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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무는 온 힘을 다하여 자신의 감정을 작품속에 쏟아 붓는 것이다

트럭 드라이버 투 TRUCK DRIVER TOO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울프캉
작품등록일 :
2016.03.05 15:52
최근연재일 :
2017.08.04 10:41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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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302
추천수 :
1,750
글자수 :
210,229

작성
16.07.3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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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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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9쪽

NEW YORK! NEW YORK! 3

DUMMY

삐삐삐~,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새벽 3시 30분, 어제 잠들기 전에 맞춰 놓아두었었다.

M 생각이 나서 얼른 위 침대를 보았다. 썰렁하게 슬리핑백만 널브러져 있을 뿐, 그가 보이지 않는다.

설마 이 시간까지 안 올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걱정됐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 할 이야기가 많겠지 생각하니까 저으기 안심 되었다. 술마시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래도 4시까지는 오겠지 생각하고 로그 북을 작성하고 준비했던 지도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트럭휴게소 안에 가서 커피 한잔을 뽑아 왔다.

새벽에 마시는 커피는 맛이 아주 특별하다.

정신을 맑게 해주고 허전한 속을 뜨겁게 해주는 이상한 마력이 있다.


그는 4시가 돼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술에 취해 떨어졌을까? 아냐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리고 헤매고 있을지도 몰라. 조금 더 기다렸다.

친구의 전화번호를 받아 두지 않은 것이 후회됐다.


4시 30분, 어떻게 해야 하나?

만약 그가 나타나지 않으면 나 혼자라도 배달을 가야 하나? 아니면 그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판단할 수가 없었다.

꽉 차 있던 트럭들이 새벽을 찬바람을 깨며 하나씩 하나씩 트럭휴게소를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기다리는 초조한 마음은 자꾸 시계를 쳐다보게 된다.

신경질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다가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거나 아닌지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다가도 그냥 떠나 버리고 싶기도 했다.

나는 참지 못하고 트럭을 나와 입구 쪽으로 자꾸 눈길을 주시하면서 서성댔다.

들고 있던 커피를 마시려고 보니까 이미 빈 컵이었다.

시간은 이미 5시를 지나고 있었다.

이때 승용차 한 대가 입구에 들어서는 게 보였다. 혹 그가 타고 오는가 기대하였는데 트럭 쪽으로 오지 않고 입구에 섰다.

그가 아니구나, 생각하고 실망하였는데 그 승용차에서 내리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익었다. 바로 M이었다.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솟아오르던 화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는 승용차 창문에 대고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는 바로 트럭 쪽으로 달려왔다.


“미안 미안, 친구가 길을 잘못 들어서서 헤맸어.”


내가 뭐라고 묻기도 전에 그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자, 빨리 가자!”


나는 할 말이 많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우선은 약속 시각 안에 도착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 친구의 승용차는 우리가 만나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듯이 그때까지 서 있다가 천천히 돌아서 트럭휴게소를 빠져나갔다.

나도 즉시 출발했다.


다행스럽게도 가까스로 시간 내에 고객에게 도착하고 화물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옆자리에 앉아 있는 M의 표정은 시종일관 심각해 보였다.

별로 말도 없었다. 늦은 것 때문에 내게 미안해서 그런 거라고는 생각 들지 않았다.

내가 운전 못 한다고 말해서 섭섭한 것도 있고 가르쳐 준다고 냉정하게 대해 주어서 그러려니 생각했다. 오랜만에 친구 만나서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리도 없다. 물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으나 자칫하면 서로 감정 상하는 일이 생길 것이 염려스러워 그냥 잠자코 있었다.


***


M의 트레이닝은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18일 만에 회사로 돌아옴으로써 끝내게 됐다.

그 후 여러 달이 지나고 M은 솔로가 돼서 그가 바라는 트럭커가 됐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지만 서로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

북미 전 지역을 보름씩 돌아다니는 직업이다 보니 서로 엇갈리는 일은 있어도 한 곳에서 마주치기는 드물다.

회사 야드에서 한 번 만난 적은 있었다.

나는 그지없이 반가웠지만, 그는 별로 그런 내색이 없었다. 트레이닝 중에 섭섭한 감정이 남아 있기도 할 것이고 내심 미안하기도 했다.

나는 그에게 최소한 1년 정도는 회사에 있으라고 충고해주었지만 그는 6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 후에는 그를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이 지냈다.

다만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뉴욕만 전문적으로 왕복하는 트럭회사에 다닌다고 하였다.


토론토에서 뉴욕까지는 500마일(800km)이다. 하루 운전하고 가서 자고 그다음 날 돌아올 수 있다.

일주일이면 3회 정도 왕복할 수 있다.

그러면 한 달에 12,000마일이 되고 고정적인 수입이 되므로 피곤하고 위험한 것만 없다면 훌륭한 고정 루트이다.

그렇지만 나는 별 관심 없다.

나는 고정루트만 다니면 한 달도 못 돼서 지쳐버릴 것 같다.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특히 안 가본 곳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모험적인 성격이라서 그렇다.

그날 그날 닥치는대로 행선지가 결정 되는 운행이 좋다.

장거리 트럭운전은 내 적성에 딱 맞는 직업이다.

어쨌든 M은 내가 걱정했던 바와는 달리 트럭운전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아 기뻤다.

비록 서로 어색한 감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M도 나를 이해해 줄 것이고 오해가 풀리고 다시 친구처럼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


바쁜 트럭운전 생활 속에서 픽업과 배달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고 한 달, 한해가 금방 지나버린다.


어느덧, 3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나는 오랜만에 다시 뉴욕을 가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롱아일랜드로 가기 때문에 별 어려움도 없고 더구나 배달시간이 내일 아침 10시이기 때문에 여유 있게 갈 수 있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항상 들리던 그 트럭휴게소에 가서 밤을 보내고 아침 늦게 출발하여도 되므로 마음이 아주 느긋했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이른 초저녁이라 주차자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치킨 수프를 데워 베이글 한 조각과 함께 간단히 저녁을 끝내고 운전석에 앉아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오가는 트럭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한 여자가 어린아이와 함께 멀리 입구 쪽에서 걸어오는 것이 눈에 보였다.

트럭휴게소에 여자가 어린아이를 데리고 오는 일은 드문 일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무심코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나는 그 여자가 동양 여자임을 알고 호기심이 나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 여자는 한가운데를 향하여 정면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물론 어린아이의 느린 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가까워질수록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동양 여자로서는 몸매가 아주 뛰어나게 보였고 어린아이는 예쁜 여자 어린이였다.

바라볼수록 궁금증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로 이 험한 트럭들 사이로 걸어 들어오고 있을까?

이런 곳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련된 옷차림으로 보아 한국여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 들쯤이었다. 그들은 내 트럭을 향하여 정면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내 트럭 바로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뉴욕에는 내가 아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혹시 내가 아는 얼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내가 아는 얼굴이 아니었다.

창문을 내리고 얼굴을 내밀었다


“울프님이시지요?”


그녀가 첫마디였다.

오랫만에 듣는 한국말이어서인지 거친 트럭휴게소에서 여자의 음성을 들어서인지 알 수 없으나 그녀의 목소리는 청아하고 고운 음성으로 정수리 끝에서 배꼽아래 단전까지 잔잔한 떨림을 주었다.


“···”


순간적으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비단 한국말을 해서가 아니다.

지금 이 시각, 여기 뉴욕의 어느 트럭휴게소에 내가 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그런데 모르는 여인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와서 내 이름을 부르다니···.

기절초풍할일이란 바로 이런 때를 말하는 것이리라.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예 그렇습니다만···”


어색한 내 목소리에는 한국 여인을 만난 반가움보다는 도대체 누굴까 하는 의문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녀는 늘씬한 몸매에 훌쩍 큰 키가 시원스러워 보였다.

대학교 때 본 ‘사랑 만들기’라는 한국영화에 나온 여주인공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 여인이 바로 그 여주인공이라고 해도 나는 믿을 정도로 똑 닮았다.

나는 그대로 트럭에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트럭에서 내려와 그녀와 마주 섰다.

그녀의 키는 트럭에서 볼 때보다 훨씬 컸다. 나보다도 더 큰 키에 몸매 또한 날씬했다.

정말로 일류모델이나 영화배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다만 그녀에게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는 우울함이었다.

묘한 분위기의 외로움이 그녀의 까만 눈동자에 배어 있었다.


“M 씨를 아시지요?”

또 한 번 나를 당혹하게 만들었지만, 나는 그때야 이 여인에 관한 의문조각들을 짜 맞출 수 있었다.


“아, 그러면 그 M의 친구분···.?”


나는 말끝을 맺지 못했다.

M과 이 아름다운 여인을 친구로 연결하기에는 뭔가 어색하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감을 느낀 것이다.


“그이가 그렇게 말했나요?”


“몇 년 전에 M과 함께 뉴욕에 왔을 때 친구 만났다고 했는데···”


그 친구가 여자였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 말을 하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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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분노의 하이웨이 2 +3 16.05.15 2,156 29 9쪽
21 분노의 하이웨이 1 +5 16.05.13 2,129 3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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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트럭커: 19. 놈 아닌 놈 5 +6 16.04.20 2,320 33 6쪽
18 트럭커: 18. 놈 아닌 놈 4 +4 16.04.18 2,319 30 6쪽
17 트럭커: 17. 놈 아닌 놈 3 +1 16.04.12 2,694 28 7쪽
16 트럭커: 16. 놈 아닌 놈 2 +4 16.04.07 2,328 35 7쪽
15 트럭커: 15. 놈 아닌 놈 1 +3 16.04.04 2,552 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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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트럭커: 13. 웃기는 놈 1 +1 16.03.31 2,546 31 6쪽
12 트럭커: 12. 지저분한 놈 5 +1 16.03.30 2,900 38 6쪽
11 트럭커: 11. 아주 나쁜 놈 4 +2 16.03.29 2,956 32 5쪽
10 트럭커: 10. 지저분한 놈 3 +3 16.03.28 2,720 34 8쪽
9 트럭커: 9. 지저분한 놈 2 +4 16.03.24 2,975 47 7쪽
8 트럭커: 8. 지저분한 놈 1 +5 16.03.24 3,086 45 6쪽
7 트럭커: 7. 바보 같은 놈 3 +4 16.03.22 3,422 68 10쪽
6 트럭커: 6. 바보 같은 놈 2 +2 16.03.21 3,332 64 9쪽
5 트럭커: 5. 바보 같은 놈 1 +10 16.03.20 3,877 64 11쪽
4 트럭커: 4. 북미대륙 트럭운전 제일고수 +6 16.03.17 4,183 62 9쪽
3 트럭커: 3. 한심한 놈 +1 16.03.17 3,961 78 6쪽
2 트럭커: 2. 한심한 놈 +1 16.03.14 3,965 59 8쪽
1 트럭커: 1. 한심한 놈 +9 16.03.11 6,103 8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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