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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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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558

작성
22.01.0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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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글자
11쪽

2. 크레이그의 도발 그리고 이산

DUMMY

“저 미친 개새끼가 또 시작 하는구먼“


적대감 가득한 혼잣말을 정 중사가 내밷자


“그래 미친개한텐 몽둥이가 약인데” 라며 쓴 입맛을 다신 조 중사가 거들었다.


두 사람의 독백식 대화를 들은 이 하사는 궁금증에 경기장의 크레이그에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크레이그는 장내 마이크를 오웰에게서 받아 들고 한국군 진영에서 오른쪽으로 30미터 정도 거리에 자리하고 있던 일본군들을 향하여 다가가서


“노 재팬? 노모어 재팬?” 하며 두 손을 손바닥이 앞쪽에서 보이게 내밀며 어깨를 살짝 들었다 내리는 동작과 눈가에 비웃음을 머금고 일본군들을 자극하였다.


그 모습을 본 정 중사가 이를 갈며


“저 개새끼의 안면을 묵사발을 내야 저 비아냥을 멈출 텐데”라며 극렬한 적대감과 함께 얼마 남지 않은 미지근한 맥주를 목구멍에 쏟아붓듯이 들이 키고 빈 캔을 손으로 으스러뜨렸다. 그 모습에 약간 놀란 이 하사가 조 중사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연유를 묻자 조하사가 고개를 저으며


“저 새끼의 저 비아냥과 도발에 정 중사와 내가 당했어”라며 정 중사를 슬쩍 보았다.


크레이그를 죽일 듯 쏘아보던 정 중사는


“작년 초에 여기로 오자마자 임상범 중사라고 선임이 저놈과 붙어 깨졌는데 저 새끼가 그때도 지금같이 우리를 비아냥대고 도발하기에 나섰다 코뼈가 나갔지” 라며 콧잔등을 슬쩍 문질렀다.


이에 이하사가 조 중사를 보자


“나는 그 다음달에 붙었다가 저놈의 쵸크에 걸려 의식을 잃었고, 정 중사가 더 열 받았던 것은 이미 더 이상 경기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저 새끼가 파운딩해서 임 중사의 턱을 부러뜨렸지. 그래서 정 중사가 나서게 되었지만 뭐...”


남은 맥주를 다 비우고 입가를 닦으며 쓴웃음을 보이며 조 중사가 말했다. 이에 조하사를 보던 이 하사의 눈빛이 살짝 날카롭게 바뀌며 크레이그를 향했다. 이때까지 일본군을 보며 조롱하던 크레이그가 갑자기 몸을 돌려 한국군을 보며 반갑다는 듯한 제스처로 두손을 앞으로 내보이며 마이크에 “오 코리언, 유 오케이?” “유 오케이?” 하며 도발을 시작했다.


이에 20여 명 가량의 한국 군인들 사이에서 “저 개새끼가” “미친 개새끼”등 씹어 내뱉듯 한 억눌린 욕설들이 자그마하게 들려 오기 시작했다. 정 중사는 손에 쥔 일그러진 캔맥주를 더 이상 찌그러뜨릴 수 없을 정도로 손으로 꽉 움켜쥐며 눈가가 찢어지게 두 눈을 부릅뜨고 미친개를 노려보았으며, 조 중사 역시 두 주먹을 으스러져라 쥔 채 눈을 꽉 감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본 이 하사는 크레이그가 왜 미친개이고 일본군과의 좋지 않은 관계에도 사카다에 베팅했던 이유를 알게 됐다.


일본군과 한국군을 조롱하던 모습에 경기장은 웃음과 조롱, 야유에 시끌벅적 하였으며, 이곳 저곳에서 “고우 재팬” “고우 코리안”하는 야유와 비웃음이 들려왔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던 이 하사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히어” 하는 말과 함께 앞에 앉아있는 군인들 사이를 헤치고 경기장으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경기장으로 내려가는 이 하사의 뒷모습에 깜짝 놀란 정 중사와 조 중사는 동시에 “이 하사! 야! 이산”이라 소리치며 벌떡 일어나 이산이라 불렸던 사내를 잡기위해 아래로 내려갔다.


경기장에서 한국과 일본군인들을 조롱하던 크레이그는 한국군 사이에서 한 사내가 천천히 인파들을 헤치고 내려와 경기장으로 오는 모습을 발견하고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호오”하며 감탄 아닌 감탄사를 발했다.


인파를 헤치고 계단을 내려온 이 하사 아니 이산이란 사내는 사카다가 앉았던 자리에 다가가 군화와 양말을 벗고 경기장 매트위로 오르려는데 급하게 뒤따라온 정중사가 이산의 팔을 끌면서 말했다


“야! 이 하사 이건 아니다. 창피하겠지만 포기하고 그냥 가자.”


“이산! 이거 잘못되면 너만 창피한게 아니고 우리 군 사기와 혹시 부상으로 작전에 차질이라도 생기면 나나 정 중사도 골 때리게 된다.”라며 조 중사가 거들었다.


정 중사에게 팔을 잡힌 이산은 정 중사의 손을 부드럽게 풀어내며 걱정 가득한 두사람을 보면서 특유의 싱긋한 미소를 지었다.


“두 분은 걱정 마시고 저에게 30불씩 풀 베팅 하시고, 딴 돈으로 한턱 쏘세요”라며 뒤돌아 콘크리트 맨바닥에 15cm두께 정도의 고무매트를 깔아 놓은 경기장위로 올라갔다.


경기장에서 이산과 두 중사간 실랑이를 재밌어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크레이그와 오웰은 이산이 올라오자 기쁜 표정을 지으며 이산을 맞았다.


오웰은 크레이그에게 장내마이크를 넘겨 받은 후 이산에게 다가와 마치 이산이 경기를 포기할까 걱정했던 속내가 드러나는 것도 개의치 않고 “코리아? 이름은?”하고 급하게 물었다.


오웰의 속사포 같은 질문에 피식 웃은 이산은 “오케이, 이산” 이라고 짤막하게 답했고, 오웰은 바로 중앙으로 가 이산을 소개하는 장내멘트를 하였고, 장내 관중들은 휘파람과 함성으로 경기 시작을 재촉했다.


한국 군인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어쩔 줄을 몰라 했고 사카다가 패한 후 대다수가 자리를 뜨고 남은 소수의 일본군도 동양인이란 동병상련에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침묵하고 있었다.


이산의 등장부터 두 중사의 만류, 오웰의 안내멘트까지를 비릿한 표정으로 재미있게 보고 있던 크레이그는 이산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큰소리로 “웰컴”이라며 이산을 놀렸고, 이를 들은 정.조 중사와 한국군은 이를 갈았으나 관중들은 웃음과 환호를 보냈다.


크레이그의 도발을 대한 이산은 피식 웃으며 크레이그의 손을 살짝 쥐었다 놓았다. 순간 이산과 악수를 하며 골탕을 먹이려 손에 잔뜩 힘을 주었던 크레이그는 속으로 깜짝 놀라며, 자신의 손을 아무렇지도 않게 잡았다 놓고 가는, 아니 오히려 자신의 손을 얼얼하고 저리게 만든 상대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키는 자신보다 10cm정도 작은 185정도 될까? 짧은 머리에 웃음기를 머금은 투명한 눈빛, 잘생기진 않았지만 시원한 느낌을 주는 사내다운 이목구비에 적당히 부풀어 오른 어깨의 근육들과 가슴근육, 그리고 반팔사이로 드러난 잘 발달된 팔근육들, 상의를 벗지 않아 볼 순 없지만 복근과 활배근 역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위험하다거나 경계심이 들 정도는 아닌데 묘한 이질감이 신경을 계속 자극하여 크레이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레이그의 도발을 짐작하고 있다는 듯 재미있는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던 오웰이 이산에게 다가와 상의를 벗고 오라고 손으로 신호를 보내자 잠시 난감한 표정을 보이던 이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두 선임자가 있는 경기장 바로 아래 선수 대기 자리로 와서 상의를 벗기 시작했다.


경기장내의 상황을 얼굴 가득 걱정을 보이며 지켜보다 상의를 벗는 이산을 보며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고 한숨을 내쉬던 두 사람은 상의를 벗고 몸을 펴는 이산의 상체를 보는 순간, 나오는 탄성을 막을 수가 없었다.


“아니 이게 어찌!” “뭐야!” 정 중사와 조 중사의 감탄에 이어 두 사람의 뒤에서 이산의 상체를 본 군인들은 “오마이 갓” “갓뎀” “뻑”등의 감탄사를 외쳤다.


바로 앞에서 이산의 상체를 본 두 중사는 사람의 근육이 이렇게까지 될 수 있냐며, 감탄을 넘어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이산의 근육은 크지 않았다, 아니 컸다. 단지 그 근육들이 잘게 잘게 섬유근으로 쪼개진 후 그 섬유근들이 다시 꼬이고 꼬여서 크지 않게 느껴졌고, 살아 있었다. 꼬이고 꼬여 도저히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이산의 근육들은 한 가닥 한 가닥 근육의 실들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정말 아름다웠다. 아니 징그러웠다. 이산의 몸은 아름다움을 넘어 소름끼치는 지경이었다. 복근엔 ‘왕’자나 초콜릿도 없었다. ‘왕’자와 쵸콜릿은 다시 잘고 잘게 쪼개져 오직 섬유근육만 있었다.


이산의 몸엔 지방이 없었고, 있어야 할 피부가 없었다. 마치 피부까지도 근육으로 바뀐 것 같았다. 그래서 징그런 느낌을 준다는 걸 깨닫고 두사람은 ‘아’하는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산이 뒤돌며 깍지 낀 두 손을 머리위로 올리고 몸을 푸는 동작을 하는 순간 두명의 한국군 중사들은 전설의 치우천왕을 이산의 등에서 보았다. 이산의 움직임에 따라 치우천왕의 얼굴은 갖가지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마치 조금전에 두 사람이 자신을 쉽게 봤냐고 혼내는 것 같았다.


경기장에 올라온 이산을 보는 순간 크레이그와 오웰 역시 한국 군인들과 비슷한 느낌과 충격을 받았고, 심지어 오웰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뜨리며 이산에게 다가와 손을 뻗어 이산의 몸을 만지려다 이산의 눈빛을 보고 멈췄으며, 크레이그는 자신의 신경을 자극하던 묘한 이질감의 실체를 깨달았다. 크레이그는 이산에게서 근육의 크기가 주는 압박감이나 부담감이 아닌 마치 고무줄을 몇 겹씩 꼬아서 만든 찰고무 탱탱볼들의 생생한 반탄력이 느껴지는 근육들의 위화감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한국 군인들의 맞은편, 입구 정면이며 전광판 아래서 경기장을 보며 담소를 나누던 빅죠와 아마존의 독종 토니 역시 이산의 몸에서 받은 충격에 자신들도 모르게 한마디씩 내뱉었다.


“죠! 저놈은 뭐야”


“그러게 괴물이네 근육괴물, 머슬 몬스터”


“그리고 팔이 무척 길어 토니, 거의 무릎아래까지 닿는 것 같아”


“그러네, 다리도 긴 것 같은데 상체가 짧아 보이는 게”


“크레이그가 고전 좀 하겠는데, 만만치 않겠어” 토니의 말에


“글쎄! 난 반반이라고 봐” 라는 빅죠의 의견이 들리자 토니가 놀라 고개를 돌려 죠를 보며


“그 정도나?”


“저 근육들은 헬스나 휘트니스등 근육운동으로 만들어 진 것이 아냐, 오로지 수련과 단련의 반복, 그것도 한계를 뛰어넘는 강도를 오랜기간 지속해야 만들 수 있는 것들이야 토니!” 라며 이산을 뚫어져라 보며 죠가 말했다.


그런 죠의 말과 눈빛에서 강렬한 호승심을 느낀 토니는 새삼 이산을 다시 보았다. 군에 입대전까지의 죠의 생활은 길거리에서의 싸움과 운동이 전부였다는 것을 아는 토니기에 죠의 말의 무게감을 잘 알고 있었다.


드디어 오웰의 주의 멘트가 끝나고 격투시작의 신호를 시작으로 이산과 미친개 크레이그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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