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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무는 온 힘을 다하여 자신의 감정을 작품속에 쏟아 붓는 것이다

트럭 드라이버 투 TRUCK DRIVER TOO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울프캉
작품등록일 :
2016.03.05 15:52
최근연재일 :
2017.08.04 10:4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18,319
추천수 :
1,750
글자수 :
210,229

작성
16.03.31 02:02
조회
2,546
추천
31
글자
6쪽

트럭커: 13. 웃기는 놈 1

DUMMY

“내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내 책상위에 컴퓨터가 4대나 있었다.”


그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늙은 사람,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이는, 그러면서도 껑충한 키다리에 반바지를 걸친 모습을 보고 한 눈에 알아 봤다. 왠지 모르게 우스꽝스러운 자태를 뿜어낸다.

전에 뭐 했냐고 물었더니 그가 한 대답이었다.

도대체 어떤 직업이 책상위에 컴퓨터가 4대나 필요할까?

뭔지 몰라도 대단한 하이 테크니션처럼 여겨졌다.

대단한 컴퓨터기술자였나?

폴랜드에서 캐나다로 이민왔다는 죠지는 그 자랑스런 직장에서 해고 되는 바람에 트럭운전을 배우러 왔다고 했다.

북미에서의 트럭운전은 갈 데가 없으면 최후에 찾아오는 막장 같은 직업인가보다.

나도 그랬지만 트럭을 배우러 오는 사람 모두 한결 같다.

물론 가끔은, 날아다니는 새처럼 자유롭고 멋이 있어 보여서 어릴 적부터 꿈이었다고 말하는 어린 친구도 있다.


죠지는 말 수가 적은 나와는 정반대로 주절주절 이러쿵저러 쿵 주둥아리를 잠시도 놔두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이 무지무지하게 많다.

어디서 주워들은 듯 한 썰렁한 유머를 말해 주기도 하고, 뭐든지 눈에 보이면 꼭 한마디씩 논평을 하거나 별 잡스런 주변잡기를 시시콜콜 떠들어 댄다.

한 이야기가 끝나면,

그거 있잖아,...

너 알고 있니?...

방금 생각났는데.... 하는 말로 새로 이야기가 시작 되곤 했다.

나는 20년 이상을 마누라 잔소리에 잘 단련된 (잘 길들여진?) 사람이다. 아무리 옆에서 떠들어도 잔소리를 한귀로 흘려보내는 방법을 잘 알고 있으니까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잔소리에 버금가는 죠지만의 특징이 하나 더 있다.

그는 컴퓨터 4대의 하이 테크니션답게 셔츠의 윗 주머니에 뭔가를 잔뜩 꽂고 다닌다.

그의 누렇게 바랜 셔츠는 외쪽 오른쪽 양쪽에 두개의 주머니가 달려 있는데 모두 불룩하게 튀어 나왔다.

거기에는 죠지의 모든 도구와 장비가 다 들어 있다.

오른쪽 주머니에는 길게 위로 튀어 나온 똥색 안경집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그 안에는 돋보기안경이 들어 있다.

물론 또 다른 안경은 줄에 묶여서 그의 목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그리고 지금은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 중이다.

손바닥만 한 수첩이 주머니 안에 있고 10 센치미터 짜리 조그만 플라스틱 자도 있다.

또 손가락 굵기만 한 소형 플래쉬도 있는데 새로 나온 최신형 LED 라이트라 소형건전지로도 오래 쓰고 잘 보인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왼쪽 주머니에는 검은색 볼펜 두 자루, 빨간색 한자루 그리고 검은색 마커팬, 노란색의 형광펜이 가지런히 꽂혀있고 다른 하나는 마치 볼펜처럼 생겼는데 뚜껑을 열면 그 안에 작은 스크류 드라이버가 들어 있다.

과연 프로펫셔널한 테크니션다운 죠지였다.

그런데 뭔지 모르는 이상하게 생긴 꼬챙이도 하나 꽃아져 있어서 물어 봤다.

-그게뭐냐?

-응 이거 이쑤시개야.

-뭐 이쑤시개?

끝이 날카롭게 뾰족한데 반원형으로 구부러져 있고 손잡이가 달려 있는......, 어디서 본 듯한.

치과의사들이 사용하는 그 도구다. 치석 제거할 때 사용하는 바로 그것.

-이 사이에 낀 음식 찌꺼기를 제거하는데 최고야, 만년 오래 오래 사용할 수 있고···.

-그으~래!

자랑스럽게 설명 해주는 죠지를 실망 시킬 수 없어서 부러운 표정을 억지로 지어 보였다.

그래서 그의 셔츠는 항상 아래로 추욱 쳐져 있다.

죠지는 참 대단한 친구이다.

지구 어느 곳에다 내려놓아도 살아 남을만하다.



이런 정도야 뭐 봐줄 만하다. 저마다 개성이란 것은 있기 마련이니까...

문제는 죠지에게는 또 하나의 버릇이 있는데 그 버릇 때문에 웃기지도 않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 한다.


이상한 놈에게는 항상 이상한 일이 생긴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해!


생긴 것 같지 않게 걷는 것을 좋아한다네, 뭐 걷는 것은 건강에 좋고 심심풀이도 되고 괜찮은 버릇이지.

그는 휴게소에 주차하면 주차장을 뱅뱅 돈다. 서너 바퀴는 기본으로 걷는다.

화물을 싣고 내리는 동안에도 회사 주변을 왔다 갔다 걷는다.

주유소에서도 잠깐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한참 만에 다시 나타난다.

걷는다는 것은 참 좋은 습관이다.

하루에 만보를 걸으면 평생을 건강하게 오래 오래 장수한다는 건강정보 상식도 있잖은가!


그래 많이 걷고 오래 오래 잘 살아다오.

나는 그냥 편하게 앉아 있다가 그냥 편하게 일찍 죽을란다.


최소한, 그가 걷는 동안만큼은 옆에서 주절주절 떠드는 잔소리를 듣지 않고 나만의 조용한 명상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어느 트럭스탑 휴게소에서였다.

죠지는 역시나 걷겠다고 나갔다.

나간 지 한참 됐을 때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죠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가 비를 피해서 어디로 들어갔겠지 생각하고 걱정도 안했다.

대륙성 기후는 언제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없다. 소나기를 샤워라고 표현한다. 말 그대로 샤워처럼 잠깐 퍼붓고 지나간다.

오늘도 소나기는 한동안 억세게 퍼붓고 나서야 가랑비로 변하더니 해가 쨍 하고 떴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죠지가 돌아왔다.

절대 웃어서는 안 되는 상황인데, 나는 그의 몰골을 보고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존재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는 완전히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돼서 돌아 왔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흠뻑 젖어서 몸을 덜덜덜 떨면서 트럭으로 기어올라 왔다.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입술은 파랗게 부르텄다.

나는 그를 위해 트럭에서 나와 밖에 한참동안을 서 있어야 했다.

죠지가 양말 팬티까지 옷을 몽땅 벗어서 짜고 말리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말이다.

근데 뭐지?

이 고소한 기분은?

웃음이 절로 났다.

내 성질이 이렇게 고약하고 심술이 있는지 몰랐다.


그날 이후에도 죠지는 걷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정말 걷는 것을 좋아하는 그다.

다만 그의 손에는 2단 접이식 우산을 꼭 쥐고 나간다.

날씨가 흐리거나 말거나 해가 쨍쨍 비치는 날에도 반드시 우산을 챙긴다.

아쉽게도 우산은 셔츠의 윗주머니에 들어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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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CODE NAME DEER HUNTER 2.지저분한 트럭운전사 +5 17.07.15 438 14 9쪽
52 CODE NAME DEER HUNTER 1.위스콘신 주 +3 17.07.10 454 15 7쪽
51 히치하이커 윌슨 7. 뜻밖의 해후 그리고 +5 17.06.29 529 14 10쪽
50 히치하이커 윌슨 6. 절호의 기회 +3 17.06.27 440 12 9쪽
49 히치하이커 윌슨 5. 개의 본능, 개의 생각 +1 17.06.25 489 10 10쪽
48 히치하이커 윌슨 4. 뻔뻔스러운 녀석, 윌슨 +2 17.06.23 505 13 10쪽
47 히치하이커 윌슨 3. 예기치 않은 히치하이커 +5 17.06.21 534 13 8쪽
46 히치하이커 윌슨 2. 신원을 알 수 없는 괴생명체 +3 17.06.17 573 16 11쪽
45 히치하이커 윌슨 1. 텍사스 라레도 +7 17.06.15 703 23 8쪽
44 NEW YORK! NEW YORK! 6 (끝) +11 16.08.03 2,005 25 11쪽
43 NEW YORK! NEW YORK! 5 +2 16.08.02 1,630 14 10쪽
42 NEW YORK! NEW YORK! 4 +1 16.08.01 1,750 13 12쪽
41 NEW YORK! NEW YORK! 3 +3 16.07.31 1,912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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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NEW YORK! NEW YORK! 1 +4 16.07.29 1,839 17 7쪽
38 NEW YORK! NEW YORK! 프롤로그 +2 16.07.29 1,772 10 2쪽
37 이쁘다! 4 (끝) +3 16.06.22 2,041 32 6쪽
36 이쁘다! 3 +1 16.06.19 1,985 26 8쪽
35 이쁘다! 2 +1 16.06.17 2,171 26 8쪽
34 이쁘다! 1 +3 16.06.15 2,342 2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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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분노의 하이웨이 8 +1 16.05.28 1,892 28 8쪽
27 분노의 하이웨이 7 +3 16.05.25 1,788 3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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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분노의 하이웨이 5 +2 16.05.21 1,963 26 7쪽
24 분노의 하이웨이 4 +1 16.05.19 2,109 24 9쪽
23 분노의 하이웨이 3 +4 16.05.17 2,123 28 8쪽
22 분노의 하이웨이 2 +3 16.05.15 2,156 29 9쪽
21 분노의 하이웨이 1 +5 16.05.13 2,129 33 7쪽
20 트럭커: 20. 놈 아닌 놈 6 (놈놈놈 끝) +3 16.04.21 2,292 32 6쪽
19 트럭커: 19. 놈 아닌 놈 5 +6 16.04.20 2,320 33 6쪽
18 트럭커: 18. 놈 아닌 놈 4 +4 16.04.18 2,319 30 6쪽
17 트럭커: 17. 놈 아닌 놈 3 +1 16.04.12 2,694 28 7쪽
16 트럭커: 16. 놈 아닌 놈 2 +4 16.04.07 2,328 35 7쪽
15 트럭커: 15. 놈 아닌 놈 1 +3 16.04.04 2,553 28 7쪽
14 트럭커: 14. 웃기는 놈 2 +3 16.04.01 2,687 31 11쪽
» 트럭커: 13. 웃기는 놈 1 +1 16.03.31 2,547 31 6쪽
12 트럭커: 12. 지저분한 놈 5 +1 16.03.30 2,901 38 6쪽
11 트럭커: 11. 아주 나쁜 놈 4 +2 16.03.29 2,956 32 5쪽
10 트럭커: 10. 지저분한 놈 3 +3 16.03.28 2,721 34 8쪽
9 트럭커: 9. 지저분한 놈 2 +4 16.03.24 2,975 47 7쪽
8 트럭커: 8. 지저분한 놈 1 +5 16.03.24 3,086 45 6쪽
7 트럭커: 7. 바보 같은 놈 3 +4 16.03.22 3,422 68 10쪽
6 트럭커: 6. 바보 같은 놈 2 +2 16.03.21 3,332 64 9쪽
5 트럭커: 5. 바보 같은 놈 1 +10 16.03.20 3,877 64 11쪽
4 트럭커: 4. 북미대륙 트럭운전 제일고수 +6 16.03.17 4,183 62 9쪽
3 트럭커: 3. 한심한 놈 +1 16.03.17 3,961 78 6쪽
2 트럭커: 2. 한심한 놈 +1 16.03.14 3,965 59 8쪽
1 트럭커: 1. 한심한 놈 +9 16.03.11 6,103 8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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