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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무는 온 힘을 다하여 자신의 감정을 작품속에 쏟아 붓는 것이다

트럭 드라이버 투 TRUCK DRIVER TOO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울프캉
작품등록일 :
2016.03.05 15:52
최근연재일 :
2017.08.04 10:4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18,284
추천수 :
1,750
글자수 :
210,229

작성
16.06.19 15:01
조회
1,984
추천
26
글자
8쪽

이쁘다! 3

DUMMY

“뱅크, 은행, 홍콩은행······”


랜스포드가 계속 되풀이하자 옆에 있던 어머니가 눈치가 더 빨랐다.


“송이?”


하고 묻는다.


“예스, 송이!”


랜스포드는 그녀의 명찰에서 ‘송’ 이라는 글자가 생각났다.

랜스포드는 항상 그녀를 ‘송’이라고 불렀다.


‘송’이 이름인지 성인지 나도 모르겠지만 일단 여기에서는 이름이라고 치고 그녀를 송이라고 부르자.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 집에는 딸이 셋이 아닌 넷이나 있었다.

은행에 근무하는 송이가 제일 큰 딸이고 그 아래로 동생이 셋이나 주르르 있고 막내는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경계에 가득찬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랜스포드를 이 층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일층은 집에서 운영하는 가게, 이 층은 거실 겸 안방이 있고 3층은 딸들 방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하실은 한때 조그만 주점이 세 들어 있었으나 그 당시에는 비어 있었다.


아버지는 랜스포드가 건네준 술병을 받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즉시 뚜껑을 열었다.

거침없이 한잔 따라 마시고 랜스포드에게도 한잔 권했다.

아버지는 랜스포드에게 송이와 데이트하러 왔느냐고 재차 확인하더니 그럼 기다리라고 말했다. 지금 시각은 오전이므로 송이가 퇴근해서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아버지는 기다리라고 명령하듯이 말했다. 그리고는 둘은 영어단어와 한국말을 섞어서 대화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아버지는 군출신이었다.

대한민국 남자야 당연히 군대에 갔다 오지만 송이의 아버지는 월남전 참전 용사였다. 그리고 미군에 대해 아주 좋은 인상을 받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는 갓 스무 살 나이에 월남전에 참전했고, 한미합동 수색작전 중 한 미군 병사가 자기 앞에 서서 가다가 저격병의 총에 맞아 전사한 일이 있었다. 그 미군 병사가 없었다면 그 총알이 자기에게 왔을 것이다. 아버지가 친절하게 해주는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둘은 군대 이야기를 비롯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게 됐고 서로 좋은 인상을 받게 됐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저녁 시간, 송이가 퇴근할 시간이 됐다.


랜스포드는 그녀의 태도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초조했다. 아무 이야기 없이 불쑥 찾아와 그녀의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랜스포드를 보면 그녀가 뭐라고 할 것인가?


“당신, 우리 집에서 뭐하는 거예요?”


막 집에 들어선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으로 랜스포드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우리 집은 어떻게 알고 찾아 왔어요?”


그녀는 랜스포드에게 뭐라고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매섭게 소리쳤다.


“당장 돌아가세요!”


화가 잔뜩 난 송이에게 랜스포드가 대답하기도 전, 아버지가 더 큰소리로 딸에게 소리쳤다.

무슨 말인지는 랜스포드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내용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랜스포드가 너에게 정식으로 데이트를 신청하고자 찾아왔는데 그렇게 거칠게 대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당장 같이 나가서 함께 저녁 먹고 들어오너라.”


그렇게 화를 내고 팔팔하던 그녀는 아버지의 한마디에 그저 ‘예’ 한마디 대답하고 고분고분해졌다.

랜스포드의 눈에는 그런 아버지와 딸의 모습이 신기했다.

아버지의 말에 순순히 따르는 자식들의 모습은 랜스포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랜스포드는 ‘존경(Respect)’이라고 표현했다.

랜스포드가 그녀 송이와 첫 데이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녀의 아버지 덕분이다.


이렇게 시작한 데이트는 여러 번 이어지고 송이는 랜스포드에게 서울의 명소 창경원, 남산, 한강공원, 청계천을 안내 구경시켜주었다.

어설프던 송이의 영어실력도 유창하게 늘기 시작하고 또한 두 사람의 사이도 점점 무르익어갔다. 소위국경을 초월한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 사이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가로놓여 있었다.

국적이 다른 것 외에도 송이는 랜스포드보다 다섯 살 많았다.

더구나 송이는 결혼했던 경력이 있다. 이혼하였고 아들이 하나 있는데, 지금은 전남편이 키우고 있었다.

국경을 초월하는 것이 사랑이며, 다섯 살의 나이 차이가 사랑 앞에 무슨 상관이랴?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둘 사이는 연인이라기보다는 친구 사이처럼 지냈다.

랜스포드는 그녀의 집에 자주 초대받아 그녀의 아버지와 술을 나누는 일도 많아지고 또 그녀와 그녀 친구들을 미군부대로 초대해서 랜스포드의 부대 동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했다.

동료 하나는 송이 친구에게 반해 열렬히 구애하기도 했다. 그들은 급속도로 가까워져 바로 깊은 연인 사이가 되었고 약혼까지 하는 관계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햇수로 2년이 지나도록 송이와 랜스포드의 관계는 더 발전이 없었다.

키스 한 번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것이다.그러던 어느 여름날, 랜스포드는 송이 집에 초대되어 저녁을 함께 먹던 날이었다. 태풍이 불어오던 때라 랜스포드는 군대에 전화를 해서 태풍 때문에 복귀할 수 없노라고 자기 현재 위치가 어디라고 주소를 보고 했다. 군대는 항상 비상시를 대비해서 근무지 외에 있어야 할 경우 현 위치 보고를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와 술을 밤새도록 마실 수 있었다. 랜스포드는 젊었지만, 그녀의 아버지의 술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만 마신다고 포기하고 소파에 퍼져버렸고 아버지는 혼자서 술을 홀짝홀짝 비우셨다. 랜스포드가 취한 척 쓰러져있자 아버지가 송이 방에 데려다 재우라고 하셨다.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한방에서 송이와 함께 자는 기회가 온 것이다. 송이와 나란히 누운 그는 송이의 태도에 적잖이 실망했다. 송이는 옷도 벗지 않은 채 벽 쪽으로 몸을 돌려서 누운 것이다.


“내 얼굴이 말이 아니다.”


랜스포드는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무슨 뜻이에요?”


“나는 지금 송이네 집에 손님으로 와있다.”


"그런데요?”


“너는 내가 와있다고 해서 내게 등을 돌려 자고 있다. 내가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처럼 느끼게 하고 있다. 그게 바로 내 얼굴(체면)을 잃게 하고 있다."


그녀는 랜스포드옆에 나란히 누웠다.

그날 밤, 밤새도록 비바람만 몰아쳤을 뿐 둘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랜스포드 송이의 태도에서 아직 때가 이르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랜스포드는 송이의 얼굴에서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송이에게 시시덕거리며 놀리고 있었고 송이는 신경질 내고 있었다. 랜스포드는 뭔가 잘못됐음을 느끼고 그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 없었다. 남녀가 한방에서 잔다는 것은 이미 허락한 거나 다름없는데 랜스포드가 아무 시도도화지 않았다는 것에 그녀가 화난 것이다.

한국의 식탁은 나지막하다. 그래서 랜스포드는 엉거주춤 쭈그리고 앉아서 먹어야 한다. 눈치를 읽은 그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옆에서 밥을 먹고 있는 송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 송이의 얼굴을 덮쳐 키스했다 밥을 먹다가 그대로 음식물을 입에 문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 생각하면 정말 우스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랜스포드와 송이는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그녀를 만나기 시작한 지 꼭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 후로 둘 사이는 연인 사이로 발전했지만, 송이는 랜스포드를 여전히 친구처럼 대해주었다. 랜스포드의 그녀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하기는 싫었다.

3년쯤 됐을 때 랜스포드는 그녀에게 정식으로 결혼을 신청했다.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이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왜 안 되느냐고 물으면 그녀는


“당신은...... 너무 커요, 그리고······”


하고는 말을 중단해버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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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트럭커: 19. 놈 아닌 놈 5 +6 16.04.20 2,319 3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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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트럭커: 11. 아주 나쁜 놈 4 +2 16.03.29 2,956 32 5쪽
10 트럭커: 10. 지저분한 놈 3 +3 16.03.28 2,720 34 8쪽
9 트럭커: 9. 지저분한 놈 2 +4 16.03.24 2,975 47 7쪽
8 트럭커: 8. 지저분한 놈 1 +5 16.03.24 3,085 45 6쪽
7 트럭커: 7. 바보 같은 놈 3 +4 16.03.22 3,421 68 10쪽
6 트럭커: 6. 바보 같은 놈 2 +2 16.03.21 3,332 64 9쪽
5 트럭커: 5. 바보 같은 놈 1 +10 16.03.20 3,877 64 11쪽
4 트럭커: 4. 북미대륙 트럭운전 제일고수 +6 16.03.17 4,183 62 9쪽
3 트럭커: 3. 한심한 놈 +1 16.03.17 3,961 78 6쪽
2 트럭커: 2. 한심한 놈 +1 16.03.14 3,965 59 8쪽
1 트럭커: 1. 한심한 놈 +9 16.03.11 6,103 8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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