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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무는 온 힘을 다하여 자신의 감정을 작품속에 쏟아 붓는 것이다

트럭 드라이버 투 TRUCK DRIVER TOO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울프캉
작품등록일 :
2016.03.05 15:52
최근연재일 :
2017.08.04 10:41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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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282
추천수 :
1,750
글자수 :
210,229

작성
17.06.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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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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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9쪽

히치하이커 윌슨 6. 절호의 기회

DUMMY

6. 절호의 기회


텍사스를 벗어나 오클라호마를 지나 아름다운 콜로라도에 들어서면 광활한 평원이 펼쳐진다. 풍력발전하는 윈드 터바인이 숲을 이룬다.

돈키호테가 그의 애마를 몰고 산초와 함께 전투를 벌인 것이 풍차였듯이 나 울프는 트럭을 몰고 윌슨과 함께 하얗고 거대한 날개 윈드 터바인에 돌진한다. 이곳은 라디오 전파조차 닿지 않는 대평원의 중심이다. 그리고 이 평원이 끝나는 곳에서 대륙의 등줄기 로키산맥이 시작된다.


벌써 3일째 북북서를 향하여 운전했다.

때로는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 가족이 바로 그런 것이다. 다만 항상 있음으로 그 존재를 소중함을 잊고 무관심하거나, 작은 불편에 서로에게 상처를 줄때도 있게 마련이다.

말이 없는 윌슨이라도 옆 좌석에 앉아있으니 위안을 받는다.


나는 주절주절 이야기해도 윌슨은 듣는 둥 마는 둥 조수석에 앉아 앞만 바라보고 있다

‘윌슨, 너 뭐 할 줄 아니? 훈련받았으면 재주 좀 피워봐라!’

‘.......’

‘한번 해 보자! 스탠드 업!(Stand up 일어서)’

윌슨이 의자에서 엉거주춤 엉덩이를 띠고 일어섰다. 신기한 녀석이다.

Get down! (의자에서 내려와!)

Roll over! (굴러봐!)

Turn around! (돌아봐 1)

신기하게도 윌슨은 내가 시키는 대로 따라 했다.

‘햐! 요놈 봐라 정말 대단한데···. 주인이 단단히 교육을 제대로 했구나!

또 뭐가 있을까? ‘

아쉽게도 아는 명령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다음 휴게소에 정차하면 공놀이나 프리스비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윌슨이 새삼스럽게 대견해졌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의 행동이 일목요연하게 이해 할 수 있었다. 항상 멀찌감치 떨어진 곳으로 가서 볼일을 보며 몸을 흔들어 털어 내는 일도 안에서 하지 않고 밖에서 한다.

그 탓인지 개털이 트럭 안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이렇게 잘 훈련된 개라면 내가 그냥 키워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럭 운전하는 동안 친구삼아 데리고 다녀도 될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처음 보았던 초라하고 지저분한 인상은 사라지고 점점 예뻐 보였다. 윌슨은 이제 마치 내 개라도 된 양 의젓했다.

윌슨도 가만히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내가 더 시킬 기미를 안 보이자 슬그머니 조수석에 올라와 앉아 전방만을 주시했다.

아무래도 보통 개는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짓거리를 보면 이상한 면이 있는 놈이다.

다시 윌슨은 꼼짝도 하지 않고 그저 앞만 바라보았다.

답답했는지 조금 열어놓은 창문으로 코를 내밀어 킁킁거리다 다시 앉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가끔 몸을 일으켜 세워 좌우로 흔들거리며 끙끙 거리면 볼일을 보고 싶다는 의미였다. 트럭 휴게소에 세우거나 잠깐 내려주면 윌슨은 정신없이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온다.


어느덧 콜로라도 덴버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시를 노래하는 가수 존 덴버도 콜로라도 아스펜에서 살었다.

로키산맥의 뾰족한 산봉우리들이 덴버 시내 빌딩 너머로 아스라이 보인다.

대평원에서 바라보면 톱날처럼 솟은 산들이 멀리서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다가갈수록 점점 커져 마침내 거대한 산맥에 다다른다. 산인지 구름인지 분간하기 어렵다가 산의 윤곽이 뚜렷해지면서 만년설로 덮인 봉우리들이 웅장한 자태로 버티고 있다. 남쪽에서부터 북쪽까지 첩첩 산들이 마치 거대한 장벽을 이루듯 가로막혀 있고 높은 산봉우리에는 하얀 만년설은 감히 넘지 못할 위엄을 자랑한다.

서부개척시대에 동부해안의 뉴욕이나 보스턴에 도착한 개척자들이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위해 서쪽으로 왜건을 끌고 가다 저 웅장한 로키산맥을 앞에 두고 여기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감히 저 험준한 산맥을 보고서도 넘을 용기가 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여기에 살면 저 산봉우리를 하나씩 정복하고 싶다.


바로 이 덴버의 트럭스탑 휴게소에 트럭을 세우고 길 건너 슈퍼마켓을 다녀왔다. 과일과 빵, 식료품을 샀다. 그리고 따로 개 사료 한보따리까지 샀다.

쇼핑을 마치고 트럭으로 돌아오는데 웬 서양아줌마가 트럭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아줌마는 트럭 옆에 앉아 있는 윌슨에게 뭔가 말을 걸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내게 물었다.

“당신 개입니까?”

순간 멈칫했다 혹시라도 개 주인이거나 이 개를 아는 사람일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요. 내 개는 아니고, 잠시······.”

나는 말을 흐리며 눈치를 살폈다.

“나는 개를 아주 좋아해요.”

하면서 윌슨에게 손짓한다.

윌슨은 처음 나에게 보여주었던 그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꼬리를 내리고

살살 옆으로만 갈 뿐 다가서지 않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윌슨과는 아무관계도 없는 그냥 지나가는 아줌마였다.

한편으로 이렇게 개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서양 아줌마가 말도 걸어오고···.

남미계통의 아줌마 같은데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아주 탄탄하게 생겼다.

혹시 나한테 관심 있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했다.

순간 내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줌마, 원하면 이 개를 가져가세요.”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말했다.

“정말로?”

“예, 그럼요. 이 사료도 함께 드릴게요.”

나는 개 사료가 든 봉지를 들어 보였다.

아줌마는 관심 있는 듯이 한참 윌슨을 살펴 바라보더니 돌아서며 말했다.

“사양합니다. 안녕!”

그리고는 저쪽으로 걸어가 버렸다.

나는 윌슨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 바보야! 그럴 땐 좀 의젓한 모습을 보이고 가서 아양도 좀 부리고 그래야지. 그렇게 지저분한 주제에 꼬리를 가랑이 사이에 넣고 머저리같이 행동하면 누가 널 데려가겠느냐? 새 주인 만나면 떠돌이 생활 청산하고 잘 먹고 잘 잘 수 있잖아. 이 거지 같은 놈아! “

트럭에 타고서도 나는 계속 나무랐다.

“네가 좀 깨끗하고 귀여움 떨고 그래 봐 내가 우리 집에 데려다 키운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딸이 생일 때마다 강아지 사달라고 조르는데, 만일 너를 데려갔다가는 우리 딸아이가 기겁해서 도망가겠다. 너 마지막으로 목욕은 언제 했니? “

그렇다. 딸이 생일 때마다 강아지 사 달라고 얼마나 졸라 대는지 매년 한바탕 신경전을 벌인다.

한번은 잘 아는 분에게 부탁해서 그 집 강아지-요크 테리어종으로 조그맣고 귀여운 개, 이름이 초롱이라고 했다-를 삼일동안만 빌려와서 놀게 해준 적도 있다.

나는 개를 키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윌슨처럼 말썽부리지 않고 말도 잘 듣고 키우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면 생각이 달라진다.

지금은 거지꼴을 하고 있어서 더러워 보일뿐, 가만히 살펴보면 윌슨도 제법 잘 생긴 개다. 며칠 사이에 정들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데려다 키우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다. 어쩌면 이것이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이제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문제가 있다.

내일은 캐나다로 건너가야 하는데 어떻게 국경을 통과해야 할지 걱정이다.

윌슨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

여권이야 필요 없겠지만 예방접종이나 뭐 그런 서류는 필요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 문제가 없다손 치더라도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비록 떠돌이 개일지라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혹시라도 세관원이 개에 관해 질문이라도 하면 사실대로 말해야 한? 내개라고 거짓말을 하였다가 탄로 나면 어떻게 될까? 회사에까지 알려지면 시말서를 쓰게 될 것인가?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게 최상의 방법인데 그러면 아마 윌슨은 동물보호소Dog pound로 보내지게 될 것이 뻔 한 사실이다.


“윌슨, 너 동물보호소가 뭔지 알아? 너처럼 떠돌아다니는 개를 잡어다 가두어 놓는 곳이야. 거기서 새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갇혀있게 되는데 네 지저분한 꼬락서니를 보면 거기서 평생 살다가 죽게 될 거야. 왜냐고? 아무도 너를 안 데려갈 것이 뻔 하니까. 알아들었냐? 알아? 몰라? 이 답답한 놈아!”

사실 걱정이 된다. 그냥 불법으로 몰래 데리고 국경을 건너기도 겁나고,

사실대로 이야기해서 동물보호소로 가게 하는 것도 불쌍하고 어쩐다?

북아메리카를 횡단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고 해결해 나가는데 익숙해졌어도 이렇게 갈등하는 시간은 여전히 괴롭다.

그냥 그렇게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별다른 뾰족한 묘안이 생각나지 않는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국경 바로 전에 개를 내려주고 나만 먼저 국경을 통과한 후 기다려 보는 것이다.

윌슨이 걸어서 국경을 지나 나에게 오면 인연이려니 생각하고 딸에게 데려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넘어 오지 않는다면 잠시 스쳤던 인연으로 생각하고 이별하는 것이다.

나는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는 트럭커로 인생을 살아갈 것이고 너는 대륙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개로 견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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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히치하이커 윌슨 7. 뜻밖의 해후 그리고 +5 17.06.29 528 14 10쪽
» 히치하이커 윌슨 6. 절호의 기회 +3 17.06.27 440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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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트럭커: 15. 놈 아닌 놈 1 +3 16.04.04 2,551 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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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트럭커: 12. 지저분한 놈 5 +1 16.03.30 2,899 38 6쪽
11 트럭커: 11. 아주 나쁜 놈 4 +2 16.03.29 2,956 32 5쪽
10 트럭커: 10. 지저분한 놈 3 +3 16.03.28 2,720 34 8쪽
9 트럭커: 9. 지저분한 놈 2 +4 16.03.24 2,975 47 7쪽
8 트럭커: 8. 지저분한 놈 1 +5 16.03.24 3,085 45 6쪽
7 트럭커: 7. 바보 같은 놈 3 +4 16.03.22 3,421 68 10쪽
6 트럭커: 6. 바보 같은 놈 2 +2 16.03.21 3,332 64 9쪽
5 트럭커: 5. 바보 같은 놈 1 +10 16.03.20 3,877 6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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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트럭커: 2. 한심한 놈 +1 16.03.14 3,965 5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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