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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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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1.2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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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 두번째 격투를 하다

DUMMY

세월이 약이라 했던가 아님 인간의 얍사함이 세월을 약으로 바뀌었는지도 모르는 일주일의 약이 대원들에게 약간의 평온함을 함께 해주었다.


물론 지난 금요일의 충격에 이번주 월요일 수색정찰 임무는 잔인함 그 자체였고, 군인으로서 받아들여야 할 당연한 의무이고 숙명이었지만 개인적으로도 대원들 모두가 각각의 방법으로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 충격이였기에 이산을 비롯한 모두는 잔인함을 짊어지고 나갈 수밖에 없었고, 다시 마주한 현장의 뚜렷한 자국들이 그날을 말해주고 보여주어도 되새김의 고통이 견딜만들 하였다.


물론 최 상사와 정 중사 그리고 깍두기인 이산의 너스레가 MSG역할을 하였음은 당연하였다. 그리고 이번주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내무반에서는 지난 일주일을 잘 이겨낸 서로에 대한 격려와 감사가 최 상사, 정 중사, 조 중사 그리고 이산의 너스레에 묻어나오고 있었다.


“조 중사, 오늘은 안지렸지?”


최 상사의 시동에


“저는 정 중사와는 다릅니다, 당일 한번 그것도 조금, 아주 조금이였지만, 정 중사 저놈아는 사태를 만들었다 아닙니까, 오줌사태를”


조 중사의 밀어내기 공격에


“야! 조 중사 웃기지 마라 니는 땀과 사태도 구분 못하나? 그게 어찌 사태고 땀이지 땀” 라는 정 중사의 반발에


“야! 정 중사 내 땀내와 사태냄새도 구분 못할 줄 아나? 그게 어찌 땀냄새야? 이 하사!? 사태냄새지, 안그래? 이 하사!” 라며 연합군을 구성하려 하자


“글쎄요? 제가 보기에도 단순 땀냄새라고 하기엔 냄새가 좀 그랬고, 그렇다고 사태라고 딱 단정짓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좀 있었고 아무튼 애매모호했습니다.” 라며 슬쩍 양다리를 걸치자 최 상사가


“그으~래! 그럼 오늘 정 중사가 하는 걸 보면 알겠네, 땀인지? 사태인지?” 하며 노골적으로 걷어들이기에 들어가자


“아마! 그게 확실할 것 같습니다” 라며 슬쩍 숟가락을 얹었고, 여기에 조 중사가 쐐기를 박았다.


“딱이네! 역시 선임하사님의 판결은 포청천의 판결 저리가라입니다” 라며 모두를 보며 “안그래?” 선창에 “맞습니다”가 후렴구였다.


순간 세사람의 멍석말이에 당한 정 중사는 어이가 없어


“야! 아주 사람을 꼼짝도 못하게 멍석말이에 조리돌림을 하는구나, 그래 내 쏜다 쏴 대신 이산 너! 낼 보자”라는 뜬금포에 이산은 나를 타겟으로 삼겠다는 공개적 경고니 조심해야 겠구나 라는 순진한(?)생각을 하며


“낼 일은 낼 생각하렵니다” 라고 답하자 정 중사가 웃으며


“그게 그렇게 쉽게 될 지 몰라! 안 그래?”라며 다들의 호응을 유도하자 “당근입니다” 라며 모두들 이산만 모르는 비밀을 공유한 음흉한 웃음을 보였다.


밀어붙이기에 이은 멍석말이와 조리돌림에 어쩔 수 없이 맥주를 쏜 정 중사 덕분에 하루의 피로를 맥주와 수다로 풀며 이산만 모르는 음흉한 날이 왔다.


토요일 오전에 밀린 빨래와 내무반 대청소등 정비시간을 마치고 점심후의 느긋한 개인시간을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나오는 영어회화와 함께 지내던 이산은


“이 하사! 슬슬 준비하고 가자!” 라는 정 중사의 말에 한쪽귀의 이어폰을 빼며


“네?”


“이제 갈 시간이잖아! 모두가 고대하던 MFC가 곧 시작되니 좋은자리 잡아야지.”


“MFC가 뭡니까?”


“군대 격투기 밀리터리 파이트 컴피티션(Military” Fight Competition)의 줄임말이지 뭐야!"


“아! 네 근데 저는 오늘 그냥 쉬렵니다, 영어나 좀 들으면서”


“안돼! 오늘 중요한 빅 게임이 있어 이 하사가 빠지면 곤란해, 일단 가서 들어 영어는” 하면서 이산을 잡아 끌었다.


사정담긴 강요에 이산은 어쩔 수 없이 정 중사와 함께 MFC가 열리는 기지내 PX 옆에 있는 다목적 건물로 걸음을 옮기며 무슨 빅 게임인데 이러지? 라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를 지켜본 정 중사는 잠시 후 사정을 알게된 후의 이산의 표정을 상상하며 즐거움에 자신도 모르게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MFC가 열리는 다목적 건물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간 이산은 깜짝 놀랐다. 경기장안은 좌석이 부족해 서서 구경하는 군인들과 이들이 토해내는 열기와 환호 함성으로 이미 후끈 올라 있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망설이는 이산의 어깨를 툭치며 앞장서서 인파를 헤치고 가는 정 중사를 따라가니 지난달 앉아있던 곳에 한국 군인들이 다 와서 있는게 아닌가? 심지어 대대장인 강중령과 1중대장, 2중대장, 각팀장들과 최 상사를 위시한 중대선임하사들 모두의 얼굴이 보여 경례를 하려는 순간


“무슨 경례를 이곳에서는 이하사가 최곤데, 안그래?” 라는 대대장의 응원성 멘트에 “맞습니다”라는 복창이 터져 나오며 함성과 환호가 잇달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대대 상황 및 영내 근무인원만 제외하고, 나머지가 다 왔지? 하며 의구심에 젖어있는 이산을 정 중사가


“자! 저기 우리 자리가 비어 있으니 앉자고 앉아”


잡아 끌며 격투기가 벌어지는 경기장 가까운 곳에 조 중사가 미리 잡아 놓은 빈자리로 데려갔다.


정 중사에 이끌려 준비된 자리에 앉은 이산은 자리에 앉자마자 느껴지는 강렬한 적의가 담긴 눈길에 얼굴이 따가워지는 것을 느끼며 그 시선을 따라가다보니 낯익은 얼굴이 보이는 게 아닌가? 자신을 죽일듯이 노려보는 벌겋게 충혈된 눈을 가진 주인공은 미친개 크레이그였다.


그때서야 이산은 지지난주 외박때의 해프닝과 어제 그리고 오늘 정 중사의 행동과 음흉한 미소의 의미를 깨달았다.


미친개 크레이그였다. 저놈이 이 모든 상황들의 원인 제공자였다. 모든 사태의 원인을 깨달은 이산이 피식 웃으며


“미친개였군요? 이 사단의 제공자가?”


“저놈이 지난주에 엉클샘을 통해 재 대결 신청을 해왔지, 이 하사에게는 비밀로 하였지만, 물론 당연하게 재대결에 응할지에 대한 이 하사의 의사를 물어야 했지만 지금껏 MFC에서 재 대결 신청을 피한 경우가 한번도 없었고, 이 하사가 피할 경우 우리 군의 사기에도 또 대대장님의 지난 5주간의 뻣뻣한 남자의 자랑도 모두 개망신이 될거라 이 하사도 거절 안하리라고 생각해서 이런 서프라이즈로 만든 거니 이하사가 이해해" 라며 옆구리를 툭치는 정 중사와 조 중사를 보며 이산은


“서프라이즈 두 번하면 나중에는 저 앞에 보이는 빅죠가 나오겠습니다, 두분 중사님” 하며 투덜성 농담으로 어색함을 없애버렸다.


“으잉! 거기까지 생각해 놨어, 역시 이 하사는 빨라”


정 중사와 조 중사도 미안함과 이해해 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멘트로 답하며, 세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이산이 자리에 앉을 때부터 눈알이 토끼 눈이 되도록 쳐다보던 크레이그는 이산이 주위 두 사람과 웃고 떠들고 있는 것을 보자 속에서 불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주먹을 으스러져라 움켜쥐었다.


자신이 누구인가? 바로 크레이그였다. 빅죠도 경기가 아닌 실제로 목숨 걸고 싸우는 실전이면 자신 있는 크레이크다. 그런데 저런 하찮은 동양인 놈에게 자신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지다니, 이건 뭔가 문제가 있는 거였지 자신의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였다.


오늘 저 개자식을 끝장낼 것이다. 이건 격투기 경기가 아닌 실전 싸움이다. 싸움에 무슨 룰이고 규칙인가? 처음부터 저 새끼를 박살내고 아작을 내어 피떡을 만든 후 검둥이 죠에게 다음 희생양은 너라는 걸 알려줄 것이다. 검둥이 주제에 칸다하르의 전설이 가당키나 한가? 이곳의 전설은 매드독 크레이그 바로 자신이라는 걸, 그리고 오늘이 그 시작이란 것을 모두에게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이를 부득부득 갈며 이산을 뚫어져라 노려보는데 마침 이산도 동료들과 웃고 떠들다 자신 쪽을 바라보며 손짓을 하다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으며 마치 넌 내게 안된다는 듯이 왼쪽 검지손가락을 들더니 좌우로 까딱까딱 하는게 아닌가!


순간 피가 거꾸로 솟구치고 머리 뚜껑이 열리며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크레이그는


“저 개새끼가! 오늘 너를 씹어 먹지 않으면 내가 사람새끼가 아니다” 라고 나즈막하게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뿌득뿌득 갈았다.


자신의 도발에 크레이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선불 맞은 멧돼지 마냥 씩씩대는 것을 본 이산은 정 중사와 조 중사에게 웃으며


“오늘 따는 돈으로 어제 조리돌림은 퉁입니다” 라고 하자


“야! 이 하사 너야 그렇게 퉁친다지만, 조 중사 이 친구는 맨입 퉁은 안되지” 라며 조 중사를 걸고 넘어졌다.


“그래 알았다. 오늘 이 하사덕에 따는 돈으로 쏜다 쏴 됐지?” 하고 정 중사의 태클에 넘어가 주었다.


세사람이 웃고 떠들 동안 앞선 두 경기가 끝나고 드디어 이산과 크레이그가 재 격돌하는 메인 이벤트 안내 멘트가 나오고 있었다.


오웰의 안내 멘트를 들으며 세사내는 인파를 헤치고 선수대기석으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선수대기석에서 군화와 양말을 벗고 이산은 잠시 몸을 풀기 시작하였다. 오웰의 메인이벤트 안내와 양선수에 대한 소개가 나왔다.


“이산! 이산!”


“크레이그! 크레이그!”


한국군에서 시작된 연호와 크레이그가 소속된 프랑스 용병자리 쪽에서 맞대응하는 하는 함성들이 허공에서 부딪혀 경기장내 열기는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었다.


오웰의 올라오라는 신호에 풀던 몸을 멈추고 이산이 상의를 벗자 장내는 또 한번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미친 몸이네, 미친 몸이야”


“도대체 저게 말이 돼?”


“사람이 아냐” 등 이곳 저곳에서 들리는 감탄사와 환호의 휘파람이 열기에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오웰을 사이에 두고 선 두 사내에게 오웰이 말했다.


“규칙은 잘 알꺼니 다시 설명 안 하겠고, 두 사람 모두 잘 싸워주길 바란다. 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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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크레이그의 도발 그리고 이산 22.01.07 4,467 9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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