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16,576
추천수 :
4,975
글자수 :
427,558

작성
22.01.24 15:59
조회
3,672
추천
63
글자
10쪽

6. 지독한 전쟁을 보다

DUMMY

보람차고 즐거웠던 외출의 기억이 벌써 일주일전이 되어 외출의 여운과 되새김도 맛을 잃어가는 금요일


1팀은 금주의 마지막 수색정찰 임무를 위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브래들리를 개량한 장갑차에 몸을 싣고 수색, 정찰 포인트인 칸다하르 시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 입체감이 없다고 느낀 마을에 도착한 이산은 이젠 입체감이 아니라 마치 무채색의 동영상을 반복으로 보는 것 같은 마을의 풍경과 그 풍경보다 더 건조한 표정의 마을 사람들을 보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는 자신도 혹시 그 사람들을 닮아가고 있나 생각하며 칸다하르 시장을 향하여 걸음을 옮겼다.


“도대체 이놈의 시장은 우리가 언제까지 더 맡아야 손을 떼나? 제기랄”


조 중사의 나즈막한 투덜거림에


“그러게, 어떻게 된 놈들이 이젠 적당히 할 때도 됐는데 올때마다 눈깔에 힘도 안 빠지는지 한번도 적당히가 없네, 그 눈깔에 신경쓰여 확 갈겨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니까.” 정 중사 역시 신경질적인 푸념으로 동조했다.


“에효! 그래도 조마조마하고 신경긁혀도 사고없이 넘어가기만 바래야지 어쩌겠나” 하며 조장의 다독임으로 맺었다.


두 선임의 나즈막한 대화에 이산 역시 그 끈적거리는 집요한 시선의 불편함을 생각하며 그래도 이젠 불편함 이면에 떠오르는 만약 사태에 대한 자신의 대처행동을 다듬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시내로 진입하기 시작하며 주위 경계를 위해 속도를 늦춘 일행이 입구 쪽 현지 군 경계 막사에 도착한 것은 여느 때와 같이 10시 반경이었고, 10분 정도의 휴식과 현지군과의 상황공유를 하고 막사를 떠나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였다.


시장 진입 후 느껴지는 시선들이 여느 때와는 다르게 집요한 끈적임 속에 왠지 모를 팽팽한 긴장감과 한층 강렬해진 것 같은 적대감이 이산은 물론 정 중사와 조 중사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를 더욱 날카롭게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뭐야! 이새끼들이 오늘 날 잡았나? 눈에서 불을 쏘네 불을 쏴”


주위를 살피던 조 중사의 나즈막한 경고성 멘트에


“그러게 말야! 오늘 왠지 기분이 영 찜찜하고 더럽네” 정 중사도 거들었다.


두 선임의 긴장어린 경고에 그렇지 않아도 여느 때와는 다른 강렬한 분위기에 마음의 긴장감을 높였던 이산은 자신의 개인 화기인 MP5K3의 방아쇠 고리에 손가락을 올리며 총열을 잡은 손에 살짝 힘을 가하였다.


30분 정도 지나 시장 중심부에 있는 현지 군인들의 이동형 경계 차량에 거의 도착할 때쯤 입구 반대쪽 진행방향 경계부대 막사 쪽에서 “슝!”하는 RPG7의 독특한 발사소리와 함께 “꽝!”하는 폭발에 뒤이어 “투따따따따!”하는 M240 기관총 연사소리와 소총 응사소리가 섞인 소리가 일행의 귓전을 때렸다.


순간 제자리 사주 경계나 사격 준비에 들어간 일행들이 주위를 샅샅이 살피고 확인하였으나 자신들은 물론 현지군의 이동형 경계차량에 대한 공격도 없는 것으로 보아 탈레반의 공격이 경계 막사로 한정된 것으로 판단한 팀장 이혁수 중위의


“현장까지 속보로 이동한다!” 라는 짤막한 지시로 먼저 이동한 경계 차량의 뒤를 따라 속보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속보 이동중에도 지속되는 간헐적 총성이 진행중인 현장상황을 알려주고 있었고, 15분정도 경과 후 일행은 도착할 수 있었다.


전쟁의 현장은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 그것이었다. 총성이 멈춰진 현장이었지만 멈춰진 총성 대신엔 방금전의 폭발과 총격전의 결과가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었다.

RPG에 맞아 불타고 있는 위장 짚차와 경계막사 입구에 설치된 M240기관총 두문 중 파괴된 한 진지, 그리고 여기저기 피흘리며 쓰러져 있는 탈레반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간혹 보이는 민간인들이 우선 눈에 띄였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본 순간 일행 중 몇은 나오는 구토를 참지 못하고 배속의 내용물을 게워내기 시작하였다.


RPG에 맞은 기관총 진지의 근무자 3명으로 보이는 시체는 직격탄을 맞은 폭발의 여파로 성한 시체가 한구도 없는 정도가 아니라 머리, 팔, 다리, 몸통 심지어 내장까지 여기저기 찢기고 잘려나가서 누구 것 인지 분간은 커녕 피바다 속에 사방으로 튀어 엉겨붙어 있어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 가 없었다.


그나마 옆 기관총 진지는 방어벽으로 쌓아 놓은 모래주머니에 박힌 로켓탄이 불발로 끝났지만 옆 진지 폭발의 여파였는지 근무자들은 고막과 파편을 맞은 부위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보충인원들이 기관총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정부군의 RPG 진지에는 적 소총 공격을 맞은 병사들이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으며, 막사에서 뛰어나온 군인들이 부상자들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하거나 부상당한 동료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는 적이 공격할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불에 타 연기가 나고 있는 위장 짚차 부근에서 적 사망자와 부상자 여부를 살피고 있었으나 그 누구도 민간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다.


이산 역시도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을 처음 본 충격에 미식거리는 속을 달래는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수련을 해와서 몸의 일부가 된 호흡법의 도움으로 속을 가라앉혔으며, 하얗게 비어있던 머리는 분노를 지나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정신들 차려!”


사고 현장에서 눈을 돌려 본 최 상사는 구토를 하거나 사고현장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대원들의 정신을 다잡아 주고 있었다.


“다 죽고 싶어!? 이게 전쟁인 줄 모르고 여기에 온거야? 정신 못차려! 개죽음 당하고싶어!?”


계속되는 질책에 팀장 이혁수 중위를 위시하여 정 중사 조 중사등 고참들이 각조의 후임들을 다독여 냉정한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이곳에 온 모든 1팀 대원들은 이산을 제외한 모두가 군 경력이 최소 5년이상 되는 직업군인들이었고 파견된 지 1년이 넘어 나름 적응도 하고 총격전 사고 현장도 몇 번은 목격하였지만, 이건 그 동안의 사건들과 차원이 다른 현장이었다.


화약냄새에 섞여서 나는 코를 찌르는 피냄새와 그 피 웅덩이속에 쓰러져 있는 시체들과 부상자들 그리고 사방으로 찢어져 날아가 떨어져 있는 신체부위들, 부상자들의 고통스러운 신음과 살려달라고 외치는 울부짖음들은 그들의 군 경력과 여기에서 마주친 작은 상황들을 모두 백지로 만들었다. 이것이 전쟁이었다.


정신을 수습한 이 중위와 최 상사의 지시로 사고현장 주위 경계 및 조사를 시작한 팀원들은 얼마 후, 탈레반의 습격상황과 정부군의 반격 및 양측의 피해상황과 민간인들의 피해조사를 나름 파악할 수가 있었다.


탈레반은 두 대의 짚차를 짐실어 나르는 소형차로 위장한 후 각 차에 RPG 1대와 서너 명의 소총수를 배치, 2대의 RPG를 이용하여 2문의 기관총을 무력화 시키고 소총수들이 정부군의 RPG와 소총수들을 무력화 시키고자 했으나 발사된 1발의 로켓탄이 불발로 끝나며 부상은 입었지만 살아남은 기관총 진지의 반격과 탈레반 소총수들이 정부군 RPG와 소총수들을 제압하는데 실패, 도로변 건물을 직격 하였고, 쌍방 교전 중 발사된 총탄에 민간인 십여명이 죽거나 다치게 되었으며 나머지 1대의 짚차는 도주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한국군들이 현장의 상황파악과 경계를 하는 동안 탈레반을 추격했던 정부군 이동경계차량이 돌아왔으나 추격이 불가능해 포기하였고, 정부군은 현장의 피해상황 파악과 임시수습에 여념이 없었다.


잠시 후 피해상황 파악과 임시수습을 마친 정부군 책임자는 보고를 마친 후 이중위를 만나서 자신들의 정보를 공유하였고, 한국군 스스로 파악한 정보와 정부군이 제공한 정보를 비교 분석하여 현장상황 정보를 최종적으로 정리, 대대본부에 보고를 마치고 지시를 받은 이 팀장은 팀원들을 불러 모은 뒤 말했다.


“대대장님께서 정부군을 도와 현장수습을 최대한 신속하게 마친 뒤 추가로 있을지 모를 공격에 주의를 기울이며 빠른 시간내 복귀를 명하셨다. 그리고 이곳 책임자 카말대위의 얘기로는 곧 정부군 지원군이 온다고 하니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이곳 경계지원 임무를 수행하다, 지원병력 도착 시 기지로 복귀한다. 이상!”


이 중위의 지시에 장갑차량을 중심으로 현장 경계를 한지 2시간 정도가 지나 지원 병력을 태운 트럭이 도착했고, 카말대위와 철수얘기를 마친 이중위와 일행들은 왔던 길을 되돌아 시장을 속보로 이동하기 시장하였다.


평소 1시간 이상 걸리던 시장을 30분 정도에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속보로 이동한 것도 있었으나 정부군과 탈레반의 교전으로 시장이 거의 비어 있다시피 하여 멈춤없이 전진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철수하는 일행들은 자신들의 뒤통수에 따라붙는 시선에 극도의 불안과 긴장감으로 피로를 넘어 그 시선을 향하여 방아쇠를 당기고 픈 본능적 파괴심과 위험한 전쟁을 벌여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67 파란3000
    작성일
    22.05.07 19:49
    No. 1

    파병 부대에 개인 화기가 mp5 라구요?? 대테러 하는것도 아닌데 9mm 탄 총으로 뭘한다구요..화력이 약해서 거의 않쓸건데..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내 이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11. 인연이 시작되다 22.02.21 3,152 63 16쪽
21 10. 이산의 신고식 ~ 11. 인연이 시작되다. 22.02.18 3,178 61 11쪽
20 10. 이산의 신고식 +1 22.02.16 3,165 61 14쪽
19 10. 이산의 신고식 +1 22.02.14 3,308 61 10쪽
18 9. 칸다하르의 전설이되다 +1 22.02.11 3,262 67 11쪽
17 9. 칸다하르의 전설이되다 22.02.09 3,213 60 9쪽
16 9. 칸다하르의 전설이되다 22.02.07 3,308 60 17쪽
15 8. 하얀 분노 22.02.04 3,294 59 7쪽
14 8. 하얀 분노 22.02.02 3,468 54 10쪽
13 7. 두번째 격투를 하다 22.01.31 3,515 67 24쪽
12 7. 두번째 격투를 하다 +1 22.01.28 3,550 64 11쪽
11 6. 지독한 전쟁을 보다 22.01.26 3,561 65 11쪽
» 6. 지독한 전쟁을 보다 +1 22.01.24 3,673 63 10쪽
9 5. 전쟁이 만든 세상 – “캠프 다운타운” (3) 22.01.21 3,749 63 15쪽
8 5. 전쟁이 만든 세상 – “캠프 다운타운” (2) 22.01.19 3,876 77 16쪽
7 5. 전쟁이 만든 세상 – “캠프 다운타운” +1 22.01.17 4,092 83 17쪽
6 4. 전장(戰場)을 보다 +1 22.01.14 4,393 97 12쪽
5 3. 축하 파티 +1 22.01.12 4,326 90 7쪽
4 2. 크레이그의 도발 그리고 이산 +2 22.01.10 4,359 98 10쪽
3 2. 크레이그의 도발 그리고 이산 22.01.07 4,467 93 11쪽
2 1. 전장에서 격투경기를 보다 22.01.05 4,925 95 14쪽
1 1.전장에서 격투경기를 보다 +3 22.01.03 5,794 97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