림없이 통관 허가가 나왔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된 것이다

또 세관 브로커들이 깜빡 빠트렸거나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브로커 UPS는 큰 회사이고 그동안 한 번도 실수 한 적이 없어서 안심하고 왔는데 일이 꼬인다.


이제 절차를 마치려면 지금부터 한두 시간은 걸릴 것이다. 세관 주차장에 트럭을 세우고 UPS 사무실을 찾아갔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UPS가 있던 사무실이 텅 비었다. 이상하다 분명히 여기에 사무실이 있었는데······.

간판도 없고 사무실은 비어 있다. 다시 세관원에게 가서 물어보니 ups 사무실이 얼마 전에 닫았다고 한다.

일이 꼬이려니까 이상하게 꼬인다.

경기가 침체 되니 트럭운송업도 나빠지고 덩달아 관세사들도 일이 적어져서 바쁘지 않은 국경의 사무실을 철수해버린 것이다.


이제는 본사에 서류를 팩스로 다시 보내고 기다려야 한다. 오늘 밤에 국경을 통과하기는 틀렸다.

따라서 내일 집에 갈 수 있다는 희망도 사라졌다. 재수 없는 놈이 보복운전을 하더니 요즘 이상하게 일이 엉망으로 뒤틀리고 있다. 신경질 나는 일만 걸리고 제대로 되는 일이 한 개도 없다.


무릎마저도 시큰거리며 아프다.

지난번 트레일러 안을 청소하고 뛰어내리다가 약간 무리가 왔는지 무릎을 굽히면 시큰거린다. 마사지도 하고 안티푸라민을 발랐는데 좀처럼 낫지 않는다.

트럭운전사들이 자주 다치는 것도 일종의 직업병이다.

특히 발목부상이 많은데 그것은 어이없게도 트럭에서 내려오다 다친다. 발목이 삐거나 심하면 부러지기까지 한다.

트럭이 좀 높기는 해도 발목이 부러지는 높이는 아니다.

그만큼 트럭운전사들의 몸무게에 비해 발목이 약하다는 뜻이다.

절대적인 운동부족이다.


손가락, 관절, 팔목, 어깨는 장시간 핸들을 붙잡고 있어야 하고 긴장된 상태로 근육이 경직되어 있어서 쉽게 통증을 일으킨다.

가끔 뭔가를 집기 위해 팔을 쭉 뻗다가 근육이 놀라 경련을 일으키는 경험을 한다.

그동안 어처구니없이 다치는 트럭운전사들을 많이 보았다.

트레일러 밑에 들어갔다가 머리를 부딪혀 깨지고, 랜딩기어 돌리다가 허리가 삐끗해서 한 달 동안 꼼짝 못 하고, 팔이 부러지고, 볼트 커터로 실 볼트를 자르다가 갈비에 금이 간 동료도 있었다.

항상 조심하지만 불편한 잠자리와 불규칙한 식사 거기에 운동부족까지 겹쳐 일어나는 잦은 부상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이도 많이 상했다. 지난번에는 이 두 개를 뽑아 버렸고 이제는 부분 틀니를 해야 한다.

내가 인생을 사는 건지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나도 이제 지쳐 가고 있다는 것이다.


관세사의 실수로 나는 국경 세관에서 밤새 묶여 있다가 다음 날 아침에 통관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결국, 계획했던 것보다도 하루를 더 길에서 허비하게 되었다.

하루 일을 더하거나 말거나 마일당 받기 때문에 수입은 같다. 아무 소득도 없이 하루를 길에서 손해 보는 것은 신경질 나고 화나는 일이다.


***


예정보다 하루 늦게 집에 도착하여 아파트 정문을 들어가고 있는데 경비실 경비가 날 불러 세운다.


"어디 가십니까?"


인도계의 젊은 경비원인데 전에는 보지 못한 얼굴이니 새로 온 경비원임이 틀림없다. 오래된 경비원들은 이미 나를 알고 있으니까 인사를 하는 판인데 이 녀석은 위아래를 훑어보며 위압적인 자세로 묻는다.

보면 모르나? 이 새끼가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걸까?


"집에 간다."


나도 모르게 눈썹이 올라가며 이마에 주름살이 불화(火)자를 그렸다.


"몇 호에 사십니까?"


"20xx 호에 사는데······."


이번에는 퉁명스럽게 시비 걸지 말라는 투로 내뱉었다.

조금이라도 기분 나쁘게 하는 말이 나오면 싸대기라도 날리고 육탄공격이라도 불사할 정도로 기분이 몹시 상했다.


"제가 따라가 봐야겠습니다, 괜찮겠지요?"


사뭇 공손하지만, 사무적으로 말한다.

이 아파트에서만 벌써 10여 년을 넘게 살고 있는데 감히 나를 몰라보고 불청객 취급을 하다니 정말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 더럽다.

경비원이 앞장서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 번호까지 누른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서서 무심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던 나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부스스한 머리에 수염은 더부룩하고 꾀죄죄한 몰골을 한 어떤 거지가 나를 바라보고 서 있다. 거무튀튀한 옷에 가방을 둘러매고 한 손에 커다란 옷 보따리, 사실은 지난 3주 동안의 빨랫감이다. 그야말로 노숙자 꼴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옆에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서 있는 경비와 대조적으로 비쳤다.

경비원이 의심할 만도 했다.

거지 아니면 무슨 보따리장수이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좀도둑 인상처럼 보인다.

오기 전에 샤워하고 옷이나 갈아입을 걸, 서둘러서 오느라고 그냥 온 것이다.


동료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는 트럭을 회사에 세워 두고 비행기 타고 집에 간다. 뭐 거창한 것 같지만 4시간 운전 거리에 살고 있어서 비행기 타고 출퇴근하는 것이 편하고 경제적이다. 매일 출퇴근하는 것이 아니고 한 달에 한두 번이니까 그렇다.

어느 날, 그가 비행기를 타려는데 스튜어디스와 경비가 그를 불러 세워 공항 안의 사무실로 데리고 가더니 신원을 확인하고 보따리, 가방 모두 뒤지고 주머니 속까지 다 비워 조사하였다.

마치 마약범이나 테러범으로 취급되었다

그동안 여러 번, 같은 비행기를 타고 다녔으므로 그를 알아볼 법도 한데 도대체 왜 그러는지 영문을 몰랐다가 한참 후에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는 재킷을 뒤집어 입고 있었다.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 오느라고 허둥지둥 서둘러 오다가 그만 재킷을 뒤집어 입고 비행기에 올랐고 스튜어디스가 보기에 어떤 시커먼 거지 같은 놈이 보따리 들고 재킷을 뒤집어 입은 채로 비행기를 올라타니 정신 이상자로 의심한 것이다.

아메리카 트럭 드라이버들의 웃지 못할 비극이다.



내가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한 경비가 웃는 얼굴로 "굿 나잇"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아내가 무슨 일인지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린다.


"내가 오랜만에 온다고 경비가 여기까지 호위해 주더라!"


이방인처럼 떠돌아다니는 인생은 내 집마저도 객지가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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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분노의 하이웨이 2 +3 16.05.15 2,156 2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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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트럭커: 19. 놈 아닌 놈 5 +6 16.04.20 2,319 33 6쪽
18 트럭커: 18. 놈 아닌 놈 4 +4 16.04.18 2,318 30 6쪽
17 트럭커: 17. 놈 아닌 놈 3 +1 16.04.12 2,694 28 7쪽
16 트럭커: 16. 놈 아닌 놈 2 +4 16.04.07 2,328 35 7쪽
15 트럭커: 15. 놈 아닌 놈 1 +3 16.04.04 2,551 28 7쪽
14 트럭커: 14. 웃기는 놈 2 +3 16.04.01 2,686 31 11쪽
13 트럭커: 13. 웃기는 놈 1 +1 16.03.31 2,546 31 6쪽
12 트럭커: 12. 지저분한 놈 5 +1 16.03.30 2,899 38 6쪽
11 트럭커: 11. 아주 나쁜 놈 4 +2 16.03.29 2,956 32 5쪽
10 트럭커: 10. 지저분한 놈 3 +3 16.03.28 2,720 34 8쪽
9 트럭커: 9. 지저분한 놈 2 +4 16.03.24 2,975 47 7쪽
8 트럭커: 8. 지저분한 놈 1 +5 16.03.24 3,084 45 6쪽
7 트럭커: 7. 바보 같은 놈 3 +4 16.03.22 3,421 68 10쪽
6 트럭커: 6. 바보 같은 놈 2 +2 16.03.21 3,332 64 9쪽
5 트럭커: 5. 바보 같은 놈 1 +10 16.03.20 3,877 64 11쪽
4 트럭커: 4. 북미대륙 트럭운전 제일고수 +6 16.03.17 4,182 62 9쪽
3 트럭커: 3. 한심한 놈 +1 16.03.17 3,959 78 6쪽
2 트럭커: 2. 한심한 놈 +1 16.03.14 3,965 59 8쪽
1 트럭커: 1. 한심한 놈 +9 16.03.11 6,103 8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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